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벅-저벅-저벅-
파닥-파닥-파닥-
두 사람의 걷는 소리와 블레이즈의 날갯짓이, 서로 리듬을 맞추었다.
복도의 어둠은 키스의 머리 위에 떠 있는 테니스 크기만 한 불꽃으로 인해 거둬져 아까 전보다 여유롭게 걸어갈 수 있었다. 확실히 누군가랑 같이 걸어 다니니까, 뭔가 안심이 되는 느낌이었다. 아직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 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으니까.
"라라라-
그 와중에 쟤는 여유로움으로 가득 차 있네. 콧노래까지 부르는 것을 보면. 사람은 원래 이런 곳에 오면 혼란스러운 것은 기본이고, 어둠 속에서 나올 미지의 공포 때문에 걷는 것 조차 힘들어 할 텐데. 이젠 모든 게 끝났어 라면서.
장담한건데 쟤는 머리 위에 박쥐가 날아와도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갈 것임을 분명하다. 어? 뭐가 지나갔나? 라는 반응으로 끝나고.
"키익-키익-"
파닥-파닥-파닥-
"꺄악!"
아닐수도 있고. 천장에 매달린 서너마리의 박쥐가 머리를 지나치자,,짧은 비명과 함께 키스는 자신의 책으로 머리를 감쌌다. 블레이즈는 가득 차! 하는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박쥐를 향해 미약한 불꽃을 내 뿜었다. 묘석과 같은 이빨을 들어내면서.
"하하하...안 좋은 모습을 보였네."
"괜찮아. 나 같았도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테니."
"성운이 그러고보니 여기 던전은 난생 처음이겠지?"
"음...그렇긴 해."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를 따라하듯, 나 또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였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던전이라 할수 있는게 없으니까. 동굴이나 고대 유적 같은것은 존재하지만, 거기는 대부분 사람들이 관리 해서 우리 같은 일반 시민들도 오고 갈수가 있거든."
"다시 말해서 관광 장소로 쓰인다는거야?"
"그렇다고 할수 있지. 가족들끼리 혹은 수학 여행을 목적으로 많이들 놀러들 와."
"한국인들 정말 강하네? 몬스터들이 돌아다니는 던전을 관광 장소로 쓰이다니."
강한 한국인...그 말을 듣고 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강남 한복판,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거리에 나타난 던전 안으로 용감한 한국군들이 들어갔다. 고블린, 슬라임같은 하급 계열 몬스터들은 K2 소총의 탄환에 맞아 벌집이 되고, K2 흑표 전차의 정당하고 우월한 화력으로 하늘에 떠다니는 드래곤을 가루로 만들어버린다. 콰앙! 하는 소리와 함께.
다 정리 한뒤 한국군은 바람에 휘날리는 태극기를 던전 중심에 꽂아 넣는다. 그곳을 전진 기지 삼아 마왕과 맞서기 위해 비장한 각오를 다지면서.
용맹한 한국군 만세?
"그 뜻은 한국에 있는 던전에는 그것이 없겠네?"
"그것이라니?"
"네 발밑에 있는거."
"캬악-"
키스가 밑으로 내려다보자 하늘에 날고 있던 블레이즈도 따라 하듯 고개를 내렸다. 쟤네 둘 왜 저래? 사람 무섭게? 라고 속으로 말한 뒤, 고개를 내려보았는데...
무언가가 누워 있었다. 사람 형상을 한. 강철제 투구와 갑옷을 입은 체 축 늘어져 있길래, 혹시 내가 사람을 밟았나 했는데....
사람의 실루엣이 눈에 보였었다. 한 손에 활을 든 채 앉아 있는 모습으로.
처음에는 누가 여기서 쉬나 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보니 먼지로 뒤덮인 가죽 갑옷과 헬멧을 쓴 백골이 누워 있…….
“으아악-!”
하는 소리가 나오면서 바닥으로 넘어지면서, 본능에 따라 반대쪽 벽 쪽으로 내 몸이 움직였다.
해골이다. 모형이나 그런 것이 아닌 진짜 죽은 사람의 해골이 내 발밑에 있었다. 시체가 완전히 부패해, 살점 하나도 없는 백골이.
해골의 눈동자 없는 안구를 보니 그 안에는 작은 전갈하고 거미들이 나오고 들어가고 있었다. 사각-사각-사각 하는 기분 나쁜 소리를 내면서.
키스는 다가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나에게 쪼그리고 앉았다.
“비명 한번 컸네요. 우리 성운군?”
“너…너는 아무렇지도……않아?”
“이런 던전 안에서는 모험가들로서 흔한 광경 중 하나이니까.”
혀를 쏙 내밀면서 윙크하던 키스는, 나한테 손을 내밀었다. 손은 왜? 라고 속으로 말하면서 핑거리스 장갑이 껴진 손을 바라보다가…
“일어나.”
라고 키스의 입에서 들려오면서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잡자마자 키스는 그대로 나를 당겨서 일으켜 세워준 뒤, 해골 앞에 쪼그리고 앉아 마치 기도하듯 양손을 모았다. 몇 초간의 침묵 뒤 키스는 해골 손에 쥐어져 있던 활을 빼낸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막 가져가도 돼? 아무리 그래도 저 사람의 것인데?"
"백골로 된 지 오래여서, 소생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야. 주인 없는 활이니, 누군가가 주워가도 상관없어."
---------------------------------------------------------------------------------------------------------------
https://novelpia.com/viewer/3384326
이젠 챕터 2도 조만간 끝이네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