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견 보호 센터 봉사활동 할 때의 경험인데, 같이 간 여자 후배가 있었음.
나는 대충 보호 센터 사정듣고 (주에 몇 마리가 들어오고 달에 몇 마리가 나가는지, 어떤 경로로 자주버려지는 지 등)
처음 온 봉사활동이라 유견들 격리소 청소하는 곳에 배정 됐는데, 이미 사정들어가면서 측은지심 만땅 찍은 상태라 강아지들 존나 불쌍해서 진짜 그날 4시간 앉을 세도 없이 계속 똥오줌 치우고 애들 캐어함.
똥오줌 나올때마다 싹싹 치우고 있는데, 거기 근무하는 아가씨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면서 자기가 보겠다고 좀 쉬면서 하라고 그럼. 그래서 한숨 돌릴겸 유견 격리 건물 밖으로 나갔음. 그런데 강아지 좋아한다고 같이 온 후배가 강아지 자기 무릎에 올려놓곤 폰질하고 있더라.
강아지 보니까 얼굴 엄청 구기고 "이 여자 왜 이러지? 여기 있기 싫은데..." 이런 표정이었고, 능동적이진 않아도 조금씩 품에서 나올라 카는데, 그 년은 그거 못도망 치게 막으면서 품에 안겨놓곤 폰 열심히 두들기더라. 나는 땀 뻘뻘 나고 있는데, 일도 안하면서.
그 광경이 참 뭔가 오묘했음
저건 분명 강아지는 좋아하는 게 맞는데, 정작 강아지 안위는 관심 1도 없고. 강아지 귀엽다는 것만 필요한 모습이 참 오묘했음.
분명 동물 좋아하는 건 맞는데....
ex)몇번 더 갔고 강아지 분양받으러 왔다는 아재 1명 봤는데,
그 아재왈 똑똑한 놈으로 골라주십쇼.
직원 왈 똑똑하게 키우면 똑똑해 집니다.
하는게 기억에 남는다.
공격성만 빼고 치와와
동물의 '귀여움'을 좋아하는 것과 '동물'을 좋아하는건 다르지. 전자가 나쁜 건 아니지만, 최소한 자신이 동물을 키우기 전 내가 저런 인간인가 생각해 봐야 하겠고. 그리고 정이 붙거나 동물 자체에 애착이 생길 자신이, 눈꼽 떼어주고 화장실에서 풍기는 똥오줌 찌린내 감당하고, 박살나는 가구 물건들에 병원비를 감당할 생각이 되어야 동물을 키울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진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