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링크 http://bbs.ruliweb.com/hobby/board/300260/read/30548257?
지리산 종주기 2부 올립니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도저히 못 참고 새벽2시경에 다른 방에가서 누워자다가 알람진동에 깼습니다. 알람 맞춘 시간은 5시 10분.
4시조금 넘어서부터 자리 여기저기가 비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이른시간에도 산행을 시작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자리를 정리하고 나온 다음엔 생각이 틀렸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취사장에 사람이 거의 꽉 차 있더군요. 일찍 일어나 이른 밥을 먹고 새벽 일출을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배가 찬 상태로는 움직이는걸 즐기지 않아서, 물병의 물로 고양이 세수를 한 뒤(이곳에선 씻는용도의 물이 없습니다.)
금요일 오후에 택배로 받은 무선이어폰을 귀에 끼운 상태로 출발했습니다.
산행에 대비해서 자브라 엘리트65T라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중고로 구매했거든요.
출발직전 화장실 들렸다가 시계를 확인. 5시 20분에 출발했습니다.
천왕봉까진 1.7km. 다시 장터목 대피소로 복귀하기에, 무거운 배낭은 두고 힙색만 가볍게 메고 갑니다. (Peak)라는 단어가 도전의식을 불태워줍니다.
전날 저녁에, 대피소 직원분이 다음날 일출예상시간을 방송으로 미리 알려줍니다.
일출은 07시 예상이었습니다. 천천히 걸으면 1시간 10분가량 걸린다길래, 5시 25분경부터 작게 틀어놓은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6시 30분가량에 도착, 이미 도착 전부터 산객들의 렌턴 불빛으로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 있다는걸 알았죠.
꼭대기 바로 밑에서 바람을 피해 일출을 기다리는 산객들입니다. 봉우리 위쪽으론 바람이 많이 불더군요. 체감 -1도;;;;;
30분정도는 추워도 버틸만한 패딩을 들고 올라왔기에, 패딩을 껴입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붉게 물드는 하늘을 보며 꼭 일출을 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 천왕봉 일출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죠.
조금씩 날이 밝아오며, 여기저기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늘어갑니다.
빛줄기가 보이는 광경이 나오자, '아 일출 볼 수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해가 머리를 드러내자 저를 포함한 모든 산객들이 '와~'하고 탄성을 냅니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꺼내는 산객들.
30분동안 추위에 떨며 불편한 자세로 기다린 보람이 있었네요. 약 5분여 시간동안의 해돋이를 보고 내려갈 준비를 합니다.
그래도 인증샷은 찍고 가야죠. 사진 찍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대충 찍고 내려갑니다.
올라올 땐 몰랐는데, 가장 높은 능선이기 때문에 탁 트인 풍경이 정말 시원합니다. 거기에 따뜻한 햇살까지 더해지니 눈이 호강하는 광경이 펼쳐지더군요.
이런 풍경들을 오래보고 있고 싶지만, 그건 내년 2박3일 일정으로 갈 때 하렵니다.
여유를 즐기며 사진 찍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부부동반으로 오신 분들이 참 많더군요.
약 50분정도 내려오니 장터목 대피소가 나옵니다. 시계를 보니 07시 55분정도..
이제 짐을 챙기고 아침을 먹을 준비를 합니다.
대피소에 들어가 짐을 챙겨 나오다 한 컷. 이미 묵은 산객 분들은 거의 다 짐을 빼서 나가셨더군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짐을 챙기려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힙색에 넣어놨던(?) 이어폰 충전케이스를 찾았는데 없더군요.....
주머니를 다 뒤졌는데도 없었습니다.
올라가기전에 취사장에서 이어폰을 꺼내서 힙색에 넣고 올라갔는데, 내려와보니 없어진겁니다.
한참을 여기저기 뒤지고 대피소 직원분께 분실물 들어온 것 혹시 없는지, 취사장에서 이어폰을 꺼냈던 자리에 계신 산객분께 혹시 조그만 플라스틱 케이스 못 보셨냐 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모르겠다는 말들 뿐이었습니다;;;;
일단 밥은 먹어야하기에 데크에 있는 벤치에서 미역국라면을 끓입니다. 저기 젓가락 보이시죠.
