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처갓집 방문기 (6) 15-17일차 : 발파라이소 / 산티아고
이 글을 쓰는 현재 파타고니아에서 궂은 날씨에 무리해서 하이킹을 하던 7-8명의 다국적 그룹이 실종되었다가 구출되었는데 그 중에 한국 분이 한 분 구출된 이후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gn
*** 15일차 ***
전날 해군 퍼레이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해군 선박들이 두 척이 아직 항구에 머물러 있군요.
내려가는 언덕에 누군가 설치해놓은 작은 기차 모형. 이런 사소한 것들을 발견하는 것이 또 여행의 즐거움입니다.
언덕이 높다 보니 저 위에 주차해놓은 차는 도대체 어떻게 저길 올라간거지? 하는 물음이 가끔 드는 경우가 생깁니다.
아이 옷을 보러 잠시 의류 백화점 파리스에 또 들립니다. 파리스/줌보는 이제 거의 내 집 안방같은 느낌이네요. 너는 지금까지 입은 윗 옷의 갯수를 일일이 기억하나? 라고 물어올 것 같은 브랜드입니다(...)
거리 곳곳에 저렇게 작은 옛날 담배가게 같은 구멍가게들이 서 있습니다. 잡지도 팔고 스낵도 팔고 뭐 잡다한 걸 다 파는 가게들입니다. 저 그림은 성경의 무슨 장면인지는 알겠는데 오해 사기 딱 좋게 그려놨네요(...) 처음 그림이 올라갔을때 사람들이 많이들 욕했다고 합니다 ㅎㅎ
뒤에 보이는 약국은 닥터 시미라는 캐릭터를 내세운 멕시코 최대의 약국 체인인데 남미 전체에서 운영중입니다. 닥터 시미는 광고도 많이 하고 해서 꽤 유명한 캐릭터입니다. 특히 닥터 시미 인형탈을 쓴 사람들이 격렬한 춤을 추는 영상들이 바이럴하게 뜬 적도 많습니다.
잠시 들린 빠세오 로스 쇼핑몰에 있는 발파라이소 바이킹즈 산티아고 원더러즈 공식 샵입니다. 할로윈 장식이 아직 있네요.
이 예쁜 계단을 아이를 매고 짐을 들고 올라갈 생각을 하니 즐급습느드... 올라가면 꼭대기에 아까 내려올때 봤던 기차 장식이 놓여 있습니다.
올라가는데 왠 부부젤라같은 소리가 들리면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저씨가 골목에 오신 겁니다. 발파라이소에서 만드는 York 아이스크림을 작은 냉장고 안에 저렇게 넣고 다니시면서 파시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어도 될까 물어봤더니 비디오를 찍으라고 하셔서 찍어드렸네요. 아이스크림 2개를 물고 집으로 올라갑니다.
이틀후면 집에 돌아오는 일정이라 오늘은 숙소 정리를 하기로 합니다. 그동안 마셨던 술들을 정리해봤네요. 아우스트랄 또레스 델 파이네는 칠레 남쪽의 유명한 산봉우리 이름을 따 왔습니다. 청량한 라거네요. 5.0은 독일 작은 마을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인데 와이프가 마을 이름을 보더니 자기 친구 약혼자가 그 마을 출신이라고 해서 하나 집어들었습니다. 맥주를 마신다고 할 때 일반적인 맥주의 맛이었어요. AC/DC 맥주도 독일산인데 말 그대로 AC/DC Rock or Bust 음반을 틀어놓고 마셔봤더니 왠지 맛이 더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깔라페테 맥주는 좀 더 마시고 싶었는데 아쉽네요.
로스마리노 식당에서 얻어온 술들인데 다 놓고 왔네요. 저 진은 진짜 깔끔한데 칠레에서 만든거라 여기서는 아직까지는 어떻게 구할 수가 없네요. 다음에 갈 때 가지고 와야겠습니다.
*** 16일차 ***
언덕을 내려오는 길에 사진 한 장 찍어봅니다. 오늘은 처제와 동서를 만나서 골동품 시장에 가고 점심을 같이 먹을 예정입니다.
하지만 골동품보다 인형극에 더 정신이 팔리네요. 다양한 인형으로 아이들의 혼을 쏙 빼놓습니다. 큰 아이들(우리들)의 혼도 쏙 빠졌으므로 동전을 모자에 넣어드리고 옵니다. 혼이 빠질 정도로 보고 있다가 휴대폰을 털리지 않도록 조심합니다.
며칠전에 들렀던 시장의 2층으로 가면 이런 식당가가 있습니다. 호객행위가 장난 아니게 시끄럽고 여기 사람들보다는 관광객을 노린 것 같은 실내 구성이긴 한데 그래도 해산물을 먹겠다고 여기 식당을 골라봅니다.
