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봤다. 자막과 더빙으로.
1. 무거워졌다. 아, 그거(?) 말고.
전편은 어린 애들도, 다 큰 어른도 쉽게 직관적으로 공감하기 쉬운 내면과 자아를 다루는데,
이번에는 자아를 넘어서 사회와 역사와 민족적인 상처, 민족적인 치유 및 화해까지 다루더라.
이건... 초딩 이상을 대상으로 한게 아닐까 싶더라.
특히 우리나라 일제 시대가 자동적으로 떠오르더라.어떻게 보면 용기있고 과감한 선택인데, 이런 용기 자체는 참 맘에 들지만, 그걸 하려면 좀 치밀한 서사를 더해서 성인 영화들 같은
묘사와 설계와 연출이 필요한 듯 한데, 그걸 전연령대 문법으로 표현하려니 약간 불협화음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
2. 이건 2,3회차 이상 봐야 장단점이 확연히 보이고 제대로 누리겠더라.
무슨 말이냐면, 일단 이 애니에서 뜻하고자 하는 바와 거기에 필요한 요소들은 애니 내에서 대다수 표현해 놨어.
문제는 그 파악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요소들이 화면에서 순간순간 짧은 시간에 지나가는게 많아.
마치 MCU 시빌워 처럼.
자세히 보면 아아~아아~ 목소리의 정체가 뭔지, 왜 정령이 분노했으며 그걸 진정시키는 트리거가 뭔지,
4정령에게 인정받는 퀘스트 과정이니, 엄마아빠가 과거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왜 여왕위를 물려 주는 것이 이야기에서 합당한지, 전작의 키워드 '두려움'이 이번에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
생각할 수 있을 법한 의문점들은 대다수 해결되긴 하는데, 그걸 해결할 실마리들은 2,3초 사이에 휙휙 지나가는게 많아.
그래서 1회차만 관람하고 끝나는 사람들과 다회차 관람하는 사람들의 평가가 많이 벌어지는 추세로 보이더라.
물론, 영화는 1회차로 이해하게끔 만들긴 해야 해. 그 점에서 겨울왕국 2는 약간 이야기 전개에서 불호쪽이 좀 더 많은 듯 해.
3. 캐릭터들의 표정이나 몸짓 연출이 진짜진짜 섬세하다.
각 캐릭터들이 사건 전개와 맞물려서 하는 제스쳐, 표정들, 손동작, 눈 깜빡임 하나하나까지
전부 다 생기 넘치고, 캐릭터성과 정말 잘 맞아떨어진다.
엘사가 엄마를 보면서 울음을 참을 때... 와... 진짜 같이 눈물 나올 것 같더라.
그런데 그 와중에 엘사의 단정한 성격답게 입을 손으로 가리더라.
캐릭터 해석이 아주 극에 달하고, 그걸 일일이 다 표정 몸짓등으로 구현해 놨더라.
이 제작진들은 도대체 캐릭터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가히 측정할 수 없겠더라.
그리고 그건 관객들에게 '자기도 모르게 캐릭터에게 감정 이입 잘 시키는' 요소로 잘 작용하겠더라.
4. 앞서 말한 스토리 전개의 호불호에 대해서는 나도 여러가지 요소가 보이고,
'이건 좀... 나중에 영화 보고 나가서 정리해 보자' 싶었는데,
아씨... 엘사의 그 정령의 섬으로 달려가는 씬 이후로는 다 스르륵 지워지더라.
아몰랑, 그냥 엘사 여왕님 찬양할래.
이렇게 되더라.
물론 안나도 정말 사랑스럽고. 특히 그 바위위로 기어 올라가며 출구빛을 향해 올라가는 장면...
그냥 내 등을 밟고 올라가 달라고 해 주고 싶더라.
다만 엘사가 너무 심한 치트키였다.
이 애니에 대한 불만이 그냥 싹 사라지는 마법을 부리더라.
5. 단점들? 인정한다.
비평? 할 법하다. (물론 망작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냥 이 정도면 괜찮지만 그래도 조금... 하는 점이 제법 보인다는 말)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하냐.
엘갓님 앞에서 아무래도 좋게 되더라.
'그럼 캐릭터만 잘 살리고 스토리 전개 망한 예전 영화들 깠던 건 뭔데?'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것도 정도가 있지, 이렇게까지 극한으로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감정이입 잘 하게 만들고, 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 버리면
그 망한 점을 압도적인 힘으로 덮어버리는 효과가 있는 것 같더라. 이건 너무 치트키였다.
캐릭터를 극한까지 살리고 맥빠지는 이야기하니까 케이온생각나네 그래서인지 캐릭터에 매력을 못느낀 나에게는 좀 부족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