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소화불량자의 8박9일 히로시마 여행 6,7일차 (쿠레, 미타라이)
2일차 (미야지마) :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65303
3일차 (타케하라 1/2) :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65305?
4일차 (타케하라2/2) :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65311?
5일차 (오노미치) :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261/read/30565318
세상에 5일차 올린 날이 13일이네요...
몇 번 날려 먹었다곤해도 보름이나 걸릴 줄은 몰랐네요...
기다려 주신분도 있는거 같은데 죄송합니다.
사실 7일차 까지 여정이 끝나면 8,9일차는 거의 소화시합에 가까운지라, 이 글도 거의 막바지입니다.
마지막까지 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아침입니다.
거실로 내려오니 주인 아주머니가 바로 아침을 차려주신다고 합니다.
먼저 내주신 차.
사실 이때 짜증이 좀 난 상태입니다.
어제 환기한다고 창문 열어둔 사이에 모기가 몇 마리 들어왔는지 밤새 시달렸거든요.
다합치면 스무 곳은 족히 뜯긴 탓에 엄청 스트레스 받은 상황...
금방 아침을 차려주십니다.
찐 호박에 키리보시 다이콘, 방울토마토를 곁들인 어묵과 달걀말이, 버섯과 피망 볶음, 절인무와 히로시마나.
된장국은 유부와 팽이버섯
특별하게 맛있지는 않았지만
아침으로는 완벽한 식사였습니다.
진짜 가정식이란 느낌.
오늘의 이동경로.
쿠레 까지 2시간은 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 먹자마자 일찍 나섭니다.
내일은 아침이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쿠레 관광도 일찌감치 돌아 둘 생각이였죠.
쿠레역 도착.
역 간판은 그 유명한 야마토가 장식하고 있습니다.
열차 발착 멜로디 까지 우주전함 야마토의 ost를 사용하던데, 진상을 아는 한국인으로서는 그냥 헛웃음만 나옵니다.
전부 엎어 버리고 주차장과 버스정류장으로 바꾸고 있는 모양입니다.
그야 현지 주민들에게는 운치나 감성 같은거 보다 주차장 한 칸이 더 기쁘겠지만, 조금 아쉽습니다.
여기서 살짝 김이새는 느낌이였지만, 이 정도는 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관광을 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유명한 야마토 뮤지엄부터 방문 할 생각으로 구글맵을 열었더니...
오늘 날짜
10/28일 화요일...
쿠레 관광의 핵심이였던 박물관은 물론이고 유람선 까지 모조리 휴업...
심지어 주변 맛집까지 같이 쉬어버리는 치밀함 까지
여러분은 쿠레 관광 가실 꺼면 절대 화요일에 가지 마십시요...
한 순간에 할게 없어진 탓에
짐부터 맡긴 뒤 역근처를 어슬렁 어슬렁
강변 공원 사진 두 장 찍고 관광 종료...
적당히 시간 죽이다 식사 하러 갑니다.
쿠레하면 카레.
점찍었던 식당은 휴업인지라 다른 곳을 찾아 봤는데, 심신 미약상태였던지라 도전 하기보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선택을 합니다.
주문 한 것은
呉千福 酒粕カレー
1,600엔
쿠레의 토종 사케 千福 주정을 사용한 카레...라고 설명은 들었지만 그냥 비프 카레와 별 차이는 못 느꼈습니다.
맛은 있었습니다만, 1,600엔 은 좀 비싸네요.
호텔 식사니 어쩔 수 없지요.
다시 전철로 2정거장 이동하여 히로역으로.
역 간판이 조선 통신사입니다.
이 버스가 골 때리는게 로컬 회사에서 운영하는 버스고 편수도 적어서 구글 지도로는 검색도 안됩니다.
올해 봄까지만 해도 타케하라에서 고속선으로 간단하게 갈 수 있었지만 수요 감소로 무기한 운휴에 들어가 부활 가능성은 없다고...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이곳은 세토 내해를 가로지르는 조선통신사 사절단의 배가 쉬었다가는 곳으로서 약 200년 동안 이용 된 모양입니다.
