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할 정도로 하얀 눈밭에서 파르티잔은 도망치고 독일군 병사들은 트럭을 타고 도주하는 파르티잔에게 사격을 가하여 전투가 벌어진다.
기관총으로 맹렬하게 총알을 퍼붓는 독일군과 대조되는 파르티잔의 대응수단은 소총뿐이다.
병사들은 하나 둘 무력하게 쓰려져가고 파르티잔의 무리에 섞인 민간인들도 구별 없이 죽어간다.
결국 도망쳐 도착한 숲. 하얀 배경과 대조되는 것은 나무와 무력한 병사들뿐.
남은 시간에 식량을 나누었지만 전부 모아도 철모 하나를 채울 수 없어 한명당 돌아가는 양은 채 한줌이 안 되는 곡물.
카메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먼 거리에서는 숲을, 가까운 거리에서 희망을 버린 얼굴들을 담아냈다.
추위와 부족한 보급품으로 인하여 전 육군 상사(Старшина)이자 숙련병인 리바크와 함께 근처의 마을에서 보급품을 구하도록
병사를 보내려 하는데 모두가 위험한 임무에 자원하지 않다가 전직 교사이자 포병 장교였던 소트니코프는 선선하게 수락한다.
리바크는 앞서고, 소트니코프는 뒤따른다.
하지만 목표로 한 마을은 이미 독일군에 의해 불타버린 뒤였다.
리바크는 좀 더 떨어진 마을로 혼자서 이동하려 하지만 소트니코프는 따라간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소트니코프를 위하여 리바크는 목에 두를 수 있도록 천조각을 양보하고 자신의 식량을 내주는 등 전우애를 보인다.
둘은 결국 노인과 아내만 남아있는 조그만 마을에 도착한다.
리바크는 마을에 독일군 내통자는 없는지, 혹여나 노인이 독일군에게 원조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강하게 추궁하지만
노인은 큰 관심을 두지 않고 노인의 아내는 과하게 반응하며 두 병사에게 굽실거린다.
리바크는 분노한 나머지 노인과 나간 뒤 총성이 들리지만 죽은 것은 양이었고, 양을 매고 리바크는 길을 떠난다.
뒤를 돌아본 소트니코프는 노인이 방 안의 등불을 등지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만, 이내 고개를 돌리고 길을 떠난다.
둘은 계속 설원을 걷는다. 소트니코프는 폐병이 있는지 계속 기침을 반복하면서도 당장 갈 방향에 대한 확신조차 없지만
리바크는 격려하며 앞서 걷는다. 하지만 독일군 순찰대에게 발각당하여 도주하지만 걸음이 느린 소트니코프는 다리에 부상을 입게 되고
리바크는 홀로 도주하여 짐이 되기 싫은 소트니코프는 삶을 포기하고 소총으로 자1살을 결심하게 된다.
그 순간 양을 버리고 전우를 구하기 위해 리바크가 달려오고, 살아남을 수 없다는 소트니코프의 말에도 괜찮을 것이라며
눈밭을 기어서 나아가 숲까지 도주한 뒤 응급처치한다. 이 모든 장면에서 비관적이면서도 수동적인 소트니코프와 대조되는
리바크는 넘치는 전우애와 맹렬하게 모든 행동에 확신을 가진, 삶의 의지를 가진 영웅적인 인물이다.
응급처치를 끝낸 리바크는 근처에 아는 오두막이 있다며 소트니코프와 끝까지 함께하려 한다.
둘은 독일군 순찰대에게 도망쳐 마을 외곽의 오두막에 도착하게 된다.
집 안에는 독일군이 와서 돼지를 가져갔었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어린 소녀와 두 아이밖에 없었으며 곧 집에 온 과부는
또 다른 수탈자인 리바크에게 빵도, 비계도, 닭도 없다고 말하나 리바크는 부드럽게 대한다.
파르티잔이었던 남편의 전사 소식을 밝히기 위해서였다.
여유로운 시간은 길지 않다, 독일군 순찰대가 과부의 집까지 도달한다.
리바크는 소트니코프를 업고 과부의 지시에 따라 다락방으로 숨으며 모두가 다급하게 행동하지만 상황을 모르는 아이들만이 구경에 열올린다.
집에 들어와 패악질을 일삼았던 두 대립된 병사들, 그리고 긴장감.
