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봉요원 601화 忠正何若 "충직하고 바른 이들을 무엇으로 보는가"
마초와 조운의 싸움이 한창인 기성(冀城). 분명 마초가 승리를 따놓은 당상이었는데, 상황은 갑자기 일변하여 서쪽 도심 구획의 성벽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나레이션 : 建安十七年, 馬超率衆戎族, 聯合張魯援軍, 攻佔隴西全境
건안17년, 융족 무리를 이끄는 마초는 장로의 원군과 연합하여 농서(隴西) 전역을 점령하였다.
나레이션 : 涼州各郡縣雖響應馬超而投降, 但也有不少密謀反抗
양주 각 군현이 마초에 호응하여 투항했으나, 적지 않은 이들이 비밀리에 저항을 모의하고 있었다.
원 역사대로 기성 각 군현이 마초에게 함락했지만, 뒤로는 반란을 모의중이라는 나레이션과 함께 무너지는 성벽을 빠져나가는 일단의 마차들.
알고 보니 이들은 기성(冀城)의 남은 주둔 병사들로, 무너져 내리는 성벽도 이들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성벽을 일부러 붕괴시켜 마초와 이민족들을 싸그리 압사시킬 계획이었던 것. 이들은 성벽이 무너져내리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지시한다. 마차들을 성 밖으로 빼내고, 미리 대기 중인 조구(趙衢), 요경(姚瓊), 공신(孔信) 병력과 합류시키고, 아직 기성에 남은 의사(義士)들을 구출하는 작업에 매진한다.
성 밖을 무사히 빠져나온 마차 무리에는 윤봉(尹奉)도 자리해 있었다.
윤봉 : 下散關是咱們提供的安置
하산관(散關; 중국 관중 일대의 관문 대산관大散關의 옛날 명칭)은 저들을 들이고자 우리가 마련한 곳이었네.
윤봉 : 日久失修, 是老夫安排好的『危牆』
장기간 수리를 방치해 놓은 것도 노부가 모두 안배해놓은 [위태로운 담장]이었고.
윤봉 : 原本想以此壓死敵人,
이것으로 적들을 압사시킬 작정이었건만,
윤봉 : 卻因救人而誤了大事...
사람을 구하는 데 쓰여 대사를 그르쳤어...
윤봉 : 眼看你們將死, 豈能袖手旁觀
그래도 눈앞에서 자네들이 죽어가는 걸 어찌 손 놓고 구경만 하겠나.
마차 안에는 윤봉 말고도 조앙, 왕이, 그리고 노사 조진(趙眞)이 있었다.
윤봉은 ‘기성 붕괴작전’의 책임자였던 모양인듯. 기성을 일부러 장기간 방치하여 성벽이 무너지기 쉽게 놔두고, 그에 발맞춰 마초를 함정인 기성(冀城)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윤봉이 왕이&조앙 일행을 구하기 위해 계획을 앞당겨 성벽을 무너트린 듯하다.
적기를 놓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눈앞에 죽어가는 사람을 가만 둬서야겠냐는 윤봉의 말.
지난 화에서 독가루를 눈에 정통으로 맞은 모양인지 왕이의 눈가가 검게 변했다.(시력이 손상 된 건지, 아니면 아예 맹인이 된 것인지?) 아무튼, 왕이는 윤봉에게 감사를 표하며, 기성에도 지사(志士)들이 남아있을 줄 몰랐다는 감탄을 뱉는다.
왕이 : 謝尹大人相救
윤(尹)대인께서 도와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왕이 : 想不到咱們涼州雖孤立無援,
우리 양주가 고립무원의 처지임에도,
왕이 : 但有心人卻比比皆是
뜻 있는 이들이 수두룩할 줄이야.
아직 독가루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해 떨리는 왕이의 손. 조앙은 그녀의 손을 살포시 잡아주며, 자신들 때문에 윤봉의 대계가 어그러졌다며 죄송한 눈치인데.. 정작 윤봉은 어차피 이딴 걸로는 마초를 죽일 생각도 없었다 한다.
윤봉 : 殺馬超只是妄想, 不過與敵俱亡之志時刻不忘!
마초를 죽이는 것이야 허황된 꿈에 불과하지. 그래도 적과 함께 죽으리란 각오는 항상 새겨두고 잊지 않고 있음이야!
윤봉 : 咱們與朝廷失聯, 無計可施下才假意投降
우리와 조정 사이에 연락이 끊겨, 어떻게 해 볼 방도가 없어 거짓으로 투항해야만 했지.