사전조사도 마치고, 이제 진짜 할게 없어져서 호텔에서 빈둥대다 한잔하러 나왔습니다.
초저녁이라 손님은 저 뿐이였네요.
하라미 (뱃살) 숯불구이
부타탄 (돼지혀)야채 볶음.
치킨 난반.
치킨 난반은 집에서 자주 시도해보는 요리인데 현지 맛이 잘 안나네요.
초저녁이지만 얼른 쉬어야 했기에 안주 삼종으로 피치 사워를 들이 붇습니다.
어쩐지
이번 여행중엔 엄청 마셔대고 있는데 사실 평소에는 술 잘 안마십니다.
진짜에요.
아무튼 결국 이렇게 아무것도 못한채 쿠레는 종료.
다음날.
6시 반에 일어나서 7시에 호텔을 나왔습니다.
버스가 7시 50분이라 7시 반에 열차를 타야 했습니다.
이동경로.
쿠레역에서 히로역으로 이동해, 히로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시모카마카리지마, 카미카마카리지마, 토요지마를 거쳐 오오사키 시모지마까지.
전철과 버스를 합해서 약 90분 정도 소요 됩니다.
새토 내해에 아침해가 오르는 모습을 버스에서 찍다니...
아, 버스에는 저 말곤 관광으로 보이는 노부부 한 쌍 뿐이였습니다.
로컬 버스라고 해도 ic카드 결제도 안되고, 버스도 상당히 낡은게 이 노선 마저 없어질 거 같아 불안해집니다.
혼슈-시모카마지마를 잇는 아키나다 대교를 통과
양 카마카리지마를 잇는 카마카리 대교
배가 무지 가깝게 지나갑니다.
토요시마로
드디어 오사키시모지마로 향하는 마지막 다리, 토요하마대교.
산등성이부터 이어진 다리라, 일단 산을 타고 올라가야 건널 수 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쭉 달리다보면 특이한 섬이 나옵니다.
정식명칭은 나베시마라고 하는 작은 무인도인데, 침엽수가 자란 모양이 고슴도치 같습니다.
며칠 전에 미야지마에 갔던 때만해도 전혀 보이지 않던 단풍이 조금 보입니다.
이 섬이 보이면 목적지는 이제 코앞입니다.
목적지인 오오쵸항에 도착.
지금까지 지나온 루트가 바다 너머로 보입니다.
쿠레에서부터 지금 지나온 섬들을 지나, 아이치현의 오카무라시마 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를 토비시마해도라고 합니다.
저는 버스를 이용했지만, 원래는 사이클링이나 오토바이 투어링으로 유명한 길입니다.
오오쵸항에 있는 관광지도.
토요마치 관광도라고 적혀 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다고 했지만 사실 미타라이 까지는 조금 걸어야 합니다.
버스가 미타라이까지 이어져있지만, 조금 걷고 싶어서 두 정거장 앞에 내렸습니다.
원래는 며칠 전에 방문했던 타케하라항구에서 이 오오쵸항 까지 아까 언급한 고속선이 다녔습니다.
항구 맞은 편에 건물이 하나 서있습니다.
카페, 식당, 여관 오렌지 하우스
그냥 할 수 있는건 다하는 모양입니다.
버스를 오래탄 것도 있고 화장실도 빌리고 싶어 들어왔습니다.
주문은 아이스티.
햇빛을 받은 잔이 의도치 안게 멋지게 나왔습니다.
주인분 취향인지 책장에 오래된 만화가 빼곡 합니다.
한국에선 이상한 의미로 유명해진 만화 표류교실도 보이네요.
잠깐 쉬었으니 다시 출발합니다.
차가 잔뜩 서 있다 싶었더니 관공서 건물들이 모여 있는 곳이였습니다.
공민관과 JA, 문화센터... 귤 전시관도 있습니다.
JA는 올해 일본 쌀값 뉴스로 들어보신 분들이 많을 듯한데, 일본 농협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시골에 가면 농협 하나로 마트가 꼭 있듯이 일본도 이런 시골에 오면 반드시 JA에서 운영하는 마트가 있습니다.
