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민우의 꿈-
민우는 자신이 새벽4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산장의 거실옆 작은 방의 낡은 침대위에서 근석이와 같이 자긴 비좁을거란 생각을 하며
엠피3를 귀에 꽂은채로 늦은 새벽에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다.
민우는 또렷해지는 의식에 몸을 움직여 보았다.
감고있는 눈으로 밝은 햇살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는
정오에 가까운 시간은 된 것 같았다.
[흐...음.]
근석이녀석...
거실에서 자고 있나?...
민우는 옆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손을 더듬어 보았다.
지금쯤 거실에 웅크린채로 깊은 잠에 빠져 있겠지...
아.
그래...꿈을 꾸었다.
기분나쁜 꿈을.
민우는 새벽녁에 꾸었던 악몽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짐승같은 고종철에게 겁먹어서 그런 악몽을 꾼거야...
근데
꿈속에서... 고종철 옆에 있던 사람은 누구였더라...?
그...꿈에서 본 사람이 ...아는 사람이었는데...?
[후우.]
민우는 깊게 숨을 내쉬고 눈을 떳다.
[일어났냐?]
추악한 음성.
붉게 충혈된 짐승의 눈이 민우의 정면으로 보였다.
[어헉!]
고종철은 붉게 상기된얼굴로 민우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초록색의 촌스러운 츄리닝차림의 종철은
민우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12시가 넘었는데... 밥먹어야지?]
[네?...아,아뇨...근석이는요?]
민우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종철에게 말했다.
[아, 기집애같이 생긴 네친구?
조금전에 일어나서 급하게 내려갔는데..?]
[네? 혼자 갔다구요?]
[음...뭐,일이 있어서 먼저 간다고 네게 말해줘라 그러더라.]
[그,그래요...]
[일단...밑의 콘도사진찍으러 가기전에 밥은 먹고 가라.
준비가 다 되었으니까...]
[아...네.]
보글거리는 빨간 소고깃국과 기름진 돼지껍데기,
파무침이 소박하게 차려진 거실의 밥상에서 민우는 젓가락을 들었다.
[콘도사진찍고 바로 내려갈거냐?]
종철이 돼지껍데기를 으적으적씹으며 민우에게 물었다.
[네,그래야죠. 잘 먹을께요...아저씨.]
입에 들어가 씹히는게 뭔지 아무 맛도 나지 않지만
민우는 종철과 마주보고 앉아서 음식을 입으로 털어넣었다.
[쩝..쩝...너...그 기집애같이 생긴 놈말대로
우리은아한테 관심있냐?]
[네?!...아...아뇨.]
[관심두지마라...사지 멀쩡해가지고선 모자란 애나 좋아하고...
네인생이 구만리나 남았는데...안 아까워?흐.흐.흐]
민우는 수저를 밥상에 놓았다.
[네...네...그만 짐챙겨서 내려가 볼께요...]
추악한 쉐끼.
조카나 탐하는 버러지.
평생 은아를 가지고 놀 생각밖에 없지...?
내가...어떻게든 할꺼야.
방에 들어와서 사진기가방을 챙기며 민우는 생각해보았다.
새벽의 생생한 그 꿈...
꿈에서 민우는 잠결에 눈을 떳다.
방문이 열리고 사람의 형체둘이 방으로 들어서는 소리에 깬것이다.
[어떻게 할까?]
낯익은 고종철의 목소리...옆엔 근석인가?
민우는 미칠듯이 두근대는 자신의 가슴을 느끼며 계속 자는 척했다.
[이번에는 한번에 깨끗하게 자를수 있을것도 같은데...]
종철의 목소리가 민우의 귓가에 가까이 들리자,
민우는 실눈을 뜨고 위를 바라보았다.
나무천장아래에는 거실의 희뿌연 불빛에 비친
피로 범벅이 된 종철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새빨간 도끼를 들고 있었다.
민우는 다시 눈을 감았다.
온몸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꿈...
꿈인가?...
가위에 눌린거?...
[하나.]
[둘.]
[셋!]
민우의 목위로 서늘한 쇠의 느낌이 소름끼치게 와닿았다.
[그만둬.]
낯익은 목소리...고종철이 아니다.
민우는 얼핏 본 그를 알고 있었다.
고종철의 옆에 있는 남자를.
[형...얘는 놔둬요.]
억양이 없는 목소리...
우리아파트 사람이다...
사진기와 렌즈를 정리하던 민우는
그남자를 기억해내었다.
사진...실종된사람...
김갑수...!
그...실종된 아줌마가 맡겼던 사진....!
아파트베란다의 부부모습...!
민우는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서둘러 가방을 메고
거실로 나왔다.
[그럼...신세많이 졌어요.나중에 뵐께요...]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던 종철이 대답하지 않았지만
민우는 대충 신을 구겨신고 현관을 빠져 밖으로 나왔다.
산장밖은 햇살이 쨍한 화창한 날씨였다.
민우는 잘닦여있는 비탈길을 내려가며 주차장쪽을 보았다.
종철의 용달차가 주차되어 있었고
옆의 바닥에는 조그마한 물체가 햇빛에 반짝이고 있었다.
파란색의 물체.
그것은 장근석의 머리띠였다.
정주행 완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재 부탁드리겠습니다. 화이팅!! 흡입력과 긴장감이 발군이에요. 대작스멜~
잘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의 특성상... >< 텀이 길어서 읽히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2,3분이라도 읽어주신다면 저로선 대만족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