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전국시대
위(魏)나라의 혜왕(惠王)은
서로 불가침 조약을 맺었던
제(齊)나라의 위왕(威王)이 맹약을 깨자
응징책을 논의했으나 의견이 분분했다.
공손연(公孫衍)은
군사를 일으켜 제나라를 치자고 했고,
계자(季子)는
그건 백성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혜왕은 재상(宰相)인 혜자(惠子)에게 의견을 물었고 혜자는
당시 도가(道家)의 현인(賢人)이었던
대진인(戴晉人)이라는 사람을 추천했고
그를 만나게 해 이야기를 나누게 합니다.
(장자(莊子)의 칙양편(則陽篇)에 나온 내용을
대략적으로 서술한다)
'전하, 달팽이라는 미물이 있사온데 그것을 아시나이까?'
'물론, 알지요.'
'그 달팽이의 왼쪽 촉각 위에는 촉씨(觸氏)라는 자가,
오른쪽 촉각 위에는 만씨(蠻氏)라는 자가
각각 나라를 세우고 있었나이다.
어느 날 그들이 서로 영토를 다투어 전쟁을 시작했는데
죽은 자가 수만 명에 이르고,
도망가는 적을 추격한 지 15일 만에
전쟁을 멈추었다 하옵니다.'
'그런 엉터리 이야기가 어디 있단 말이오?'
'하오면, 이 이야기를 사실에 비유해 보겠나이다.
전하, 이 우주의 사방 상하(四方上下)에
제한(際限)이 있다고 생각하시옵니까?'
'아니, 끝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소이다.'
'하오면, 마음을 그 무궁한 세계에 노닐게 하는 자에게는
사람이 왕래하는 지상의 나라 따위는 있는 것도 같고
없는 것도 같은 하찮은 것이라고 할 수 있사옵니다.'
'으음, 과연.'
'그 나라들 가운데 위라는 나라가 있고,
위나라 안에 대량(大梁: 개봉開封)이라는 도읍이 있사오며,
그 도읍의 궁궐 안에 전하가 계시옵니다.
이렇듯 우주의 무궁에 비한다면,
지금 전하께서 제나라와 전쟁을 시작하시려는 것과
달팽이 촉각(觸角) 위의 촉씨와 만씨가 싸우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겠사옵니까?'
'과연,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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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각지쟁(蝸角之爭)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의 싸움이라는 뜻으로
인간세상과 그 세상속에서 일어나는 다툼이
한낱 보잘것 없이 사소함을 의미하는 고사성어다.
다툼의 무상함이 잘 표현된 비유법이지만
비유로 든 예시가 너무나도 허무 맹랑했던 탓인지
인간의 욕망때문인지는 몰라도
다툼의 근본 원인이었던
춘추전국시대의 군웅할거를 멈추진 못하고
저 비유법 자체도 서서히 잊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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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90년
장장 13년에 달한 보이저호의 외행성계 탐사가 끝나고
보이저호는
머나먼 우주속 심연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끝이 날 일이었는데
누군가가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
" 보이저호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찍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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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안을 내놓은건 당시 나사(NASA)의 자문 위원이었던
칼 세이건(Carl Sagan)
그러나 다른 과학자들은 이 제안에 대해
탐탁치 않았다.
강렬한 태양빛 때문에
보이저호 카메라가 상할 수 있었기 때문
그러나 칼 세이건은
아래의 이유를 들며 다시 주장했다.
나 자신도 그 머나먼 거리에서 지구를 찍는 것은 과학적 활동과 별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긴 하나, 우주 속 인류의 위치를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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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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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칼 세이건에게 호의적이었던
당시 나사 국장 리처드 트룰리가 칼 세이건을 지지해
결국 보이저호 카메라로 지구 사진을 찍었고
그들은 천문학 역사상 가장 뜻 깊은 사진을 얻어 내었다.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
사진 가운데 희미한 점 하나가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 지구다
바로 이어서 칼 세이건은 저 사진을 보고
인류 전체에게 잊지못할 메시지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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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점을 다시 보세요.
저기가 바로 이곳입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입니다.
저것이 우리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들어보았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인류가 저 곳에서 삶을 영위했습니다.
우리의 모든 즐거움과 고통이,
우리가 확신하는 모든 종교, 이념, 경제 체제가,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가, 모든 영웅과 겁쟁이가, 모든 문명의 창시자와 파괴자가, 모든 왕과 농부가,
사랑에 빠진 모든 젊은 연인들이,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가, 희망에 찬 모든 아이가,
모든 발명가와 탐험가가, 모든 도덕적 스승들이, 모든 부패한 정치가가,
모든 인기 연예인들이, 모든 위대한 지도자들이,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곳 -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입니다.
지구는 우주라는 거대한 극장의 아주 작은 무대입니다.
그 모든 장군과 황제들이 아주 잠시 동안
저 점의 일부분을 지배하려 한 탓에 흘렀던
수많은 피의 강들을 생각해 보십시오.
저 점의 한 영역의 주민들이 거의 분간할 수도 없는
다른 영역의 주민들에게 얼마나 많은 잔학 행위를 저지르는지를,
그들이 얼마나 자주 불화를 일으키고, 얼마나 간절히 서로를 죽이고 싶어 하며, 얼마나 열렬히 서로를 증오하는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의 만용, 우리의 자만심,
우리가 우주 속의 특별한 존재라는 착각에 대해,
저 희미하게 빛나는 점은 이의를 제기합니다.
우리 행성은 사방을 뒤덮은
어두운 우주 속의 외로운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이 거대함 속에 묻힌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부터 구해 줄 이들이
다른 곳에서 찾아올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알려진 바로
지구는 생명을 품은 유일한 행성입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
우리 종이 이주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다른 세계를 방문할 순 있지만,
정착은 아직 불가능합니다.
좋든 싫든, 현재로선 우리가 머물 곳은 지구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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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을 공부하면
겸손해지고 인격이 함양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멀리서 찍힌 이 이미지만큼
인간의 자만이 어리석다는 걸
잘 보여 주는 건 없을 겁니다.
저 사진은 우리가 서로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보금자리인
창백한 푸른 점을 소중히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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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세이건이 장자의 와각지쟁을 알고서
저런 말을 한 것인지,그저 우연의 일치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달랐어도 장자와 칼 세이건은
각각 춘추전국시대와 냉전시대라는
다툼의 시기를 공유하고 있었고
두 현인은 비슷한 세상을 보며
서로 비슷한 결론을 내놓았다.
(여기서부터 필자의 주관을 서술하겠다.)
아시다시피 한나라의 통일, 소련과 공산권의 붕괴로
춘추전국시대와 냉전시대의 혼란은 종식을 맞이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으로 대표되는
권위주의 세력의 패권 야욕 때문에
세상은 다시 냉전때처럼 반으로 갈라졌고
신냉전이 시작되며
다시 혼란과 다툼이 찾아왔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아가면서
항상 다툼만 있었던것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혼란의 시기를 이겨내었고
평화와 화합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을 이미 맛보았다.
인간이 그것을 기억하는 한
다시 평화를 되찾을 기회가 있을것이다.
사실 푸르고 창백한 점 사진은 천문학적으론 별 의미 없지만 인문학적으로는 참 뜻깊지...
사실 푸르고 창백한 점 사진은 천문학적으론 별 의미 없지만 인문학적으로는 참 뜻깊지...
놀랍게도 춘추전국시대에 비슷한 시각을 가졌던 인물이 있었다는거지
저 키스하는 사진은 사실 길가던 모르는 사람 갑자기 붙잡고 키스하던게 찍혀서 남은거라고 함.
피이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