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135)
「제레미 베커」- 베니스 경찰 본부, 조사실
제레미는
비좁은 방 안에 앉아 이탈리아 경찰에게 조사를 받고 있는 이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공공안전국에서 나왔다는 공무원,
마르코가 영어로 물어왔다.
『그러니까
이 가방이 단순 보관 용기라 이겁니까?』
『몇 번을 말해요?』
미완성인 ‘D렉스 효소’에 관한
한 화학자(키리토) 의 충격적인 이메일에
무작정 비행편을 잡아타
베니스로 달려왔다.
그리고
벌어진 문제.
자신을 연행해온 경찰 두 명은
탁자 위의 가방을 계속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제레미로서는 억울하고 통탄할 노릇이었다.
효소를 보관하기 위해 특별 설계된
저 가방은
시중에는 팔지 않는 물건이었다.
당연하게도 화학과 거리가 먼 저들에겐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다.
온도조절을 위한 가스순환장치,
지문인식으로 열리는 밀폐용기,
최대 10가지의 시약을 투입해 내용물을 안정시킬 수 있는 튜브까지.
그냥 보면
생화학 무기라고 오해할 수 있을 법했다.
『저 안에 담긴 것이 뭔지 왜 말을 못 합니까?』
『특허신청 중인 물질입니다.
성분을 죄다 공개하면 이해하긴 할까요?
‘미카엘리스-멘텐’ 모형이 뭔지는 아세요?』
『그래도 우리가 이해해야 입증이 됩니다.』
『D렉스의 평형 작용을 여기서 무슨 수로 입증한단 말인지?
온다던 전문가는 왜 안 오고!』
베니스 근처의 대학이나 화학 회사에
이 정도 수준의 화합물을 다룰 수 있는 인물이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제레미는 분을 삭이고 물었다.
『대사관에서는 아직 연락 없어요?』
『물어보겠습니다.』
마르코가 경찰에게 물어보았다.
경찰이 이탈리아어로 뭔가를 말하자
그대로 전해주었다.
『카니발 기간에 음주 난동을 부려 임시 수감 된 미국인들 처리하느라
지금 대사관은 정신이 없다는 연락을 받았답니다.
큰일 아니면 오후에 오겠다고.』
『내가 진짜 생화학 테러를 노린 거라면,
그거야말로 큰일이 아니고 뭐야!』
성질이 뻗쳐 반사적으로 나온 외침에
마르코의 안색이 핼쑥해졌다.
『테러?』
『오, 신이여.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풀려나면
당장 티켓을 끊어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굳힌 제레미는
팔짱을 끼고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이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더니 마르코에게 말했다.
그리고
한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
『전문가가 왔다네요.』
제레미는
양복을 입은 누군가의 등장에 고개를 돌렸다.
서른 중반의 갈색 머리 남성이
제레미를 향해 인사해왔다.
『교수님.
전 랑세스사의 연구원 톰 슈나이더입니다.』
이 소리에 제레미는 저절로 귀가 쫑긋했다.
랑세스는 세계 굴지의 화학 회사였다.
특히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신소재에 대한 기술력은
제레미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했다.
톰이란 연구원은 그가 들고 온 플라스틱 박스를 탁자에 올리고 마르코에게 말했다.
『교수님의 특허 물질에 대한 안전성 인증 실험.
저희 랑세스사의 이름을 걸고 입증해 드리겠습니다.』
열린 박스 안에서 이름 모를 기계장치가 튀어나오자
마르코와 경찰은 또 당황했다.
제레미는
벽을 향해 얘기하는 것만 같았던 저들의 태도를 떠올리며,
톰에게 물었다.
『이게 무슨 물질인지는 알고 있어요?』
『그럼요.
교수님 논문을 여러 번 봤습니다.
이것이 그 기적의 촉매 아닙니까?』
기적이라고 칭찬해주는 톰의 말에
제레미의 얼굴에 뿌듯함이 일었으나
정정할 건 정정해야 했다.
