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에 만찬을 즐기고 난 뒤 남은 거위고기를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만들게
된 것이 이 거위 ˈsɒsɪdʒ 리소토입니다. 좀 더 자세하게는 롬바르디아주의 도시인 만토바에서
즐겨먹는 스타일인 Risotto alla pilota 죠. 제나로 콘탈도 할부지의 레시피를 참고했습니다 :)
아, 그리고 ˈsɔ:sɪdƷ라고 쓰지 않고 ˈsɒsɪdʒ라고 쓴 이유는 제가 옥스포드 영어사전을 사용하기
때문이에용 히히힣
14세기 부터 쌀을 재배해 먹던 남부 이탈리아인들에 의해 피에몬테주, 롬바르디아주, 베네토주 같은
북부 이탈리아에도 전파되어 리소토가 탄생합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플랑드르 출신의
어느 견습 유리공이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도료품으로 소지하고 있던 사프란을 쌀요리에 넣어 리소토를
처음으로 만들게 되었다고 하네요. 정확히 남아있는 리소토의 첫 기록으로는 1809년에 쓰여진 레시피가
있다고 합니다.
리소토가 뱃사람들이 대충 아무거나 넣고 만들어 먹던 서민음식에서 시작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1854년 왕실 요리사였던 지오반니 비알라르디가 남긴 리소토 레시피나 결혼식에서 탄생된 요리라는
이야기 등을 볼 때 오히려 귀한 대접을 받던 요리가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이 음악을 작곡한 비발디도
베네치아 출신이니 리소토의 조상격 되는 쌀요리를 입에 넣고 오물거리면서 작품활동을 했을지도
모르죠 ㅎㅎ 뭐 사실 서민음식이었던 귀족음식이었던 맛만 있다면 뭐든 조와용 오홍홍
작년은 처음 크리스마스 만찬을 준비해보면서 꽤나 고됐던 기억이 있습니다.
세 명이 먹을 거였지만 제 성격상 3인분 x 2는 더 만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개인적으로도 만족스럽게 꽤나 잘 만들어진 것 같아서 "오른쪽을 노려봐도
되겠는데?!", 싶었더랬어요. 여러나라의 음식을 한꺼번에 만드는 것도 나름 재밌었서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웅냠냠
하지만 시즌이 시즌었던 만큼 넘쳐나게 많은 금손들의 글들이 음갤에 팍팍 올라와서
오른쪽 베스트 입성은 실패... 어흨 마이 깟! ... 귀여운 아기 고양이 보고 가고 싶지
않으신가요? 크흐흫
어쨌든 결국 만찬 뒤에 이렇게 거위고기와 부산물이 남았습니다. 이전에도 거위는
먹어봤어도 직접 요리해본 건 처음이라 남은 재료로 뭘 만들까 살짝 고민되더군요.
라구를 해먹을까 어쩔까 하다가
염통이랑 모래주머니, 목뼈도 있으니 이왕이면 스톡을 만들어 활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잡내도 빼고 손질도 할 겸
청주에 하룻밤 동안 담가놓은 뒤,
다음날 물로 박박 문질러 씻고,
밀가루와 후추, 소금을 넣고 한 번 더 박박 문질러 씻었습니다.
그래도 모래주머니의 냄새가 완벽하게 잡히지 않아서 술에 조금 더 재워놨어요.
이렇게 술에 익어서 허옇게 될 때쯤
건져내서 냄비에 넣어 물기를 조금 빼줍니다.
염통이 쫄깃 심장이 쫀득
대충 마르면 접시위로 살포시 :)
스톡을 끓일 때 필요한 재료입니다. 거위뼈, 목, 내장, 파슬리, 양파, 당근, 샐러리,
월계수 잎, 타임, 세이버리, 올리브유. 브라운스톡이나 치킨스톡, 본브로스도 아닌
저만의 어중간한 스톡입니다만 나름 들어갈 건 다 들어갑니다 ㅎㅎ
먼저 양파와 당근을 깍둑썰기 해준 뒤,
샐러리는 대충 댕겅댕겅
달군 냄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아직 익히지 않은 부위들을 시어링해줍니다.
치이이익
대충 익으면 당근과 양파를 넣고
볶볶 해주다가
샐러리도 마저 넣고 볶아줍니다.
