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단짝이었던 친구가 꼬셔서 시작하게 됐다.
대학생이던 베프의 형이 당시 꽤 큰 규모의 길드장이었다.
나도 같이 하자고 자꾸 꼬셔서, 끝내 못 버티고 백기를 들고 나서
무료 체험만 해보자고 했던게 어쩌다 보니 1년을 불사르게 됐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졸라서 월정액 결제했는데
실제로 그때 와우를 했던 건 같은 학년에 나랑 내 친구 딱 2명밖에 없었다
그때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가방을 벗어던지고
제일 먼저 게임부터 접속했다.
정말 모니터 안에 온 세상이 다 들어있는 느낌이었다.
지도에 있는 지명들만 봐도 하나같이 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름들이었다
퀘스트를 깨다가 체력이 떨어지면
내 분신이 빵을 먹으며 쉬고 있는 동안
나도 부엌에서 물을 떠 마셨고...
내게 유용한 정보를 줬던 친근한 NPC가 죽으면
충격받아서 혼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40렙을 처음 찍었을 때는 감동이었다
처음으로 탈것을 사고
2시간 동안 필드를 돌아다니며 구경만 했었으니...
대도시에서 속옷만 입은 채로
의미 없는 말을 외치며 뛰어다니면서 춤추고...
필드에서 서로 채팅이 안 통하는 적 플레이어를 만나면
떨어진 상태로 서로 견제하면서
원을 그리며 빙 돌다가
왠지 이유 모를 호의를 베풀어서 내 사냥을 도와준 고마운 사람도 있었다
나름 길드원들 사이에 정도 있었던 데다가
누가 새로 들어와도 텃세 없이 받아주는 훈훈한 분위기였고
그냥 사람 사는 세상의 축소판이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와우는 정말 갓겜이었다
지금 와우는용
그래도 장수했지
사람때문에 10년 가까이 했는데 사람때문에 복귀도 뭐고 그냥 접었지
진짜 오래ㅐ했네
지금도해?
아니 오리지널 시절에 했었어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