이 주변도 물론 마트 따위 없으니 이곳이 이곳 주민들한테는 제일 중심지 인 셈이겠네여.
귤 직판장도 있습니다.
세토우치라고 하면 레몬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 주변은 귤이 명산품입니다.
자세한건 본의 아니게 들어가는 귤 전시관에서...
이벤트 포스터가 붙어 있네요.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8일이면 이미 귀국한 뒤인지라...
돌아 갈 때 써먹으려고 찍은 버스 시간표.
한 시간에 하나가 있을까 말까...
사진까지 찍어 놓고도 오늘 저녁에 일어날 비극은 막지 못했습니다.
무인 귤 판매소
마침선거 기간이라 벽보가 붙어 있습니다.
선거 중요한건 알겠는데 남의 간판을 저렇게 가려도 되나...?
드디어 목적지가 보입니다.
세토내해의 두 번째 마치나미보존지구
미타라이(御手洗) 입니다.
마을 입구에 있는 관광안내소에 커다란 안내도가 있습니다.
낡아서 알아 보기 힘드네요...
중요 전통 건축물 보존 지구
에도 미나토마치 전시관
미타라이의 역사에 관한 전시가 되어있습니다.
나중에 들러서 구경했습니다.
내부 촬영 금지라는 말은 딱히 없었지만 따로 찍지는 않았습니다.
직접 가서 돌아보는 입장에서는 꽤 괜찮은 지식이였지만
이글에 역사 얘기를 길게 해봐야 지루하기만 하겠죠.
미타라이항입니다.
큼직한 아치에는 에도시대에 운항하던 상선인 키타마에센과 함께 번영한 마을이라고 적혀있는데,
정작 이곳도 근처 섬에서 오고가는 배가 수요 감소로 끊기면서 이제 완전히 쓰이지 않는 항구가 되버렸습니다.
일본 관광지에 자주보이는 고유한 디자인이 들어간 소화전.
8시 전에 출발해서 이동만 했는데 이미 11시...
본격적으로 구경하기 전에 점심을 먹으러.
작은 관광지지만 식당이나 카페가 몇 건 있습니다.
주말 한정 영업하는 가게를 빼면 거의 그마저도 적지만요.
주문한 건 크림고로케 정식
품질도 맛도 소박합니다.
밥먹고 나오니 고양이가 있네요.
사람이 상당히 익숙해 보입니다.
냐옹
벤텐 신사
에도시대에는 항구마을로 번영한 미타라이에는 뱃사람들을 상대로하는 대규모 유곽이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많은 유녀들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미타라이
일본 유산
키타마에센기항지, 선주집락
길가에 서 있는 신사.
이번에는 에비스 신사입니다.
에비스 신사는 항구가 있는 곳이면 어디에나 있는 느낌이네요.
바다를 향해 도리이가 서있습니다.
좀전에 지나 쳤던 전시관에 따르면 방파제가 생기기 전 원래는 이쪽에 선착장이 있었다고 하네요.
200년 전 쯤이야기지만...
도리이 밑에서 바라본 세토내해.
전성기에는 이곳이 배로 가득 찼던 모양입니다.
이쪽 건물은
토요마치 역사 민속 자료관.
에비스 신사 바로 뒷쪽에 있습니다.
건물 자체도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곳으로,
원래 건물의 이름은 시치쿄우오치 (칠향락) 유적지 입니다.
17세기, 타케하라에서 미타라이로 이주해온 사람들이 세운 곳으로, 20명 이상의 직원을 둘 정도로 크게 번성한 상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민속 자료관은
내부 수리로 인해 출입금지...
어쩔 수 없이 밖에서 보이는 곳만 사진으로 남깁니다.
다시 해안선을 따라 쭉 걷습니다.
마을 자체를 빙 둘러 걷게 됩니다만,
번듯한 건물이 서있네 싶었는데 파출소입니다.
관공서도 마을 경관을 해치지 않게 고려한게 보이네요.
파출소 뒤로 돌아가면 대동사라는 절이 나옵니다.
1735년에 건립 된 절로, 현재의 본당은 개축 된것이지만 그것도 1856년.
미타라이에선 200년 정도 된 건물은 희귀하지도 않습니다.