재료들이 냄비에서 잘 익는 동안 날개나 다리, 몸통 등의 부위에서 마저
살조각을 발라냅니다.
거의 먹을 것이 없는 날개 부분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냄비로 직행
그리고 뼈를 모두 덮을 정도로 물을 부어줍니다.
이때만 해도 거위다리는 어디에 어떻게 데코를 할까 정하지 못해서 그냥 남겨놨네요.
살코기!
팔팔 끓을 때까지 기다립니다.
스톡이 팔팔 끓으면 불순물을 최대한 제거해주고,
불순물을 제거해 적당히 맑아지면,
파슬리,
세이지와 타임을 넣고 2~3시간을 푹 익혀줍니다.
푸쉬쉬
다 되었워오 오홍홍홍
스톡색이 나름 진하게 나왔습니다 :)
아직 리소토 만들기는 본론도 안 들어갔는데 벌써 반이나 스크롤이 내려왔군요.
그렇습니다, 리소토는 육수가 반은 먹고 들어가는 중요한 재료입니다 >:) 물론
저도 평소엔 그냥 편하게 스톡을 사다 쓰지만요 ㅎㅎ
리소토를 만들 재료로 거위고기, 소시지, 알보리오 쌀, 버섯, 파슬리, 샐러리, 셜롯, 소금,
백포도주, 올리브유, 버터, 파마산치즈. 파마산치즈가 진퉁이 아닌 가루치즈라 살짝 아쉽긴
합니다 ㅠㅠ
리소토를 두 번 만들어 먹을 정도로 거위고기가 꽤 많이 남았어요.
마침 마트에서 이딸리아 ˈsɒsɪdʒ 특가! 특가! 하면서 팔길래 집어왔습니다.
버섯은 뭘 넣을까 하다가 그냥 가장 싼 걸로 ㅎㅎ
이탈리아산 알보리오쌀입니다. 한국쌀도 단립종이긴 하지만 익는 시간이 서로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왕이면 이탈리아쌀을 사용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와인도 그냥 아무거나 싼걸로 ㅎㅎ
대략 3~4인분을 만들 양으로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저는 혼자 다 먹었지만요 꿀꿀
먼저 버섯을 잘게 썰어주고
샐러리도 잘게 잘게
셜롯도 잘게 잘게 다져줍니다.
파슬리는 대충 대 부분만 떼어내서
역시 잘게 썰어줘요.
ˈsɒsɪdʒ 껍질을 벗겨줍니다.
우지챠의 소중한 포대기는 제발 벗기지 마는 레후! 레훼에엥~!
이렇게 벗겨낸 껍질은 버리지 않고 나중에 구워먹습니다 ㅋㅋ
ˈsɒsɪdʒ 세 개는 그릇으로 직행
거위고기도 가져다가
잘게 다져줍니다. 생각보다 양이 꽤 돼요.
이렇게 대강 리소토 만들 준비가 끝났습니다. 만들라는 리소토는 안 만들고 아직까지
재료손질만 하네요. 죄송함다 ;)
이렇게 그릇에 넣은 ˈsɒsɪdʒ는 동그랗게 뭉칠 것,
그리고 접시에 놓인 ˈsɒsɪdʒ는 그냥 팬에 넣고 볶는 용도입니다. 이렇게 ˈsɒsɪdʒ와 고기,
파마산을 넣고 리소토를 만드는 것은 앞서 언급한 만토바의 특색으로, 이탈리아의 각
지방마다 들어가는 재료에서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팬을 달구고
셜롯 볶볶볶
샐러리 볶볶볶
버섯 볶볶볶
다진 거위고기도 넣고 볶다가
마지막으로 ˈsɒsɪdʒ를 넣고
잘 볶아줍니다. ˈsɒsɪdʒ는 너무 잘지 않게 적당한 크기로 넣어주는 게 포인트.
냄새가 쟝쟝맨입니다.
여기에 쌀을 구와악
쌀이 톡톡 터지는 소리가 나게 볶아줍니다. 완벽하게 익히는 것이 아니라 살짝 토스팅만 해주고
백포도주를 넣어 향을 더해준 뒤, 알코올이 날아가면
전날 만들어둔 육수를 뜨겁게 데운 뒤 지속적으로 붓고 잘 저어 익혀줍니다.
