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영화 배우 성룡. 연합뉴스.
홍콩 경찰 총수가 성룡(成龍·재키 찬) 등 연예인들과 술자리를 같이하면서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지난 16일 밤 성룡, 증지위, 앨런 탐 등 홍콩 배우들과의 만찬에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강경파인 크리스 탕이 경무처장에 임명된 후 홍콩 경찰은 폭력이 발생하자마자 시위 진압에 나서는 강경하고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만찬에 참석한 홍콩 배우들도 대부분 친중파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성룡은 지난해 홍콩 시위 때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훼손하자 “나는 오성홍기의 수호자”라고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친중파로 알려졌다. 알란 탐도 지난해 경찰 지지 집회에 참여하는 등 친중 행보를 보여왔다.
탕 경무처장을 비롯해 만찬에 참석한 홍콩 경찰 수뇌부는 친중파 배우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덕담을 주고받으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탕 경무처장의 발언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 총수로 부적절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탕 경무처장은 중지위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내가 최근에 구의원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그렇게 유창하게 말할 수 있었는지 아느냐. 모두 당신의 쇼에서 배웠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지난달 16일과 22일 범민주 진영이 중심이 된 구의원들과 만남을 가리킨다. 당시 탕 경무처장은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을 비판하고, 경찰 수뇌부가 시위대를 ‘폭도’라고 지칭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범민주 의원들에 맞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탕 경무처장은 친중파 배우들에게 “우리는 모두 좋은 친구들이며, 당신들이 우리를 부르기만 하면 우리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달려가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경찰 대변인은 이 만찬이 사적인 만남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많은 홍콩 누리꾼은 비난을 퍼부었다.
한 홍콩 누리꾼은 “경찰 총수로서 부끄러운 행동이 아닐 수 없으며, 이러한 행동 때문에 홍콩 경찰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라며 “탕 경무처장은 당장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누리꾼은 이 만찬의 비용을 과연 누가 댔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경찰 대변인은 양측이 같이 부담했다고 해명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시기에 굳이 이렇게 만날 필요가 있냐는 지적도 있었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만찬 등 모임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