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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베스트 간거 아직도 신기함
오늘도 날이 밝았다.
로마의 하층민들이 모여 사는 3층짜리 인술라가 빼곡히 매우고 있는 오물이 넘쳐나는 수부라 지구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 수포로 돌아간 다음엔 이곳에는 희망이 사라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바로 펑거시우스의 농장에 대한 수부라 지구의 우선 채용이었다.
그가 버섯이 감춘 비밀들을 파해치고 버섯을 재배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로마 시민이라면 누구나 암암리에 알고 있는 '명목상의 비밀' 이었다.
물론 그 성장 조건이나 핵심 기술등은 누구도 따라 하지 못 하는 상황이었지만.
가령 버섯에 뿌리는 특수 비료의 제작법이나 버섯의 생장 조건 등
잡설은 각설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수부라 지구의 사람들 모두는 펑거시우스의 농장에 소속되기를 꿈꿨다.
노예가 아니지만 끼니를 챙겨 주고 임금은 어지간한 일들보다 높았으며 일의 난이도는
단순 반복작업만해서 매우 지루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어려운 일들도 아니었다.
또한 밀과 콩, 보리 농사쪽 인원으로 차출된다고 하여도 그리 큰 손해는 아니었다.
보리 꿀로 만든 사탕이라는 것을 받을 수도 있었고 이를 팔아 돈을 벌거나 영양을 채울 수도 있었다.
감미품은 로마시민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사람이라도 매우 바라는 것이니.
"그러니까 제발 내가 뽑혔으면 좋겠는데"
"이봐 누군들 안 그러겠어? 난 솔직히 무료 급식소 배급원 자리라도 얻었으면 하는데
최소한 굶기지는 않을 것 아냐"
"하긴 그 부자 펑거시우스니까 이 수부라 지구 사람들에게 매일 무료 급식소를 운영할 수 있는 거겠지."
"물론 수부라 지구 모두가 먹을 양은 되지 않는다지만 솔직히 여기 사람들 중에서 버섯 콩죽 한 끼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잖아"
콩치즈...아니 두부를 넣은 버섯 된장찌개를 먹지 않은 수부라 사람은 없었고
때때로 기념일이나 펑거시우스의 가족들의 생일에 나오는 보리 엿을 아껴먹는 경험은 누구나 한 일이었다.
때때로 수부라지구 바깥의 사람이 궁금함에 한번 먹으러 왔다가 얻어맞고 도망치는 상황을 본 것도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이었고
그나저나 펑거시우스 이 사람은 대체 얼마나 돈이 썩어나길래 이런 자선을 벌이는 걸까?
"이렇게 뿌리는 돈이 다 우리의 재산이 될 겁니다."
루키우스가 말했다.
"난 아직도 모르겠다 아들아, 돈을 아끼고 모으는 것만이 돈을 모으는 것으로 아는 나로서는 네 생각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구나"
그러나 루키우스의 아버지는 옛날 기준으로도 옛날 사람이었고 밑바닥 경험으로 인해 저축 검약을 미덕으로 아는 사람이었다.
"생각해 보십시오 아버지, 저희가 돈 빼고 뭐가 있습니까? 권력? 뒷배? 우리를 뒷밭쳐줄 지지자가 없다면 우리는 언제 먼지처럼
흩날려도 알아줄 이가 없을 것입니다."
루키우스는 빈민을 포함한 시민들의 지지를 믿고 있었다.
"그럼 이 낭비되는 돈을 모아서 어느 높으신 분들에게 바치면 안 되느냐? 그러면 클리엔테스(피보호자) 계약도 쉽게 맺을 수 있을 텐데"
그리고 루키우스의 아버지는 그 빈민의 지지를 받던 그라쿠스 형제가 개처럼 도살당하던 것을 직접 본 사람이었다.
"그건 쉬운 방법이지요, 우리가 망하기엔 말입니다. 처음에는 저희를 보호해 주다가 저희의 밑천마저 내놓으라며 나올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그들이 부리는 종이 되겠지요. 지금 저희는 뒷배를 둘 때가 아니라 우리의 몸값과 영향력을 키울 때 입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설득한 루키우스는 수부라 지구 무료급식소에 갔다.