이게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계속 쉬지 않고 저어야 해서 꽤나 일이죠.
근데 애옹이는 심심하다고 자기만 바라봐달라네요 //ㅅ//
구여븐 것
레몽이를 조금 달래준 뒤 다시 리소토를 볶볶 합니다.
스톡 붓고 저어주고 스톡 붓고 저어주고 무한반복
헠헠
쌀이 적당히 익어갈 때 즈음 ˈsɒsɪdʒ를 준비합니다.
파마산치즈 팍팍
잘 섞어줍니다. 만두속 같네요 ㅎㅎ
손으로 이렇게 조물조물
남은 sɒsɪd는 다음날 Round 2를 뛰었습니다 :)
먼저 기름에 시어링을 해서 모양을 잡아준 뒤
치이이익
기름을 닦아내고
포도주를 부어 익혀줍니다.
포도주로 익혔기 때문에 향기로움이 ㅗㅜㅑㅗㅜㅑ
ˈsɒsɪdʒ도 완성됐고 밥도 적당히 익었으니 마지막 터치로 버터 구와악
파마산 구와악
잘 섞어줍니다. 내 맞워오 이건 뇌가 좋아하지만 혈관이 비명을 지르는 요리워오 오홍홍홍
이렇게 3분 간 뜸을 들이면 리소토 자체는 완성입니다. 이상적인 형태라면 말이죠... ㅠ
이제 ˈsɒsɪdʒ를 완성할 차례...!
뭘 사실 별건 없고 그냥 파슬리 잎이랑 섞어줍니다 ㅎㅎ
섞섞
ˈsɒsɪdʒ 하나가 나을까
ˈsɒsɪdʒ 6개가 나을까...!
원래 6개를 구웠지만 배가 고파서 ㅎㅎ... 여튼 플레이팅한 리소토 위에 또 버터랑
파마산을 쳐발쳐발 합니다. 가짜 파마산이라 모양이 좀 안 사네요 ㅂㄷㅂㄷ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
거위고기가 적당히 씹히는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백포도주에 익혀서 향기롭기도
했고 매우 맘에 들었어요.
리소토도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운게 알단테로 만드는 건 실패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만들어봐서 감을 못 잡았는데, 계속 물기가 금방금방 없어져서 육수 끼얹는 걸 남발한 결과 쌀이 좀
많이 익어버렸죠. 그래도 이건 이것대로 맛은 있었었고 다음날 또 만든 리소토는 알단테로 만드는
것에 성공해서 훨씬 맛나게 먹었네요 :D
웅냠냠
빵빵 레후
위에서 언급했듯 다음날 리소토 만들기에 다시 도전할 때 남은 다리부위를 사용했고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했습니다 :)
올 크리스마스엔 뭘 만들어 먹어야 할지 고민되는군요 ㅎㅎ
오른쪽 베스트 감사합니다!
이번엔 거위 글을 올렸으니 다음번엔 사이즈를 조금 줄여서
오리요리를 올린다는 걸로...!
정말이지... 자작 게시물로 이분과 맞먹을 분이 별로 없을 듯...
우와 요리사시네요 맛있겠다 애옹!
항상 한국에서 보기 힘든 식재료들로 요리하시는 거 잘 보고 있습니다!
와... 굉장하십니다!
아메리카 말고 이탈리아 가셔서 자취하시면 어떤 결과물이 더 나올지 무시무시하네요 ㄷㄷ 개인적으론 시칠리아 미식일주를 해보고 싶은데 ㅋ
우와 요리사시네요 맛있겠다 애옹!
과찬이십니다 //ㅅ// 애옹애옹!
정말이지... 자작 게시물로 이분과 맞먹을 분이 별로 없을 듯...
음갤에 요리 잘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ㅎㅎ
항상 한국에서 보기 힘든 식재료들로 요리하시는 거 잘 보고 있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혹시 프로 요리사신가요?
아닙니다, 그냥 자취를 7년했어요 ㅎㅎ
리조또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혹시나 따라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쭉 내려오다가, 너무 일이 많아서 급 기브업 했어요 ㅎㅎ 훌륭합니다!
육수를 사다 쓰시면 엄청 쉽게 만들 수 있어요 :D
와... 굉장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입니다.