대동사 앞의 밸브 덮개.
다음 목적지가 그려져 있습니다.
다시 해안도로 쪽으로 나오면 멀리 석등이 보입니다.
저 석등이 서있는곳은 치사코 방파제라는 곳으로, 1829년 당시에는 일본 최대 규모로 지어진 방파제입니다.
위에서 본 사진.
방파제 앞에는 또 신사.
스미요시 신사라고 하는데, 미타라이 보존지구의 끄트머리에 해당합니다.
여길 지나가야 방파제로 갈 수 있습니다.
신사앞에는 작게 만들어진 석등의 모조품?이 서 있습니다.
신사로 들어가는 길도 석등과 석재 도리이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정작 본당은 나무에 가려서 안찍혔는데 눈치를 못챘습니다.
제일 기대했던 관광지라 들떠서 정신 머리가 없습니다.
석등으로 가기 위해서는 방파제 위를 걸어갑니다.
120m 규모의 방파제가 에도시대 말기에 지었졌습니다.
아까 전 전시관에서 읽은 정보를 요약하면
19세기 당시에는 세토 내해 내부에서도 경쟁 하는 항구도 여럿 생기고, 항로가 변경되기도 해서 미타라이는 항구로서 경쟁력을 잃어갔고
그걸 만회하기 위해 당시 일본에서 가장 큰 방파제를 건설 함으로서 항구를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하려 했다... 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멀리서 볼 때는 아담했는데
가까워 지니까 꽤 큽니다.
잠깐 뒤돌아서.
해안 도로는 스미요시 신사 뒷쪽으로도 이어지지만 아무것도 없습니다.
산을 끼고 돌아가면 오키토모라는 작은 마을과 또 신사와 절이 있는 모양이지만, 오늘은 미타라이 까지만 보기로.
석등 바로 밑에서 찍은 사진.
네, 사실 모양만 그대로 다시 세운거지 건축 당시의 등대 역활을 하던 석등은 아닙니다.
모양만 남아있고 등화 기능은 있지도 않고
기상관측 장비나 사다리를 달아버리니 차라리 멀리서 사진만 찍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네요 ㅋ;
오디오 가이드 설명에서 방파제에 사용된 돌에 건축 당시 새긴 조각이 남아 있다고 해서 찾아 봤는데
위에서는 안보이는지 못찾았습니다.
석등 뒤, 방파제의 진짜 끄트머리에 갈매기가 앉아 있습니다.
모르는 아저씨랑 둘이 사진찍는다고 나란히 서서 뻘줌했네요.
뀨
배경 빨 엄청 잘 받는 갈매기.
방파제 끝에 서보려고 다가가니 당연히 휙 날아갑니다.
왼쪽에 걸어서 지나온 해안 도로가 보이네요.
아, 아까부터 보이는 맞은 편 해안은 오카무라섬입니다.
토비시마 해도의 마지막 섬입니다.
저 뒤로도 섬이 몇 개 있어서, 시마나미 해도인 오미시마 까지 이어집니다.
왼쪽 끝에 보이는게 아까 신사 입구에서 봤던 작은 버전의 석등입니다.
방파제 안에는 어선이 몇 척 있을 뿐.
다시 스미요시 신사를 지나 방파제를 나오는 길에, 동네 어르신들이 몇 분 계십니다.
미타라이는 스미요시 신사와 아까 지나온 미타라이항, 두곳에 버스가 정차합니다.
동네 어르신들은 여기서 기다리는 모양입니다.
바다랑 잠시 작별.
전망대는 도착도 안했는데 벌써 경치가...
굳이 사진찍어도 되냐고 묻기는 좀그러니 조금 떨어져서 오도방구만.
어르신에게 전망대가 이길이 맞을까요 하고 확인했더니, 저 위를 가리키며 금방이라고 선뜻 알려주십니다.
결과만 말하자면 사기였습니다.
금방이라며요!
귤 밭.
열매는 다 맺혔지만 아직 설익은 느낌입니다.
이번 여행에서만 10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어댔는데 똥손이슈는 여전합니다.
