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지난번에 장수말벌 관련 글(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47272325?search_type=subject&search_key=%EC%9E%A5%EC%88%98%EB%A7%90%EB%B2%8C )
을 쓴 쿠라마다.
너희들 혹시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나방이 뭔지 아냐?
바로 아틀라스 산누에나방이라는 녀석이다.
너희들의 손보다 훨씬 거대한 25cm이라는 날개폭을 자랑하며,
말레이 제도에 대부분의 수가 분포해 있고, 일본에는 이녀석의 아종 요나구니상이 분포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허 별 괴물이 다 있네 하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안 살겠지 하겠지.
뭐 우리나라에 이녀석 본인이 살고 있는 건 아닌 게 맞다.
하지만 근연종이라면 어떨까?
근!
연!
종!
우리나라에는 그녀석의 근연종...혹은 그녀석의 가까운 후손으로 생각되는 종이 살고 있다.
바로 가중나무고치나방이라는 녀석이다.
아틀라스산누에나방
가중나무고치나방
한국은 참 이상한 나라인 것이 체감되지 않는가?
작은 것들이 주로 산다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이상하게 거대한 것들도 조금만이지만 크기를 줄여 함께 살고 있다.
가중나무고치나방들의 평균 날개폭은 12~15cm으로, 아틀라스산누에나방보다 10cm가량 작지만 충분히 거대한 편이다.
한국 자생의 산누에나방 중에서 가장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는 옥색긴꼬리산누에나방(통칭 팅커벨)과 비교해서는 적은 수지만, 상당히 많은 수가 존재하며
일본의 아틀라스산누에나방 아종 요나구니상은 요나구니 섬이라는 한정된 장소에 살고 있지만,
가중나무고치나방은 크기를 조금 줄이는 선택을 통해 우리나라 전체에 걸쳐(진짜로) 서식중이다.
처음에는 별개의 종이 우연히 닮은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상당히 비슷한 생태와 식성, 고치의 형태와 특유의 뱀머리 모양 날개와 각진 무늬 등 공통점이 지나치게 많아 근연종이 맞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중국 일부와 한국에만 살고, 중국에서는 거의 멸종이나 마찬가지의 길(사막화)을 걸어 사실상 한국 고유종에 속하는 나방이었지만, 그 특유의 실의 단단함이 수요가 있어 언젠가부터 전 세계에 천잠(하늘에서 내린 누에실이라는 뜻. 산누에나방 고치 실의 통칭) 양산을 위해 수출되었다.
학명은 아직도 별개의 것으로서 분류되었을 적의 것이지만, 우리나라에도 무려 기네스에 기록된 나방의 친척이 산다 생각하면 기묘한 기분이 든다.
한국의 이상한 기후와 이상할 정도의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기묘한 형태들은 반도라고 하는 지역특수성에서 기인하는, 한국만의 특징 중 하나이다.
갈라파고스화와 평준화를 반복하며 수많은 세계의 생물들을 특유의 것으로 반복시키는 한국의 생태.
아직도 우리는 한국에 어떤 기묘한 신종이 있는지에 대해 전부 밝혀내지 못했고,
우리가 알아낸 한국의 곤충들은 한국에 실제로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것들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과연 어떤 기괴한 것들이 더 존재하는 걸까.
기네스북에 오른 거대한 나방의 친척은 그 새발의 피에 불과하다.
구와아악 팅커벨
팅커벨보다는 덜 예쁘지 않냐
제 눈에는 그냥 죄다 거대 나방이에오
와! 아틀라스나방! 4000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