윤봉 : 但與你們一樣, 絶不容外族入我中原!
허나 자네들과 마찬가지로, 이민족을 우리 중원에 들이는 건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네!
윤봉 : 只是當下劉備插手, 那趙雲處事更是謹愼, 難以下手
허나 이제 유비가 개입해 왔고, 거기다 그 조운이란 자는 일처리가 신중하니 나서기가 어려워졌어.
중앙 조정과는 연락이 끊긴지 오래고, 기성의 뜻있는 사람들로서는 마초와 대응하기에 여력이 부족하여 결국 거짓투항을 택했다는 윤봉. 하지만 거짓 투항은 거짓 투항이고, 그와 별개로 ‘적과 동귀어진 할 것’이라는 각오는 항상 마음에 새겨두고 있다며 ‘의사(義士)’들 역시 조앙일행과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밝힌다.
하지만 윤봉은 유비까지 손쓰기 시작한 마당에 더더욱 나서기 어려워 졌다고 한탄을 토하는데, 왕이는 이에 반대를 표한다.
왕이 : 不, 那人絶非劉備手下趙雲
아뇨, 그 자는 절대 유비의 수하 조운(趙雲)이 아니에요.
왕이 : 大家也知道, 涼州根本沒人認識皇叔, 更沒見過趙雲
모두 아시다시피, 애초에 양주엔 황숙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며, 조운은 본 적 조차 없지요.
왕이 : 他們只是想借劉備之名, 爲其惡行美名, 壯其聲威!
저들은 그저 유비의 이름을 빌려 악행을 미명으로 덮어 저들의 위세를 돋울 요량일 뿐.
유비, 조운을 제대로 본 적 없는 기성 사람들이라는 점을 이용해, 마초&8기는 자신들의 악행을 덮을 작정으로 멋대로 유비의 명성을 빌려온 것이라고. 하지만 윤봉은 저들이 가짜이라 한들 딱히 뚜렷한 대책이 없기는 매한가지니, 자신을 비롯해 조구(趙衢)등 일행은 마초와 동귀어진(玉石俱焚)할 것을 선언한다.
왕이는 그런 윤봉의 결단을 살짝 말린다.
왕이 : 大人且慢, 涼州志士仍在, 這次咱們也算沒有白來
대인께선 서두르지 마시지요. 양주 지사들이 아직 살아있으니 이번은 저희도 헛걸음 하진 않은 셈이니까요.
왕이 : 既然尹大人一衆在馬超陣營裡, 那情況就不同
윤(尹)대인 일행께서 마초 진영 안에 계신다면 상황은 달라질 겁니다.
왕이 : 當下我倆願意向大人投降
이제 저희 둘은 대인께 투항코자 하니.
왕이 : 你們也暫別反抗馬超, 保留實力
잠시간 마초에게 저항하지 마시고 힘을 보존해 두고 계시길.
왕이 : 王異有一計...
왕이에계 계책이 하나 있으니...
<눈가가 검푸르게 변한 왕이. 시력이 손상된 것인지 맹인이 된 것인지...>
왕이 : 先投降, 伺機再反!
먼저 투항한 후 기회를 봐 다시 모반한다!
왕이 : 曹軍人强馬壯, 但至今卻無音訊, 實在可疑
전투력이 막강한 조조군에게서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는 것은 무척이나 의심스러운 바.
왕이 : 看來長安仍有人密謀!
장안에서 누군가 비밀리에 모략을 획책하고 있을 겁니다!
막강한 조조군에게서 이런 위급상황에서까지 잠잠한 것은 무척이나 미심쩍다며, 분명 암중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을 것임을 확신하는 왕이. 그녀의 확언과 함께 시점은 번석(요원화의 장인어른)&강유 쪽으로 옮겨간다.
요원화와 따로 떨어져서 도망치는 번석&강유지만 이들도 끝내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만다. 위아래로 완전히 포위된 상황. 꼬맹이가 저왕(氐王)을 인질로 잡은 일 때문에 독이 바짝 올랐는지 병사들은 둘을 갈가리 찢을 것이라 하며 포위망을 좁힌다.
이를 무력하게 쳐다 보고만 있는 강유. 그 순간, 번석이 강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묘한 말을 한다.
번석 : 老師知道你在想什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노사는 안다.
번석 : 如此絶境下, 一旦死了, 就什麼也沒了
이런 막다른 길에서 죽어 버린다면, 아무것도 가진 게 없게 된다고.
번석 : 我問你, 作爲大將, 此刻應該做什麼?
