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마틴은 한수에게서 관측장비가 허가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제부터는 마음 놓고 관측할 수 있으리라.
게오르그와 라이언은 한수의 조치에
다행스럽게 여겼다.
어제, 선장에게 보고한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실제로 허가 날지 조마조마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마찰이 심한 마틴의 부탁이었으니
무시해서 더욱 마찰이 심해지지는 않을까
우려도 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려와 달리
한수는 제대로 보고해서 허가까지 맡아주었으니
직위가 올라간만큼의
공과사는 분별할줄 알게 되었다고 느낀 것이다.
마틴 역시 기존에 가졌던
한수에 대한 불만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먼저 관측장비를 무단으로 사용한 것 때문에
아예 보고를 하지 않아 허가를 안내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지만,
다행히 기우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라이언과 게오르그의 도움으로
마틴은 관측장비들을 꺼내었다.
어제는 혹시나 하는 맘을 확인하기 위해
약간의 장비만 꺼냈지만,
이제는 당당히 허가를 받고 사용하는 것이니
제대로 결과를 얻기위해
꺼낼수 있는 것은 다 꺼내보기로 했다.
영상관측장비뿐만 아니라, 적외선이나 자외선을 감지하는 장비,
열선 감지장치등등.
비상시를 위해 마련해둔 장비까지 설치할 수 있는 것은
다 설치해 보기로 했다.
우선은 어제와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어제와 거의 비슷한 장소에
영상관측장비를 설치하였다.
또한 영상관측장비가 놓칠수 있는 것을 잡기위해
그와 비슷한 위치에 다른 관측장비 들도 설치하였다.
이 정도로 설치하면
분명히 과학적으로 수상한 것이 있으면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관측장비의 양이 많은지라
꺼내고 설치하는데만
반나절을 소비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예상외로 많이 걸린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알 아지프의 수상한 기운을 감지 할 수만 있다면
이정도의 노력쯤이야
그리 큰 손해도 아니리라.
다만 이 것때문에 손해본 작업 시간은 분명히 메꿔 주어야 할 것이다.
마틴은 장비를 다 설치한 후
바로 작업공간을 향해 움직였다.
보통은 오전 작업후 휴식을 취해야 겠지만
관측장비를 설치하느라 날린 시간을 다시 벌려면
오늘 하루는 평소보다 더 노력해야 되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쉬지 않고 작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 마틴의 행동에 라이언은 주의를 주었지만
비상사태용 로봇을 데려간다고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마틴의 의견을 따라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마틴이 작업공간으로 향하자
라이언과 게오르그는 관측장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기로 하였다.
어제처럼 뒤늦게 확인하는 것보다
이 편이 대응을 빠르게 취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미 허가까지 받은 장비 운용이니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상현상이 잡히면
바로 분석해서
조치를 취하기면 될것이다라고
라이언과 게오르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관측장비의 일부가
어제처럼 노이즈가 발생하면서
영상을 지우고 있었던 것이다.
근처에 있는 다른 관측장비들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나 함교에서 감시하는
게오르그와 라이언에게는
그런 이상현상은 감시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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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은 작업공간에 도착하자
평소보다 빠른 스피드로 작업할 것을
로봇들에게 입력했다.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위험레벨까지의 스피드를 올리지는 않았지만
평소 작업속도와 비교하면
그래도 빠른 편이었다.
로봇들이 작업을 시작하자
마틴 자신도 근천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자신은 어차피 인간이니
평소보다 작업량은 줄 것이다.
그래도 자신때문에 놓친 시간은
메꾸어야 할 터이니
더욱더 열심히 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작업을 하던
마틴이 이상현상을 발견한 것은
작업시간이 반정도 남았을 무렵이었다.
아무 문제없이 작동하던 로봇들의
일부가 오작동을 일으키며 정지한 것이다.
마틴은 그런 현상에 혀를 찼다.
아근래도 작업시간을 많이 허비했는데
여기서 작업로봇들 때문에 더 허비하다면
예상 작업량을 맞출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마틴은 가지고 있는 긴급수리장치로 고칠수 있는지
확인부터 하기로 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비로 수리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로봇들을 회수해서
수리를 맡겨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작업시간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런 상황이 되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다.
