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아르센 벵거
프랑스의 AS 모나코라는 팀을 챔스 4강까지 올렸지만 그 다음 해에 터진 프랑스 리그 승부조작 의혹으로 현타가 왔지
그래서 리그 9위까지 떨어지니까 보드진이 경질을 하더라고
(1987년 벵거 부임, 87-88시즌 리그 우승, 93-94 UEFA 챔피언스 리그 4강이라는 호성적, 그러나 9위, 보드진과의 마찰로 경질)
너무 배신감이 커서 가장 먼저 계약서 들이미는 팀한테 갈라 했는데 거기가 일본이더라
근데 지원도 잘해주고 애들도 내 말 잘들어서 축구가 다시 좋아지더라 ㅎㅎ
(1995년, J리그 나고야 그램퍼스 부임, 구단의 지원과 유럽축구 시스템 도입으로 리그 3위와 천황배 우승)
일본가서 놀랐던게 식문화였거든
쌀밥에 채소 위주에 되게 건강하게 먹더라
꽤 신기했엉
그러다가 아스날에서 오퍼가 왔어
근데 얘네 개판이더라 태업에 불화에 술 담배에, 경기날인데 초코바 먹고 있고
그런데 이적시장때마다 매년 이적료 신기록 세우고 있고, 중하위권에 강등까지 당하는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구단이더라
(벵거 부임 이전의 감독인 조지 그레엄 시절은 비리, 선수들의 불화, 보드진의 무능, 지루한 롱볼 축구로 개판인 상황)
그래서 먼저 얘네 습관 고치는거랑 식단 체계부터 바꿨어
일단 영양사 선생님 모셔다가 선수들한테 뭐는 먹고 뭐는 먹지 말아야 하는지 교육했고 보충제도 먹이고 그랬거든
하루는 라커룸에서 지시 내리려는데 선수들이 아무말도 안하더라 그래서 코치한테 얘네 왜이래요? 이랬거든
근데 코치가 얘네들 경기전에 초콜릿 안먹어서 배고파하는거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훈련체계도 바꿨거든 왜냐면 그 전까지는 코치들이 공주고 니들 알아서 하렴~ 이랬으니까
날마다 구체적으로 다른 훈련하라고 하고, 스톱워치로 1분 맞춰놓고 야 너 얘 뚫어봐, 아니면 얘 막아봐 이러거나
스트레칭도 하고, 기초적인 패스 훈련도 하고 그랬어
뭐 애들은 당연히 의심하긴 했지만 괜찮았어
일주일만에 자기들이 생각 바꾸고 훈련 성실히 임했고
다음 시즌에 리그랑 FA컵 우승했거든
(97-98 시즌 리그 우승, FA컵 우승)
술 못먹게하고 과도하게 고기만 먹지말고 채소도 먹으라 하고 훈련도 체계적으로 바꾸고 그러니까
맨날 후반전에서 지쳐서 쓰러질거 같은 애들이 후반전 끝나고도 쌩쌩하더라
옆동네 퍼거슨 감독한테도 이런 이야기가 들어갔는지 퍼거슨 감독도 선수들 식단관리 한다는 이야기도 돌더라
뭐 그양반도 처음 부임했을때도 술집 차린거 아니라고 말했을 정도니까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지
(퍼거슨이 맨유 처음 부임했을때 맨유 선수들이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자기는 감독이지 술집 차린게 아니라고 말했을 정도로 잉글랜드 축구계는 술에 관대했다)
이제는 완전히 자리잡은 체계적인 훈련시스템과 식단 조절은 꽤 가까운 시간대에 확립하게 됐고
특히 이 분야에 개척자였던 아르센 벵거의 시스템의 잔잔한 변화들은 차츰 나비효과를 일으켜 잉글랜드 축구계를 뒤흔들었고
벵거 특유의 패싱 위주의 전술인 벵거볼로 당시 맨유의 독주를 막기까지 했다.
이러한 이유로 벵거는 혁명가라는 별명과 함께 아스날에서 22년동안 함께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