『완벽한 것은 아니에요. 평형 실험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게요?』
『저희 랑세스사의 휴대 실험실의 검증이면 충분합니다.』
전극이 달린 분광기와 현미경을 세팅한 톰이 빙긋 웃었다.
「키리토(키리가야 카즈토)」- 베니스 경찰 본부
키리토는
일본으로 따지면
지구대급의 작은 규모를 가진 경찰서 내부를 천천히 살폈다.
외부모습은 이국적인 탓에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없었다면 경찰서라고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접수처로 걸어가니
노란 머리의 중년 여성이
키리토와 카이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떤 일로 찾아오셨나요?』
『가능하다면,
안에 계신 분 면회 좀 하려고요.
제레미 베커 교수님이라고.
콜로서스의 동료라고 전해주세요.
이 쪽지도요.』
카이토의 수첩을 빌려 작성한
자신의 전언이 담긴 종이를 내밀었다.
콜로서스의 동료라는 단어를 잘 알아듣지 못했기에
한 번 더 또박또박 발음해준
키리토는
옆에서 눈이 휘둥그레진 채 자신을 보는 카이토와 시선이 마주쳤다.
“지금 이탈리아어 하는 거......야.....요?”
“쪼금.”
키리토가 멋쩍게 웃는 사이
중년 여성이 지나가는 경찰 한 명을 호출했다.
그리고
키리토에게 뒤편의 벤치를 가리켰다.
『기다리세요.』
“기다리라네.”
카이토와 자리에 앉은 키리토는
10분가량 아무 연락 없이 앉아있게 되자
다시 접수대로 걸어갔다.
『말씀이 없으신가요?』
『무슨 일 때문인지 답신이 없네요.』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접수처의 여성이 손을 들고
자신도 모르겠다는 동작을 보였다.
『옆의 카페에서 커피라도 마시고 있던지요.
연락 줄 테니까.』
한적한 내부의 분위기 만큼이나 여유가 넘쳐 흐르는 대응이었다.
키리토는 고개를 돌렸다가
카이토에게 물었다.
“더 있어야 하나 봐.
우리 뭐라도 마실까?
밖에 있는
카이토 너의 지인들은
일단 카페에서 기다리라고 하고.”
“그래......요.....”
키리토의 본 모습을 아는
카이토는
그래도
키리토 저 친구가 깽판을 치지 않는 것에 대해서
감사해하는 마음을 가지고
간신히 얼굴에 웃음을 짓고 턱을 끄덕였다.
언제 부를지 모를 걱정과 함께 카페에 앉아있기는 그래서,
이탈리아의 상징적인 커피인 카푸치노 두 잔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잘 마실게,
이거 향 되게 좋네....요.......”
잔을 입에 댄 카이토의 감상이 이어졌다.
“부드러워.
어우, 근데 써.”
“요즘은 잠은 잘 자?”
카페인을 먹어도 되냐는
키리토의 간접적인 물음에
카이토는 생긋 웃기만 하고 대답을 회피했다.
『아까 요청하신 분. 어디 계십니까?』
내부의 복도에서 걸어 나온 경찰관이 부른 까닭에
키리토와 카이토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분이네.’
제레미 교수를 붙잡아 갔던 덩치 좋은 경찰 중 한 명이었다.
키리토가 손을 들었다.
『여기 있어요.』
『이쪽으로.』
바로 움직여야 할 상황이기에
키리토는 카이토을 돌아보았다.
“저분 따라가야 되니까
일단 너 친구들이 있는 카페에서 기다려.
오래 걸릴 거 같으면 문자 할게.”
“어. 알았어....습니다.”
조사실이란 이름이 붙은 방 앞에 선 키리토는
경찰에게 물었다.
『제레미 베커 교수님의 혐의는 벗겨졌나요?』
『그게···전문가가 오긴 했는데.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어서.』
경찰의 대답에 키리토는 고개를 갸웃했다.