이 순간 영화의 방향을 전환하는 사건이 생긴다. 소트니코프가 기침을 참지 못 하여 발각되는 것
전환점에서부터 둘은 돌이킬 수 없는 대립을 보인다.
발각된 둘의 반응은 완전히 상반되어 손을 들고 항복의 제스처를 취하는 리바크와
모든 것을 포기한듯 고개를 들고 공허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소트니코프, 이는 호송 행렬에서까지 이어진다.
과부는 파르티잔을 숨겨준 죄로 실려가며 러시아인이지만 전향하여 같은 민족을 탄압하는 병사들을 비난하고
소트니코프는 하늘을 바라보고만 있지만 리바크만은 도망 칠 생각을 하며 사방을 바라본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망 칠 길이 없어 상상으로 그친다.
소트니코프는 거칠게 수용소에 옮겨지지만 곧 상급자의 환대를 받으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하지만 목적은 파르티잔 요원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죄목과 근거지, 목적 등을 알아내기 위한 심문이었다.
영화 내내 어디를 보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았던 소트니코프의 눈이 강조된다.
여성은 그저 민간인일 뿐이며 배신자가 아니기 때문에 파르티잔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히지 못하겠다며 거부하는 소트니코프
온건한 수단이 통하지 않아 수사관은 고문을 시작하려 든다.
다양한 고문도구와 불에 달군 별 모양의 부지깽이를 소트니코프의 얼굴과 교차로 보여주지만 의자를 꽉 잡고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수사관은 한참을 고문에도 입을 열지 않는 소트니코프를 바라보다가 무언가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다음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리바크. 그 또한 처음에는 동료를 두둔하려 하나 이번에는 수사관이 단순한 고문이 아니라
리바크의 '살고 싶은 의지'를 자극한다. 모든 정보를 발설하고 독일군의 앞잡이가 된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약속을 하며 돌려보내는데
마지막으로 동료의 이름을 물어보고 리바크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모른다고 답한다.
다시 감방으로 옮겨진 둘.
리바크는 둘이서 같이 살아남자며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서 독일군을 혼선에 빠트리면서도 살 길을 구해보려고 하지만
소트니코프는 양심이 없다면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 없다며 끝까지 거절한다. 리바크는 소트니코프의 말에 화가 나 멱살을 접고 흔들지만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고문까지 당하여 피를 토하는 소트니코프를 안고 오열하다가 감방 문이 열리자 동료에게 물이 필요하다며 구걸한다.
이바노프?
나는 이바노프가 아니다. 소트니코프, 붉은 군대의 장교다. 1917년 출생이며 1935년 공산당원이 되었으며 전쟁 전에는 교사였다.
전쟁 중 나는 포병 장교였다. 내가 너희들을 더 죽이지 못 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나의 이름은 소트니코프, 보리스 안드레예비치
감방에 수감된 일가, 그리고 솔직하게 죄를 뒤집어쓴다면 자신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는 리바크.
모든 순간이 지난 뒤 처형의 아침이 찾아온다. 소트니코프는 모든 힘을 다해 수사관을 불러세운 뒤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책임이 없음을 소신을 다하여 말한다. 하지만 리바크는 소트니코프와 관련이 없으며 자신은 살고싶다며
어제의 제안을 수락하고, 앞잡이가 되고 싶다고 외친다.
리바크의 제안을 수사관이 받아들여 살아남게 되고, 멍하니 서있는 리바크를 스토니코프가 후려쳐 넘어지게 된다.
그 상태로 처형장으로 향하는 사람들. 여성은 자비를 구걸하다가 소트니코프의 모습을 보고 평안을 가지고
모두가 목이 매달려 죽게 된다. 리바크는 그 모습을 보고 멍하니 서있으면서 비슷한 처지의 내통자들이 하는 시덥잖은 말에 벨트를 달라고 말한다.
리바크는 도망쳐볼까도 생각해보았지만 호송당할 당시 생각했던 것 처럼 총살당할 것 같아 상상으로 그치며
자신이 무슨 일을 했는지에 대해 현실감이 돌아오자 죄책감으로 인하여 화장실에서 벨트를 매고 자1살을 시도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멍한 표정으로 나와 한참동안 앞을 바라보더니 살아남은 것에 대한 환희인지 슬픔인지 모호한 울음소리로 영화는 끝난다.
고양 / Восхождение
감독 셰피트코 라리사 예피모브나 / Шепитько Лариса Ефимовна (1938-1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