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불교에선 경전의 진위를 따질 때 기준을
석가모니 친설 여부가 아니라
사대교법과 오종설인의 기준에 따라
불교교리에 맞으면 진짜라고 봤다는 걸 얘기했는데
오늘은 그 예시를 좀 더 보려고 함.
첫 번째는 중현(승가발타라/산가바드라)의 저술임.
중현은 세친과 같은 설일체유부 소속이였으나,
경량부 이론을 받아들이고, 대승으로 전향하는
세친과 달리 순수 설일체유부 교학을 강조했음.
그런데 그가 설일체유부의 98수면설을 설명할 때
아주 재미난 사례가 있음.
중현은 98수면설이 석가모니의 직설임을 주장하면서
대중부의 백증설을 언급한다는 것임.
백증설이란 깨달음을 얻은 성자인 아라한이 고유스킬인
특별한 지혜, 원지를 발동시켜서
이미 소실된 부처님의 가르침을 회복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건 대중부의 율장에 나오는 대중부의 교리임.
즉 대중부에선 후대 아라한이 쓴 저작이 친설이 되는건데
대중부 율장에 나오는 이 대중부의 이론을,
순수 설일체유부의 교리를 신봉하고 선양하려는
중현이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인용한다는 것임.
이런 모습은 중현의 저술 외 다른 설일체유부 논서인
대비바사론애서도 나타남.
이 책은 다른 종파를 멈추고 자기종파의 바른 이치를
드러낸다는 파사헌정의 성격을 가짐에도,
설일체유부와 충돌하던 화지부, 비유자(경량부), 법장부
등의 해석을 아무런 논평없이 담고있음.
인도 밖의 상좌부까지 확장하면, 대승을 배척하는
스리랑카 남방불교 대사파의 문헌에서 대승문헌인
대승열반경이나 보살지 인용 등이 확인되고 있음.
대중부 쪽을 살펴보면, 위의 백증설을 포함해
여기도 여럿이 있지만 여기서 볼 건 월칭의 저술임.
월칭(찬드라카르티)는 저서 명구론과 입중론에서
여러 대승경전들을 인용하는 동시에, 기세경의 게송을
입중론에서는 동산파(대중부의 분파)의 전적이라 하면서
명구론에선 아함경, 즉 전승으로서 인용하고 있음.
이는 과거부터 이미 불설의 진위에 대해
친설 진위여부가 아니라 법성 부합여부가 기준이었고,
그 기준은 자기네 부파의 이론에 합치되는가가
중요했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들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