문이 열리고,
조사실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키리토는 방 안쪽으로 흘끔 시선을 돌렸다.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제레미 교수가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는
정갈한 양복을 입은 누군가가 영어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정량 IR 분광법으로 나온 결과물입니다.
최대 흡수 파장과 최소 흡수 파장의 폭.
이건 폭발할 수가 없는 구조란 말입니다.』
『그게······.』
그것을 듣고 있던 이는
알쏭달쏭한 얼굴이 된 채로 멍한 눈빛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래도
양복 남자의 말을
최대한 이탈리아어로 통역하는 상태였다.
『여기 가시선 영역의 주파수가 세 배 증가한 거 보이시죠?
배진동입니다.
여기에 포함된 결합은 탄소, 수소. 질소, 수소.
이건 농산물과 식품 레벨에서 작용하는 효소라는 것을 증명한다,
이 말입니다.』
다만 저것을 통역하는 와중에
삼 분의 일은 내용이 잘리고,
삼분의 일은 뜻이 왜곡됐다.
못 알아먹을 것은 당연한 일.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일본어로 중얼거린 키리토는
이내 헛기침을 하고 인기척을 알렸다.
양복 남자와 통역가 간의 대화가 잠시 중단됐다.
제레미가 키리토를 확인하고 쪽지를 들어 보였다.
『나를 부른 그......때문에 이 지경이 됐습니다.』
책임 어떻게 질 거냐는 제레미의 눈길.
키리토도
대놓고 자신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소만 가득 지은 채로 사태 파악에 집중했다.
‘D렉스가 위험물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는 과정인 거고.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이거지?’
키리토의 시선이 D렉스를 찾아
탁자 위를 훑었다.
적외선 분광기로 보이는 장치와
현미경,
소형모니터가 놓여있는 곳 틈에
유리막에 떨궈진 한 방울의 액체가 보였다.
분자 시야로 얼른 자세히 확대해 보았다.
‘어?’
요 몇 달간 수많은 화합물의 세계를 엿보아왔지만,
저런 구조는 처음이었다.
수백, 수천 개의 원소별이
단 하나의 점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회전 중이었다.
이렇게까지 많은 분자가 얽혀있음에도
그 규칙성이 명확한 것은 기이하기까지 했다.
중심점을 더욱 세밀히 살펴보니,
저건 먼지별이 떨어져 나가 홀로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핵이었다.
‘넌 뭘 그렇게 떨고 있니?’
새가슴 교수의 성격과 무척 닮아 보이는,
불안한 녀석.
뭔가 아쉬웠다.
멋들어진 그림을 다 그려놓고,
눈 하나 마무리 짓지 못한듯한 분자구조였다.
키리토는 파악을 끝낸 뒤에 분자 세계에서 벗어났다.
『잠시만 제 말 좀 들어 주세요.』
동양인 소년에게서 나온 유창한 이탈리아어에
방 안의 사람들이
‘어?’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건 먹어도 상관없는 단백질 화합물이거든요.
아직 미완성이긴 한데,
완성된다면 어떤 반응도 균형으로 이끌 수 있는 촉매······.』
말을 하던 키리토는 멈칫했다.
품속에 있는 이름 모를 초록색 단백질.
그리고
여기에 D렉스 효소를 섞으려고
저 하버드 교수님을 자신이 불렀다면
저 친구가 기가 막혀할지
아니면 그냥 생까고 가버리는 것이 아닐까 해서였다.
『···그리고 상당히 비쌀 거예요.
제가 알고 있는 상식적인 가치로 따지면,
한 방울에 1000유로?』
돈으로 말해 주자
통역가와 경찰 두 사람이 입을 떡 벌렸다.
『말도 안 돼. 저게 뭐라고?』
『그만한 가치면 위험물 아닌가?
