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그렇잖아요? 아니 솔직히."
"너, 너... 무슨말을..."
뱀파이어 조사를 진행하던중 있던일이였다.
제국 최남단의 숲속에서 에나츠와 모험가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이 실레르라는 엘프 여성.
일단 크다. 몸이 상당히 길고 다부진 몸을 가지고 있다.
키는 적어도 7피트 안밖은 될법하다.(2.1미터)
몸은 깔끔하고 윤기나는 은빛 갑옷으로 무장해있으며 하늘빛 천으로 된 장식이 온몸에 수놓아져 있다.
머리는 흑단처럼 검고 윤기가 나며 눈은 크고 루비처럼 붉고 피부는 함박눈처럼 새하얀 모습이여서 겉보기에는 곱상한 귀족 아가씨 같으나...
어째서일까.
그토록이나 곱상한데도... 흉터 같은 "실전" 의 자국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서려있는 위압감.
그것은 자신의 키와 은빛의 갑옷과 더해져서 마치 그 엘프 자체만으로도 일종의... 거대한 검의 형상을 보는듯하다.
그리고 이런 그녀에게 패기있게 이의를 제기하는 한 모험가의 이름은 벨이라고 한다.
그리고 리더를 포함한 다른 이들은 얼어붙었다.
"그렇잖아요?
엘프씨의 위용은, 물론 그쪽과 같이 모험하면서 사실상 얹혀사는 신세인 저희나 저로써도 충분히 인지하고는 있어요.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괴물 사냥이라든가 야만적인 다른 적을 상대할때일뿐."
"마치 그대들은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것처럼 말하는군."
"...네."
벨은 망설이지않고 자신의 소총을 꺼내며 대답했다.
"인간을 순식간에 트롤에게 먹히는 존재에서 트롤조차 사냥할 존재로 격상시켜준 문명의 이기로 만들어준 이 총이라는 물건 말입니다."
"호오."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일단 작죠. 화살에 비하자면 터무니없이 작습니다.
총알도 화살촉에 비하자면 턱없이 작고 동그랗습니다.
그런데 이런게, 물론 팔다리나 조금이라도 다른데라면 말이 다르지만, 한방이라도 눈알에 제대로 맞춘다면 오크든 트롤이든 한방에 죽일수 있다고 합니다.
엘프를 비방할 생각은 없지만 저희는 이런 총 이라는 터무니없는 무기를 드워프들로부터 전수받으면서, 문명으로써 강해졌죠. 하지만 제가 듣기로는 엘프는 아직도 활 이라는 무기에 의존하면서 검술이니 뭐니...
조금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 말이죠?"
"..."
터무니 없는 발언들이 상대방을 찌른다.
물론 다른 일행들이라고 그런 생각을 한번도 안해본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생각만으로 남아야하는 말도 존재하는법.
아니 그리고 그래 그말은 맞다고 해도, 산사태만큼 거대한 덩치의 와이번 대가리를 혼자서 쪼개는게 저 엘프다. 그리고 그 모습을 모두가 봤다.
그런 엘프가 뭐라고 말한들 감히 반박을 제시할수나 있을까?
리더인 에나츠조차 이 상황이 제대로 인지되지도 않아 먹던 양갈비조차 손에 들고서 바라보기만 할때 일행의 막내인 하트윈이 나지막히 말했다.
"으헤... 활과 화살을 쓴다고 발전이 없다니 옆에서 석궁 쓰는 제가 다 무안해짐다."
"넌 상관없잖아!"
"후후후후..."
그때였다. 그 말을 듣던 엘프 실레르가 재미있다는듯 웃었다.
"우리가 나태해졌다? 우월성에 빠져 길을 잃었다는것처럼 들리는군."
"예? 아, 아니 뭐 그런뜻은 아니라도..."
"아니, 네놈의 말이 온전히 틀린것은 아니다.
그래, 총은 화살에 비하자면 더없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 적에게 맞는 무기.
화살로써는 상대가 될리가 없지.
다만."
"다만?"
"무예라는것은 단순히 그것만이 아닌법.
단순히 싸움을 위한것이 아니지.
검이라는것은 길.
스스로를 더없이 연마하고 또 날카롭게 벼리면서 결국에는 오체 그 자체를 검으로 벼려내는것.
한명의 풋내기를 어엿한 전사로 꾸며내는것.
나로써는 세상에 더이상 적수랄만한게 적지만, 단순히 비교, 단순히 죽이기만을 위해 연마한것이 아니니라."
"아 진짜 말많네. 그래서 총 한방에 죽어요 안죽어요?"
"!"
"야 벨! 너 진짜 그럴래? 너 엘프씨한테 무슨 그런 무례를...!!"
벨과 실레르의 대화중 벨이 그녀의 철학에 지겨움을 토로하며 무례하게 말하자 오히려 리더였던 에나츠가 벨에게 호통치듯 말했으나...
"쓱..."
"괜찮다. 상관없니라."
"엇... 아니 엘프씨...!"
"내 인간이랑 오래 살았건만 인간이 가장 좋아한다는 수평적인 비교. 그것을 실로 좋아한다는걸 잊고있었군.
그래 말이 길었구나. 총 한방에 내가 쓰러진건만 검이고 뭐고 무슨 의미냐고 했다?"
"아? 아, 네! 아무리 강하다고한들 그건 야만적인 적을 상대할때일뿐 실질적으로 총에 맞아보신적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맞았다기보다는 부딛쳤다에 가깝니라."
"네?"
그러자 실레르가 말했다.
