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이펙트 안드로메다는 출시 당시에는 많은 버그, 퇴보한 연출과 성우연기, 정치적 올바름 논란 등으로 인해 십자포화를 받았던 게임이다.
게임을 만든 스튜디오는 사실상 해체수순을 밟았을 정도로 팬덤의 실망이 컸는데,
하지만 사실 안드로메다는 정치적 올바름 따위 보다 훨씬 더 큰 문제가 있으니,
바로 지지부진했던 프리프로덕션 과정과 이로 인해 소프트 리부트에 걸맞지 못하는 허술한 기획,
개좇같은 DICE의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에 적응하는데 걸린 불필요한 기간,
그리고 이로 인해 나타난 공백을 극단적인 크런치로 채우면서 나타난 중구난방 개발과정이다.
앤썸 출시 이후 제이슨 슈라이어에 의해 폭로되었듯이 방향성이 부재한 장구한 프리프로덕션과 이로인한 실제 개발시간 축소,
그리고 프로스트바이트 엔진에 억지로 스튜디오를 욱여넣는 과정은 바이오웨어 몰락의 핵심적인 원인이었는데,
안드로메다 역시 이것으로부터 예외가 아니었고 결과적으로 게임이 날림이 되고만다.
매스이펙트 안드로메다의 개발이 얼마나 혼란스러웠느냐면 2017년 3월 21에 나온 게임이,
2014년 여름에 개발이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프로젝트 디렉터가 퇴사하는 사태(당연히 일반 개발자들도 지쳐서 퇴사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가 발생하고 만다.
원래 안드로메다가 2016년 후반기에 출시할 예정이였다가 17년 상반기로 연기되었으며,
14년 여름 당시 2년 넘게 개발에 돌입도 못하고 프리프로덕션만 하면서 죽치고 앉아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런 똥겜이라도 나온게 더 신기한 상황이였던 셈.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사실 들춰보면 자잘한 버그나 연출뿐만 아니라,
거시적인 구조에서도 극단적으로 시간에 쫓기고 크런치에 시달리면서 만들었다는 티가 난다.
그 중에서 가장 극명한 것은 매스이펙트 1의 복제품이나 마찬가지인 플롯이다.
매스이펙트 1과 안드로메다에서는
낯선 미지의 상황에 직면한 주인공이
한때 평화로웠던 행성에서 중요한 외계유물을 두고 은하계적 계획을 가진 빌런을 만나게 되며,
이후 은하계의 허브로 가서 지도자들을 만나 수많은 생명들을 구하기 위한 위험한 임무를 받고,
이후 허브를 떠나면서 지휘할 배와 승조원들을 얻게 되며,
처음에는 인간 바이오틱 능력자와 군인으로 시작하여,
아사리 고고학자와 거친 뒷골목 현실에 익숙한 튜리안,
잔뼈가 굵은 베테랑 노익장 크로건을 모집하며,
주인공은 이후 메인빌런과 플롯상 중요한 목표를 먼저 찾는 경쟁을 벌이며,
그 과정에서 메인빌런의 군대를 확장하는데 핵심적인 기지를 공격하여 파괴하고,
결국 메인빌런의 목표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지도자들이 허가해주지 않는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명령을 어기고 은하계 허브에 있는 친구들의 도움으로 탈주하며,
메인빌런을 쫓아 차량을 타고 추격하다 은하계의 비밀을 알게되며,
메인빌런은 선대 은하문명의 기술을 이용해 주인공 일행과 전투를 벌이다 사망한다.
여기까지도 감탄이 나올 정도로 유사한데, 마지막에 의원/대표를 플레이어가 지목하는 부분까지 동일하다.
매스이펙트 1은 무려 안드로메다 출시 10년전에 나온 게임이며,
더 치명적이게도 매스이펙트 팬들이라면 해봤거나 최소한 스토리는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사실상 3편의 엔딩에서 도망치면서 소프트 리부트를 선언하여 나온 게임에서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플롯이 유사한것.
이런 플롯 자체는 각본과 연출이 섬세하게 잘 짜여져서 기분 나쁠 정도로 기시감이 들지 않는 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상술했듯이 안드로메다는 그 정도로 기획이 잘된 프로젝트가 아니였으며 혼돈의 프리프로덕션 속에서 작가가 영입된 시점은 무려 2014년 연말이였다.
그러니까 프리프로덕션이 시작되고 2년이 넘고, 게임이 2년 뒤에 나와야 되는 시점까지도 스토리가 없었던 것.
즉, 이렇게 노골적인 유사함은 플레이어들에게 익숙함을 어필하기 위한 시도라기 보다는,
끝없는 크런치 속에서 벌어진 자가복제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사실 2014년 후반기까지 스토리 뿐만 아니라 내부 쇼케이스를 위한 미션이나 레벨까지 하나도 없었다고하니 곱씹어보면 게임이 나온것 자체가 기적이 아닐까싶다.
한때 너무나 뛰어났기에 더더욱 가슴 아픈 바이오웨어의 몰락.
생각해보면 바이오웨어의 몰락은 비효율적인 조직문화,
그리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조직원들을 쥐어짜는 행태가 기업에 얼마나 파괴적인지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아닐까 싶다.
지들이 봐도 개발 똥창난 거 같으니 pc방패에 비비려 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