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느끼면서 아이스 카푸치노를 마시고 있던 중년의 여성은 다리를 딱딱 떨면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온갖 화장발과 치장이란 치장을 한 여인의 모습은 지나가던 바이오 로이드 직원도 힐끗 쳐다보게 만들 정도였지만 여인은 그런 거 신경 쓰지 않은 체 카푸치노를 홀짝 마시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듯 언제 오는 거야 대체-라고 중얼거리다가…. 20대 초반의 여성이 여인의 앞에 앉았다. 중년의 여성만큼 아니지만 나름 치장도 하고 화려하게 옷을 입은 금색 염색을 한 검은 머리카락의 여성이었다.
"기다리게 했나요?"
"왜 이렇게 늦게 와. 나 엄청 바쁜 몸이란 것은 너도 잘 알 텐데?"
"이거 미안해요. 나름대로 준비하느라요."
여인은 핸드백에서 검지의 반 크기만 한 USB를 하나 꺼내었다. 서류 하나까지 포함해서.
"내가 가져오라 한 것들 다 가져왔지?"
"물론이죠."
서류를 자세히 보니 거기에는 모모의 사진이 붙여져 있었다. 바이오 로이드로서의 경력이 적혀진...
"저희 삼안은 덴센츠하고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원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바꿀 수 있답니다. 단순한 유희용으로 시작해서 접대용 심지어 병기로도 바꿀 수 있고요."
"다른 건 필요 없고 그 망할 요물 같은 년을 어떻게든 제가 할수 있다면 오케이야. 진작에 이렇게 해야 했지만 남편이 만류하는 바람에 못 하고 있었고."
아이스 카푸치노를 마저 다 마신 뒤 서류를 바라보다가 USB를 본 여인이었다.
"신경 쓰였는데 이건 뭐야? 이건 주문한 적 없는데."
"이건 서비스예요 서비스. 제가 개인적인 조사를 한. 안에 있는 내용을 보시면 엄청나게 놀라실 거예요."
여인은 다 끝났다는 듯 핸드백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누르면 기름기가 나올 거 같은 통통한 검지와 엄지로 USB를 바라보던 중년여성은 다시 여인을 불러세웠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둘이 오래전에 사귄 사이 아니었어?"
"뭐 그렇긴 하지만..."
뒤돌아보지 않았지만, 여인에게서 들려오는 말투만 봐도 어떤 표정을 짓는지 여인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예상이 맞았다는 듯...
"나한테 망신을 줬으니까요. 그 망할 마법 소녀랑 같이 말이죠."
냉소를 짓고 있었다. 얼음보다 차가운.
그날은 모모는 변함없이 마카롱을 굽고 있었다. 흐흥-하면서 매지컬 모모 주제가를 부르던 그녀를 바라보면서 내 입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읽고 있던 책을 꼭 쥔 체로.
"그 검은 드레스 꼭 입으면서 해야 해 모모? 그때 이후로 쭉 입고 있네."
"나 모모는 결심했거든요."
등 뒤에 달린 검은 날개가 미약하게 날갯짓하면서 모모는 나에게 뒤돌아섰다.
"단둘이 있을 때는 이 옷을 입기로 했으니까요. 도련님과 저만의 시간을 가질 때 말이에요."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데. 모모 너는 뭘 입어도 예쁜데."
"모모가 원하는 거예요. 모모의 마음은 이미 타락해서 도련님만의 모모가 되기로 했으니까요."
"그래그래."
하여간…. 고집도 세.
그날 이후로 모모하고 나는 안 그래도 가까워진 사이가 더욱더 좁혀진 느낌이었다. 요새 단둘이서 집에 있는 게 많아지다 보니 모모가 검은 드레스를 입는 일이 많아졌다. 극장판에서 뽀끄루 마왕으로 인해 타락해 버렸을 때 입었던 그 검은 옷을.
단순히 예뻐서 입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쭉 나 하나만을 바라보는 모모가 되기로 결심한다는 의미로 입는 거라나?
"저기 모모."
"네 도련님?"
"나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모모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나를 바라보면서 오븐 안에 있던 마카롱을 꺼내었다. 마카롱 특유의 단 냄새를 맡으면서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팸플릿을 펼쳐 보였다.
"너 하고 싶은 거 있어?"
"하고 싶은 거요?"
"응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거."
"저는 그저 도련님과 같이 있기만 해도..."
"아니 그런 거 말고."
