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엽이 평안도의 감사 벼슬에 있었을 때 일이었다고 합니다.
그가 한 중국 사람에게 자신의 좋고 나쁜 일이 있을 것에 점을 치게 하니 점괘가 나오기를 "사람 일만을 죽여야 산다."고 나왔던 것이었습니다.
그후 그는 점괘를 너무 믿은 나머지 함부로 사람 목숨을 해치기를 자행하였는데 1만 명의 사람을 채우면 그만 두려고 했으나,
마침 김자점金自點이 그를 시기하고 있다가 그것을 빌미로 하여 그의 목숨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하고 말았습니다.
점괘에서 말했던 일만一萬이란 바로 김자점의 어릴 적 이름이었는데,
평안감사 박엽이 이를 잘못 해석하여서 오히려 김자점에게 자신을 죽일 빌미만 주고 말았던 것이 되었습니다.
또한 정승 윤지완尹趾完은 점을 치니 그의 점괘에는 '무족가관無足可觀'이라 하였는데,
그는 병이 들어서 두 정강이가 모두 쇠약해진 때에야 정승이 될 수 있었습니다.
홍계적洪啓迪이라는 이가 운명을 점치고 나서 하는 말이
"갑술에 곤궁하게 될 것이다" 하였는데, 그가 화를 만나게 된 것은 바로 갑술이란 해가 아니고 사람의 이름이 갑술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윤구연尹九淵이라는 사람은 점을 치는데, 점괘에 나오는 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삼남三南 즉 남南이 셋이 겹치면 죽게 될 것이다."라고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는 점괘를 듣고 두려워하면서 삼남 지방의 벼슬을 피하고 부임하지 않았으나,
마침 북쪽의 남병사 관직으로 부임해 오니 남병희란 사람이 올린 상소로 인해
남문 밖에서 처형을 당하게 되었으니 세개의 남南이 겹치면 죽는다는 점괘가
바로 이를 두고 의미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각기 다르지만 그 운명을 점친 이는 조선 사람이 아니고 중국 사람이었으며 점괘가 맞은 것은 모두 그들이 예측하지 못한 것이므로,
어찌 복서卜筮 즉 점치는 것을 함부로 추측해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박엽의 일에 대해서는 그가 함부로 사람들을 죽인 것은 척발규拓跋珪의 일과 흡사하니
척발규 당시 떠돌던 도참(예언의 성격을 가진 글이나 소문)에 의하면 '청하 만인淸河 萬人이 큰 재앙을 일으킨다.' 하므로
그가 이 소식을 듣고 청하淸河 한 군의 사람들을 거의 전부 몰살시키다시피 하니,
그 숫자가 거의 1만명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런 척발규가 시해당할 때 그를 죽였던 인물이 바로 청하왕淸河王이라고 불리던 척발소라는 사람으로,
척발규가 외치는 말이 , "청하 일만이 바로 너였더냐?" 하는 것이었는데, 청하 일만이란 바로 청하왕 척발소의 어릴 적 이름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기록한 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약방문藥方文을 잘못 이해하게 되면 방안에서 사람을 죽이게 되고,
도참 내지 점을 잘못 이해하면 나라에서 사람을 죽이게 되며,
경서 즉 글을 적은 책을 잘못 이해하면 천하 후세 사람들에게 그 재앙이 미치게 된다."고 경계하였습니다.
성의백은 순順이란 글자 하나를 가지고 점을 쳤는데,
나라의 국운을 점친 것이 결국 청나라 세조의 연호는 순치順治였고,
이자성의 국호가 대순大順이었던 게 맞아 떨어진 것이나 점괘가 맞아 떨어진 이야기가 이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청성잡기에 기록되어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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