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부모님 입장에서야 아래 쓰는 일보다 훨씬 대못 박힌 일도 많겠지만, 아무튼 내가 나쁜 짓임을 알면서도
행했던 나쁜 짓 중 가장 큰 나쁜 짓은 3~4개월 정도 우유값을 안 낸 거였음.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나는 흰 우유를 가장 좋아했는데, 처음엔 이걸 꼬박꼬박 돈 내고 먹다가
흰우유 나오는 날엔 언제나 한두개씩은 남는다는 걸 알게 됨.
그래서 처음엔 누가 안 먹은 우유 2개 먹는 걸로 시작하다가, 나중엔 "매일 이러면 굳이 우유값 낼 필요 자체가
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흰 우유를 거의 매일 남기는 친구랑 딜을 함.
1. 딸기/초코 우유가 나오는 날은 무조건 친구가, 흰 우유가 나오는 날은 내가 그녀석 우유를 먹는다.
2. 대신 내 우유값은 반띵한다. (지금이야 아마 자동이체겠지만 그때만해도 현금을 학교에 들고와 냈었음.)
이걸 한 3~4개월 했는데, 꼬리가 길면 밟힌다고 해야하나, 하필이면 그 떼먹은 돈으로 오락실 가서 놀고 있을때
엄마에게 걸림. 아버지는 평소 늦게까지 일하고 오셔서 이런 훈육은 보통 엄마가 담당했고, 그게 꽤 엄격했던 편인지라
집에 가면 죽었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돌아가자마자는 크게 혼이 안 남.
대신, 아버지랑 형한테까지 이 얘기를 전해서 거의 가족 회의 같은 식으로 상황이 전개되더라. 거기서도
"돈을 떼먹은 것도 나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을 깨트리는 것이 더 나쁘다" 라는 식으로 타이르듯
훈계 받았는데, 그게 아마 인생 처음으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 기분이었던 것 같음.
그 뒤로도 잘못이나 부모님 속을 많이 썩히긴 했지만, 적어도 돈을 실제 목적이랑 다르게 써서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음. 대학 가서도 교과서를 제본 뜨면 차액이 남는걸 아는데도, 저 당시 생각이 나서
그렇게 안하고 엄마에게 전화해서 "친구들이랑 술자리 가는데 돈이 모자란다"고 솔직히 얘기해서 더 받고 했었내.
너 뭐 시네마 천국 그런데서 옴? 왤케 순해?
ㅇㅇ 초3 ~ 초 5때는 매년 사고 쳐서 매 학기마다 선생님들이 개인 면담 올 정도로 문제아였는데, 뭐 저런걸로 혼 나서 정신 차린 것도 있고, 마침 6학년때 담임이 엄마 고향 친구분이라 내가 잘못해서 엄마 얼굴에 먹칠하면 안되겠단 생각 들면서 그때부터 각 잡혀 산 것 같어...
아녀 순하게 자란 건 자랑이야. 나이 들고 보니 사람의 순수함은 그 자체로 돈 주고 못 사는 매력이다. 나는 돈도 없지만 돈이 있다면 존나 순수함 사람한테 돈 쓸 걸? 그거 매력이여!
잘 살아온 거야!
ㅎㅎ 고맙네, 주말 마무리 잘 하길 바란다 ㅇㅅㅇ/
ㅇㅇ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