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필링으로 붙힌거라 안맞을수도 있음)
노상강도
희생 없는 세계 따윈 없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우리는
피바다에 재가 떠 있는
지옥의 이름을
임시로 세계라
부르는 것이다.
성전사
검을 잡지 않으면 너를 지킬 수 없어.
검을 잡은 채로는 너를 끌어안을 수 없어.
도굴꾼
긍지를 하나 버릴 때마다
우리는 짐승에 한 걸음 다가간다.
마음을 하나 죽일 때마다
우리는 짐승에서 한 걸음 멀리 물러선다.
성녀
아름다움을 사랑에 비유함은
사랑의 모습을 모르는 자
추함을 사랑에 비유함은
사랑을 알았다며 교만한 자
나병환자
왕은 달린다
그림자를 뿌리치고
갑옷을 울리며
뼈를 걷어차고
피와 살을 들이마시며
삐걱거림을 울린다
마음을 깨부수며
홀로 발을 내딛는다
아득한 저편으로
역병의사
우리는 손을 뻗는다.
구름을 쫓아버리고 하늘을 꿰뚫어
달과 화성을 손에 쥔다 해도
진실에는 닿지 않는다.
괴인
닿지 않는 송곳니에 불을 밝힌다.
그 별을 보지않고 끝날 수 있도록.
이 목을 찢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광대
내 가슴에 깊이 박히는 그 목소리는
멈추지 않고 울리는 환성과 비슷하다.
석궁사수
내가 이렇게나 어리고
이렇게나 미숙한 것이
늙어 빠지고
완전무결한 어른들한테는
도저히 용서하기 힘든 것인 듯하다.
조련사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인간
살인을 하는 것은, 악마
현상금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부서져버려
중보병
군세는 진군하며 나팔을 분다
귀울림은 멎지 않고 마치 작은 별처럼
군화의 울림은 마치 천둥소리처럼
야만인
우리는 눈물을 흘려선 안 된다.
그것은 마음에 대한 육체의 패배이며
우리가 마음이라는 것을
힘겨워하는 존재라는 사실의
증명이 될 뿐이기 때문이다.
신비학자
그래, 우리에게 운명 따윈 없다.
무지와 공포에 압도되어
발을 헛디딘 자들만이
운명이라 불리는 탁류 속으로
떨어져 가는 것이다.
유물수집상
잃어버린 것을
강탈한다.
피와 살과 뼈와
그리고 하나 더.
총사
우리는 모습이 없는 까닭에
그것을 두려워한다.
고행자
한 걸음 내딛기 시작한
두 번 다시 돌아오지 못할
삼천 세계의 피의 바다로
방패 파괴자
앞날은 새카만 곤두박질
성녀, 나병환자, 역병의사가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