식전 수프는 어렸을때 먹었던 제첩국같은 맛이 나네요.
여기의 특별한 메뉴같은 느낌인 해산물 메들리를 시켜봅니다. 중간에 처제가 이 집의 인스타를 보여준거 같은데 거기에 이게 있었던 거 같습니다. 같다...고 하는 이유는 아이에게 점심을 먹이고 옆에는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시끄럽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까지 온데다 저는 스페인어를 잘 못해서 메뉴를 진득하게 읽을 시간이 없어서 와이프가 정신이 없이 음식을 시켜서입니다. 4명이 나눠먹으려고 시킨거고 맛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만 가격대가 좀 있었네요 (3만원대를 넘어가는).
1인당 하나씩 시킨 튀긴 생선. 멜루자(Merluza)라고 하는 연안에서 잡히는 흰살 생선입니다. 맛은 있었지만 아저씨가 뼈를 다 발랐다고 했는데 사실 잔뼈들이 많이 남아 있어서 맛있게 다 먹지는 못했네요. 멜루자는 원래 잔뼈가 많은 걸로 유명한 생선이라고 합니다. 처제와 동서는 사실 호객행위에 지치고 해서 이런 시장에서 식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저를 위해서 와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친척들에게 아이를 맡기고 산티아고에서 하는 콘서트를 보러 가기 위해 대절한 전세버스를 찾아탑니다. 버스는 줌보 맞은편의 대학에서 타네요.
빠세오 로스 몰을 지나서
2시간을 달린 끝에 산티아고에 도착합니다. 이 시간대에는 고속도로가 체증이 심하네요.
다른 도시들에서 올라온 전세버스들이 길가에 줄줄이 끝없이 늘어서 있습니다. 큰 콘서트가 있을때는 이렇게 인근 도시 사람들이 전세 버스를 이용해서 산티아고로 오는 경우가 많은 듯 합니다. 아예 안내분의 셔츠에 써있는 로고가 콘서트 버스였나 그런 이름이었습니다.
버스 안에 옷가지와 물/음식이 든 가방을 놓고 (어차피 다시 돌아올 거니까요) 길을 나섭니다.
6만명이 들어가는 축구 경기장을 꽉 채우는 오늘의 콘서트는...
린킨파크입니다. 2024년 새 보컬을 영입하고 화려하게 부활을 했죠. From Zero 투어는 캐나다에서 이미 한 번 봤는데 여기서 다시 한 번 보게 되네요. 4만명까지는 경험해봤는데 6만명은 또 신기하네요.
와이프는 산티아고 공연 티셔츠를 구입했습니다. 옷 핀을 살려고 했는데 칠레 핀은 다 팔리고 아르헨티나 핀이 남았다고 하네요 (여기서 팔릴 거 같지는 않은데...).
메탈/락음악이 전세계적으로 쇠퇴기이지만 남미는 메탈/락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아서 길가를 가다보면 밴드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종종 보이고 큰 밴드들도 아직 공연을 오고 합니다.
오프닝 공연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오프닝 공연은 파피(Poppy)라는 가수입니다. 몇 년 전에 봤을때는 4-500명 정도 하는 콘서트장에서 봤는데 이렇게까지 컸군요.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호불호가 갈릴만한 음악 장르이긴 합니다.
파피 순서가 끝나고 메인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니 갑자기 케데헌 골든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시작하기 바로 전에 시간 맞춰서 딱 골든 끝날때 공연을 시작하려는 것 같네요. 거짓말같은데 아래 칠레 공연 실황 비디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케데헌의 인기란... 영어 버전으로 나왔는데 사람들이 꽤 따라부르네요 (남미권에서는 노래가 더빙이었습니다). 나중에 공연 실황 다른 비디오를 봤는데 뒤편에서는 사람들이 점프하고 난리가 났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본 공연 시작!
약간 이 정도로 메인 스테이지에서 떨어졌는데 6만명중에서는 나름대로 앞쪽인 셈이지만 사람들이 공연에 날뛰는 틈을 타서 조금씩 더 앞으로 전진합니다. 뒤를 돌아보면 사람들이 빽빽했습니다.
굉장히 좋은 무대입니다. 히트곡들과 이번 앨범의 곡들을 정성껏 버무려서 나온 세트 리스트입니다. 사람들이 귀가 찢어져라 노래를 부르다보니 가수 노래소리가 묻힐 때도 있습니다. 에밀리는 새로운 보컬로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부모님이 싸이언톨로지에서 좀 높은 위치라고 처음에 사람들이 뭐라고 했는데 싸이언톨로지는 레즈비언을 인정하지 않죠. 하지만 에밀리는 레즈라서(...) 그쪽과 결별했다고 합니다. 부모님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길은 선택할 수 있는 거겠죠.
One step closer를 에밀리와 파피가 같이 부르는 장면. 이건 귀하네요.