고장난 로봇들을 점검하자
다행히 자신이 가지고 잇는 장비로
처리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틴은 서둘러서 로봇들을 수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마틴이 원하는 것과 달리
점점 작업로봇들이 정지하는 일이
계속 발생하였다.
더군다나 방금 수리한 로봇들도
얼마 가지 않아 정지하였기 때문에
마틴의 작업량은 계속해서 불어나는 처지였다.
결국 마틴은 그런 로봇들을 가지고
철수하기로 햇다.
여기서 더 시간을 허비해봐야 소용없을 일이다.
차라리 다시 회수해서
완전한 수리를 해서 나오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마틴은
회수를 더욱 빨리 하였다.
거의 대부분을 회수한 마틴은
남은 로봇들을 회수하기 위해
기존 로봇을들을 한곳에 모아둔채
어디있는지 찾아보았다.
다행히 거의 다 근처에 있어서
회수하는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일부가 작업장소보다 떨어져 있어서
마틴은 투덜거리며 그 장소로 향하였다.
부유물들을 조심하면서
나아가니
회수하지 못한 로봇들이
전부 한 장소에 집결해 있었다.
이리저리 헤메지 않아도 다행이라고 여기며
마틴은 로봇들을 회수하기 위해 접근하였다.
불과 거리를 얼마 남기지 않았을때
마틴의 감은 경고를 느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불길하다는 것이다.
마틴은 빨리 회수하여
귀함하고 싶었기 때문에
일부러 그 감을 무시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알아채린것은 이미 늦은 뒤였다.
로봇들을 회수하기 위해 근접했을때
갑자기 로봇들이 폭발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마틴의 몸은 그 폭발에 휩싸였다.
더군다나 폭발에 쉽싸이며 근처 소행성에 강하게 부딪혀서
정신을 잃을수밖에 없었다.
마틴이 정신을 잃은 사이 마틴을 실은
소행성은 어디론가 이동하기 시작했다.
다른 소행성들과 어울리기 싫다는 듯
거리를 두면서
찾을수 없도록 소행성지대의 내부로 말이다.
그의 곁에는 비상용 로봇만이 따라오고 있었다.
마틴의 사고 소식은 바로 함내의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졌다.
"사고 원인은 무엇인가?"
그전까지 모든일에 방관적인 태도를 보였던
함장인 매튜조차 말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것으로는
작업 로봇의 이상 폭발입니다.
폭발이유는 불명입니다."
라이언의 보고에 매튜는 무언가가 무너지는 것 같았다.
구조함이 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알 아지프내의 이상 상황만 발생하지 않기를 빌었는데
그것이 틀어지고 만 것이다.
"마틴 주변에 다른 로봇은 없나?"
"비상용 로봇이 같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런 소행성이 많은 곳에서
원격 조작이 쉽게 될런지는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라이언은 그렇게 보고하면서
원격으로 비상용 로봇의 조작을 시도했다.
소행성이 적은 곳이라면
원격 전파를 받은 로봇의 조작이 쉬울 수 있겠지만
이렇게 소행성이 많은 곳이라면
원격 전파가 제대로 로봇에게 수신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을수는 없는 법.
라이언은 최대한 할 수 있는 동원을 총동원해서
비상용 로봇의 원격 조작을 시도했다.
그러나 라이언의 뜻과는 달리
원격 전파는 비상용 로봇에게
제대로 수신되지 못하고 있었다.
겨우겨우 수신이 되더라도
새로운 명령이 입력하기에는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래도 라이언은 마틴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해보았다.
[삐이~~]
그런 라이언을 무시하듯
탐지창에는 결국 비상용 로봇과 마틴을 놓쳤다는
LOST신호가 떴다.
마틴을 잃었다는 비참한 상황에
함교내부가 조용해졌다.
아무도 입을 열려고 하지 않았다.
이런 분한 상황에 못버티고 라이언은
주먹으로 자신의 자리를 치고 일어섰다.
"함장님! 마틴을 구하기 위해
바깥 수색을 허가바랍니다!"