모모는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얘기 하시려는 건가요? 라고 간접적으로 말하는 모모에게 답하듯 나 또한 싱긋 미소를 지었고. 저 갸웃하는 모습이 은근히 귀여웠고.
"정말로 가고 싶은 여행이라던가 아니면 새로운 무언가를 하고 싶다거나."
"여행이나 새로운 거...?"
"나 예전부터 생각해 온 건데 한번 너와 단둘이서 여행을 떠날까 해서. 말 그대로 단둘이서 고향을 떠나 여기도 가보고 저기도 가보고..."
"지금 전쟁 중인데 어떻게 여행을..."
"물론 국내로만 여행하는거고. 전쟁 끝나면 세계를 여행해 보고."
나는 테이블위에 놓여진 팜플렛을 펼쳐 보았다. 제주도 관광장소를 소개하는 짧은 소갯글을 비롯해, 관광장소와 기념품을 보여주던 팜플렛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나는 말을 이어갔다.
"지난번에 마르랑 만난뒤 쭉 생각해 보았거든. 우리보다 나이가 어린데도 혼자서 씩씩하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번정도 우리 둘만의 여행을 해보고 싶었거든. 호텔일은 당분간 잊어버리고."
"바다로 가보고 싶으시다는 건가요? 마르양이 말했던 그 바다요."
"바다는 물론이고. 그 외에 경주도 가보고, 한라산도 가보고, 민속 마을도 가보고…. 돌아다니면서 다른 무언가도 해보고..."
모모는 내 얘기에 흥미가 생겼는지 짤로 마카롱위에 크림을 놓으면서도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음 그렇게 말한다면 모모도 사실 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뭔데?"
"카페테리아 운영이요."
모모의 입에는 미소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블랙 모모였을 때의 요염한 미소가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하게 어린아이 같은 미소로.
마치 지금 얘기하는 것만으로도 흥분감으로 가득 찼다고 말하는 듯.
"모모는 예전부터 언니들이 가르쳐 주신 페이스트리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먹여주고 싶었어요. 도련님도 맛있게 드신 쿠키나 케이크 특히 마카롱을 블랙커피랑 같이 먹었을 때의 짓는 행복한 표정을 보고 싶었고요."
"그 카페테리아를 단순한 도시가 아니라 바닷가에서 하는 것이 어떨까 이왕이면 그럼."
"바닷가요? 굿아이디어에요 도련님. "
바다 얘기가 나오면서 우리 두 사람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하얀색 모래를 젖히는 파도가 춤추는 바닷가의 지평선을 바라보면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는 손님들의 모습이. 거기에 갈매기들도 하늘 위에서 여유롭게 날아다녔고.
"생각만 해도 즐거워요. 모모 당장 해보고 싶어요."
"그럼 지금 떠날까?"
"지금요?"
"응 말 나온 김에 당장 떠나보자고. 바다로 가서 즐거운 시간도 보내고 카페테리아도 운영해 보고 그러자. 분명히 지금보다 많이 즐거울 거니까."
말이 끝나면서 모모는 다가와 내 볼에 입을 맞추었다.
"모모 너무 기뻐요. 지금 준비할게요 그럼!!"
"짐싸는거 내가 도와줄게."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저벅-들려오는 무거운 발소리는 나를 본능적으로 모모 앞에 서 있게 했다.
"어...언니..."
"두 사람?"
천천히 주방으로 벽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콘스탄차와 바닐라였다. 정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두 사람은 여전히 혼이 없는 눈동자와 어떠한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표정이 지어져 있었고.
"모모양 오늘은 저희 둘이랑 같이 가야겠습니다."
"네?"
콘스탄챠의 말에 모모는 한 발짝 물러갔다. 그녀의 떨리는 손은 나의 손을 잡고 있었고.
"가…. 갑자기 왜? 어디로 말인가요 콘스탄챠 언니?"
"모모양 언니 말 들으세요."
바닐라가 그 뒤 말을 이어갔다.
"말 잘 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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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중반부 진입 및 메인 이벤트 시작이네요.
p.s 글이 자꾸 이상하게 올라오고 내용도 잘린거 다시 올리느냐 혼났습니다...
전작 최종보스와 최종보스인 어머니의 만남이려나요ㅎㅎ
마법소녀물 특성상 끝부분에 다달으면 악의 간부들이 서로 손을 잡아서 마법 소녀를 잡으려는거와 비슷한거죠 허헛.
헤어진 그 친구는 다시 볼 일 없기를 바랬는데 이렇게 또 나오는군요 ㄷㄷ
악당은 끈질겨야 하는법이라죠 허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