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 인간 멸망시키자는 놈들이 멋대로 저질러서 태어난데다
그 중 제일 음침해보이는 새끼는 딱 봐도 자길 도구로 이용해먹을 생각만 하는데
그놈들 피해서 일본에 갔다가 우연히 한 남고딩이랑 만나서
그 집에서 처음으로 자기한테 이름을 주고 수상하다고 꺼려도 할말 없는데 집에서도 지내게 해주고 가족처럼 대해줌
자기한테 선물로 곰인형 같은 것도 주고
기간은 길지 않지만, 자기 부탁을 들어줘서 짧게나마 학교에 체험입학도 시켜줌
그렇게 자기가 그 남고딩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게 되고
처음 보는 바다에서 즐거운 데이트도 하면서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새기고
그 잊을 수 없는 날에 이 음침한 새끼가 자길 쫓아왔고
자기한테 이름을 주고, 지식을 주고, 평범한 생활을 주고, 행복이란 걸 알려준 애를 눈앞에서 쏴죽여버림
미오가 신지랑 보낸 시간은 아마 2~3달 정도, 정령인 미오한테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동안 미오는 신지를 통해 존재의미를 찾고, 인간성을 얻고, 행복을 경험했음
그리고 그 행복을 눈앞에서 최악의 형태로 빼앗겨버림
가장 고점을 달리고 있을때 순식간에 나락으로 쳐박힌거임
신지가 죽은 순간 미오는 자신에게 신지가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비로소 실감했고, 자신도 따라 죽으려 했음
하지만 미오는 죽을 수 없었음 전세계의 영맥을 끌어모아서 탄생한 시원의 정령이기 때문에
고층에서 추락해도, 치사량의 독을 마셔도, 칼이나 총 같은거에 맞아도 차량에 치여도, 미오에겐 생채기도 나지 못함
설령 생채기가 나도 순식간에 몸뚱이가 재생해버림
그래서 미오는 자신의 능력으로 신지를 살려보기로 함
확실히 미오의 치유능력은 신지가 입은 치명상을 순식간에 메꿔버릴 정도로 강력했음
하지만 아무리 상처를 치료해도 신지는 살아나지 못했음 육체를 치유했을지 언정 이미 신지는 총에 맞아 절명했기 때문에
신지가 죽고나서 자긴 무한한 세월을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맞딱뜨린 미오는 계속 생각함
어떻게 해야 신지가 죽지 않았을까, 만약 내가 신지랑 얽히지 않았더라면? 그런 후회를 계속 곱씹음
하지만 신지는 평범한 인간이었고, 모든 위기를 회피한다 하더라도 결국 미오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음
그리고 신지의 죽음으로 정신이 망가진 미오는, 그 순간 한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됨
결국 신지의 죽음은 필연이고, 자신은 신지를 살릴 수도, 신지를 따라 죽을 수도 없으니
아예 자신이 신지를 잉태해서 정령의 힘을 가진 인간으로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이 계획에는 문제가 있었음, 인간의 육체는 정령의 강대한 힘을 감당하기엔 너무도 약했음
설령 적합자라도 억지로 힘을 집어넣었다간 폭주하거나 몸이 망가져 자멸에 이르게 됨
계획을 위해선 정령의 힘을 인간에 맞게 정제할 필요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인간을 정령의 힘을 정제하는 필터로 사용해야만 인간도 사용할 수 있게 바꿀 수 있었음
미오는 우선 자신이 신지를 잉태하면서 정령의 힘을 봉인하는 힘을 먼저 전해주기로 함
과거의 미오라면 그런 방법을 생각하지도 않았겠지만, 이미 인간의 악의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미오는 선을 넘는데 거리낌이 없었음
무고한 소녀들에게 클리파를 집어넣어 세피라로 정제시키고 폭주 정령들을 죽이면서 그 목숨과 함께 세피라를 회수함
그 과정에서 순진한 여학생을 속여 이용하고, 그 소녀의 손으로 폭주정령이 된 이들을 살해하게 만들고
어린 소녀에게 세피라를 주어 도시에 대화재를 일으키고 의도적으로 정령의 힘을 봉인하게 만듦
이 과정에서 자신이 낳은 아들이자 죽은 신지의 복제나 다름 없었던 시도가 다치는 것까지 모두 미오의 계산이었음
이를 통해 미오는 라타토스크에서 정령과 공존할 수 있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이츠카 시도가 거론되게 만들었음
그 외에도 여러 소녀들을 끌어들여 정령으로 만들면서 시도가 이 정령들을 공략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았음
그걸 위해선 자길 창조하고 자신에게서 가장 소중한 것을 앗아간 악당 마저 시도를 채찍질하기 위한 위협이자 장기말로 사용할 수 있었고
자신을 죽이기 위해 1만명을 죽여 힘을 모으면서 복수귀가 된 소녀의 증오심까지 철저히 이용했음
자신이 불행하게 만들고 목숨을 앗아간 이들에게 죄책감과 미안함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 감정조차 신지와 재회하기 위해서라면 모두 잘라낼 수 있었음
정령들을 탄생시키는 팬텀이자, 정령들의 공략을 돕는 라타토스크 기관의 해석관 무라사메 레이네로서
동전의 양면같은 두 모습으로 미오는 30년간 착실히 모든 계획을 이행함
한 번도 잠들지 못하고, 수많은 죄를 쌓아올리며, 신지에게 선물받은 곰인형이 헤지고 넝마가 될때까지 미오는 멈추지 않았음
아니, 멈출 수 없었음 신지가 죽은 순간부터 미오의 시간은 계속 멈춰있었으니까
아이러니하게도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미오에게 그 찰나와 같은 시간이 어느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었음
거의 신과 같은 힘을 가지고, 실제로 영겁을 살아갈 수 있는 초월자였지만,
그 정신은 하얀 백지나 다름없었고, 그 종이에 소중한 사람의 피가 튄 순간, 그 종이는 더럽히지고 말았음
메이거스를 몰살한 증오의 연쇄가 아이작이라는 광기를 낳았고, 그 광기로 태어난 시원의 정령은 다시금 아이작에게 신지를 잃고 타락했음
절대적인 존재를 어긋나게 만든 계기가 증오의 연쇄와 사랑을 잃은 아픔이라는 것이 가장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까
하얀 종이에 빨강 물감을 떨어트리면 빨간색 종이가 되어 버린다.. 그러나 아들이자 타인인 소년은 그것을 어머니의 양수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죽은 연인을 향한 집착이 아닌, 자식을 위한 모성애로서 과거의 선함을 되찾고 시도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