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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편의성을 위해서 임체를 사용함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또 갑자기 생각나서 하나 더 적어보는 중임
내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정작 내 이야기보단 내 친구들의 이야기가 더 재밌어서 친구들 이야기를 적어봄
위에 나온 랄부썰매 이야기에 나오는 친구의 이야기임
그리고 이야기는 정작 자기 군대에 있을적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하고
다시 군대에 잠깐 가게된 이후에 벌어진 이야기임
정확하게는
전역하고 이런저런 일로 취업전선에 서게 될 수 밖에 없던 내 친구는
편의점 알바부터 시작해서 어쩔때는 전단지, 발렛파킹 등등... 여튼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었음.
물론 일이란게 사람 생각대로 되는게 없다고
어디 한곳에 쭉 있을만하면 잘리거나 갑자기 교체되던 시기.
어찌저찌 치킨집에서 알바를 하게 된 친구는 홀서빙부터 틈이 나면
주방에서 사이드메뉴 만들기 + 튀김기 사용법을 익혀왔고 나름 실력도 쌓이던 시점에
점장님과 다른 알바생 분과 함께 갑자기 본사에서 보내준 트럭을 타고 어딘가로 보내졌다고 함.
친구는 대학축제나 아니면 지역 운동회를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그게 군대였음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사단장이 뭔가를 해서 다른 대대 전부가 모였다고 들었고
그래서 그런지 사단장이 통 크게 치킨을 대대에서 온 전 장병들에게 1인1닭을 하겠다고 하며
정말 어마어마하게 닭을 튀켜야 했다고 함.
한마리 튀길때 총 두번을 튀기는데 그걸 한사람당 하나의 닭으로 계산하면
어마어마한 양을 한번에 몇마리인지 모를 정도로 튀겨야해서 이제 배우기 시작한 친구는
기름에 데이기도 하고 하마터면 장갑마저 튀길뻔하고 실수도 했지만
그래도 이게 나름 군인으로 힘들게 생활하던 자기와 같던 사람들에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나름은 뿌듯하기도 해서 흐뭇해했다고 함.
근데 또 군대인지라
거기서도 해먹지 않으면 또 인간미, 아니 긴빠이의 미학이 아닌지라...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간부들이 열심히 튀기고 있던 친구과 알바생 그리고 점장에게
- 우리 00쪽 00인데 치킨 좀 줘봐, 냄새 좋네.
놀랍게도 반말을 까면서 치킨을 내놓으라는 간부들이 슬금슬금 나타났다고 함.
근데 이게 군인이라면 계급이 깡패고 진급은 목숨줄이라 통할텐데 정작 셋 다 민간인인데
대놓고 반말에, 치킨 달라고 하니 친구는 어처구니 수준을 넘어서 얼이 빠졌다고 함
근데...
- 아, 소리 못들었냐? 군대에서 소리 들리기전에 움직이는 거 몰라? 너 상관 누구냐? 어?
늘 그렇듯 이런 장교들 밑 수준은 그 나물에 그 밥이란 말처럼
아니, 이번에는 치킨이니까 그 브랜드에 그 닭 호수 크기처럼 딱 그정도 수준의 인간미만의 종자들이 있었고
그치들은 친구네를 그저 치킨 좀 튀기는 병사들로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런거였음.
자신과 같이 일하는 알바생은 20대니까 그렇다쳐도
점장님은 아무리봐도 중년인데 저렇게 강짜를 두는 걸 보고
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는 찰나. 점장이 먼저 말하길
- 죄송합니다. 빨리 드렸어야 하는데, 좀 늦게 튀겨서요....
실례지만 어디서 오셨는지 먼저 말씀하시면 먼저 드리겠습니다.
라고 먼저 저자세로 굽히면서 윽박지르는 간부들에게 웃으면서 말씀하더라는 거임.
그렇게 먼저 저자세로 나오니 이 양반들은 당연한 일을 하는 것 처럼
금방 튀겨진 치킨들을 수두룩하게 집어가기 시작함.
그리고 그걸 보던 친구와 알바생은 저래도 되는건지 걱정하면서
정작 평온한 얼굴로 뭔가 적으시는 것 같은 점장과는 다르게
곧 있으면 올 군인들한테 돌려야 할 치킨이 적을 것 같아서 걱정했고...
그 걱정은 아니나 다를까, 몰려든 장병들에게 돌아갈 치킨은 정말 1인1닭하기에 수없이 모자랐고
자기들은 한사람에게 하나씩 돌아갈 치킨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정작 치킨이 모자라서 없다는 말에
다들 어리둥절한채 그 자리에 서있는데
저기서 사단장이랑 예하 간부들이 오더니 점장에게 이 상황에 대해 물어봤다고 함.
- 무슨일이십니까?
- 죄송합니다, 준비한 치킨이 다 떨어졌습니다.
- 치킨이 없다고요? 아니, 분명 이백여명분 하고도 더 넉넉하게 준비해달라고 했는데요?
- 예 정말 죄송합니다. 준비해둔 치킨이 다 떨어졌습니다.