"그 요청은 기가하겠네."
"어째서입니까? 지금 서두른다면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라이언뿐만 아니라 게오르그 조차
마틴을 구조를 기가하는 매튜에게 항의하였다.
"그를 쉽게 찾을수 있는 장소라면
허가하겠지만,
이곳은 소행성이 많은 지역이네.
구조하러 나갔다가
괜히 조난을 당하면 어쩌겠는가!"
"그래도 이 지역은 그나마 안전지역이지 않습니까?
서두른다면 구할 수 있습니다!"
라이언은 다시 한 번 밖에 나가서
마틴을 구할 것을 청하였다.
"이미 감지장치로도 LOST된 것을 어찌 찾는다는 건가.
그가 그자리에 있는 상황이라면
서둘러 가서 구할 수 있겠지.
비상용 로봇이 작동을 못하더라도 말이야.
그러나 감지장치에 LOST된 것은
이미 그 자리에서 흘러갔다는 것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나가서
어디를 수색한다는 것인가!"
매튜는 그런 라이언의 의견을 다시 기각하였다.
"이 곳에서는 LOST 되었다고 해도
마틴이 사고를 당한 지점 근처에서는
찾을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서둘러 구조해야합니다."
게오르그 역시 라이언과 마찬가지로 마틴을 구조해야한다고
함장을 설득하였다.
"몇 번을 다시 말해도 소용없네.
이미 LOST 된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나도 그를 구하기 싶은 것은 마찬가지 일세.
그러나 그를 구하려다
다른 사람들이 조난을 당하면 어쩌겠는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마틴은 LOST 된것으로 처리하게."
함장은 그런 게오르그의 설득마저 기각하였다.
그런 함장의 태도에 두 사람은 분통이 터졌지만
무단으로 움직일 수는 없는 법.
애꿎은 주먹으로 책상을 치며
분통을 삼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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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이 조난을 당했다고요?"
한수는 알 아지프에서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라이언에게서 보고를 받았다.
[예.
그리고 함장님은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구조를 기각하셨습니다.]
한수에게 보고를 하는 라이언은
아직도 분을 삼키지 못했는지
화를 억누르는 표정으로 보고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LOST되었다고 해도
서두른다면 구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입니까?"
[예.]
"알겠습니다.
우선 요근래 작업로봇을 누가 건드리지 않았는지
감시카메라의 분석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그 건은 제가 다시 한 번 함장님께
건의하지요."
[알겠습니다.]
라이언과의 보고를 끊은 한수는 바로 매튜와 연결하였다.
"함장님, 마틴의 구조를 기각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사실이네.]
구조 요청을 기각했지만,
자신도 마틴을 잃은 것이 아픈지
매튜의 얼굴은 침통하였다.
"게오르그와 라이언이 말한대로
서둘러 구조한다면 가능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렇게 행하다
다른 사람이 조난당하면 어쩌란 말인가?
그를 잃는 것은 아프지만
남아 있는 다른 사람들도 생각해야 되지 않은가?
한 사람의 목숨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목숨도 생각해야 하네.
다수의 안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않는가?]
그런 매튜의 태도에 한수는 화가 조금씩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함장의 말대로
한 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시도는 해 볼 수 있지 않은가.
시도조차 하지 않고
그저 앉아서 모두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것인가.
그건 그저 방관자로
모든일이 잘 풀리기를 마냥기다리는 바보가 아닌가!
"정말 마틴을 포기하실 겁니까?"
[어쩔수 없지 않은가.
그리고 자네는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끼지 말고
나의 지시를 따르게나.
자네는 알 아지프내의 문제만 해결하면 되네.
그 이상의 문제는 함장인 내 지시에 따르게나.]
".... 알겠습니다."
매튜와의 통신을 끊은 한수는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선원 한명이 조난당했는데도 함장인 매튜는 움직일 생각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배의 위험한 상황이 닥쳐도 매튜는 요지부동일 것이고
그로인해 선원들은 더 큰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대로 매튜를 둘 수 없다고 결심했다.
빨리 결정해서 행동해야 한다.
그 것이 이 배와 이 배에 있는 선원들을 지키는 것이다.
