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어때? 이 기획안.”
모나티엄 시장 집무실, 자신의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엘레나가 묻는다.
“뭐가 이렇게 쓰잘데 없이 길어?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프로파간다용으로 연극을 하나 제작할건데, 내가 악역을 맡아 달란 얘기지?”
그 맞은편에 앉은 것은 다소 황당한 표정의 교주.
“과연 교주, 이해가 빨라서 좋다니까. 다른 녀석이었으면 프로파간다가 뭐인지부터 설명해야 했을텐데.”
엘레나가 과장스레 박수를 짝짝 치며 교주를 칭찬하지만, 그의 표정은 그다지 밝아지지 않는다.
“급한 일 있다고 해서 일정도 미루고 왔더니만 고작 그거야? 안그래도 교주 업무로 바빠 죽겠구만….”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인지, 교주가 벌떡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엘레나는 여전히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듣던대로, 요즘 교단 일이 많이 바쁜가 봐?
세계수 교단의 교주가 제대로 쉴 시간도 없이 일만 한다는 소문이 파다하던데.”
“...아픈 구석을 건드리기는.”
“사제장 성격 깐깐한건 온 엘리아스 인이 다 안다고. 요정여왕이 대책없이 사고만 치고 다니고, 그 뒷처리는 교주가 다 떠맡는다는 것만큼이나 유명하지.”
엘레나가 도발 아닌 도발을 던진다. 교주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서자, 엘레나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어나간다.
“이번 건은 우리 쪽에서 공식 서한 보내서 요청할거야. 외교 문제로 번질 수 있으니 사제장도 [잡무 떠맡겨야 하니 안된다] 같은 이유로는 거절하지 못하겠지.
물론 체류비용이나 품위유지비 같은 것도 모나티엄에서 전부 부담할거고. 교주는 하루 두시간 정도만 공연 연습하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보내도 좋아. 사실상 우리가 부르는 기간만큼 휴가를 얻는거나 마찬가지지.”
엘레나가 커피를 한모금 마시며 제안한다.
“...조건이 너무 좋아서 되려 수상한데. 그 대가로 뭘 원하는거지?”
교주는 눈가를 좁히며 물었다. ‘그’ 엘프가, 심지어 그중에서도 가장 약삭빠른 엘레나가 이런 제안을 하다니. 검은 속내가 있음에 틀림없다.
“말했잖아? 프로파간다라고.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내줄 수 있어. 그 이상의 이득을 거둘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있으니까.”
엘레나가 즉시 받아친다. 이 정도 질문은 진작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아, 그러고 보니 뭘 위한 프로파간다야? 그걸 안물어봤네.”
“요즘 엘프들이 너무 나태해지는 것 같아서 말야….”
교주의 물음에, 이번에는 엘레나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엘리아스의 평화에 너무 찌들었어. 우리 종족의 숙원인 모성 귀환에 대한 열망도 사그라진게 눈에 보일 정도야.”
“아, 맞아. 그러고 보니 너희는 엘리아스 토착민이 아니었지?”
“그래. 그래서 엘프들의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이번 기획을 준비한거야. 지구의 인간들에 대한 복수심을 일깨우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음… 하지만 인간을 악역으로 취급하는 연극무대에 지구 출신인 나를 세운다니. 그건 인류애적인 측면에서 좀…”
“이번에 새로 개장한 엘레나 테마파크 무제한 자유이용권.”
“어…”
“그리고 무조건 1등으로 들어갈 수 있는 스페셜 익스프레스 패스.”
“그, 그러니까, 내 말을 좀….”
“츄러스, 돈까스, 구슬아이스크림, 닭꼬치, 기타등등 전부 다 교환할 수 있는 식권 하루 10장씩.”
“사실 나 전부터 연극무대에 서보는게 꿈이었어. 잘해보자.”
인간으로서의 자존심, 동족애 등등을 핑계로 거절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미끼였다. 교주는 헤실헤실 웃으며 엘레나와 악수를 나누었다.
‘와… 테마파크라니…. 놀이공원 가본지 몇 년이나 됐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게다가 간식도 그렇게나 많다고? 이건 거절하는게 바보지.’
‘크크큭, 바보같은 인간! 연극을 바탕으로 퍼뜨린, 인간에 대한 반감을 무기로 삼으리라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그런 바보같은 표정이나 짓다니! 이곳을 떠날 때까지 너에게 외교적인 압력을 무지막지하게 넣어주마!
그리고 기대하게 해놓고 미안하지만, 테마파크에 네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는 하나도 없어! 키가 4피트 이하여야만 탈 수 있거든! 3인치짜리 미니 사이즈 츄러스나 씹으면서 네 어리석음을 탓해라!’
조금, 아니, 꽤나 동떨어진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이 제각기 다른 의미로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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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님 정말 귀엽고 사랑스럽지 않습니까 여러분?
엘레나님과 불공정 노동계약을 맺고 공기커틀릿과 묽은 아메리카노만 먹으면서 혹사당하고싶다
참고로 순애물임
엘레나가 행복해하는 일은 없었다. 교주가 자신의 자유 이용권을 에르핀에게 양도하게 되어 전술 병기를 맞이한 엘레나 파크는 도산의 위기를 겪게된다.
오늘의 음모는 어떤가? 별모양이다!
엘레나가 행복해하는 일은 없었다. 교주가 자신의 자유 이용권을 에르핀에게 양도하게 되어 전술 병기를 맞이한 엘레나 파크는 도산의 위기를 겪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