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프로젝트 외전 퍼스트 컨텍트 (223)
세상에는 다양한 음모론이 있다.
개중 대표적인 음모론이
외계인과
프리메이슨,
로스차일드와 빌더버그 같은 비밀결사조직이
암중에 지구를 지배한다는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사실
그 음모론의 증거가
바로 쿠도 신이치와 다른 두 사람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인을 피부색으로 나누면
순수한 백인은
개중 5%는 될까?
하지만,
이들이
전 세계의 부와 권력을 꽉 잡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요,
미국은 우리 적이 아니에요.
영국도 프랑스도 러시아도 우리 적은 아니지요.”
오오카 모미지와 스즈키 그룹 회장인 스즈키 지로를
총리 관저로 불러낸
쿠도 신이치는
두려움과 공포로 질린 두 사람과 같이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가 앉아 있는 회의실 앞에 있는
커다란 화이트보드 앞에 섰다.
세계지도가 펼쳐진 보드에
검고 붉은 마커로 쭉쭉 선을 그었다.
“ 한국은?”
“ 한국은 미국이 돌아서면 따라갈 거에요.
남은 곳은...”
화이트보드에 표시하지 않은 지역은
한 곳뿐이다.
“ 중국이네.”
“ 중국이군.”
두 사람은 동시에 중얼거렸다.
쿠도 신이치는
주일러시아대사 비탈리와 나눴던 얘기를
고이즈미 신지로에게 밝히지 않았다.
이 동네는 신용이 생명이니까.
“ 중국을 움직이면 여론을 바꿀 수 있어요.”
“ 하지만,
누가 결정권을 가졌는지 모르잖아?”
“ 모르지요.
모르지만...
어떤 게임이든 결국은 보스를 공략하면 끝이지요.”
일련의 상황을 살펴보니
대통령이나 총리 같은 국가수반이 관여한 정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본과
스즈키 그룹, 모미지 콘체른에 총구를 겨눈 자들은
국가권력을 등에 업은 중간관리자지 혼자서 정책을 만들거나 뒤집을 만한 실력자는 아니었다.
어떻게 보자면
이 모든 사항이
블로펠트를 탈출시키거나 맞교환하기 위한
모미지 콘체른과 스즈키 그룹의 남미사업체 인사들을 잡아놓은
스펙터의 인질극이라는 것이 밝혀진 이상
사실 대비책은 정해져있다고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정계에 조언을 해주는
싱크탱크 혹은 브레인그룹으로 불리는 이런 두뇌집단은
이런 속임수나 직접적인 힘을 쓰는
그런 비효율적인 방법보다는
항상 최대한의 효율과 합리를 추구했다.
국가를 움직이는 정부나
그룹 같은 대기업은
총수가 직접 경영하는 것이 아니다.
우두머리는
그저 밑에서 추리고 요약한 아이템을 선택할 뿐이었다.
그것을 성공시키는 건
온전히 아랫사람들의 몫이고
국가운영도
하등 다를 게 없다.
“ 국가적인 사안이나 계획들이 이뤄지는 과정은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단순하거든요.”
누군가는 도장을 찍든 사인하든 승인을 해야 했다.
“ 어떻게 찾으려고?”
“ 말했잖아요.
보스를 공략하면 게임은 끝난다고요.”
그런 대화가
쿠도 신이치와 고이즈미 신지로를 오가는 동안
자신의 부모님이
지금 남미에서 인질이 되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된 경악으로
입만 벌리고 있는
오오카 모미지와
골머리가 쑤신다는 모습으로 이마를 지긋이 누르는
이오리 무가와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인
돌가면 저리가라 급으로 얼굴이 굳어진 스즈키 지로 회장의 눈에
빙그레 웃으며 휴대폰을 드는
쿠도 신이치의 모습이 보이고
곧
그의 입에서
유창한 중국어가 흘러나왔다.
“ 好久不?。
?近平主席。
(오랜만입니다.
시진핑 주석님.”)
비서나 보좌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직통으로 대화를 나누는
그것도
북경어가 아닌
중국의 부유층이라고 할 수 있는
재력가들이 흔히 쓰는
광동어로 이야기하는
쿠도 신이치의 모습에
오오카 모미지, 이오리 무가, 스즈키 지로 회장은
숨을 쉬는 법 자체도 잊어버린 듯한 모습으로
숨죽인 채 지켜보기만 했고
고이즈미 신지로는 혀를 내둘렀다.
‘ 난놈이란 걸 알기는 했지만... 정말 대단하구나.’
4년 전
아르헨티나 때도 그랬다.
