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에, 망할, 괜히 국밥글 새벽에 봐서 소주 일병에 순대국 먹어버렸다.
5시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는데.
덕분에 좀 졸리네.
점심에도 국밥을 먹어야 할 듯.
출근길에 댓글달다 한 생각인데 말야...
순대국밥 확실히 예전 시장통에서 내장과 순대 썰어 돼지우린 국물에 토렴해 주는 거 보기 힘들어졌다.
그 맛 추억에 있는 사람들에겐 참 안타까운 얘기지만.
근데, 국밥이라던가 한식 고기국물은 정말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에 비해 시대에 맞춰 정체성을 잘 유지하며 발전한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어.
고기는 좋지만 고기 잡내는 싫어하는 성향이 그런 변화를 이끌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중국이나 일본 뿐 아니라 동남아 어디를 가도 고기가 들어간 국물은 확실히 우리네 국밥, 고기육수와는 많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국물에 녹아있는 냄새 차이 아닐까 싶네.
일본 돈코츠 국물도 그렇고 중국 각종 고기 국물도 그렇고 아주 정직하다.
이거 돼지를, 소를, 양을... 있는 그대로의 향을 느끼시라 팍팍 뼈채 푹 고아낸겁니다.. 라고.
물론 취향이 맞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같은 맛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거 잘 못드시고 오시는거 많이 봤다.
특히 여성분들 일본 라멘에 환상 가졌다가 냄새에 기겁하고 라멘 자체를 안좋아하게 되신 분도 많이 봤고.
중국쯤 되면 국물요리 향을 무슨 천외마경처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이거야 그냥 호불호의 차원으로 이해하면 되는데.... 우리 국물요리의 발전은 그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해.
우리 국물도 원래 그랬었거든.
진한 돼지향, 진한 소고기 잡부위의 정직한 향.
고기냄새가 나야 아 한끼 잘 먹었구나 했었고.
근데 어느 순간부터 한국 고기육수 요리는 미친듯히 잡내를 잡는 각종 방법들이 발전하기 시작했어.
지금은 심지어는 국물에서 고기 잡향 나면 여성고객 발길은 끊길 정도가 되었지.
동아시아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봐도, 한국 고기육수처럼 깔끔하게 맛이 변해온 경우는 찾기 쉽지 않은거 같아.
대만의 우육탕도 그렇고 베트남의 고기쌀국수도 그렇고 태국 고기육수도 그렇고.
진한 고기향을 더 살릴 때 우린 그 냄새를 제거하고 개운함을 극대화로 올렸다고 하면 얼추 맞지 싶어.
참 재미있는 차이 아닐까?
여튼, 덕분에 한식의 탕과 국밥은 몇 케이스 빼면 세계에 보편적인 맛과 에너지로 통할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그걸 억지로 한식 세계화 시키겠다는 지랄만 안했으면 해.
와서 즐기던가, 좋으면 그대로 가지고 나가서 지들이 로컬 음식점 하던가.
그렇게 자연스러운 현지에 동화 과정을 통한 한식 글로벌화는 좋지만, 각 잡고 억지로 마케팅 하는건 정말 안했으면 해.
한식이 한국에 와서 즐길 수 있는 유니크하고 로컬색 뚜렷한 음식이면 어떠냐고.
꼭 외국인 입맛에 맞추고 나라별 포장하고....
그걸 개인이 가지고 나가 사업하겠다는 건 자유지만, 그런 데 공적자금 들여가면서 돈지랄 하는 건 정말 이명박.
여튼, 깔끔하고 개운해진 진한 육수가 국밥의 현재 진행중인 진화형이라 생각해.
기억속의 맛이 사라지는 건 안타깝지만, 변화를 슬퍼할 필요는 없다고 봐.
오..스마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