칠레 국기를 흔들어주고 칠레 모자를 쓰고 나와줍니다. 남미 국가들 공연은 정말 열정이 넘치는데 알게 모르게 어떤 국가가 더 공연자들에게 호응을 잘했냐 어떤 국가에서 공연자들이 더 행복해했냐 뭐 이런 경쟁이 국가들 사이에서 살짝 있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거의 손이 닿을 정도까지 앞으로 갈 수 있었습니다. 앵콜 곡이 끝날때쯤 걸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6명이 같이 갔는데 한 명이 헤어지는 바람에 미리 기다리기로 한 곳에서 기다렸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찾았습니다.
버스 안에 놔두고 온 물과 간식 덕분에 약간 기운을 회복하고 버스는 출발합니다. 발파라이소로 돌아오자 새벽 2시. 장인어른이 픽업을 해주셨습니다. 친척분들도 아이를 돌봐주시느라 피곤하신데 너무 감사했습니다.
*** 17일차 ***
나이는 속일 수 없어서 온 몸이 뻐근하니 빠세오 로스 몰에 아이스 커피를 마시러 갑니다. 던킨 도너츠에서 새로 나왔다는 오렌지 에스프레소를 마셔봤는데 그냥 오렌지 주스에 커피 탄 맛이네요...뭐지
푸드 코트에서는 이렇게 국회 의사당 뒷편이 보입니다. 그런데 뭔가 사람들이 트럭 위에서 연주를 하고 있네요. 선거 운동인가? 이 길을 따라서 앞으로 쭉 가면 오른쪽에 광장, 왼쪽에는 일요일에 골동품 장이 서는 곳입니다. 한 2주 있으니까 기본적인 지형은 대강 다 파악되는군요.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니까요. 단 산쪽으로 올라가면 골목이 복잡하고 얽혀 있어서 그쪽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웬디스 콤보를 시켜 먹어볼까 하다가 후안마에스트로에서 패밀리 밀을 시켜서 버거를 종류별로 먹어 봅니다.
저걸 다 먹을 수 있진 않고 한 입씩 먹어보라고 처제가 사주네요. 3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처제 신용카드 할인이 40%가 들어가서 다행입니다. 이렇게 지인찬스를 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남은 건 가지고 가서 장인 어른을 드린다고 합니다. 영수증은 가지고 있다가 이름이 불리면 영수증을 보여주는데 저렇게 두 줄을 그어서 음식이 나왔다는 확인을 해주네요. 중간에 치킨버거가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건 엘 구아똔(El Guatón)이라고 하는 여기 5 지역에서만 있는 프렌차이즈라고 합니다. 칠레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긴 나라죠. 한국에서 도가 나눠져 있듯이 지역이 나눠져있는데 특이하게 번호로 되어있습니다. 산티아고와 발포는 제 5 지역입니다. 그리고 엘 구아똔은 5 지역에만 있는 프렌차이즈라고 합니다.
꼼쁠레또가 저번에 갔던 마르코폴로 식당보다 더 크네요.
2시간동안 또 남은 짐을 싸고 숙소를 나섭니다. 꾸라까비라는 곳을 지나는데요, 이곳은 약간 전통 마을 같은 곳이고 치차가 유명하다고 합니다.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지나갑니다.
날씨가 영화처럼 좋습니다.
그리고 도착한 산티아고 공항.
캐나다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타는데 앞에 한복을 입으신 여성분이 어머님과 남편분? 인 듯하신 분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있으시더군요. 혹시나 유튜브같은 것을 하시는지 물어봤는데 이렇게 한복을 입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라고 하셨습니다. 굉장히 멋있는 분이었어요. 한국에 잘 돌아가셨으면 좋겠네요. 한국에서 칠레는 직항이 없어서 캐나다에서 갈아타신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돌아왔습니다. 남미쪽, 특히 칠레는 관련 여행 정보가 인터넷에 많이 없는 것 같아서 사진마다 좀 자세하게 설명을 달려다보니 길어졌네요. 중간중간 재미없는 드립도 참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칠레는 남북으로 긴 나라라서 북쪽으로 가면 세계에서 제일 건조한 사막인 아타카마 사막부터 (여기서 유명한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으로 가는 투어도 할 수 있습니다) 중간에 다양한 기후와 문화가 존재하는 많은 도시들이 있고 모아이가 있는 이스터 섬이나 자연이 광활하게 펼쳐지는 남쪽의 파타고니아 지역과 남극과 이어지는 남쪽까지 볼거리가 많은 나라입니다. 한국과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미치고는 안전한 편이며 여행하기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여행을 할 시간이 나신다면 칠레는 분명 좋은 추억을 남겨드릴 나라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아는 한도에서 최대한 답변드리겠습니다.
긴 여행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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