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좋아하는 남자, 죄수번호-사백만대다.
물론 가지무침은 싫어한다. 그 식감 좀 어떻게 안되나? 어려서부터 가지무침은 막 만들었을 때 딱 한 입 먹고 마는 그런 반찬이었다.
예상할 수 있듯이, 야단 많이 맞았다. 그래도 그 질척거리고 흐물거리는 회색의 무언가를 입 안에 넣고 씹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안 질척거리는 가지를 먹고 있다. 가지 먹으라고 성화인 집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일단 가지를 적당히 썰어준다. 손가락 한마디 반 정도 크기로 깍둑썰기를 해 주자.
나머지 재료들도 시작할 때 대충 그 크기로 썰어두면 조리과정이 매우 쾌적해진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삶이 좋다.
하지만 게으름에 쩔어있기 때문에 미리 썰어두지는 않았다. 가지 볶고 나면 재료 썰 찬스가 있다.
가지를 좀 넓찍하게 썰어달라는 말에 그렇게 해 보았지만 이건 실수다. 웬만하면 하지 마라.
이유는 결국 물러지기 때문인데, 만약 토치가 있다면 직화로 한 번 싹 그을려서 살리려는 시도를 해 보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런 건 없다. 작게 썰자. 돼지기름이건 닭기름이건 기름에 볶아준다.
이렇게 썰었어야 했다. 가능하면 코팅팬을 사용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볶을 때는 불을 가능한 한 강하게 해서 최대한 빠르게 표면이 변하는 정도로만 볶아준다.
기름을 너무 많이 쓰지는 말자. 대충 해도 다 된다.
다 볶으면 대충 저렇게 된다. 넓은 트레이나 접시에 펴서 수분이 날아가지 못한 채로 가지가 물러지게 만드는 걸 최대한 방지한다.
돈 많으면 키친타월 깔아도 되는데 가난한 관계로 그런 호사까지 누리지는 못했다.
이 시점에서 다른 재료를 썰어준다. 대충 야채부터 시작해서 고기로 끝나면 도마 한 번 덜 씻어도 돼서 편해진다.
게으른 게 좋다.
돼지고기에서 지방 부분만 따로 빼서 기름을 내 준다. 물론 미리 준비한 기름을 써도 된다. 고추기름도 넣음.
돼지고기니까 돼지기름. 다진 파하고 으깬 마늘을 넣고 대충 볶는 시늉만 한다.
살짝 매콤한 걸 원하면 고추기름을 넣거나 건고추 매운 것을 이 시점에서 넣어서 기름에 매운맛을 넣어준다.
팬에 간장을 좀 부어서 적당히 냄새를 만들어준다. 빨간 건 msg 임. 왜. 뭐. msg 가 어때서.
간장이 끓고 바닥에 눌어붙기 시작하면 고기를 넣고 볶아주자.
고기를 완전히 다 익힐 필요는 없다. 아직 한참 가야 한다.
이 시점에서 굴소스하고 소금으로 1차 간을 맞춘다. 고기만 맛있으면 되는거다.
돼지고기 양배추 볶음 완성. 굴소스와 소금, 간장을 적절히 활용해서 간을 잡아주고 밥 위에 얹어서 먹으면 된다.
가지는...... 가지 따위, 누가 먹는다고 신경을 쓰고 그러냐.
이제 양파를 먼저 넣어준다. 피망을 아삭하게 살리고 싶으면 제일 마지막에 넣는게 좋지만 귀찮으니까 대충 눈치봐서 넣는다.
냉동새우. 통으로 넣으면 비주얼이 좋아진다.
보통 하던 습관으로는 일단 새우 없이 완성해서 먹고 남은 것에 새우를 더 넣고 다시 볶아서 먹기는 하지만 남들한테 보여줄때는 새우도 같이 넣는 게 좋은 것 같다.
새우가 익으면서 간이 또 조금 바뀌지만 무시한다. 어차피 소스 넣어야 함.
소스는 된장에 간장에 고춧가루에 식초 굴소스 후추 물 등등을 넣어서 적당히 섞어주면 된다.
이쯤에서 전분물도 약간 준비해둔다.
소스 붓고 조금 더 볶아주다가 전분물을 부어서 점도를 맞춰주면 완성,
가지를 신경써서 볶았다면 내일 아침까지는 가지가 물러지지 않는다. 아주 안 물러지는 건 아닌데 그 회색의 무언가가 내는 식감이 되지는 않음.
밥 위에 적당히 얹어서 먹으면 좋다. 넓게 자르지 마라. 실수다.
가지가 맛있을수도 있다는 걸 알고서 인생의 절반 손해본 느낌이기는 하지만 주방에서 칼 잡고 직접 하지 않는 한 누가 해 줄 일은 없더라. 직접 해 먹는 게 제일임.
팽이버섯하고 표고, 목이같은 걸 같이 넣으면 더 좋기는 한데 단가가 많이 올라가니까 적당히 집에 있는 걸로 하자.
부대찌개 먹고 싶다.
가지 소비 진작은 경제 순환에 도움이 되니까 탭은 경제탭.
자 생각해봐 냉장고에 들어가서 물나오고 흐물흐물해진 보라색 죽같은 가지나물 안먹어 가지는 따뜻해야 맛있음
양파 너무 헤프게 쓴다고 잔소리 들음.
나는 오븐에 구운 가지
그러면 일이 너무 커져.
자 생각해봐 냉장고에 들어가서 물나오고 흐물흐물해진 보라색 죽같은 가지나물 안먹어 가지는 따뜻해야 맛있음
그건 아무도 안먹음.
겉바속촉한 가지전은 맛있는데...
그 순간만 맛있지 10분만 지나도 흐물거려서 못 먹게 되잖아.
굽거나 볶은건 괜찮음
직화가 제일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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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H도ㅍH릿
수분을 조지는게 핵심인데 나물로 무치면 그 물을 다 살려버리니까.
나는 그냥 먹는다 없어서 못먹지 이 좋은걸 안먹는 사람이 왜 많은거지
우와.
맛있겠다
살찜.
가지무침 맛없는줄 알았는데 그냥 울엄니가 재료를 쓰실줄 모르는 거더만. 구내식당에 나온 가지무침 속는 셈 치고 하나 먹었는데 개존맛이라 깜짝 놀람
만들고 금방은 괜찮은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체를 잃은 무언가가 되어 버림.
맛나겠다 ㅠ 나도 어제 만능양파 볶았는데 덮밥 해먹어야겠네.
양파 너무 헤프게 쓴다고 잔소리 들음.
십오키로 양파한망이 썩고 있길래 골라서 볶았는데 볶아놓으니 두대접도 안돼네.ㅋ
가지는....바로 조리해서 바로 해치워야됨...남기면 안됨...
어떻게 요리해도 맛있는 가지 품종 개발은 안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