이렇게 상황을 파악한 사단장은 갑자기 치킨이 동났다는 점장님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는지 분명 자신은 주문한 약 이백인분의 치킨이 이렇게 떨어졌다는 사실에
그럴리가 없다며 더 물어보기 시작했고 점장님이 대답하기 시작했다고 함
그것도 아까 가져갔던 사람들 이름과 계급을 적어둔 종이를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상황을 파악한 사단장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정말 죄송하다면서
그 간부들 전부 부를테니 이번일은 정말 죄송하다며 끝내려는 찰나에
- 장병들 치킨을 먹여야지요. 그렇게 저희랑 미리 사전에 말 맞춰서 거래하고 계약한거 아닙니까?
- 아니, 그... 치킨 전부 다 쓰신거 아니십니까?
- 저희 지점은 다 썻지만 본사에 말하거나 다른 지점에서 미리 말하면 추가 발주됩니다.
- 아, 정말 고맙습니다. 그럼.
- 그래서 말인데요...
이것까지 해서 3배입니다.
그 소리에 사단장은 뭔소린지 모른채 얼타고 있다가 그게 무슨 소린지 알고
친구가 보는 앞에서
세배요?!
하면서 기겁했다고 함.
하지만 점장은 요지부동으로 그저 세배를 줘야 추가물량 됩니다.
그전까지는 저희도 못 드립니다. 하면서 자기의견을 주변에 피력했고
하필이면 주변에는 치킨을 못 먹은 병사들이 널려 있던지라 이 소리는 금세 주변으로 퍼지게 됨.
처음에는 아니 그 세배는 좀... 하던 사단장도
주변을 스윽 둘러보더니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고는
다시 시뻘겋게 얼굴이 변하더니 알겠다면서 바로 결제하겠다며
치킨을 추가로 부탁한다고 점장에게 말했고 점장은 콜라도 1병씩 추가한다면서
이것도 추가 계산 해야하는거 아시죠?
라고 말하면서 아직 꺼내지 않았던 콜라들도 계산했다고 함.
사람좋은 웃음이 아니라 이것까지 전부 계산해둔 걸 알았을때
친구는 이 점장님은 아예 처음부터 삥 뜯길때 계산하고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 깨닫고는
이렇게 돈을 벌어야만 사회에서 점장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고 함.
그 이후로
다른데서 추가로 발주해 준 치킨을 또 튀기느라
기름의 열기에 익어버릴 뻔 했지만 결국 어지저찌 장병들에게
1인 1닭 + 콜라까지 전부 나눠주는데 성공했고 그렇게 마무리로 뒷정리를 하는 동안
아까 치킨들을 삥 뜯어갔던 간부들이 슬금슬금 오더니
점장앞에 서서는
- 아까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면서 다들 사과했다고 함.
아마 가져갔던 치킨뜯다가 사단장의 버스터콜에 ㅈ된거 같던데
민간인이지도 모르고 객기부렸던 걸 생각하면 친구는 전혀 불쌍하지 않았다고.
그런데 정작 점장은 그 간부들을 보더니
- 말로만 하실건가요?
- ...예?
- 치킨을 드셨으면 치킨값은 주셔야죠? 그걸 그냥 가져 가셨잖습니까?
- 에...?
다들 치킨값을 내놓으라는 점장의 말에 아무말도 못하다가
누가
→그건 전부 사단장님이 계산한 거 아닙니까?
라고 말하자 갑자기 좋은 얼굴로 웃음을 잃지않고 말씀하시던 분이
갑자기 극대노 하시면서
- 아니, 그러면 댁들은 그걸 장병들에게 먹이는 걸 알고서도 가져간 겁니까?
그건 애시당초 병사들건데 댁들이 무슨 이유가 있다고 그걸 가져가!
- 그래도 이미 계산은
- 계산이고 나발이고! 니들이 진짜 죄송한 마음이 있었다면 말로만 사과하러 왔냐!
뻔히 눈칫밥 먹으면서 속으로 쌍욕하려던거 다 아는데 뭔 개지1랄이냐!
나도 니들 생리 다 아는데
이딴 취급할 거면 나도 기자한테 알리고 사회에 다 알리겠다!
하면서 저리 꺼지라고 니들 사과 ㅈ도 필요없으니 돈 내던지
아니면 사회적으며 병1신되던지 선택하라면서 큰소리 치기 시작했다고...
근데 군인 vs 민간인은 결과가 당연히 뻔했고
그 간부들은 결국 가져갔던 치킨값을 전부 지불해야 했다고 함.
적어놓던 메모에
누가 얼마나 가져갔는지도 다 적어놨기에
누가 덜 내는지도 알아채고 역정을 내며 돈 당장 정확하게 내라고 호통치면서
그날 매상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고 나랑 치킨먹으면서 썰을 풀었음
듣고나서 이게 진짠가 싶었는데
친구는 어떻게 그렇게 돈을 뜯을 수 있었는지도 궁금했지만
사잔당한테서 돈도 뜯고
재고 남아돌던 다른 점주분 재고도 털어서 도와주고
자기들 뜯어 먹으려던 간부들한테 한번 더 뜨는걸 보고는
조조한테서 10만개의 화살을 뜯어낸 제갈 공명같던 점장이야말로
진짜 제갈 공명의 화신이 아닐까 하면서 나한테 썰을 풀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