또옥-또옥-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비가 그치지 않았나? 한참 동안 내릴 것은 예상했지만.
"낯선 천장…."
라이트 노벨 소설에서 나올 듯한 대사를 말하였다. 보인 것은 침대에 누울때 보이는 천장의 색이 하얀색이 아니라 돌을 깎아 만든 벽돌의 천장이었다. 주변이 미약할 빛만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저녁인듯했다.
한숨 더 자야겠다. 내일 학교 가려면 충분히 자둬야 하니….
"!?"
몸을 일으켜 세웠다. 고요하게 맴도는 이질감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변을 둘러보게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차갑게 식은 벽이었다. 곳곳에는 천장에서 내려오는 무거움을 받쳐내려는 듯 아치형 모양의 벽들이 세워져 있었다.
어린아이 크기의, 사자 얼굴 조각상들이 벽에 새겨져 있었다. 중간쯤 되는 위치에, 서로가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벽에 걸린 양초들이 옅은 빛을 내며 겨우 밝혀내고 있는 복도 저 너머로 보이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어둠만이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 들어서기만 해도 형체 없이 잡아먹힐 것만 같은, 그런 어둠.
똑-, 또옥—.
어디서 들려오는 건지 모를, 고요함 속에 들려오는 물방울 소리가 가슴을 철렁하게 했다. 벽에 손을 대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손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얼음과 같은 차가움은 이건 현실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게 원인 이었을까.
"누구! 여기 없어요!?"
가슴속에서 천천히 올라오던 목소리가 목구멍 밖으로 빠져나갔다.
"여기, 사람이 있어요!"
벽에 부딪힌 내 목소리가 메아리로 변해 돌아왔다. 까마득히 들려온 내 고함은, 복도가 저 어둠 너머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알려주었다. 스마트 폰을 꺼낸 뒤 112를 눌렀다. 중간에 번호를 잘못 눌러서 여러 번 다시 눌러야 했다. 제발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면서.
-통신 접속 불가 지역입니다.-
귀에서 들려온 메시지는 간신히 일어선 다리를 무너지게 하였다. 돌바닥의 차가움이 엉덩이를 통해서 느껴졌다. 확신이 생겼다. 나는 지금 이상한곳에 갇혀 있다는것을. 그것도 내가 알수 없는, 긴급전화 조차 안되는 지역에.
"뭐야 이거..."
머리가 복잡해졌다. 현재 온갖 의문들이 소용돌이 마냥 돌고 있었다. 왜 이곳에 갇힌거지? 설마 누군가가 나를 납치 해서 가둬 놓았나? 그 TV에서 흔히 보았던 납치 사건의 피해자가 된건가? 염전 노예라던가 아니면 내 몸에 있는 장기를 목적으로...
...그건 아닌듯 했다. 정말로 납치된거면 지금 쯤 수갑이나 쇠사슬에 묶여야 했다. 하지만 내 손과 발은 멀쩡했다. 이렇게 내손이 폰을 쥐고 있다는것이 그 증거였으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심호흡을 크게 내뱉으니, 돌이 올라온 듯한 마음이 한층 가벼워졌다. 아직 모든 것이 의문이지만 적어도 납치된 게 아니라서 그런지 뭔가 안심이 되었다. 조폭이나 혹은 그에 비슷한 사람들이 없다는 거니까.
가방 안의 내용물들은 여전했다. 요리책, 식칼, 시험을 위해 준비 해두었던 재료 등 다행히 뺏긴 것들이 없었다. 가방을 체크하다가 오른손에 묵직한 무언가를 쥐고 있는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가져왔네."
더러운 짐승 세 마리에게 무기로 사용한 프라이팬을. 아까 전 육교 난간에서 떨어질 때 그대로 꼭 잡은 건가. 놓치지 않으려고. 스마트 폰의 플래시로 복도를 비추었다. 평범한 복도가 보였다. 어둠을 완전히 거두지 못했지만, 이정도 불빛이면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두근-
심장이 뛰는 소리와 함께 땀이 내 이마를 타고 내려왔다. 이대로 괜찮을까? 혹시 이상한 무언가가, 무서운 괴물이 튀어나오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머릿속이 알려주고 있었다. 서있으면 변하는 것이 없다고. 움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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