그런 결심을 하는 한순의 눈에는
알 수 없는 날카로움이 빛나고 있었다.
마틴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은
금새 함내에 퍼져서
선원들끼리 어느 의견이 맞는지
웅성거렸다.
함장의 의견에 동조하는 선원들도 있었지만
대다수는 마틴을 구해야 되지 않았냐는 의견이었다.
이렇게 함내의 의견이 양분되어있을때에
알 아지프내의 한수는 칼과 로렌스를 불러내었다.
"통신상으로 함장님은 구조의견을 기각하였지만,
제가 다시 넘어가서 설득을 해 볼 것입니다.
이대로 넘어갈 수 는 없습니다.
한 명의 목숨조차 구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함 전체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것입니까!"
칼과 로렌스는 그런 한수의 의견에 동조하였다.
더군다나 서두르면 구조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대로 내버려둔다는 것은 맘이 편치 않았다.
"그럼 제가 가 있는 동안은
임시로 두분이 배를 맡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부탁하고는 한수는 알 아지프에서 본함으로 넘어갔다.
"과연 설득이 통할까?"
칼은 여태까지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이던 함장의 변화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이런 경우 함장은 자신의 의견을 꺾지 않았다.
한수가 간다고 해도 제대로 설득될런지는 의문이었다.
"힘들거라고 보는데.
다만 이 일이 무슨 계기가 될 것 같은데."
로렌스 역시 그런 함장의 성격을 알고 있으므로
한수가 간다고 하더라도
잘 안 될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머릿속에 자리 잡은 목소리가
이번일이 어떠한 계기가 된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어떠한 것인지는 알려주지 않고 말이다.
그런 목소리에 로렌스 역시
무슨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뒷말은 칼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그마하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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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는 왜 여기 있는가!
내가 이 일에 더 이상 관여하지 말라고 했지 않은가!"
매튜는 처음부터
한수가 알 아지프를 벗어나 자신에게 온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내었다.
자신의 명령을 따라서
알 아지프 내에만 있으면
나중에 함장자리를 추천해 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왜 자신의 의견에 반박하고 있는 것인가.
"최소한 노력은 해봐야 되지 않습니까?
이대로 진짜 마틴을 버릴 생각이십니까?"
"몇 번을 말해도 소용없네.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전체가 위험해 처할 가능성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포기하는 것일세.
누군 구조하기 싫은 줄 아나!!"
"그럼 몇명으로 구조반을 만들도록 허가해 주십시오."
"안된다고 말했지 않은가!"
매튜와 한수는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자신들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살펴보면 둘의 의견은 같은 목적이 있었다.
배의 안전과 다른 선원들의 안전.
그러나 그 방법의 차이가 서로의 의견차이를 보여주고 있고
이렇게 말싸움을 벌이게 되는 것이다.
"자넨, 알 아지프내의 일에만 관여하게나.
내가 거기에 대해서 일임하지 않았던가.
거기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자네가 어떻게 처리하더라도
뭐라 할 맘이 없네.
하지만 이건 우리의 배와 선원 전체가 걸린 문제네.
그런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게나!"
"그런 위치에 계신 분께서 왜 포기하려고 하십니까?
최소한의 노력도 안된다는 것입니까?"
아무리 해도 둘의 의견은 좁혀들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가 이 상황을 보았다면
억지로라도 끼어서 둘을 말리려고 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 두사람 사이에서 미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집중해서 봐야 간신히 보일만한
어둡고 검은 기운이
한수의 목 뒤쪽에서 나와 서서히 바닥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바닥에 닿은 그 기운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매튜가 있는 쪽으로 향하였고
매튜의 발부터 타고 올라가
목 뒤쪽으로 스물스물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참 다툼중인 두사람에겐
그런 것을 느낄 겨룰이 없었다.
"그럼 본 함은 그대로 계시지요.
전 알 아지프내로 돌아가
선원들의 의견을 종합해서
단독으로라도 구조하러 가겠습니다.
함장님이 허락하신
알 아지프만의 행동이니
관여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함장에게 마지막 결단을 고하고 한수는
함장실을 나가려고 했다.
