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원! 짱구는 못말려 더 무비:
초능력 대결전 ~날아라 수제김밥~
아무리 깊은 어둠 속이라도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건, 어른들의 망상이야."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31기 캐치프라이즈 (원어번역)-
알바로 먹고 사는 프리터 생활을 하던 음지남은 최애 아이돌 결혼과 지명수배범 누명 등의 불행으로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가지던 중 경찰들에게 까지 지명수배범 취급을 받아 쫓기게 된다. 하지만 그 때 날아온 보라색 구체에 의해 요상한 초능력을 가지게 되고...
그 시각, 집에서 저녁을 기다리며 짱아를 놀아주던 짱구는 베란다 창 너머에서 날아온 초록 구체의 습격을 받게 된다. 눈을 떠보니 요상한 힘이 몸에 감도는 것을 깨달은 짱구는 초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데..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짱구를 보는 어린아이들을 타겟으로 하지만 짱구라는 범세대적인 캐릭터를 베이스로 어른들도 눈이 갈만한 소재를 엮어 명작을 빚어내곤 합니다.
향수병을 소재로 한 어른제국(9기)이 그러했고, 최근에 나온 천하떡잎학교(29기) 또한 성장과정에서 누구나 겪었을 졸업으로 인한 이별과 청춘 찬가이라는 소재로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는 이번 극장판이 앞선 작품들과 비견되기는 2%로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여태껏 은유적 혹은 개그적으로만 접근하던 사회문제에 대해 가장 노골적으로 꼬집은 작품이자 그걸 제일 따뜻하게 바라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살다보면 수도 없이 좌절을 겪습니다. 어떨 때는 자신 때문에 어떨 때는 주변의 누군가 때문에 높디 높은 벽에 부딪힐 수도 끝을 알 수 없는 늪에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면 세상에 혼자가 된 것만 같은 순간이 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고 모든 일을 스스로 해결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 무너져버릴 것 같은 생각에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경험을 하기도 하죠.
이 작품의 빌런이자 주요 인물인 음지남은 흔히 말하는 사회의 낙오자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화목한 가정이 아닌 자신에게 큰 관심이 없는 맞벌이 가정에서 자라다 결국 부모는 이혼을 하며 세상에 혼자가 된 듯한 기분을 받죠.
사회에 나온 후에도 같았을 것입니다. 작 중에서 자세히 묘사되지 않지만 한국에서는 군대와 대학 등으로 30살이 사회 초년생 정도 되는 나이지만 일본에서는 직장을 다니며 슬슬 자리를 잡아가야 할 시기죠.
하지만 음지남은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작은 단기 알바로 지내며 아이돌 덕질에 기대 살아갑니다. 어떤 어른들의 눈에는 제대로 된 트랙에 오르지 못한 낙오자로 보일 겁니다.
물론 음지남은 갓 30대에 들어섰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미래가 밝은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사회는 이제 노력 만으로 무언가를 쟁취하기 힘들고 계속해서 나빠지는 경기와 범람하는 사회 문제들로 인해 나라가 혼란스러우니 캐치프라이즈 처럼 이 나라에는 미래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음지남은 불안정한 삶에서 온갖 고초를 겪고 무너질 뻔합니다. 그 때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우연치 않게 초능력을 얻게 되죠.
하지만 초능력을 얻게 된 후에 그가 하는 일은 그저 화풀이에 불과합니다. 교차로에서 염동력을 사용해 테러를 하고 시답지 않은 이유로 유치원을 습격하며 나중에는 이상한 몽상가와 협력을 하기도 합니다.
어떨결에 더 큰 힘을 얻게 되었을 때에도 그는 같습니다. 사회에 화풀이를 하고 싶을 뿐이죠. 대사에서 계속 언급되듯 사회와 나라를 갈아엎겠다는 말을 반복할 뿐 어떻게 변화 시켜야 한다는 고민은 없습니다.
결국 짱구 일행과의 사투 끝에 무너지는가 싶었지만 폭주하는 힘에 자신도 잡아먹히며 과거의 어렸던 음지남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는 찢어 질만큼 가난하진 않았지만 유치원생일 때부터 외로움과 싸워야할 정도로 혼자인 시간이 길었고 운동회에서 조차 외톨이일 정도로 고독하게 살아왔습니다.
동네에서 시비 거는 일진들에게 삥 뜯기고 맞는 어두운 학창시절을 보내온 것이죠. 이는 음지남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낙오자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자신이 원해서 혼자가 된 것이 아니라 성장과정에서 충분한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때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고 어릴 때도 지금도 한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어둠을 홀로 걸으며 사회를 탓하고 있던 겁니다.
그 때 노란 옷을 입은 짱구가 나타납니다. 집안에 혼자 있던 유치원생 음지남과 함께 대화하고, 괴롭힘 당하던 초등학생 음지남과 함께해주고 가장 힘든 시기 또 다시 위험해 처한 그와 함께 싸워줍니다.
그 전까지는 이전 극장판들 처럼 초인적인 면모를 보여주던 짱구는 일반적인 유치원생 정도의 힘으로 음지남과 함께 일진들에 맞섭니다.
이는 짱구가 이제까지의 초인적인 영웅으로서 그를 도와주는 것이 아닌 함께 싸우는 친구이자 동료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숫자가 부족해 밀리는 짱구와 음지남에게 한 줄기 도움이 내려옵니다. 바로 신형만의 생화학무기 양말이죠. 이는 단순한 개그라는 측면보단 어른의 작은 손길 정도로 보는 것이 좋은 거 같습니다.
