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마지막 장면~
"그렇다면 너는 나와 약속을 하자"
"……무슨 약속입니까?"
혹시 뭔가 억지스러운 말을 꺼내려는건가. 내가 무심코 뒷걸음질 치자 신관장은 나와 시선을 맞추려고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얇은 금빛 눈동자가 진지하게 똑바로 나를 보고있다. 신관장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나를 상관하지 않고, 신관장은 입을 열었다.
"나는 아렌스바흐에 가서 에렌페스트를 지키겠다. 그러니 로제마인. 너는 에렌페스트의 성녀로 이곳을 지켰으면 한다. 비록 중앙이나 타령의 감언이 있어도 가지 않고, 한눈 팔지 않고 에렌페스트를 지키겠다고 약속해다오"
예상 밖의 진지한 말에 나는 침을 삼킨다. 주위는 조용해지고 시선이 모여들었다. 시선이 아프고 공기가 무겁다. 하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던 신관장이 입술 꼬리를 조금 올렸다.
"……하지만, 입으로 아무리 약속해도 너는 기본적으로 생각이 없으니, 책과 도서관을 먹이로 하면 바로 달려들겠지. 나와의 약속은 잊고 달려드는 모습이 보이는구나"
"으!……"
뭐라고 대답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신관장은 한번 눈을 감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열쇠 하나를 꺼냈다. 금속으로 만들어졌고 노란 마석이 붙어 있는 열쇠였다.
"나는 이걸로 너를 에렌페스트에 연결하려고 한다"
"이 열쇠는 뭔가요?"
눈앞에서 흔드는 열쇠를 나는 물끄러미 바라봤다. 무슨 열쇠인지 모르겠다. 책과 도서관에 달려드는 나를 막을 수 있는 열쇠일까.
신관장은 나의 손을 잡고 열쇠를 살짝 올렸다. 손에 들어온 열쇠는 묵직했다.
"이건 내 집의 열쇠다. 나의 공방, 소재, 책, 자료, 마술 기구, 집,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 내가 에렌페스트에 남기는 모든 것을 너에게 양보하마"
뜻밖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나에게 신관장은 진지한 눈으로 나를 보면서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남을것 같은 목소리로 천천히, 조용히 말했다.
"언젠가 너의 마력을 받는 보상으로 자신의 도서관을 원한다고 말했었다. 기억하고 있나?"
"기억하고 있습니다. 페르디난드님은 마목의 연구를 하겠다고……"
에렌페스트에 마력의 여유가 생겨야 하니, 십년 이상은 지나야 된다고 이야기했었다. 나의 마력은 남다른 소재를 만든다고 하니, 연구용으로 마력을 달라고 신관장이 말했다. 그리고 나는 "마력의 보상으로 도서관을 주세요"라고 대답했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러니 나는 내 집을 너에게 도서관으로 주겠다. 그 대신 나에게 줘야할 너의 마력은 에렌페스트를 지키기 위해서 써주길 바란다. 에렌페스트가 나의 게돌리히이다. 네가 지꺼주길 바란다"
신관장이 내 손을 감싸고 열쇠를 쥐고, "인트늣"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마력이 열쇠에 빨려들어갔다. 소유자가 변경된것 같았다.
내 손을 감싸줬던 큰 손이 떨어진 순간, 굉장히 찬바람이 불어왔다. 지금까지 나를 지켜주던 신관장이 없어진 뒤의 나를 생각하니, 추위가 갑자기 거세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 도서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감언에 유혹되지 않겠지."
훗, 하고 자신 있게 웃으며 일어서서 신관장을 나는 가볍게 노려보았다. 여전히 신용 받지 못해서 답답하다. 거리의 가족도 있고, 러츠와 벤노도 있고, 프랑, 길이 있는 신전도 있고, 제지업과 인쇄 공방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에렌페스트를 지키는건 영주 후보생인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별로 이런거 받지 않고 지킨다구요"
"로제마인, 나는 확실히 에렌페스트를 지키라는 것이다. 보수의 선불이라고 생각해라. 아니면 나의 집으로는 너의 도서관으로 부족하다고 하는 건가? 필요가 없다면 돌려줘도 문제없다"
"그렇지 않습니다! 책이 많아서 기쁩니다!"
나는 열쇠를 뺏기지 않도록 가슴에서 꽉 쥐었다. 이제 차라리 울면서 "가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다. "왕명은 아무래도 좋아!"라고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마음이 편할까.
그러나 그건 신관장이 원하는 영주의 양녀의 모습이 아니다. 치밀어 눈물을 꾹 누른다.
그래도 자신 속의 감정을 쉽게 멈출 수 없다. 불합리한 명령에 대한 분노, 여전히 나를 신용하지 않은 아쉬움, 사소한 약속을 기억하는 기쁨, 신관장이 없는 허전함, 자신의 도서관이라는 기쁜 울림이 마력과 함께 몸 속을 빙빙 돈다.