"거기서게!"
매튜의 높은 언성에
한수는 불만스런 얼굴로 뒤를 돌아보다
인상이 험악해졌다.
어느센가 매튜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내 명령에 따르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이렇게 무기로 협박하시는 겁니까?"
"최후의 경고일세.
내 명령에 따르게나."
둘 사이에는 적막감만이 흘렀다.
사실 매튜는 왜 자신이
호신용 권총을 뽑아 한수를 겨눴는지 알 지 못하였다.
한수를 멈추게 하려는 의도는 있었지만
마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실을 매달아 조종한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품 안에서 꺼낸것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바로 무기를 내리지 않았다.
저 한수를 자신의 명령에 따르게 하려면
이 수 밖에 없다고 머릿속에 메아리 친 것이다.
"이제는 이런 치졸한 방식마저 사용하실 겁니까?"
"치졸해도 상관없다네.
난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선택한걸세.
그러니 자네도 나를 따라주게.
이번만 넘어간다면 자네도 함장이 될 수 있네.
그 때가서 이런상황이 벌어지면
자네 맘대로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러니 이번만 내 명령에 따라주게."
그런 매튜와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번갈아 보던 한수는
실망스런 표정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모두의 위에 있으려는
당신을 인정 할 수 없습니다.
선원들의 의견을 모아 행하도록....."
한수의 말이 끊긴 것은
갑자기 울린 강렬하고 높은 하나의 소음이었다.
그 소음이 그친후
한수는 자신의 가슴쪽에서
불에 타서 지져지는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고개를 숙여 그 통증이 느껴지는 곳을 바라보자
자신의 가슴에서 붉은 색의 무언가가 나와
옷을 적시며 점점 커져가는 것이 보여졌다.
이게 뭐지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한수의 몸은 그자리에서 무너저버렸다.
"자네가 문제인걸세.
내 명령에 따르지 않아서......"
매튜의 목소리에는 그저 떨림과 공허함만이 차 있었다.
그의 손에서는 총 끝이 약간 빨갛게 된 총이 들려 있을 뿐이었다.
매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이 들고 있는 총의 방아쇠를 당긴것이다.
자신의 의지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마치 누군가가 그의 손가락을 잡고 방아쇠를 당긴 것처럼.
매튜는 자신이 무슨일을 했는지
인식이 안 되고 있었다.
왜 한수가 쓰러져 있고,
자신의 손에는 발사된 총이 들려져 있는지 말이다.
그런 매튜의 몸은
미세한 어두운 기운이 꽁꽁 칭여매여져 있었고,
특히 방아쇠를 당긴 송에는 다른 곳보다
많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
마치 줄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말이다.
한수가 매튜에 의해서 쓰러졌을 때
다른 선원들은 그 일을 모르고 있었고
그래서 각자 자신의 일에 매달려 있었다.
라이언 역시 그러했다.
한수의 명령으로 그는
밤 사이에 누가 건들렸는지
확인해 보고 있는 중이었다.
저녁 때는 마틴이 로봇들을 원래 위치에 두고
정비를 하였다.
그 영상에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마틴이 나간 후에
라이언은 시간을 빨리돌리면서
움직임이 감지되면 느려지도록 설정하였다.
이렇게 하면 확인해 보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한 밤중이 될 때까지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 것이 확인되었다.
화면에 찍힌 시간이 자정이 될 무렵에
화면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들어왔거나
무슨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이다.
라이언은 세세히 살피며
이상한 점이 없는지 확인하였다.
그러나 화면상의 시간이 1시간이 지나도록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라이언은 움직임이 없는데도
왜 움직임이 감지 되었는지
의문을 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이 있었다고 보는 편이
나을것 같았지만,
다른 장치에서도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있기는 한데
측정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던
라이언은
영상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화면 구석에 있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입구 근처에서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다른 장면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던 라이언은 잠시 그 손을 멈추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 같더니
이내 화면에 노이즈가 끼어서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리고 화면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빠르게 흘러갔다.
화면의 시간이 1시간정도 흘렀을무렵
화면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그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다.
