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알겠지만 군대에는 배수로가 존나게 많다.
그리고 항상 볾,여어어어어어름,갉,겨우우우우울 3.5계절 내내 뭔가가 껴있다.
주로 볾에는 꽃잎, 여름은 진흙과 물, 갉은 낙옆, 겨울은 눈과 얼음.
아 다시 생각해도 ㅈ같네 진짜.
아무튼 주 도로를 따라서 존나게 큰 배수로가 있었는데 마법의 배수로 마냥 항상 물이 흘렀다.
겨울 빼고. 겨울은 얼어버리잖아.
하여간 멀쩡한 사람이 미쳐버리는 군대에서
이 얼어버린 배수로를 뚫는 작업은 각개빤쓰 해병지능 못지않게
국방빤쓰들의 다양한 곤뇽지능을 테스트 하는 좋은 시험장이 되었다.
냉동고에서 꺼내먹는 얼음은 이빨로도 오곡♥ 오고곡♥ 씹어 먹을 수 있지만
군대에서 얼어붙은 얼음은 곡괭이마저 거부하는 살벌한 정절을 보여준다.
(당연하지만 곡질 처음 해보는 사람들은 이때 충격을 받는다.)
어쨋든 까라면 까야하는 군대에서 열심히 배수로를 까지만
곡이 나오는 곡질을 한다고 이게 까질리가 있나.
뽕대와 빠루와 괭이, 삽(이때 삽 몇개 말아먹음)으로 열심히 두드려 패도 얼음은 깨질 생각을 안했다.
그때 혹한기 훈련 직전이였으니 1월쯤이였는데 진짜 진짜 존나 추웠다.
이때 우리 똑또칸 곤뇽들은 힘 안들이고 곡질을 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당연히 이럴때만 재빠른 행동력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1. 기름에 불을 붙여보자!
물론 잘못하다간 영창으로 안 끝날 미친 생각이긴 했고
우리 국방빤쓰들도 그정도 지능은 갖고 있었기에 우선 종이컵 한잔의 기름(디젤)을 구해다 얼음에 뿌렸다.
그리고 흔하디 흔한 라이터로 불을 붙여보았는데...
안붙었다.
ㅇㅇ 안붙었음.
얼음때문인지 아니면 디젤자체가 불이 잘 안붙는 물질인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 미친(그때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다행스럽게 실패로 끝났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새12끼가 기름은 어디서 가져온거지?
2. 이냉치열이다!
나름 똑똑한 선임이 '그럼 얼음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되잖아!' 라는 발언을 했고
'뜨거운 물이 얼음을 녹인다' 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물리현상은
곡질 1시간 만에 우리 모두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주었다.
뉴턴의 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의 만유인력의 법칙 만큼이나 놀라운 과학적 발견은
당시 짬찌였던 나와 내 선임의 물리력을 필요로 했고
배수로에서 좀 떨어진 화장실(이였나 세면장이였나) 에서 뜨거운물(사실 그렇게 뜨겁지도 않았음)을
말통 가득 담아다 낑낑 대며 가지고 왔다.
그리고 우리의 고생 따위는 알바아닌 선임들은 그 말통의 물을 배수로에 부었고
배수로의 얼음들은 녹을리가 있나.
워낙 두껍게 얼어있던 얼음인데 녹아도 겉만 살짝 녹고 그나마도 금방 다시 얼었다.
우리가 뿌린 물들과 함께.
10-1은 9가 되야하는데 어째 11이 되버린 미친 상황에 다들 당황한듯 했고
압록강 중공군 마냥 숫자로 밀어붙이면 되겠지 심정으로
수시로 물을 뿌렸지만 얼음은 점점 두꺼워지고 나와 내 맞선임은 ㅅㅂㅅㅂ 거리며 죽어라 물을 퍼왔다.
시시포스도 혀를 내두를 만한 끝나지 않은 물뿌리개 릴레이 끝에 얼음은 뭔가 더 두꺼워져 있었고
우리는 자연의 위대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십123새들 진짜......
하여간 그때 이후로 어떻게 끝났는지는 기억이 없다.
아마 배수로 작업은 유야무야 넘어갔을거다. 그거때문에 혼나거나 그러진 않았으니까.
어차피 봄 되면 다 녹을거고 겨울이라고 맨날 춥지는 않을테니.
하여간 그냥 군대 이야기 보다가 문득 떠올라서 적어봤다.
전역한지 10년이 다 되가는데 아직도 종종 군대썰이 떠오르는거 보면
군대가 참 무섭다.
디젤 자체가 불이 잘 안붙는게 맞음
디젤 자체가 불이 잘 안붙는게 맞음
어휴 그 물을 거기다 뿌리는게 아니라 장병들 마시게 해서 오줌쪼로로로록 시키면 되는뎅... 소변의 염분때문에 다시 얼지 않게 하는 효과도 있다구
그렇게 노란색 얼음을 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