아버지가 데려온 쿠도 신이치는
일본 최고 엘리트만 욱여넣은 태스크포스도 어쩌지 못한 인질협상을
혼자서 척척 진행했다.
일본어를 하는 걸 보니
일본인은 맞나보다.
그런데
도무지 믿기 어려운 일을 해내니
도저히 일본사람 같지 않았다.
“ 형?”
“ 아. 미안.”
언제 통화를 끝냈는지
쿠도 신이치는
고이즈미 신지로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내일 중으로 중국대사관에서 사람이 올 거에요.
뭔가 주면 잘 받으세요.
꼭 믿을 만한 사람에게 시켜야 하는
진짜 중요한 물건이에요.
알았죠?”
“ 알았어.”
“ 그럼 먼저 일어날께요.”
“ 그게 끝이야?”
고이즈미 신지로는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는
쿠도 신이치를 급히 붙잡았다.
“ 조급하게 굴지 마시고.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니까 말이지요.
손은 썼으니
한 열흘쯤은 괜찮을 걸요?”
“ 내가 도와줄 건 없어?”
“ 음.”
별로 없지만
없다고 말하면 상처받을 것 같아 고심에 잠겼다가....
쿠도 신이치는 손가락을 튕겼다.
“ 준이치로 아저씨랑 약속 좀 잡아 주세요.
예정대로라면
내일 아침 쯤
도쿄에 도착하실 것 같은데
내일 점심 어때요?”
“ 진짜 그거면 돼?”
“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니까요?
조바심 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에요.”
과연 누가
일본 정계 명문가인
고이즈미 가문의 후계자이자
지금 상황에서
일본 내각총리대신 임시대행을 맡은
고이즈미 신지로에게
훈계조로 충고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적대적인 상황에서
섣불리
세를 과시하려고 달려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난다.
무조건 맞대응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다.
사실
일본 정계의 프린스 취급을 받던
어린 시절부터 무서울 게 없었던
고이즈미 신지로였으니
뭐든 굽힐 줄 몰랐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일본 정부 자체가
스펙터라는 이름을 숨기고
일본 재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카리스마 그룹
아니
실제적인 공식적 직함은
미쓰비시 그룹이
일본 재계뿐만 아니라
그 2차대전 당시 약탈한 엄청난 자금과
일본 군국주의에 사로잡힌
일본회의가 연합한
그런 진짜배기급의 엄청난 힘이
일본의 정계뿐만 아니라
일본의 관청과 관료까지 전부 다 매수해서
일본이라는 나라를
자신들의 뜻대로 조종하는 그런 상황에서
쿠도 신이치와 키리가야 카즈토 (키리토) 의 연합된 힘이
그들에 대한
상상을 초월한 역공격을 가해서
(인피니티 워, 유니콘 프로젝트)
결국
일본회의는 쑥대밭이 되고
거기에 덧붙여서
일본회의 자체도 엄청난 타격을 입은데다가
그들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펙터에 대해서도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라고 할 수 있는
에른스트 스타블로 블로펠트를 사로잡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일본 정부가
쿠도 신이치가 저지르는 깽판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못하는
그런 수세에 몰린 상황이니...............
거기에 덧붙이자면
쿠도 신이치는
가족이라고
무조건 참아주는 성격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그는 가족바보라거나
다 퍼주는 호구는 아니다.
그렇게
용건을 마치고
일본 총리관저를 나서던
쿠도 신이치는 걸음을 멈춰야 했다.
익숙한 감시형태,
다이아몬드플립은
CIA 전술교재에도 실린 전통적인 감시기술이다.
쿠도 신이치를 경호하는
두 사람도 눈치를 챘는지 긴장하는 모양새다.
쿠도 신이치는
멀지 않은 곳에서 손을 흔드는 코쟁이를 보곤
피식 웃었다.
제발 여길 봐달라고 광고하듯
양손을 휘적거리는 모습은
당연히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손을 들어
다른 이들을 물리고
코쟁이와 단 둘이 마주섰다.
“ 이튼.”
“ 올림푸스.”
제레미 이튼 오헤어,
미국중앙정보국 부국장은
어색한 발음이지만
일본어로
보통 부르는
수호 라는 이름이 아닌
진짜 중요한 부탁을 할 때에만 부르는
쿠도 신이치의 코드네임을 불렀다.
“ 하도 연락이 안 되니 내 직접 찾아올 수밖에 없더군.”
“ 일부러 피한 건 아닌데 말이야.”
“ 알아. 여러모로 바빴겠지.”
일본 정부나
스즈키 그룹, 모미지 콘체른도 그렇고
당연히
CIA도 자신을 예의 주시해왔다.