그제서야 라이언은 기기를 조작해
다른 곳에 그 알수 없는 것이
찍혔는지 확인해 보았고,
기묘한 사실에 직면하였다.
그 수상한 물체가 찍혔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전부 노이즈가 발생해서
확인이 안되는 것이다.
노이즈가 낀 부분이 확인 안된다면
다른 부분만을 확인해서
그 부분에 찍혀있는 것이
무엇인지
유추해보려고 했으나
절묘하게 그 노이즈는
확인하기 위한 다른 몇몇 장소에도
같이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무언가가 로봇들에 손을 대었는지 확인이 안되었다.
혹 누가 나중에 이 영상에 손을 대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이 영상은 자신외에는
함장과 부함장만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둘은 손을 댈 수가 없었다.
찍힌 영상에는 함장이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은
포착되지 않았다.
또한 알 아지프에 있는
부함장도 본 함으로 넘어오는 영상은
찍혀있지 않았다.
자신도, 함장도, 부함장도
이 영상을 건들리지 않았다면
이 노이즈는 촬영 당시부터
발생했다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의 알리바이를 위한 것처럼 말이다.
라이언은 이런 심각한 상황을 우선
한수에게 알리기로 했다.
영상 분석을 의뢰한 것은 한수이니
먼저 그에게 보고해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의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알 아지프내에 남아 있는
칼과 로렌스에게서 넘어온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마틴의 구조를 청하기 위해
본 함으로 넘어온 한수가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이언은 한수를 찾기위해
먼저 함장실로 향하기로 했다.
함장실에 아직 머물러 있다면
찾기는 쉬울 것이다.
그러나 함장실에 없다면?
지휘를 맡은 알 아지프로 귀함도 하지않고
도대체 어디에 간단 말인가?
혹시 단독으로 마틴을 구하러 갈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사태가 있었다면
게오르그가 알려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 일은 아직듣지 못하였다.
그러니 아직 한수가 함장실에 있다고 보는 편이 나으리라.
그런 생각으로 함장실로 향하는 라이언은
왠지 모를 불안함을 느꼈다.
알 수 없는 무언가의 힘으로
함내 전체의 일이 꼬여들어가는 듯한
그 불안함을.
칼과 로렌스는 라이언에게 한수의 행방을 알려준 후
알 수 없느 예감이 들었다.
그건 자신들이 느끼는 것이 아니
자신들에게 씌인 것이 알려주는 것이었다.
"부함장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은
함장이랑 같이 있다는 것이겠지?"
칼은 로렌스에게 확인차 물었다.
"아직은.
그렇지만 지금까지 돌아올지 않았다는 것은
부함장에게 무슨일이 생겼다고 보는 것이 좋겠지."
"다툼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럴 확률이 높겠지.
최악의 상황은......."
로렌스는 그렇게 말하다 입을 다물었다.
최악의 상황이 어떠한 것인지
떠올랐기 때문이다.
칼 또한 로렌스의 그런 행동으로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바로 한수와 매튜가 싸우다 누군가가 죽는일.
매튜가 죽으면
선원들이 혼란스러워 하겠으나
한수에게는 명분이 있으니 넘어갈 수 있다.
최악이라도
한수가 말했던 선원의 안전을 위해서
싸우다가 일어난 일이라고 하면 된다.
물론 거기에 따라 큰 혼란이 있겠지만
한수라면 알 아지프에서 행한 것처럼
그들을 다독거려
진정시킬수 있을것이다.
조금 과격한 방법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그러나 한수가 죽으면
문제가 커진다.
안그래도 마틴의 구조를 허가하지 않은 일 때문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그 소식을 듣기라도 하면
당장에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
조난당한 선원을 구하지도 않고
그로 인한 상담을 요청하던 부함장을 죽였다.
매튜에게 선원들이 지지할 명분이 없는 것이다.
기껏해야 지금가지의 정을 봐서
편을 들수는 있겠지만
이런저런 불안한 상황에서는
그런 사람도 적을 것이다.
결구 둘은 매튜가 죽는 것이 그나마 나은 일이라고 여겼다.