루리웹-7517733757
긴 글인데 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저건 어떻게 읽는 거죠? ㅡㅡ 써우싀쥐라고 읽나요?
내 맞워오 오홍홍홍
쏘세지를 쏘세지라 못 하고
ㅋㅋㅋㅋ
아메리카 말고 이탈리아 가셔서 자취하시면 어떤 결과물이 더 나올지 무시무시하네요 ㄷㄷ 개인적으론 시칠리아 미식일주를 해보고 싶은데 ㅋ
이탈리아에 살았다면 이탈리아요리만 해먹고 살지 않았을까 합니다 ㅎㅎ 저도 시칠리아 가보고 싶어요! 이탈리아 반도는 거의 쫙 돌았는데 시칠리아만 못 가봤어요 :(
sɒsɪdʒ 역시 배우신분
배우신 분 :)
한국은 대체 왜케 거위고기파는곳도 식당도 없는건가요 ㅠㅍ
하늘의 소고기라고까지 불리우는 거위인데 취급하는 곳은 별로 없죠 ㅠㅠ
리조토는 이미지로만 봐선 허들이 꽤 낮은 요리인 줄만 알았는데, 제대로 하려니 재료 손질만 스크롤 반 이상이라니....갑자기 멀게 느껴지네요 어헑헑
스톡을 직접 만들지 않고 사다 쓰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ㅎㅎ
아 터키가 거위였구나..... 먹으면서도 몰랐네요;;
아뇨, 터키는 칠면조고 제가 먹은 건 칠면조가 아닌 거위입니다 ㅎㅎ
앜ㅋㅋㅋㅋ 헷갈렸음. 옆에 베스트가..
ㅋㅋㅋ
오른쪽에 뭔가 고급져보이는 게 뜨면 이분이넹ㅋㅋ 이번에도 잘 보고 갑니다. 출근 전인데 배가 급격히 고파지네요 :p
짬밥이나 서민음식도 많이 만들어 먹습니다 ㅋㅋㅋ 저도 늦은 밤인데 배가 살살 고픈게 뭔가 땡기네요 :)
거위 요리하면 푸아그라밖에 생각이 안났는데ㅋㅋㅋ
보통 거위하면 그게 먼저 떠오르긴 하죠 ㅎㅎ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네요. 잘 봤습니다.
스톡을 직접 만들어서 그렇습니다 ㅎㅎ 사다 만들면 쉬워요 :)
육수까지 직접 만들어서 ㄷㄷㄷ....
뼈가 남은 김에 겸사겸사 만들었어요 :)
이야~ 이건 추천을 줄 수 밖에 없는 글인데요
감사합니다!
길군요
깁니다 ㅠ
메탈리카가 왜 없지?
메탈리카?
죠죠 보면 알아유
제가 죠죠는 안 봐서 몰랐네요 ㅎ
굉장하시네요. 역시 요리 잘하는 사람은 매력이 터집니다
감사합니다 :D
빛깔이 특이하네요 닭이라기에는 짙고 오리라기에는 옅고 맛은 어느쪽에 더 가깝나요 거위 고기는?
맛은 오리랑 거의 같습니다. 그래도 살짝 더 씹는 맛이 있는 것 같긴 하네요 ㅎㅎ
브금까지 우아해서 보는 재미가 있었네요. 잘 보고 갑니다. 저도 언젠가 저런 요리를 먹어보는 날이 왔으면... ㅎㅎ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우아... 요리가... 장난 아니네요..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보이는 것보다는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ㅎㅎ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뜯겨 난무하여도오오오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상세하고 섬세하네요.. 오늘도 우리 밥상을위해 희생해준 동물들에게..R.I.P..
RIP ;)
황금빛 스톡....! 아름답습니다. 그나저나 리소토란건 과연, 지은 밥으로 만드는게 아니라, 생쌀을 요리하여 만드는 거군요. 특이하기도 해라. 생쌀을 조리하면 아닥아닥할거 같은데, 부드럽고 맛있었나요?
원래 알단테로 익혀서 씹히는 맛을 중요하게 여기는 요리인데 첫시도에서는 시간을 놓쳐 너무 푹 익혀서 일반 밥처럼 됐답니다. 이것도 맛있었지만 두번째 시도는 알단테로 익히기에 성공했는데, 확실히 쌀 알갱이가 씹히는 맛이 좋았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