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왕 전설에서 모드레드는 여러모로 악명높다. 그는 근친상간의 산물이며, (영국에서 이후 창작한게 분명한) 전설에선 자신의 수양어머니인 왕비 귀네비어를 폭행하고 강제로 취해 아버지의 자리를 찬탈해 결국 캄란 언덕에서 아버지와 서로 죽고 죽인 패륜아로 널리 알려져있다
헌데 여기서 의문점이 있다. 아서왕 전설은 영국의 수도사 제프리가 정리한 판본이 이후 프랑스로 퍼지며 여러모로 변형된 이야기란게 정설이다. 그럼 제프리 이전의 아서왕 이야기에서 모드레드는 어땠을까?
일단 초기 아서왕 판본(제프리의 영향을 받지않은)에서 모드레드의 원본으로 추정되는 메드로,메드라우트(medraut,medrawt)의 등장은 전설의 마지막의 등장인물 정도의 위치다
'캄란 언덕에서 아르수르(아서)와 메드로가 싸움중 죽었다'
여기선 메드로와 아르수르가 서로 혈연인지는 언급되지 않으며, 난전사이 서로의 병사들에게 죽었는지 정말 저게 서로 싸운건지 무슨 상황이었는지 자세히 쓰이지 않는다. 다만 초기 아서왕 전설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웨일즈의 구전 전승과 웨일즈 수사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연구하면서 이 초기 전승의 메드로에 대해 공통적으로 남긴 감상이 있다
'메드로, 흔히 모드레드라고 불리는 인물은 웨일즈 전승에서 그다지 부정적인 인물은 아니며, 오히려 영웅에 가깝다'
초기 전승과 기록들을 모아모아 비교한 메드로의 기록은 다음과 같다. 메드로는 웨일즈에서 고귀한 가문의 후예며(때때로 아르수르의 친척으로도 나온다) 수많은 선행과 공적을 행한 영웅이다. 캄란 언덕에서 아르수르와 싸워 서로 죽고 죽였다. 마지막의 행적을 제외하면 부정적으로 보일 행동은 없고 실제 연구자들은 일관적으로 모드레드의 원형인 메드로는 반동인물일 뿐 악당으로 볼 행적이 없으며, 오히려 영웅에 가깝다고 지적한다.
그러면 영웅 메드로는 어째서 악당 모드레드가 되었을까?
일반적으로 세계사에서 대충 이놈들을 나쁜 놈으로 찍어두면 맞다. 이번에도 이놈들이 원흉인건 맞지만...
이번에 진짜 원흉은 이놈들이다.
앞서 언급했듯 모드레드를 처음으로 악당으로 묘사한건 영국의 수사 몬머스의 제프리가 그전까지 웨일즈의 구전 전승이던 아서왕 전승을 문서화한게 최초다. 여기서부터 영웅 메드로는 반역자 모드레드로 매도되며 어느정도의 이미지 하락을 겪는다
이후, 영국의 왕비이자 남프랑스 최대의 실력자인 엘레오노르 다퀴텐 여공작에 의해 아서왕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는다(엘레오노르는 음유시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음유시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남프랑스와 영국 궁정이 통합되면서 그전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양으로 서로간의 문학이 교류되기 시작한거다.
이 영향으로 전사 전통이 강건했던 웨일즈와 잉글랜드에서 아서왕은 강력한 투사였지만, 그런. 전통과 거리가 먼 대귀족들의 사회던 남프랑스 문학에서 아서왕은 심약하고 늙은 지도자로 바뀌는등 아서왕 이야기는 그 근간이 바뀌어갔고, 이는 모드레드 역시 피할 수 없었다.
그 결과 당시 기독교 사회에서 붙을 수 있는 나쁜건 다붙었다. 남매간 근친상간의 결합물이며, 아버지에게 반역을 일으키며 양어머니를 폭행하고 취했다. 또한 아버지와 서로 죽고 죽인 거에다 후에 창작된게 분명한 여러 아서왕의 궁정 소속 기사들의 무용담에서 악역으로 나오는건 덤이었다(이시기 이런 피해는 웨일즈 전승 시절부터 존재한 아서왕의 부하전사들의 공통점이었는데, 대표적으로 가웨인을 들 수 있다)
이런 프랑스의 시인들의 변형은 영웅 메드로의 혈통을 떨궈 사회적 위신을 망가뜨리고, 행적에 나쁜 점을 대폭 추가시켜 영웅에서 대악당에 패륜아로 굴러떨어지게 만들었다. 메드로가 실존인물이었다면 더 환장할 점은, 또 이런 왜곡이 엄청 퍼져나갔단 거다. 막장 드라마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과 비슷한 점이 있던걸까? 사람들은 더이상 아서 왕 전설의 근간을 웨일즈에서 찾지 않고 프랑스 시인들의 어레인지가 들어간 판본으로 찾고 즐겼다. 그 결과 영웅이었던 메드로는 반역자 모드레우스에서, 희대의 패륜아에 대악당 모드레드로 굴러떨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남프랑스 시인들의 어레인지가 정설이 되면서 후대 창작물도 패륜아 모드레드로만 모드레드를 묘사했는데, 대표적으로 페이트가 있겠다
란슬롯의 풀네임은 Lancelot du lac (호수의 란슬롯)으로 당연히 프랑스어 이름임.
아내도 ntr 당하고 왕국도 조진 아서왕이 아니고?
근첩-0197210951
프랑스로 퍼지면서 랜슬롯, 갤러해드등이 편입되고 트리스탄같은 타 무용담의 등장인물도 편입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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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첩-0197210951
란슬롯의 풀네임은 Lancelot du lac (호수의 란슬롯)으로 당연히 프랑스어 이름임.
근첩-0197210951
프랑스계통 트루바도르들이 아서리안 레전드를 각색하면서 게일계 영웅들(주로 퍼시발, 거웨인)의 영웅담은 란슬롯에게 몰아주고 걔들은 찌질이로 만들었음.
근첩-0197210951
대충 원전들의 기원을 말하자면 아서, 거웨인, 베디비어, 모드레드 = 켈틱계 퍼시벌 = 켈틱계이지만 게르만계통에서도 옴 랜슬롯, 가헤리스, 가레스 = 프랑스계 갤러해드 = 크리스천 전승
트리스탄도 켈틱/게일계이지만 게르만쪽의 영향이 있음.
오.. 재밌는 이야기네
원작 아서는 씹새키가 맞는 이유? 색슨족이 화친하자고 해서 앵글로 일부 부족이 화친해서 동화되어 살고 있는데 아서가 색슨족을 몰살하자고 해서 화친한 앵글로 일부 부족을 학살함! 그러면서 동화된 색슨족들이 했다고 지ㆍ랄해서 전쟁 장기화!
결국 대다수의 원탁의 기사들 전멸하고 원전 모드레드(메드로)가 나서서 아서왕 부족들을 전멸시키고 아서 죽이고 남은 동화된 색슨족들과 바이킹 물리치는 이야기 였음. 그걸 엘랑이 개판했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