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 C 클라크(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스타쉽 트루퍼스 작가)와
함께 세계 3대 SF 고트로 불리는 아이작 아시모프.
이 사람의 작품들 중에 가장 유명하고 영향을 많이 미친 작품 중 하나가 바로...
최근에 사과 플랫폼에서 드라마화까지 한 명작 파운데이션 시리즈 되시겠다.
은하제국이 다스리는 먼 미래에 해리 셀던이라는 수학자가 심리역사학이라는
요상하지만 신통한 학문을 통해 미래를 예견하고, 이 미래를 대비하는 조직인
'파운데이션'이 출범하여 이런저런 일을 겪는다는 게 기본 줄거리이다.
여기서 '파운데이션'과 그들이 기반하고 있는 심리역사학은 비록
인간의 기준에 맞지 않는 돌연변이가 등장하거나 파운데이션 내의
알력다툼이 발생하는 등 몇몇 찐빠가 나오긴 하지만 결국에는 미래를
예측해내고 만다. 이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과학에 대한 낙관주의를 보여준다.
이성과 과학을 이용하여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다는 주제의식인 것.
그런데 이런 컨셉이 맘에 안드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시간이 지나면서
이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주제의식에 반하는 작품들, 그것도 명작들이 생겨난다.
이런 안티테제 명작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프랭크 허버트 옹의 명작 듄 되시겠다.
인간 속에 야만성이 늘 잠재되어있으며 이를 제거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진 프랭크 허버트는 아시모프의 이런 과학 낙관주의가 전혀
맘에 들지 않았고, 이에 자신의 작품 듄에서 파운데이션의 설정들을
기괴하게 비틀어서 출현시켰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이끌어나가는 파운데이션의 심리역사학과는 달리
듄의 베네 게세리트가 한 예언은 결국 초인 독재자와 학살을 불러왔으며,
최전성기를 누린 뒤 서서히 쇠퇴해갔던 파운데이션의 은하제국과는 달리
듄의 제국은 권력을 지키기 위한 정치질이 잘못되어 결국 사막 야만족들에게 멸망한다.
파운데이션의 인류는 결국 다시 은하제국을 건국하고 정신적 통합을 이룩하지만,
듄의 인류는 퇴보를 거듭하여 중세적인 사회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프랭크 허버트는 아무리 이성과 과학이 발전해도 인류의 야만성은
막지 못한다는, 좋게 말하면 현실적이고 나쁘게 말하면 염세적인 태도로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비판했다.
한편 이 비판에 가세한 또다른 이가 있었으니...
그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되시겠다.
아는 사람은 잘 알테지만 미야자키 하야오도 사회 현상에 대한 비판이나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얘기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 또한
파운데이션 시리즈의 주제의식에 동의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파운데이션에 대한 비판을 한 작품은
바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만화판이다.
(애니메이션판이 아니니 주의)
만화판은 자연보호가 주제가 되어버린 애니메이션판과는 판이하게 다른
주제의식을 보여주는데, 일단 설정부터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애니메이션에서 자연의 힘처럼 묘사된 오무와 부해는 실은
과거 멸망한 옛 인류의 과학자들이 만들어낸 인공 생물들이다.
옛 인류의 과학자들은 오염된 세상을 정화하고자 오염 물질을
흡수해 정화하는 인공 숲 부해를 만들어냈고, 이 부해를 지키면서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낼 오무와 같은 곤충들도 창조해냈다.
작 중에서는 나우시카와 같은 인간들도 실은 옛 과학자들이 부해의
공기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유전자 조작을 가한 변종 인류라고 나온다.
부해가 없었던 시절의 옛 인류는 부해가 내뿜는 더러운 공기에 노출되면
피부부터 썩어들어가는데, 작 중 시점의 인류는 마스크만 쓰면 괜찮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소위 '지구정화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생체 슈퍼컴퓨터도 있다.
이 슈퍼컴퓨터는 묘소라고 불리는 건물에 있으면서 주변에 위치하고 있던
인간들의 국가 '도르크'를 막후 조종하며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 중에 있었다.
그리고 이 묘소에는 지구 정화가 끝난 뒤에 등장하게 될 또다른 신인류의
부화시설이 존재한다.
왜 그게 존재하냐면 나우시카를 포함한 기존 변종 인류는 지구 정화가 끝나고
부해가 사라지면 그 환경에 적응 못하고 피 토하면서 죽는 게 확정이기 때문이다.
즉 부해와 오무, 인간 모두 지구 정화의 도구이자 제물로 사라지게 되는 셈.
