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주관적 소감에 의거한 잡설입니다.
1.
킹스맨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일까? B급을 표방한 시원시원한 감성. 절묘한 돌려까기,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유쾌한 19금 액션.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는 '위트' 라고 생각한다.
잔인하고, 돌려까고, 사이다를 먹여서 결국에는 빵 터지는 웃음이 나온다는게 킹스맨 1의 장점이었다.
그런데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이하 킹스맨0) 이 표방한 것은 반전과 평화주의이며, 덕분에 이 장점은 빛을 발하지 않았다.
2.
킹스맨0은 악당과 치고박는 '킹스맨' 파트와, 전장의 참혹함을 얘기하는 '반전' 파트로 나뉜다.
문제는 그 둘의 독자적인 완성도는 좋은 편이지만(특히 반전 파트), 합쳐놓은 궁합이 최악이라는 것.
상술했듯 킹스맨의 강점은 위트인데, 이게 절대로 반전과 어울리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3.
예시를 들자면,'미국과 러시아를 1차 세계대전에 참전시키자' 라는게 주인공의 목표이다.
그런데 영화의 절반은 '이렇게 전쟁이 나쁘다. 사람이 죽는다. 끝내야 한다' 라고 얘기한다.
역알못인 내가 봐도 뭔가 이상한 묘사.
상영이 끝난 후, '혹시 러시아와 미국이 아주 적은 전사자로 1차대전을 승리했나? 내가 알기론 아닌데?' 라고 생각해 찾아보니.
(출처: 위키피디아 1차대전 항목)
1차대전에서 러시아의 사상자가 영국을 2배 이상으로 압살하는데, 그러면 '영국 군인들은 불쌍하고 러시아 군인들 죽는건 개나 주는거냐'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튀어니온다.
차라리 '킹스맨'으로 늬앙스가 고정되었다면. '사악한 독일을 막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로 얼버부릴 수라도 있다. 2차대전 다루는 매체에서 흔히 나오는 논리이니까.
킹스맨0은 '반전주의'가 영화의 기초이면서, '영국을 살리기 위해 타국의 사람을 더 많이 죽여야 한다!' 라는, 지극히 영국 지상주의적인 맥아리 없는 반전을 얘기하는 것.
심지어 최종보스의 목적도 영국을 파멸시키겠단다?
킹스맨1에서 악당이 영국 여왕하고 담소를 나누고, 미국 대통령이던 세계 지도자들이던 평등하게 머리를 날려버리던
그 시원한 모두까기는 어디 갔는가.
4.
가장 큰 불행은, 이 영화의 '반전' 파트와 '킹스맨' 파트는 분리하면 꽤 좋다는 것이다.
1차대전 참호전의 반전 파트는 치기어린 젊은이 콘래드가 전장의 참혹함에 휩쓸리다가 그를 스파이로 오해한 아군에게 비극적으로 죽는,
덩케르크와 1917이 연상되는 괜찮은 구성이며,
킹스맨 파트는 100년전 구식의 신사들이 벌이는 정보전, 그리고 라스푸틴과의 일기토가 꽤 봐줄 만 하다.
하지만 '비극적으로 죽는 반전영화의 철부지 콘래드' 가
'킹스맨의 주인공 콘래드, 혹은 주인공의 아들 콘래드' 포지션이니,
'아 콘래드는 비극적인 전쟁에 희생되었구나!' 보다는,
'콘래드 죽었어? 콘래드 죽인 영국 병사 놈 안 족쳐?? 아니 하다못해 랄프 파인즈가 지팡이로 그놈 후려까는 씬이라도 넣어줘!'
라는 어이없음이 먼저 튀어나오는 것이다.
왜냐면 이건 빌어먹을 킹스맨 영화니까.
5.
킹스맨2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뇌절'이었다.
킹스맨스러운 19금 액션, 돌려까기, 그로테스크한 위트 등등이 도를 넘었고
그로 인해 웃음보다는 역겨움이 먼저 나오는 영화였다.
하지만 그것도 일단 '킹스맨' 스러운 웃음을 만들려 노력한 영화이긴 했다.
하지만 킹스맨0은 뇌절이 아니다.
이건 그냥 킹스맨이 아닌 다른 영화다.
만약 당신이 훌륭한 반전 영화를 보고 싶다면, 그냥 1917을 보면 된다.
만약 시원한 킹스맨의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본작보다는 그냥 킹스맨 1을 다시 보는 걸 추천한다.
이 영화는 그 둘 모두를 잡으려다 둘 모두를 놓친 영화다.
킹스맨2는 진짜 너무 뇌절이 심했지
ㄹㅇ머리통 폭죽이랑 파워 고기분쇄기같은거 잘 했으면서 넘 실망스러웠음
고기분쇄긴 적어도 '킹스맨' 스럽게 만들려던 노력이라도 보였지...
킹스맨2는 진짜 너무 뇌절이 심했지
난 블랙유머 좋아해서 킹스맨2 꽤 재밌게 봤는데.. 흠
퍼스트 에이전트 샐러드에 고기도 빵도 없어... 시크릿 에이전트 햄버거 같은 걸 원했는데 패티만 따로 빼서 내놓았던 골든서클 동그랑땡은 그거대로 문제였지만 이건 이거대로 문제야 끙 재밌게 본 사람들도 이게 킹스맨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하니
차라리 골든 서클이 훨씬 낫지. 킹스맨틱한건 별로 없지만 반전영화는 좋은거 많잖아. 덩케르크, 1917, 헥소 고지...
2편 뇌절때문에 너무 몸사리다가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