진짜 끝 없는 귤밭을 따라 올라갑니다.
가끔 뒤 돌아서면 그 것 만으로도 힐링.
아까 봤던 귤밭이 저 아래에.
어르신이 가리켜 주신 방향.
저 건물까지 가면 바로 보인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저기까지 가는길이 생각했던 것 보다 세 배쯤 돌아가야해서 문제지 (...)
역사가 보이는 언덕 공원
밑에서 올려다 보던 건물 입니다.
그 사진을 찍고 여기까지 오는데 20분 걸었습니다...
건물은 안쓰는 농기구 같은게 대충 굴러다니는 버려진 창고였습니다.
오...
그냥 여기가 전망대아닐까.
올라온 길입니다.
이렇게 걸은게 대체 몇 년만인지.
드디어 전망대가 있는 공원 입구에 도착!
감동의 원샷이지만 역광!
진짜 찐 막.
저 계단만 올라가면 전망대입니다.
공원에 설치되어있던 미타라이 지도.
역사적 사건이나 건축을 간단한 한컷으로 설명해두었습니다.
계단을 올라 전망대에.
쿠루시마 해협 방면.
저 멀리 보이는 건 시코쿠입니다.
토비시마 해도.
가장 왼쪽 부터 헤이라섬, 나카노시마, 조금 앞쪽으로 나와서 코지마, 그리고 오카무라섬.
사진에는 코지마에 가려 안보이지만 섬 네 개가 다리로 이어진 걸 볼 수 있습니다.
나카노세토 대교
오카무라 섬.
좀 잘나온 녀석으로 선별하니 사진이 몇 장 안되지만, 여기서 한 삼십분 정도 정신을 놓고 있었습니다.
올라 오는 길에 전망대가 필요한가 같은 생각을 했던 놈은 죽었습니다.
역시 정상에서 보는 풍경은 각별하네요.
사실 이 전망대까지 오는 루트는 제가 온 길 말고도 미타라이에서 직접 계단을 타고 올라 오는 길도 있습니다.
지금은 잡목으로 완전히 삼켜져서 사람이 다닐 수 없는 상태였는데
이런 곳은 제발 잘 좀 보존해서 오래 오래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주민도 아닌 외지인이 상관할 문제가 아니지만서도요...
내려갑니다.
올라온 미타라이 남쪽 (스미요시 신사)과는 반대 방향(미타라이항)으로 내려갑니다.
내려오는 도중
철창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건물.
쿠레시립 유타카초등학교... 흔적이라고 나옵니다.
폐교 따위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흔해빠졌지만, 학교의 규모가 상당합니다.
이 커다란 학교가 아이들로 꽉찼던 시절이 있었겠지요.
학교를 지나면 다시 미타라이 항구 쪽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해안도로와 일봉지산 산길을 따라서 미타라이를 크게 한 바퀴 돈 모양새네요.
이번에는 해안도로가 아닌 마을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텐만신사.
나무가 전혀 손질되지 않은 모양새인데, 저게 전부 벚꽃나무인 모양입니다.
꽃 피는 계절에 찾으면 이런 느낌이라고...
(출저:https://tabetainjya.com/archives/cat_15/post_2014/)
텐만신사 본당.
눈치빠르신분들은 알아차렸겠지만 아까부터 사진이 개판입니다.
산타고 체력이 완전 방전되어서 오디오가이드 따라 빠르게 체크포인트를 공략중이거든요.
텐만 신사 바로 맞은 편은
구 카네코가 저택.
막부 말기에 일본 역사에 있어 꽤 의미 깊은 건물이라고 합니다.
히로시마 번과 죠슈 번, 사쓰마 번의 대표들이 밀담을 나누고 막부타도, 천왕복권을 위한 밀약을 맺어,
결국 도쿠가와 막부가 타도 되고 메이지 시대에 돌입했다...고 하네요.
실제로 일어난 일은 더 복잡하지만 막부타도의 시발점으로서 의의를 두는 모양입니다.
구 카네코가 저택을 지나면 이번에는 공사중인 건물이 나옵니다.
구 와케비스야.
명목상으로는 에도시대 부터 운영되었던 찻집... 으로 되어있습니다.
