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그렇게 아버지의 환상을 볼 정도로 효심깊은 인간이, 남의 종족을 멸절시키고, 자기 아들들도 죽게 놔두고
서로의 일가족을 모조리 쳐죽이며 피로 피를 씻는 기성전투의 본편이 나올 걸 생각하니,
본편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한숨만 나오네요.
충직하고 바른 이들은 어떻게 처신하는가[忠正何若]라는 질문을 충신 왕이에 대입해보면 자기 아들들도 과감하게 죽음으로 내몬다는 답이니..
에휴...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마초의 자업자득이지만요...
사족으로, 작중에선 신령과 연(緣)이 있다는 취급을 받는 마초지만,
정작 그 신선의 이끌림(導引)이란 것이 실상은 괴뢰 신세요,
기성 전투에서 제대로 된 승리도 얻지 못하고 패주하고,
시사여귀[視死如歸] 운운하지만 가족들이 죽을 때는 추하게 내빼 혼자만 살아남고,
‘신선을 믿겠다’란 마초의 호언과 반대로 둘째 아들 마추는 그 신선이라 자칭하는 장로한테 처형당하고,
촉나라의 빈객이 되서 서쪽 변경만 수비하다가 죽는 삶이 과연 신령이 보우해주시는 삶일지..
더욱이 그 '신선'이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베푸는 시혜가 다름 아닌 ‘장수(長壽)’인데 마초는 그 당시 평균 나이인 46세까지 살다 죽은 걸 생각해보면, 신선 본연의 역할마저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단 셈이니..
화봉요원의 마초는 남들이 짐승으로 취급하는 것에 민감해 하고, 효심과 형제애가 강해 곧잘 회한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짐승같은 모습을 버리지 않는 모순 때문에 작중 가장 인상깊은 인물 같아요. 가끔씩 보다보면 불시인이라는 표현도 그렇고 일부러 더 짐승같이 구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히려 그럴수록 마초는 완전한 짐승이 되는 것에 실패하고 이런 짐승도 사람도 되지 못한 어중간한 모습 때문에 자기 스스로 파멸로 향하는 느낌... 입촉 이후 마초의 행적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에 대해 유비가 마초를 견제하려 했다는 설, 지친 마초가 번아웃이 와서 다 포기한 것이라는 설 등 여러 추측들이 있었는데 진모작가의 마초 해석이 너무 마음에 들다보니 향후 유비 막하에 들어간 마초를 어떻게 묘사할지 더 궁금하기도 합니다. 76권 후어를 보면 화봉요원의 유비는 마초를 긍정적으로 ㅂㅈ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유비가 장료를 조조에게 귀순시켰을 때처럼 마초의 심중을 파헤쳐서 정신붕괴시킬지, 아니면 그냥 귀순시키고 한중 공방전에서 나름 써먹고 바로 팽할지 어떻게 될지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로 장비와 마초의 결투, 귀순 후에도 건방지게 구는 마초에게 분노한 관우와 장비, 자기를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키려 한이들을 마초가 고발한 일화들은 꼭 보고 싶습니다.
