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개막한 제20회 인제빙어축제 현장을 찾은 한 가족이 빙어를 낚아올리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겨울이면 빙어를 테마로 한 축제가 경기도와 인천 등 곳곳에서 열린다. 그들 중 원조가 인제빙어축제다. 빙어축제뿐만 아니라 송어·산천어를 포함해 대한민국 모든 물고기 축제의 원조 격이다. 지난 1998년 1월 제1회 축제를 시작으로 올해 20회째다. 그동안 얼음이 얼지 않은 해가 있어 두 차례 축제가 취소돼 올 2020년에 20회를 맞으며 아귀를 딱 맞췄다. 그래서 올시즌 축제 모토도 ‘함께한 20년, 함께할 2020년’이다.
올겨울은 별다른 한파 없이 유난히 따뜻한 날씨 탓에 전국의 겨울축제에 비상이 걸렸다. 일정이 취소·축소되거나 변경된 축제가 여럿이다. 하지만 인제군은 본래 우리나라에서 겨울추위가 가장 혹독한 곳으로 1월 중순 들어 날씨가 추워지자 금세 두꺼운 얼음이 호수를 덮었다.
그 덕에 지난 18일 강원 인제군 남면 부평리 빙어호 일원에서 ‘인제빙어축제’가 예정대로 시작돼 역대 최장기간인 16일 동안(2월2일까지) 펼쳐진다.
그동안 마땅한 겨울축제를 찾지 못한 여행객들도 인제로 몰려들었다. 축제 첫날 이른 아침부터 차량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얼음판이 일찌감치 인산인해를 이뤄 점심께부터는 안전을 위해 출입을 통제할 만큼 축제장이 문전성시를 이뤘다. ‘원조 겨울축제’의 명성을 실감케 하는 분위기였다. 행사 주최 측은 예상보다 많이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해 천공기로 얼음구멍을 뚫기에 바빴고, 관광객들은 천공기 뒤로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빙어는 송어나 산천어와 달리 쉽게 잡을 수 있어 어린아이도 낚시 재미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11개 분야에 33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이번 축제는 얼음 위에서 가족·연인·친구 모두가 겨울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기회다. 그중 축제와 함께하는 ‘프러포즈 이벤트’는 축제장 스노빌리지 일대에서 축제 기간 중 10커플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연인·가족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한다. 늘 마음은 있지만 쑥스러워 부모님께 전하지 못한 사랑을 듬뿍 담은 ‘부모님 사랑해 孝(효) 이벤트’도 펼쳐진다. 축제기간 중 모두 10가족을 선발해 가족식사권과 케이크 등을 선물한다.
고급 경품의 행운도 기다린다. 축제기간에 인제군 관내나 인제빙어축제장에서 사용한 5만원 이상의 영수증으로 응모하면 경차(더뉴 스파크), 55인치 TV, LED마스크 등 대박 경품을 받을 수도 있는 것. 이에 대해 인제군 관계자는 “올해 인제빙어축제는 20년째를 맞은 위상에 걸맞게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급 경품을 준비하고 다양한 현장 이벤트를 마련해 축제의 재미를 더했다”며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을 제대로 만드는 겨울다운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빙어축제장은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 찾는 것이 축제를 좀 더 재미있게 즐기는 요령 중 하나다. 빙어는 야행성이므로 주로 오전 11시 이전이나 오후 3시 이후에 더 잘 잡히기 때문. 낚시 방법은 간단하다. 누구나 행사장에서 빌린 견지 낚싯대에 미끼만 달면 낚시 초보자도 손쉽게 빙어를 낚아 올릴 수 있다. 다만 빙어는 무리지어 이동하므로 한 곳에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도 잡히지 않으면 빨리 다른 구멍으로 이동하는 것이 요령이다.
빙어 낚시는 강태공 아빠보다 초보 낚시꾼 어린아이가 더욱 즐거운 축제다.
빙어는 잡은 그 자리에서 바로 초고추장에 찍어 회로 먹기도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튀김으로 먹으면 된다. 축제가 오래된 덕에 요즘에는 다양한 요리가 개발돼 매운탕이나 도리뱅뱅이, 무침 등으로도 먹는다. 모두 현장에서 맛볼 수 있는 먹거리다.
서울에서 1시간30분 거리로 가까워진 인제는 당일치기 코스로 찾아도 좋지만 1박2일 일정으로 잡는 것이 더욱 좋다. 원대리 자작나무숲과 백담사 등 평소에도 가보고 싶던 관광지가 많기 때문이다. 숙박시설이 많은 인제읍과 원통리 쪽에는 현지인들이 엄지를 곧추세우는 밋집들도 많다.
자가용으로 축제장에 가려면 서울양양고속도로를 이용해 동홍천IC에서 나와 44번 국도 인제·양양 방향으로 35㎞쯤 달려 소양호를 만나면 왼쪽으로 축제장 안내판이 보인다. 대중교통으로는 서울 동서울버스터미널, 홍천시외버스터미널, 춘천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 인제행 시외버스를 타고 가 인제읍이나 남면(신남)에서 인제~신남행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