묻겠는데, 대장(大將)으로서 지금 상황에선 어찌해야 하느냐?
완전히 포위된 지금 어찌 행동해야 하느냐고, 강유를 재촉하는 번석. 이에 강유는 왕이와 같은 대답을 내놓는다.
강유 : 投降
투항하는 거에요.
강유 : 先投降, 伺機再反
먼저 투항한 후에, 기회를 봐서 다시 모반하는 거죠.
강유 : 既然蒙面人仍有求於我, 咱們可以將計就計!
복면인이 여전히 저한테 원하는 게 남은 이상, 저희는 상대의 계책을 역이용할 수 있죠!
번석 : 懂分輕重, 我沒白敎!
하하하, 경중을 분별해 낼 줄 알다니 그간 내가 가르친 것이 헛되진 않았구나!
번석 : 老師, 終於可以放心了
노사는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겠다.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도 냉정침착히 전략을 짜는 강유를 보며, 번석은 자신이 가르친 것이 헛되지 않았다며 웃음을 터트린다. 그리고...
去
가라.
강유 : 幹什麼, 我還沒有說完...
무슨 짓이에요, 제 말은 아직 안 끝났는데...
번석 : 去吧
가거라.
번석 : 不要落下家人, 記得找回母親!
가족을 빼놓아선 아니 되니, 어머니를 찾는 걸 기억 하거라!
지난날 동탁 휘하에서, 권력 싸움에 매진하느라 딸이 위험에 처했을 때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그녀를 구하지 못했던 번셕. 그는 부디 자신과 같은 결말을 맞지 말라는 회한 어린 말을 강유에게 남긴다.
번석 ; 要謹記, 親人才是最重要
기억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가족임을.
딸은 구할 수 없었고, 자신은 불구의 몸이 돼버리고, 목적이 있어 가문에 잠입했던 사위 때문에 가문이 망했지만, 또 그 때문에 어떻게 목숨을 부지하는데 성공했던.. 참 파란만장하고 한 많던 번석의 삶. 그는 지나고 보니 결국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강유에게 말한다.
강유는 도망치면서도, 자신과 번석은 ‘가족’이니 자신은 무조건 번석을 되찾아 올 것이라 외친다.
강유 : 老師你給我記住, 我會去找你!
노사도 기억해두세요! 제가 노사를 찾으러 올 거니까!
강유 : 弟子事師, 敬同如父, 是你說的, 咱是家人!
제자는 스승을 섬길 때 그 공경함이 어버이께 함과 같다 했다고, 노사가 얘기한 거잖아요. 그러니 우린 가족이라구요!
강유 : 要記住, 長安一直沒音訊實在是可疑!
기억하세요! 장안에서 지금껏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건 의심스러워요!
강유 : 依我所看, 此乃擾敵之計, 他們應該已派人前來...
제가 보기엔, 이건 적을 교란하기 위한 계책으로, 분명 저들은 이미 사람을 보내...
강유 : 探路!
길을 찾고 있을 거에요!
그는 바로-
등산왕 등애!
601화 작가의 말
一個敢於委曲求存的姜維,
스스로를 굽혀 살아남을 강유.
一個勇於探路破敵的鄧艾,
용기로써 길을 찾아낼 등애.
後三國終極宿敵隴西初見,
후삼국 최후의 두 숙적이 농서에서 처음 만나니,
最後, 亦由隴西打到蜀地,
종극에는 농서에서 시작해 촉 땅에 이르고,
巧合地, 死於同年同月
기묘하게도 같은 해 같은 달 죽음을 맞이하리...
등애가 좀 나이가 많았군
601화의 제목은 忠正何若입니다. 『초사』「칠간」편에 나오는 글귀라 감상글 쓸 때는 원전에 맞춰서 해석했습니다만, 이번 화 내용을 쭉 훑어보았을 때, 忠正何若를 글자 그대로 해석해도 적용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何若는 「칠간」편을 제외하고 글자 그대로 해석할 시 "어떻게 처신하는가"라는 뜻이 됩니다. 따라서 사전적으로 忠正何若는 "충직하고 바른 이들은 어떻게 처신하는가"라는 뜻이 됩니다. (왕이, 강유와 같은) 충직하고 바른 이들은 궁지(=막다른 골목)에 몰렸을 때 어떻게 처신하는가? 그 답은 601화의 내용이 보여주고 있지요. 훗날을 도모하기 위해 일단 투항한 뒤에 시기를 봐서 모반한다는 것. 이것이 충직하고 바른 이들의 처신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