그래야만 그나마 배가 안전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둘의 머릿속에 붙어 있는 존재는
한수의 죽음에 더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한수가 죽는다고 속삭이고 있으니 말이다.
둘은 고민하다가
결국 머릿속의 목소리대로
한수가 죽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할 일은 정해졌다.
일단 알 아지프내의 선원들에게
이 일을 알리고 그들의 동조를 얻는 것이다.
감금되어있는 함장파 선원들에게도
이 일을 알리면 그들은 바로 부함장파로 돌아서리라.
그런다음 본함으로 넘어가
함장파를 척결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둘은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일단 서로의 팀을 모으기로 했다.
처음에 선원들은 그 명령에 어리둥절했으나
칼과 로렌스는 그런 것보다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 주기로 했다.
"일단 너희들에게 알려줄 것이 있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마틴이 조난을 당했으며
함장은 그런 마틴의 구조를 거부했다.
이 일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먼저 칼이 입을 열었고
그의 말에 선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선원들 사이에서는
함장에게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 있었다.
"우리의 동료인 마틴을 내버려 둘 수 없기에
부함장이 함장을 설득하기 위해 본 함으로 넘어갔다.
그러나 넘어간지 이미 한참이 지났는데도
다시 귀함하지 않고 있다.
아직 함장과 있다고 여겨진다."
이어지는 로렌스의 설명에 선원들 사이에서는
부함장을 칭찬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불과 얼마전까지는
부함장을 애송이라고 여기며
불만을 가진 그들이
어느새 부함장의 말을 함장보다 더 믿고 있는것이다.
이것이 현 불안한 상황에서
부함장의 능력이 발휘된 것인지
알 아지프내의 수상한 기운에 취해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오랫동안 함장과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결론이 나오고 있지 않다.
심지어 본함의 통신사인 라이언과
부함장의 위치를 묻는 통신을 나누었다.
이것은 본 함에서도
부함장이 넘어가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칼이 로렌스의 말을 다시 받아서
서서히 선원들을 고조 시키고 있었다.
선원들의 그 둘의 말에 귀을 기울이고
이어지는 로렌스의 말을 기다렸다.
"이런 상황은 현재
함장과 부함장 사이에 무슨일이 발생했다고 보는 것이 나을것이다.
특히 최악의 경우에는
둘 중 누군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둘이 아직도 결론을 못내리고
다투고 있다는 상황도 생각해 낼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의 머릿속에는
로렌스가 설명한 최악의 상황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 우리는 가장 최악의 결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바로 부함장이 함장에게 살해다는 것이다!"
로렌스의 그 말에 선원들은
모두 소리없이 경악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살해당하는 것도 최악이지만
현재 그나마 자신들의 일을 걱정하는
부함장이 당한다면
앞으로의 일에 자신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찌해야 겠는가?
당연히 함장은 앞으로
우리들의 안전보다는 다른 일을 우선시 할 것이다.
그런 함장에게 우리의 일을 맡길 수 있는가?"
선원들은 한 목소리로 그렇수는 없다고 대답하였다.
"그럼 결론은 하나다.
당장 본함으로 쳐들어가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함장을 몰아내는 것이다!!
반대하는 사람 있나?"
다시한번 선원들은 그런일은 없다고 했다.
"그럼 이제 남은 것은 하나다!
일단 배에 감금되어 있는 선원들에게
이 일을 알려주어 우리편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각자 무기를 쥐고 본 함으로 넘어가서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는 함장을 몰아내는 것이다!!"
로렌스의 설명에 선원들은 모두 크게 고함치며
긍정의 표시를 표했다.
이제 남은 것은 본 함으로 쳐들어갈 준비를 하는 것이다.
선원들이 각자 흩어지며 본함으로 넘어가
싸울 무기를 챙기기 시작했다.
그들에게는 함장이 자신들의 적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기에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봐도 나올수 있는
기다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란 결론이 못 나오는 것이다.
그렇게 움직이는 선원들을 보며
칼과 로렌스는 머릿속의 무언가가 웃는 것처럼
지독하게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엇다.
특히나 로렌스의 입가는 더 이상 찢어질 곳이
없는 것처럼 얼굴에 미소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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