결국 짱구와 음지남은 트라우마 였던 일진들을 물리치고 현실로 돌아옵니다. 이제 것 날뛰었던 기억은 모두 잃은 음지남이지만 어린 시절 순수하게 자신의 동료가 되어주었던 짱구만은 기억하고 있었죠.
이 나라에는 미래가 있을까요? 거대한 상흔을 남겼던 코로나의 여파는 가시지 않았고 경제는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습니다. 국가 성장세는 정체되었고 앞으로를 살아갈 다음 세대에게 이 나라는 희망 따위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걷는 청년들에게 짱구는 순수하게 손을 내밉니다. 몇 번 본 적 없지만 나이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이전에 같이 놀았단 이유 만으로 동료라 불러주는 짱구가.
음지남의 앞날은 아직 컴컴할 겁니다. 일으켰던 소동들도 있고 짱구를 만나 구원을 얻었지만 솔직히 현실은 바뀐 것이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이전과는 다를 겁니다. 이제는 그를 온전히 믿어주는 마음 속 동료가 생겼으니까요.
음지남이 현실로 돌아와 짱구에게 건네는 대사는 “너는 그대로구나” 라는 말입니다. 어린 시절 짱구를 즐겨보았던 저는 그리고 여러분은 이제 어른이 되었습니다.
어른에게는 책임이 따르고 사람들과 만나며 커뮤니티를 만들어 살아가지만 어느 새 혼자가 되어 또 외로움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빠져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전히 5살인 순수한 짱구가 언제나 당신의 편일 것이라는 걸.
사회에 뚝 떨어져 깜깜한 어둠을 더듬거리며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영원히 변치 않을 5살 짱구가 말합니다.
"내가 계속 지켜봐줄테니까
도망치고 싶을 때도, 울고 싶을 때도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외로움으로 허덕이는 그 밤에 불을 켜줄게
내가 비춰주러 왔어"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31기 엔딩 Future is Yours-
+번역에 대한 말이 나오고 있는 걸 봤습니다. 일본에서 원어로 보았을 때는 짱구가 음지남을 나카마, '동료'라고 불렀는데 더빙된 국내판에서는 '깐부'라고 부르더군요. 친구라는 표현에서 더 나아가는 단어를 찾다가 동료는 국내에서 팀원 같은 뉘앙스라 바뀐 듯하나 아무래도 깐부라는 단어가 밈적으로 소비되던 단어라 조금 거슬렸던 것 같긴 합니다. 그래서 본 리뷰에서도 원어를 따라서 동료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하지만 두 버전 모두 본 입장에서 깐부를 제외한 번역들은 굉장히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내용이 내용인지라 순화하다 왜곡이 생길 수 있는 부분들을 한국의 상황에 맞게 가감없이 번역한 느낌이라 전체적인 번역 퀄리티에는 만족했습니다.
짱구는 그 누구와도 친구가 되고 곤란한 일이나 힘들때 언제나 달려와 도와주는 "깐부" 모습은 인간관계가 소홀해지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떡잎마을 방범대 비중은 없지만 음지남과 함께 트라우마 맞서고 새로운 우정이 생기고 밖에서 보고있던 사람들도 응원하는 장면은 짱구 주변사람들도 변함없이 짱구 처럼 "좋은사람들 이구나" 느낌이 들더라구요
그쵸. 짱구는 언제나 밝고 말썽을 피우지만 미워할 수 없는 순수하고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아이니까요
이번에는 엔딩송에 대한 코멘트를 기반으로 짱구를 '언제나 손 내밀어 줄 상상 속 동료' 로서 해석을 했지만 본 작이 청년들에 대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사회에서 동떨어진 청년들을 혼자가 되어서 문제나 일으키는 골칫덩어리로 보지말고 아이처럼 순수하고 손 내밀어주고 힘내라며 응원해주는 것이 어떻겠냐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봅니다. 제목에도 있고 계속 언급되는 수제김밥(테마키즈시)는 재료들을 각각 떨어트리는 게 아니라 커다란 김으로 한 대 모아주는 것이 특징인 요리니까요.
https://youtu.be/097wEI39if4?si=3svAZ857Nl-ZqWd6 영화 내용에 싱크로율 100% mv와 연출과 가사가 좋아고 처음으로 코믹스 그림체가 엔딩하고 나와는데 올드팬에게 멋진 서비스와 최고의 선사를 해줘서 최고였어요
깐부 번역도 나쁘진 않았는데 참고했을 오징어게임에서도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둘을 묶어준 단어가 깐부라서... (근데 짱구가 그 단어를 어떻게 알았니... 오겜 19세 관람가야) 개인적으론 전차남 엔딩으로 인상깊었던 삼보마스터 노래를 또 듣게 되서 참 좋았어요
깐부를 그렇게 볼 수도 있군요. 확실히 그런 느낌에서의 번역이었다면 이해가 가는 거 같습니다. 뭔가 밈적으로 알려진 것이 본 의도를 가렸을 수도 있겠네요.
짱구 극장판 시리즈 엔딩은 대부분 좋고 심심치 않게 플레이리스트에 들어갈만한 명곡들이 나오는 느낌인데 이번 곡은 어느 때 보다 더 가슴 깊이 남았던 거 같습니다. 단순하게 내용을 축약하거나 은유적인 표현으로 주제를 정리하는 게 아닌 호소력 짙은 보컬을 앞세워서 짱구를 보았던 모두에게 전하는 뜨거운 응원이자 격려 같은 느낌이랄까요. 단순히 '힘내, 열심히 해'가 아닌 진심어린 가사들이라 더 좋았습니다. 시간이 되시면 다시 한 번 가사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들어보시는 거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