설상가상이라고, 라면을 거의 다 먹어갈 때쯤 젓가락 한짝이 바닥에 떨어집니다. 바로 눈을 바닥으로 돌려 찾아보니 보이지 않는 겁니다.
바닥이 고무를 면처럼 엮은 모양인데 그 사이로 빠졌더군요.... 눈에 보이는데 손은 안 들어가고 집개로도 꺼내보려했는데 도저히 꺼낼 수 가 없는 깊이에 있습니다....
거의 만원돈하는 티타늄 젓가락인데, 포기하고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이어폰 케이스 때문에 기분이 다운 된 상태였기에 뭔가를 하려는 의욕이 생기질 않더군요.
백무동으로 내려오는 5.8km 구간동안 별로 사진 찍을만한 구석도 보이지 않고, 이어폰 케이스 생각이 머리에 꽉 차서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네요;;
어제 무리한 산행으로 관절에 무리도 간 상태라 힘들기도 했고요.
반달곰들을 위해 쓰레기는 가방으로 쏙쏙!..........
그래도 그 와중에 최대한 시선을 돌리며 사진을 찍으려 하긴 했습니다..
멍하니 걷다보니 목적지인 백무동까지 300m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도착시간 13시정각.
저 표지판이 얼마나 반가운지... 무릎이 제대로 걷기 힘들정도로 아픈 등산은 태어나서 처음이었습니다;;
부천 소풍터미널 가는 예약 버스표를 찾으러 갑니다.
표를 찾고 버스타는 곳으로 가니, 미리 예매를 안 하고 오신 몇 분이 있으시더군요. 저보고 예약을 미리 했느냐 어디 몇시차로 가느냐 물어보십니다.
미리미리 예약하고 와야 마음이 편합니다. 혹시모를 만석에 대비해서라도요.
인천, 부천쪽이신 분들은 9시 정각, 14시 30분. 딱 두번 소풍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있습니다. 이 버스 이용하시면 됩니다.
그 외 서울쪽 터미널은 10번정도씩 차가 있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중앙에 제일 많이 보이는 연한하늘색 버스가 제가 타고 갈 버스 입니다.
5시간 예상이라고 했는데, 예상대로면 19시에 도착했을 버스가 19시 30분이 넘어 도착했네요;; 무거운 짐을 이끌고 집에가니 20시 15분경..
무릎이 너무 아파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기가 벅찼습니다. 절룩절룩 댔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 배낭을 보고 제가 왜 그런지 알았겠죠.....
여행의 마무리. 9.4만원 가량주고 이베이에서 이어폰 케이스를 주문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운이 안 좋은 편이라, 에어팟이라든지 제가 산 65T라든지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면 바로 잃어버리는거 아니냐고 친구들한테 농담식으로 얘기하곤했는데
그게 현실로.....
다음 산행은 겨울이 지나고 도전하려고 합니다. 소백산 아니면, 월악산으로. 18개 산을 다 오르고 나면 좋은 추억과 함께 게임에서의 플래티넘 달성같은 성취감을 느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아직 젊어서인지, 무릎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할 정도로 너무 아팠었는데 이틀이 지난 지금 거의 정상화 되었습니다.
주말정도엔 조깅할 정도는 될 것 같더군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은 5D mkII와 35mm F1.4+ 24-105mm F4L IS렌즈와 아이폰6s로 촬영하였습니다.
잘봤습니다
감사합니다~
13년전쯤에 비슷한 코스로 움직이면서 일출 본적이 있는데 그때는 구름위에서 떴는데 여기에서는 제대로 뜨는군요 장관이네요 부럽습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전 가서 일출은 봤지만 많은걸 잃고 왔네요;;
군대에서 지리산 종주훈련했는데 저도 내려와서 무릎 후들거려서 며칠 고생했죠... 그 이후로 다신 안 가기로 맹세함...
군인이 지리산도 오는군요..... 자발적으로 가는것과 강제로 가는게 다르니 언젠가 한번 와보시면 그때완 다른 기분이 드실수도 있지 않을까요?
2019년 10/2일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