"나는 천하제일. 검의 끝을 봤기에 모든 엘프로부터 소드 챔피언이라는 직위를 하사받았니라. 그런 나다보니 수많은 무기 수많은 적들을 상대로도 검으로 승부를 봐야하기에 초절정의 수준까지 스스로를 연마했지.
그렇다보니 수많은 무기를 상대로도 당당히 맞설 방법을 찻았고 그 방법중 하나가 속도.
궁극의 속도를 넣었으니 힘은 부차적으로 따라올 따름이지.
내가 만약 돌진하는중이라면 총이든 화살이든 내몸에 맞지않고 튕겨나가거나 부딛쳐 찌그러지니라. 설령 그 총탄이 눈알에 닿는다 해도."
"...네???? 뭘 한다고요???"
"의심된다면 시험해봐도 좋니라? 네놈이 당당히 보여준 그 총으로."
"아니... 무, 무슨..."
터무니 없는 발언이 너무 당당하게 일행들에게 전해지자 모험가들은 조금 혼란스러워했다.
물론 강함은 의심할 여지가 없긴한데...
몸이 강철로 된것도 아닌데 단지 속도만으로 쳐낸다고?!
벨이 말했다.
"...하! 하하 이거 원 엘프씨의 허새에는 당해내지 못하겠..."
"심박수가 늘었군.
겁을 먹었느냐?"
"... 진짜 쏴도 되는겁니까?"
아까부터 묘하게 깔보는듯한 말투에 특유의 넘처나는 자신감을 주체하지 못해 얼굴로 나오는 저 재수없는 미소.
그리고 도발까지.
평소라면 저정도는 넘어갈 남자였으나 벨은 이번만큼은 인내심을 보일수 없었다.
실레르는 어느덧 앉았던 그 모습은 어디로가고 어느세 당당히 서있으며 자세까지 취하고 있었다.
정말로 한방 쏴버릴듯한 모습에 일행중 한명이였던 울프렌이 리더 에나츠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야 진짜 말려야하는거 아니야? 저러다가 누구 하나 진짜 잡겠어...!"
"....끄응...
더이상 엎질러진물이야. 저자식의 무례도, 그리고 그걸 받는 엘프씨의 저 호언장담도.
우리가 끼어들 틈은 없어."
"아, 아니 무슨...!"
한편 벨 역시 자세를 잡고있는 실레르를 향해 소총을 장전하며 말했다.
"저로써는 무슨 꿍꿍이 인지는 알턱은 없지만. 지금이라도 무르셔도 좋아요? 아니면 총을 피하신다든가... 그것만으로도 대단하니까."
"물론 피하는 방법도 있지.
하지만 이것은 승부다. 있는 그대로의 정면승부.
있는데로 무례를 떨어놓은 네놈이 무르지 않을까 오히려 내가 걱정된다만은."
"...하! 하하... 이런 씨...ㅂ...
좋아요. 둘다 무르기 없기?"
모두가 알았다.
시비를 건것은 벨이였다. 하지만 지금 스스로 빠져들수밖에 없게 만드는건 실레르의 쪽.
흐름을 만들어내는 기술이 있는것이다.
조용한 바람이 불었다.
벨은 방아쇠에 손을 걸치고 그대로 정확하게 엘프의 눈을 조준했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자 공이치기가 화약을 불태웠고 지켜보는 일행들은 눈을 질끈 감을수밖에 없었다.
"...탕!"
"탱!!"
"붕!!!"
흔히 번개가 치면 소리가 나중에 들린다고했다.
일행들이 그러했다. 총소리와 동시에 무언가 강풍이 불었으니 그것은 엘프씨가 만들어낸것.
돌진만으로 그런걸 만들어낸것이였다.
그와 동시에 무언가 쇳소리도 들렸다.
"바, 방금 무슨!?"
"뭐, 뭐야!?"
"오랜만이여서 예전보다는 약간 느려지긴했군."
"무, 무슨...
!!!!!"
혼란스러움 속에서 딱 한가지 유일하게 그 혼란을 잠재울게 있었다.
엘프씨의 손 안에 찌그러진 총알이 있었다.
"뭐야 이거!!!!!!"
"네놈이, 네놈들의 동료가 쏜 권총에서 나온 탄환이다.
정확하게 눈보다는 미간에 맞았더군. 여기 보이느냐?"
"아, 아니... 진짜...라고?"
못믿겠다는듯 증거를 내놓으라는듯이 일행들이 미간을 확인했으나 정말로 미간이 살짝 까져있었다. 마치 가려워서 긁은듯...
당혹감과 혼란속에서 하트윈이 말했다.
"어떻게 하셨슴까!?!?!?"
"길고 충분한 수련이다. 길을 닦으며 말이지. 말한들 이해할순 없겠지."
"와... 아, 아니 무슨..."
"아니... 아니 잠깐만!!"
그때 벨이 말했다.
"누, 눈으로 받아낸 총알은 아니잖아?! 그, 그렇다면...!"
"그거야 네놈이 제대로 못쏜 탓이지 승부에 임해준 내 탓이느냐?"
"아니...! 않..........
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그러나 괜한 객기는 실레르의 말에 의해 잠재워졌다.
리더는 문득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
여전히 평소같은 미소를 하고 있었으나 귀는 나비의 날개처럼 팔랑거렸으니 기분이 좋다는 신호였다.
***
파훼되지않는 기술은 없으나 이 세상에 속도만이 파훼되지않는다.
이렇게 된 이상 120mm 날탄을...
총이 막혔다면 더 강한 총을 꺼내면 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