당신은 누군데?』
무슨 물질인지 보여주지 않으면 두 경찰은 납득을 못할 눈치였다.
‘이래서 저 교수님 답답한 눈치셨구나.’
키리토는 손에 쥐고 있던 카푸치노를 보았다가
번뜩이는 생각을 통역가에게 말했다.
『교수님께 한 방울만 쓸 수 있냐고 물어봐 주시겠어요?
돈은···저 분을 부른 분이 내실 거라고.』
통역가는 키리토가 이탈리아어밖에 못한다 생각했는지
열심히 제레미에게 말을 전달해 주었다.
제레미는 되물었다.
『한 방울로 여기서 뭘 하려고?』
키리토는
통역가에게 나직이 대답했다.
통역가가
그것을 그대로 영어로 말해 주었다.
『커피에 타 먹는답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비싼 커피가 되리라.
「톰 슈나이더」- 베니스 경찰 본부, 조사실
『커피라니.』
꽉 막힌 이해력을 보이는
무식한 이탈리아 경찰들에게 한숨짓고 있던,
랑세스의 특별 연구원 톰은 입가에 한껏 비웃음을 지었다.
Diffusion REX.
하버드의 저명한 생화학자가
5년간의 연구 끝에 탄생시킨 기적의 효소.
아무리 분석장치로 위험물질이 아님을 파악했다지만,
임상시험도 하지 않은 인공 화합물을 복용하겠다니.
『교수님. 저 친구 무슨 소릴 하는 걸까요?』
『글쎄요.』
제레미 교수의 신임을 얻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정신 나간 선택이었다.
저런 짓을 하는 인물을
제레미가 결코 신뢰할 리 없었다.
『톰.』
아까 돈을 살짝 찔러 주었던
담당 공무원 마르코가
청년의 말을 전달해 주었다.
『증류수와 비커 3개만 빌릴 수 있냐고 묻습니다.』
톰은
병 하나와 미니 유리잔 3개를 꺼내 내밀었다.
생화학적 자살을 시도 중인 자에게 내미는
최후의 만찬 같은 거랄까.
“Grazie.”
감사는 무슨.
톰은 청년의 행동을 지켜보다
휴대폰에 문자가 와 손에 들었다.
랑세스의 개발이사 ‘위버 얀센’의 연락이다.
[제레미는?]
경찰들의 눈치를 보며 재빨리 답문을 작성했다.
[신변은 확보했고,
여기 경찰이 꼴통들이라 아무래도 뇌물이 빠를 것 같습니다.]
[더스프사 직원도 베니스에 왔다는 정보가 들어왔어. 서둘러.]
「키리토」- 베니스 경찰 본부, 조사실
키리토는
유리잔에 증류수를 따르고,
제레미에게 눈을 돌렸다.
이 안에 D렉스 한 방울 부탁드린다는 눈빛을 보냈다.
『진심이십니까?』
끄덕끄덕하는 고갯짓에
잠시 고민에 빠졌던 제레미는 속는 셈 치고 가방에 손을 댔다.
지문인식 부분에 손을 올리자
띠릭,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왔다.
주사기 모양의 분출구가 달린 튜브를 손에 쥔 제레미가
D렉스 1ml를 유리잔에 분사해주었다.
‘좋아.’
키리토는
증류수를 만나 희석된 D렉스 용액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확대되어 보이는 분자 덩어리 속,
미완성의 핵.
저것에 직접 자유 전자가 달라붙어야 확실한 효과가 나타난다.
왼손에 쥔 유리잔에
이 방안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먼지별은 죄다 집중시켰다.
그러며
자신의 행동을 궁금하게 바라보고 있는 경찰 두 사람에게 입을 열었다.
『평소에 커피 많이 드세요?』
『당신이 들고 있는 거, 옆집 그렉이 만든 거잖아.』
『아시네요. 다행이다.』
『다행?』
키리토는
다른 유리잔에 커피를 반 정도 따랐다.