사실은 에도시대에 뱃사람을 상대로 장사하는 유곽이였습니다.
당시 미타라이에는 커다란 찻집이 4곳 있어서, 그중에서도 이곳은 가장 규모가 큰 곳이었다고 합니다.
다음은 新光時計店.
신광시계점.
신광시계점은 지금도 영업을 하는 가계로, 시계의 수리점입니다.
별 볼일 없는 시계 수리점이 유명한 이유는... 이쯤 되면 예상이 되시겠지요.
이 시계점, 에도, 메이지, 다이쇼, 쇼와와 헤이세이를 거쳐 지금까지 영업하고 있는 일본유산으로 등록된 가게입니다.
당연히 주인도 대를 이어왔고
이름도 마츠우라 시계점에서 한 번 바뀌어,
가게 건물도 몇 번 이사를 거쳤지만, 한 가문의 가업으로서 1700년대 부터 운영된 가게입니다.
며칠전 방문했던 타케하라에서 이주해온 첫 주인이 쌀과 같은 식료품은 물론, 잡화나 약등 온갖것을 다루는 소매점으로 개업했으나
이후 다른 장사는 정리하고 시계수리만 남았다고 합니다.
현재의 점포는 1919년에 지어진 건물로 오대 째 점주 마츠우라 코우지 씨가 이어 받아 영업하고 있으며,
뛰어난 기술로 전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수리 의뢰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강렬한 역광이 비치는 골목을 지나 다음으로.
돌담이 나타납니다.
사찰 만슈지의 돌담입니다.
만슈지는 무려 타이라노 키요모리 (1118~1181)가 태풍을 피한 감사를 담아 건축했다는 설이 있습니다만,
절에 남아 있는 기록으로는 1718년에 불상이 세워지고, 그후 1751이 되어서야 진언종에서 사찰로 인가 받았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만슈지의 돌담은 18세기에 쌓아진 것으로, 정확한 기원은 남아있지 않으나 건축 당시에는 이곳에 해안선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수군의 방어진지로 사용 된거 아니냐는 설이 있습니다.
다른 설로는, 1585년에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 시코쿠를 정벌 할 때 가토 기요마사(!) 가 그에 대항하기 위해 쌓은 것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둘다 임진왜란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입니다.
위로 올라갈 체력은... 없습니다.
다음은 드디어 마지막.
미타라이 여행의 마지막 명소.
극장 오토메자 (처녀좌) 입니다.
1937년 건축물로, 다른 곳에 비하면 역사가 짧습니다. (그래도 거의 100년이지만요)
당시 미타라이의 촌장이 주민을 위해 사비를 털어 건설한 극장으로, 당시에는 최신 유행이였던 모던한 건축물입니다.
전후 쇼와 40년대 까지는 영화관으로 운영되었고, 그 후로 영화 산업이 사양길에 들어가 지역의 귤 선별장(...) 으로 이용되다가
2002년 지역 주민들의 기억을 토대로 창업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된 것이 현재의 모습입니다.
그 후로는 관광지로서 일반공개 되어있습니다만,
이후로도 대중연극이나 무용, 만담 등의 공연, 영화 상영 등 다양한 이벤트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무대 정면 1등 석.
의자를 쌓아 둔 곳은 원래 매점이였던 모양.
2층 객석에서 내려다 본 무대 입니다.
영사실.
무대 위에서 바라본 객석의 모습.
아담한 극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관객이 2층에 있더라도 아이컨택이 가능할 정도.
무대 뒤로 실례.
예전 이벤트에서 사용된 간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대를 다시 한 번 찍어야겠... 다고 생각했는데
기울었습니다.
똑바로 서있는 것도 힘듭니다.
입구에 남아 있던 액자
확인 할 수 있는건 21년도의 이벤트가 마지막입니다만, 부디 계속 유지됐으면...
이것으로 미타라이의 관광지는 거의 전부 완주했습니다.
이때가 2시 반을 조금 지난 시점으로, 4시간 정도 소요 됐습니다.
아까 찍어둔 버스 시간표를 보고 3시 (2시 57분)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합니다.
