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를 버티기 위한 돈을 모으던 편돌이 시절
Spc인가 그 사건이 터지기 전 포켓몬빵은 발주가 들어오자마자 쏜살같이 팔려나가곤 했다
그중에서 포켓몬빵에 광적으로 집착하던 안경쓴 어린 아이는
발주가 들어오는 10시 반에 딱 맞춰 기다리며
나에게 포켓몬빵이 들어왔는지를 설레이는 시선으로 물어보곤 했다
포켓몬 빵이 팬텀 초코빵빵 하나밖에 안 들어오던 날
그 아이는 여느때처럼 빵을 잽싸게 집어 교통카드로 결제를 하려 했으나
안타깝게도 교통카드에 잔액이 없어 결제에 차질이 생겼고
그 기회를 틈타 다른 까까머리 태닝 초딩이 그결 낚아채는 일이 일엄났다
안경쓴 초딩은 "그 팬텀 초코빵빵은 내가 점찍어놨다"라며 화를 냈으나
까까머리 태닝 초딩은 "어쨌든 내가 결제했으니 내 것이다"라고 일관했고
점점 말싸움의 감정이 깊어지며
주위의 친구들이 몇몇 모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패싸움으로 이어지기 직전의 상황까지 치닫았다
결국 두 패거리는 안경초딩과 태닝초딩이 맞짱을 떠서
이기는쪽이 초코빵빵을 차지하기로 합의하였고
패거리들은 결투장소인 근처 공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10시간의 지루한 편돌이 알바중이었던 나는
이 씹꿀잼 상황을 절대로 놓칠 수 없었고
바로 콘소메맛 팝콘을 집어서 해당 공원으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그곳에 마주한 광경은 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상황이었다
안경초딩과 태닝초딩이 씩씩거리면서 화내는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서로 미안하다며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초코빵빵을 가져가라며 서로에게 권하다가
스티커는 패거리에서 제일 어린 막내가 가져가고
빵은 패거리가 돌아가면서 한입씩 나누어먹는
정말로 따뜻하기 그지없는 엔딩을 보게 되었다
난 콘소메맛 팝콘을 든 내 모습을 보며
뒷통수에 망치를 한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나는 알게 됐다
현실에서의 아이들은 그저 개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꺼낸 말과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의리 조차도 없음을
난 1700원짜리 콘소메맛 팝콘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다시 지루하기 짝이 없는 편의점으로 힘없는 발걸음을 옮겼다
거기선 돈이라도 쥐어주고 싸우라고 해야될꺼 아니냐!(아무말)
기원전부터 이어내려온 말인데 진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