카푸치노의 거품이 흘러내리며
아직 뜨끈한 액체가 유리잔에 담겼다.
『제레미 교수님이 가져온 물질은요,
결합반응을 촉진 시키는 작용을 해요.
우유라는 게 지방 덩어리잖아요.
그걸 순식간에 분해해서 새롭게······.』
이렇게 말하며
경찰이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니
멍한 얼굴들이었다.
이대론 답이 보이지 않았다.
『이걸 넣으면 맛과 향이 완전히 바뀐다,
이 말이죠.』
짧게 정리하는 사이,
희석된 D렉스의 불안정안 핵에
드디어
먼지별 하나가 파고들었다.
먼지별을 긴급 투하해 완성된 핵은
제레미 교수처럼 안절부절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중심점을 잡고
고고한 모습으로 존재했다.
일순간
미완성에서 완성형 효소로 돌변한 D렉스.
키리토는
그것을 유리잔에 옮겨 담은 커피 위에 따랐다.
부글, 하고 끓어오르는 듯한 반응이 일어나더니
카푸치노 거품이 일거에 커피에 녹아들었다.
그 화학반응에
경찰들이 놀란 표정을 짓자
키리토가 말했다.
『효소가 커피를 재구성 중이에요.
3초만 기다리세요.』
키리토가
손가락 세 개를 펴고 하나씩 접었다.
펴진 손가락이 모두 접힌 순간,
빨려 들어갔던 카푸치노 거품이 도로 튀어나왔다.
『뭐야?』
『향 맡아 보세요. 평소 그 커피 같아요?』
코를 들이대 킁킁거린 경찰의 눈이 커졌다.
『달라.』
원본과 비교해 향을 맡아본 다른 경찰도 고개를 저었다.
『어? 확실히 그러네.』
키리토는 기다리라는 손짓을 한 다음,
하나 남은 빈 유리잔에도 남아있던 원본 카푸치노를 부었다.
『이건 우유의 구성비가 달라 또 다른 향이 날 거예요.』
D렉스 희석용액을 넣었다.
부글 끓어오르더니
이내 다른 향을 내기 시작한 커피.
키리토는
D렉스로 변화된 두 개의 커피를 손에 쥐고 말했다.
『똑같은 커피였지만, 둘 다 맛이 달라졌어요.』
하나씩 맛본 키리토는 오른손을 흔들었다.
『거품이 더 많았던 쪽이 제 취향이네요.』
키리토가 용액을 섞은 커피를 실제로 먹자,
경찰들은
어느 정도 의심을 거둔 눈초리가 됐다.
한 경찰이 물었다.
『이 정도 효과면, 왜 1000유로의 가치나 있다는 거지?
그냥 시럽 같은 거 아니야?』
『그건요.』
키리토는 제레미 교수를 돌아보았다.
『이것이 화학적 균형을 되찾아 주는 ‘형상기억’ 효과를 지닌 촉매라서 그래요.』
키리토는
원래의 테이크아웃 컵에
두 개의 유리잔에 담겨 있던 커피를 도로 넣었다.
『이렇게.』
거품과 커피가 마구 뒤섞여
카푸치노라 불리기도 힘든 상태가 되어버린 커피가
점차 원형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부글부글―
이내 거품까지 완벽히 복원되자
지켜보던 경찰은 물론이고,
양복 사내와 제레미 교수까지 당황한 얼굴이 됐다.
키리토는
원본 카푸치노로 돌아온 컵을 손에 쥐고
한 모금 넘긴 다음 말했다.
『그렉이란 분이 만든 원조 커피.
저는 아무래도 이게 가장 맛있네요.』
카푸치노 컵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은 경찰은
정말 향이 원래대로였기에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이봐.
이거 무슨 마술 같은 거 하는 물건이야?』
경찰을 납득시키는 것이 어느 정도 성공한듯해
키리토는 말했다.
『마술 같은 화학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