여러모로 연의의 복수귀 아들보다 정사로 어레인지된 그릇된 행보로 파멸해버린 인간쪽이 캐릭터의 깊이를 무겁게 해준거같은게 있네요
1. 아버지 마등은 이 세상은 결국 최후의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밖에 없으니,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칙을 따르라 가르쳤지만, 정작 마초의 행보는 물의 정해진 흐름(順流; 대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으니 자연칙에 반대되는 행동이요 약육강식이라는 본(本)을 따르지만, 그 결과는 한갓 제 욕망을 위해 가족조차 희생한 불시인(不是人)이 되버렸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필부의 용맹을 가진 이, 골도 뇌도 텅 비어[沒頭沒腦]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처럼 보일 뿐이고, 그렇게 짐승처럼 역류(逆流)를 탄 결과 기성에서, 나아가 제 고향에서 쫓겨날 운명이니... 2. 화봉요원에서는 서촉에도 선도(仙道)와 관련있다는 설정이 있으니(ex: 엄안) 마초가 촉에 귀순하고 나서도 유비와 8괴 양쪽에 이용당하는 모습으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관도대전 끝나고 원방 잔당청소 시즌에, 장비와 방덕이 만나서 대담을 나눴잖습니까(45권 357화). 거기서 방덕이 장비에게 한 '꽃을 좋아하는 점이 마초와 닮았다'란 언급, 그리고 73권 571화에서 장비의 '언젠가 한 번 그와 일전을 치뤄야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으로 보아 마초가 귀순할 당시에 장비&관우가 군기반장 역할을 했던 일화는 장비가 일방적으로 줘패는 일로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
여러모로 연의의 복수귀 아들보다 정사로 어레인지된 그릇된 행보로 파멸해버린 인간쪽이 캐릭터의 깊이를 무겁게 해준거같은게 있네요
그렇습니다. 뭔가 연의에서 느낀 복수귀같은 느낌보다...스스로 불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요? 알아서 자멸로 빠져가는 그 딥함이 화봉요원에서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작중에서도 역류(逆流) 같은 단어로 은연중에 그런 분위기를 부각하고 있고
화봉요원의 마초는 남들이 짐승으로 취급하는 것에 민감해 하고, 효심과 형제애가 강해 곧잘 회한에 빠지지만 그럼에도 결국은 짐승같은 모습을 버리지 않는 모순 때문에 작중 가장 인상깊은 인물 같아요. 가끔씩 보다보면 불시인이라는 표현도 그렇고 일부러 더 짐승같이 구는 것처럼 보이는데, 오히려 그럴수록 마초는 완전한 짐승이 되는 것에 실패하고 이런 짐승도 사람도 되지 못한 어중간한 모습 때문에 자기 스스로 파멸로 향하는 느낌... 입촉 이후 마초의 행적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에 대해 유비가 마초를 견제하려 했다는 설, 지친 마초가 번아웃이 와서 다 포기한 것이라는 설 등 여러 추측들이 있었는데 진모작가의 마초 해석이 너무 마음에 들다보니 향후 유비 막하에 들어간 마초를 어떻게 묘사할지 더 궁금하기도 합니다. 76권 후어를 보면 화봉요원의 유비는 마초를 긍정적으로 ㅂㅈ 않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유비가 장료를 조조에게 귀순시켰을 때처럼 마초의 심중을 파헤쳐서 정신붕괴시킬지, 아니면 그냥 귀순시키고 한중 공방전에서 나름 써먹고 바로 팽할지 어떻게 될지 기대되네요. 개인적으로 장비와 마초의 결투, 귀순 후에도 건방지게 구는 마초에게 분노한 관우와 장비, 자기를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키려 한이들을 마초가 고발한 일화들은 꼭 보고 싶습니다.
1. 아버지 마등은 이 세상은 결국 최후의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밖에 없으니, 약육강식이라는 자연칙을 따르라 가르쳤지만, 정작 마초의 행보는 물의 정해진 흐름(順流; 대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으니 자연칙에 반대되는 행동이요 약육강식이라는 본(本)을 따르지만, 그 결과는 한갓 제 욕망을 위해 가족조차 희생한 불시인(不是人)이 되버렸고, 다른 사람들 눈에는 필부의 용맹을 가진 이, 골도 뇌도 텅 비어[沒頭沒腦] 제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처럼 보일 뿐이고, 그렇게 짐승처럼 역류(逆流)를 탄 결과 기성에서, 나아가 제 고향에서 쫓겨날 운명이니... 2. 화봉요원에서는 서촉에도 선도(仙道)와 관련있다는 설정이 있으니(ex: 엄안) 마초가 촉에 귀순하고 나서도 유비와 8괴 양쪽에 이용당하는 모습으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관도대전 끝나고 원방 잔당청소 시즌에, 장비와 방덕이 만나서 대담을 나눴잖습니까(45권 357화). 거기서 방덕이 장비에게 한 '꽃을 좋아하는 점이 마초와 닮았다'란 언급, 그리고 73권 571화에서 장비의 '언젠가 한 번 그와 일전을 치뤄야겠다'는 직접적인 언급으로 보아 마초가 귀순할 당시에 장비&관우가 군기반장 역할을 했던 일화는 장비가 일방적으로 줘패는 일로 바뀌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