여기서 치명적이고 어이없는 실수를 했지만 아직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이동중에 만난 강아지.
스미요시 신사 앞에서 노인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 봤기 때문에
저도 스미요시 신사로 돌아갑니다.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지라, 그냥 떠나기 아쉬웠던 저는 카페로.
民泊・cafe とみつね
스미요시 신사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카페입니다.
아까 질릴 정도로 귤을 봤기 때문에, 오렌지 쥬스와 치즈 케이크를 주문.
해안도로 너머로 보이는 세토내해를 구경하며 잠깐 휴식을 즐기고 일어나려는데...
버스가 지나갔습니다.
당황한 저는 급하게 시간을 확인해봤지만, 시간은 아직 50분.
그리고 너무나 멍청한 실수를 깨닫습니다.
아까 찍은 시간표는 오는 도중에 찍은 시간표고, 이 곳은 더 앞 쪽 정거장이라는 사실을...
버스가 사진을 찍은 정거장에 57분에 도착하려면 여기는 더 빨리 통과 해야하는 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곱씹으며 계산하고 나오는데, 돌담 위의 고양이와 눈이 맞습니다.
나를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나도 멍청했던 거 알아.
가까이 다가가니까 담 너머로 ㅌㅌ
신경안쓰는 척하면서...
좀 떨어지니까 다시 올라옵니다.
바다를 보면서 멍...
자기 멍청함에 받은 충격을 완화 시킵니다.
다음 버스는 1시간 뒤.
어쩌겠습니까. 시간이 남았으면 써야죠.
바다 구경이나 할 겸 천천히 해안도로를 걸어서 미타라이 항까지 걷기로.
미타라이 항 맞은 편에 있던 전시관입니다.
이제보니 여기도 건물 이름이 처녀좌입니다.
왜 위의 극장과 같은이름을 쓰는지는 유래를 찾을 수가 없네요.
다시 돌아온 미타라이 항.
저 구석에 버스 정류장 표시가 있는데, 여기에는 버스시간표가 또 없습니다.
중간에 앉아서 쉬기도 하며 천~천~히 와서 이 때의 시간이 3시 40분.
스미요시신사 보다는 가깝겠지만 아까 버스표를 찍은 곳 보다는 아직 앞쪽입니다.
52분 버스니, 이번에야 말로 놓치지 말자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4시 10분.
처음 도착했을 때 보고 그냥 지나쳤던 오오쵸의 귤 박문관에 왔습니다.
다음 버스시간은 4시 50분이라 시간을 죽이러요.
네? 3시차요?
ㅎㅎ
거기서 갑자기 배가 아플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원래 전시관이나 박물관 사진은 잘 안찍습니다만, 관광객이 구경하는 걸 본 JA 직원이 와서는
사진 찍어도 된다고 강권을 하셔서...
이쪽은
전망대에 올라가면서 본 비탈길 귤밭에 대한 설명이네요.
일본 처음의 귤 통조림.
어디서 모아 왔는지 옛날에 쓰던
귤 상자까지 전가 되어있습니다.
귤무역이 활발하던 때의 오오쵸항의 모습
제가 버스에서 내렸던 그 항구입니다.
오오쵸항의 디오라마.
귤 농사의 전성기었던 쇼와에는 이런 배가 400척 이상 동원되었다는 내용입니다.
구경을 마치고, 결국 처음 내렸던 오오쵸항 까지 돌아 왔습니다.
아까 들렀던 오렌지 하우스가 보이네요.
드디어 무사히 버스에 탑승.
미타라이 관광은 2시 반에 끝났는데 정작 버스는 5시가 다 되서야 타는 대참사가 벌어졌습니다...
해가 넘어가고 있네요.
헤이라 섬과 헤이라교.
노을 지는 세토 내해
아침에 봤던 고슴도치도 저녁 노을을 덮었습니다.
멀리 보이는 토요하마 대교.
저곳을 지나면 오오사키시모지마를 나섭니다.
이후에는 왔던 토비시마해도를 따라 쿠레로 돌아갑니다.
쿠레역에 맡겨둔 짐을 찾아, 다시 히로시마로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