그나마 변종 인류를 정화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개조하는 방법도
생체컴퓨터가 가지고 있어서 잘 하면 안 죽을 수도 있긴 했다. 그런데...
이에 나우시카는 옛 과학자들이 세운 지구 정화의 계획을 전부 부정하고
생체컴퓨터를 박살, 이 와중에 신인류의 부화시설까지 없애버리고 만다.
이로서 지구 정화 계획은 어그러져버리고 인류의 희망 또한 사라지고 만다.
왜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했냐면 아무리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생명은 생명이며, 변화해나가며 스스로의 삶을 찾아간다는 철학 때문이었다.
이런 철학을 가진 나우시카에게 멸망과 그 이후의 재생을 기정사실화하며
생물들을 조종하는 옛 과학자들(과 그들을 계승한 생체컴퓨터)은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
물론 그런 그녀도 신인류의 '알'을 파괴하게 된 것에는 어쩔 수 없다며 슬퍼하긴 했으며,
나중에 자신들을 추종하거나 따르는 사람들에게 삶의 의지를 잃어버릴 것을
염려하며 그들에게 진실을 숨기는 현실 타협을 하긴 한다.
그런데 사실 앞으로 부해가 계속 퍼져나가면서 언젠가 지구는 완전히 정화되고
(작 중의 변종 인류는 부해나 오무를 막을 힘이 없다)
그러면 결국 제 역할을 다한 부해와 오무는 스스로 죽어 없어지고
변종 인류들도 변화된 환경에 적응 못해 멸종하면서
결국 다 사이좋게 멸망의 기로에 들어서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보면 나우시카는 희대의 트롤러이자 미친-년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이건 미야자키가 의도한 것이다.
'남이 세운 계획에 놀아나느니 차라리 자유인으로 죽는 게 낫다'
정도의 주제의식인 것.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당한 반골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파운데이션 시리즈를 작품으로 비판한 이들 중엔 한국인도 있었다.
바로 한국 판타지 계의 거장이자 감귤 농장주인 이영도 씨 되시겠다.
그는 새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인 '피를 마시는 새'에서
네 선민 종족을 전부 다 완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세워진 제국을 등장시켰다.
심리역사학으로 미래를 예측한 해리 셀던처럼 원시제는 환상벽으로 미래를 예측했고,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것을 무가치한 것으로 느끼고 완전한 존재가 되려면
약 30만년 동안 146억~547조명의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래에 벌어질 무가치한 학살에 질린 원시제는 생명들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상을 하나로 묶어 통제할 제국을 세우고 륜 페이의 용 아스화리탈의 발화한
포자를 새로운 제국의 황제로 만들어 30만년을 1만 6천년으로 줄일 계획을 세운다.
이 또한 은하제국의 쇠퇴를 예측하고 그 뒤를 준비한 파운데이션과 유사하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제국은 마치 듄의 아트레이디스 제국처럼 계획의 실행을
위해 전쟁과 학살을 불사하는, '피를 마시는 새'가 되어버린다.
그러나 이영도는 앞의 둘과는 달리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강조하며 염세적인 태도를 보인 허버트와,
반골 기질이 강해 어찌보면 자기파괴적으로까지 보이는 미야자키와는 다르게,
이성과 과학으로 만들어진 계획도 쓸모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식을 보이기 때문이다.
피마새 마지막에서 레콘들은 계획의 실현을 위해 세상을 주무르고
정신억압을 가해온 용 치천제를 죽이거나 없애지 않는다.
정우 규리하의 조언에 따라 계명성으로 하늘치째로 우주로 보내버린 것이다.
마치 드래곤 라자에서 아무르타르를 보낸 것이 떠오르는 장면이다.
이는 계획에 따르는 것은 거부하되, 실제로 필요한 때가 있을지도 모르니
완전히 없애지는 않고 보관(?) 내지는 보존해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작 중 등장인물들도 계획의 필요성을 아예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것에도 이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이성과 과학을 잘 이용하면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을꺼야!"
"응 사람들 속에는 야만적인 짐승들이 내재되어있기 때문에 안돼.
그딴 짓하면 오히려 더욱 야만적으로 악화될꺼야"
"왜 그딴 것에 따르면서 살아야함? 차라리 죽는 게 백번천번 나음!"
"아니 앞의 두 분 왜 이렇게 극단적임? 아예 틀리다곤 할 수 없는 거 아님?"
이런 생각과 사상의 차이가 명작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참 재밌다.
그렇군요. 그러면 틀린지 틀리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틀렸을 때의 가능성을 독마새에서, 틀리지 않았을 때의 가능성을 물마새에서 보여주시죠
외전으로 먹는 존재는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