“ 걸을까?”
쿠도 신이치의 제안을 받아들인
제레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시장바닥 같은
긴자 사거리를 걸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오늘은 특히 붐볐다.
무슨 행사라도 있는 걸까?
결국
인파에 떠밀려 골목길로 피신했다.
“ 일본에 올 때마다 생각하지만...
도쿄는 서울보다 숨 막히는 도시야.
여유가 없어.”
제레미는 고층건물이 싫다.
그래서
미국인이면서도
뉴욕을 좋아하지 않았다.
“ 민주주의? 평등? 자유?
세계평화와 통합이란
듣기 좋은 구호에
많은 문제들이 가려졌지만
언젠가 인류는
그들이 힘겹게 쌓아올린 바벨탑이 무너지는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게 되겠지.”
“ 시적인 표현이군.”
CIA 부국장 입에서 나온 말치곤
많이 감성적이었다.
“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나는 이 작전을 반대했네.”
“ 왜?”
“ 일본은 한국과 더불어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맹 중 하나니까.”
“ 다른 이들의 생각은 달랐고?”
“ 머저리들은 한국을 더 신뢰하더군.
'잽이 얼마나 야비한 족속인지
일본 편이나 드는
그 멍청이들은 진주만 때처럼 당해봐야 정신 차릴 걸?'
이라는 골 빈 소리나 지껄이면서.”
“ 한국은 곁다리인 걸로 아는데?”
“ 아니야.
처음 이 제안을 올린 곳도 서울 지부일세.
칼 레이어드라고 들어봤나?”
“ 크랭키?”
21세기로 접어든 이후
CIA 외부계약자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IT기술자였다.
즉
실력 좋은 크래커와 해커를 포섭해
꾸준히 사이버전쟁에 대비해왔다.
크랭키Cranky는
이른바
세계 3대 해커 가운데 한 명이며
미 사이버전략사령부 내의 대표적인 친한파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스펙터의 상급 조직원 중
하이바라 아이 같은 과학부분 쪽의 엘리트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기도 했다.
다만
그 사실은
쿠도 신이치와 키리가야 카즈토 (키리토) 와 아틀라스
그 세 사람만이 활용하고 있는
사이버 부분 독립요원이자
세계 최대의 사이버 보안회사이자
세계 최대의 경비회사인
스쿠텀 (Scutum) 시큐리티社 의 CEO 인
독립 요원
라이언 대길 김(Ryan Daegil Kim) 만 아는 사실이었지만.......
“ 그가 제안한 계획에 많은 이들이 흥미를 보였어.”
그는
중동보다 아시아가
더 미국의 국익과 국가안보에 위협적이란 주장과 함께
새로운 전선과 긴장감을 유발해
아군과 적군을 확실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 중동이나 중남미문제만으로도 허덕이는 미국에
새로운 전선이 필요하다?
내가 잘못 들었나?”
“ 아니, 맞아.
토씨 하나 틀리지 않았어.”
“ 뭐야?
이 미친 소리는?”
제레미는 쓰게 웃었다.
“ 그게 지금 윗선의 전체적인 분위기네.”
“ 전쟁을 원한다고?”
“ 조금 달라.
치열한 싸움이 아니라
그냥 쉽게 뭉개버릴 수 있는 약해빠진 상대를 원하는 거지.”
세계경찰의 직위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싫은 놈을 신나게 까고 퇴장하겠단 속셈이다.
“ 왜 그렇게까지 하는데?”
“ 미국인이 아닌 자넨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제레미는
그답지 않게
쿠도 신이치의 눈치를 봤다.
“ 솔직히.......
우리에겐
중국도 일본도 남한도 북한도
전부 노란원숭이일 뿐이거든.
아!
물론 자넨 아니야.
자넨 특별하지.”
그 말이 더 열 받는다.
세계화니 뭐니
세상 모든 사람이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에 부풀었지만
그 두꺼운 화장발을
한 꺼풀 벗겨보면
추악한 위선과 기만이 판쳤다.
쿠도 신이치가
오랜 외국생활 끝에 느낀 건
코쟁이는 코쟁이고
우리는 우리란 것이다.
인종차별이 사라지는 걸 기대하느니
지구인 모두 혼혈이 돼
인종이란 개념이 없어지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 재미있군.”
“ 재미있다고?”
제레미의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무시한 채
쿠도 신이치는 말을 이어갔다.
“ 크랭키에게 내 말을 전해.”
불고기와
K-POP 이벤트에 환장한
개찐따 같은 코쟁이놈의 면상을 좀 봐야겠다.
“ 조만간 우린 만나게 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