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용사님이랑 사귄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그러한 성녀의 말에 마법사는 당황해서 스태프를 꼭 잡았다.
"하지만 매일같이 손을 잡고 다니시고...."
성녀는 무심히 답했다.
"원래 인간들은 소꿉친구끼리 손을 잡고 다닙니다."
듣다못한 드워프가 수염을 만지며 참견했다.
"하지만 자네들, 저번에 같이 목욕하다가 들키지 않았나"
용사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냥 어릴 때부터 같이 목욕하다보니, 서로 등 밀어주면 편해서 같이 할 뿐입니다.
몰래 했던 건 괜히 쓸데없는 오해가 생길까봐 그런 것 뿐이고요."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한 말에 일행들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 침묵을 깬 것은 엘프였다. 새빨갛게 얼굴이 달아오른 엘프는 말도 더듬으면서 손가락질을 했다.
"마, 말도 안되는 소리를!"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자 엘프는 말했다.
"그, 그 신성한 숲에서 두분이 명, 명상하신다면서 입에 담기도 추잡한 그런 짓을 하셨잖습니까!
결혼한 부부가 달, 달님께 기도를 올리고, 목욕재계를 한 뒤에야 해야하는 그, 그런 짓을!
다, 다른 분들은 몰라도, 엘프의 눈을 속일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잠깐 침묵이 깔렸다. 그리고 성녀가 입을 열었다.
"원래 인간들은 결혼하기 전에 소꿉친구끼리 연습을 합니다."
"놀고 자빠졌네."
나이프를 점검하던 도적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