"혹시 저 사람 루키우스 펑거시우스 아냐?"
"저 사람이 여긴 왜왔지?"
무료급식소에 급조된 연단 위에 오른 루키우스 펑거시우스 타이푸니우스
"반갑습니다 수부라 지구의 로마시민 여러분. 저는 루키우스 펑거시우스 타이푸니우스라고 알려진 사람입니다."
""루키우스 펑거시우스 만세!""
오랜 시간 동안 환호가 이어졌다. 그것은 순수한 의도도 있었지만 좋은 인상을 남겨서 먹을 것을 더 받거나
좋은 조건으로 고용될 수 있을까? 라는 속물적인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제가 드릴 말은 앞으로 제가 가진 비전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무엇인가요?"
"그것은 바로 이 로마의 앞날에 희망이 드리웠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이 나라 로마에는 희망이란 귀족과 부호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루키우스는 바로 그것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이 나라, 이 시대 로마에 다시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아니 어쩌면 전생에서부터
"하지만 그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습니다. 저라는 존재는 우리 같은 밑바닥의 하류층 인생일지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된 것입니다."
아니다 그는 신의 축복을 받았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가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닐 테니까.
"모두 희망을 가지십시오! 앞날에 대한 희망과 계획 없인 발전이나 개선이란 없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단 한 명의 영웅이 아닙니다! 영웅 그들은 이끄는 사람일 뿐 바꾸는 사람은 언제나 여러분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자신이 좋아하는 말이었다. 초인 독재가 불러온 미래의 참상들, 자신이 위버멘쉬라 여기던 이들이 불러온 지옥도를 그는 보고 듣고 겪어 봤다.
자신만이 민족의 구원자라는 콧수염 짝불알 보헤미안 상병과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는 반신반인부터 멋들어지게 혁명이라 부르자는 군인까지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 나라 로마에 거주하는 모든 이들이 굶주리지 않고 자급자족이 가능한만큼의 벌이가 생기는 것입니다.
굶주림과 가난을 비관하며 테베레강에 투신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기원전 436년 로마에 기근이 일어났을때에 많은 평민은 희망을 잃고 테베르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 나라 로마의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외치면서 자기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나라!"
로마 원로원이 그라쿠스 형제들을 참살한 이래로 로마의 시민과 빈민들의 외침은 원로원과 귀족들에게 닿지 않았다.
"저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 나라 로마의 안전을 지키는 병사들이 돌아왔을 때에 자신을 반겨줄 행복한 가정이 있는 나라!"
포에니 전쟁의 원정을 다녀온 장정들을 반기는 것은 장정이 사라져 가족 대대로 물려내려온 밭을 지주들에게 팔고
나아가 자신을 노예로 팔아버린 가족들이었다.
"부디 제 발걸음에 힘을 보태 주십시오, 부디 이 나라 로마에 희망이라는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저는 민회에 진출하고, 더 나아가 훗날 호민관 선거에 나가고자 합니다! 수부라 지구의 시민여러분, 부디 저를 지지해주십시오!"
""우와아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울려 퍼졌다.
기원전 436년에 로마에 기근이 일어났을때에 많은 평민은 희망을 잃고
(그들의 생명을 연장함으로써 고통을 당하기보다는 오히려 머리를 싸매고 몸을) (티베르)테베레 강물 속으로 [몸을] 던졌다.
이 구절은 로마의 혁명가와 그라쿠스 형제에서 따왔습니다.
물론 완전히 따라하진 않았습니다. ()가 생략/수정한 부분이고 []가 추가한 부분입니다.
로마의 혁명가와 그라쿠스 형제에서는 기원전440-439년이라고 하지만 기근이 있던 것은 맞으나
https://erenow.org/ancient/ancient-greece-and-rome-an-encyclopedia-for-students-4-volume-set/171.php
여기서는 436년이라고 하는 군요 그것 또한 수정했습니다.
보리 엿(갱엿, 혹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 엿)
버섯 콩죽은 상술했듯 버섯 두부 된장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