…… 다른 사람 앞에서 우는 것이 안 된다면, 치밀어 눈물을 마력으로 만들면 된다.
"로제마인님?"
"눈이 무지개 빛입니다!"
측근들의 큰 목소리로 외치고, 신관장이 "로제마인, 억제하라"라며 나를 향해서 손을 뻗어 온다.
"막지 마세요"
오른손에 슈타프를 잡고 "스티롤"이라고 외쳤다. 펜 형태로 된 슈타프를 움직이자 넘치는 마력은 빛이 되고 공중에 마법진을 그렸다.
"로제마인, 뭘 할거지?"
"이건 도서관의 사례입니다. 에렌페스트를 떠나는 페르디난드님에게 축복을 드릴게요"
가족에게 사랑을 표시할 뿐이었던 그때의 축복과는 다르다.
지금 나는 신전장이 되고 올바른 축복의 방법을 배웠다.
귀족원에 가서 자신의 마력을 다루기 위한 슈타프를 얻었다.
마법진에 관한 지식을 얻었다.
나에게 모든 것을 준 스승에게 최고의 축복으로 보답하고 싶다.
"전 속성의 마법진? 이 마법진은 뭐야?"
신관장의 말에 나는 입술 꼬리를 올렸다.
"성전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신전장만이 알 수 있는 마법진입니다"
귀족원에서 배우고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한, 복잡괴기한 마법진이 아니다. 성전의 첫 페이지에 떠오르는, 왕을 위한 마법진도 아니다. 신전장이 오로지 모든 신에게 기도를 바치기 위한 마법진이다. 자신에게는 쓸 수 없고 누군가를 위해서 신에게 빌기 위한 마법진이다.
나는 기억하고 있는 그대로 손을 놀려 마법진을 그린다.
"높은 하늘을 관장하는 최고신은 어둠과 빛의 부부 신"
기도의 말과 함께 마법진이 금빛으로 빛나고, 그 빛을 어둠 같은 검은색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주위의 함성이 귀에 들어오지만, 나는 상관 없이 기도의 말을 이어 간다.
"넓은 대지를 관장하는 다섯 기둥의 대신. 물의 여신 풀루트레네, 불의 신 라이던샤프트, 바람의 여신 슈체리어, 땅의 여신 게돌리히, 생명의 신 에비리베"
신의 이름을 외칠때마다 슈타프에서 마력이 흘러나오고, 그 신들을 나타내는 기호가 각각의 색깔로 빛나기 시작했다.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당신의 축복을 주십시오. 당신에게 우리의 기도와 감사를 드리고 성스러운 가호를 받겠습니다. 불결을 깨끗이 하는 물의 힘을, 무엇에도 꺼지지 않는 불의 힘을, 재앙을 막아내는 바람의 힘을, 모두 받아들이는 흙의 힘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생명의 힘을 떠나는 자들에게"
마법진이 움직이고 신관장과 에크하르트 오라버님과 유스톡스에게 축복의 빛이 쏟아진다. 모든 색깔이 뒤섞인 무지개 빛의 축복이다.
멍한 얼굴로 마법진을 바라보며 축복을 받고 있는 신관장을 보고, 나는 한껏 가슴을 펴고 웃어 보였다.
"저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같지 않아요!"
이걸로 그동안의 헌신에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을까?
조금은 성장했다고 인정 받을 수 있을까?
조금은 안심하고 아렌스바흐에 갈 수 있믈까?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는 나를 신관장이 내려다보며 훗, 하고 웃었다.
"너에게 에렌페스트를 맡기마. 나 대신 지켜다오"
"네!"
그리고 우리들은 경계 문으로 이동했다. 이미 아렌스바흐에서 마중은 도착했고, 짐을 옮기며, 인사를 나눴다.
신관장은 양부님과 작별 인사를 하고 에렌페스트의 망토를 휘날리며 경계 문 너머로 떠났다.
신관장에게 "에렌페스트를 맡기마"라고 들은 날은 약간 눈이 떨어지는 추운 날이었다.
나는 한껏 웃는 얼굴로 신관장을 배웅한 뒤, 숨겨진 방에 들어가기 전까지 눈물을 참을 수 있었던 나 스스로를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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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집을 도서관으로 줌으로서 에렌페스트에 로제마인을 묶을려고 하는 페르디난드와
여러가지 감정이 폭발해 전속성 축복을 날려버리는 로제마인
그뒤엔 펑펑 울었습니다 ㅠㅠ
하르트무트랑 클라릿사도 진또지만 에그하르트랑 유스톡스도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부부별 최고 측근들의 충성심이 대신 죽으라면 죽는수준이라 공포스럽다
이루어질거야
빨리 언바욱스 버프 로제마인 일러 보고싶어어ㅓㅓ
재밋서보이네
잼슴 1달 순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