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각종 행사를 취소한 영화 ‘결백’과 ‘사냥의 시간’ 공식포스터. 사진제공|(주)키다리이엔티, 리틀빅픽쳐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에 극장가도 초토화됐다. 관객수가 급감했고, 신작들은 줄줄이 개봉 연기·홍보일정 취소 등을 결정했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결과 22일 일일 총 관객수는 29만2750명이다. 지난주(62만8308명)에 비해 반토막 이하다. 평일보다 관객이 많이 모이는 주말이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티켓 판매가 갈수록 신통치 않다.
극장가에 ‘코로나19’ 폭탄이 떨어진 건 지난달 말부터다. 5번째 확진환자가 CGV성신여대입구점을 다녀간 것이 알려지자 영화관람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졌다. CGV 측에서 자체 방역과 잠정 휴업을 결정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지난 2일 12번째 확진환자가 CGV 부천역점 등을 방문한 사실이 또 한 번 밝혀지면서 예비관객들의 공포심이 극도로 올라갔다.
이때문에 1월 관객수는 지난해 1월보다 128만명이 감소한 1684만 명으로 집계됐다. 2013년 1월 이후 7년만의 최저치다. ‘극한직업’처럼 메가흥행작이 등장하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19’ 때문에 극장나들이를 자제하는 분위기도 한몫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 한 장면. 사진제공|NEW
개봉을 앞둔 신작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2월 개봉을 앞뒀던 ‘정직한 후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개봉일 연기’를 고민했다. 그러나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후속상영작들도 개봉을 앞두고 있는 터라 극장 일정과 조율을 해야 하고, 홍보 기간이 길어질수록 늘어나는 제반비용 등도 제작사와 배급사가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직한 후보’는 예정대로 지난 12일 개봉했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한주 연기한 19일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그러나 개봉 이후에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정직한 후보’는 개봉 이후 ‘코로나19’가 조금 잠잠한 덕분에 100만 고지를 넘었으나, 다시금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면서 흥행 기세가 한풀 꺾였다. 여기에 ‘1917’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등 신작이 가세하면서 박스오피스 왕좌도 빼앗겨 버렸다. 현재까지 누적관객수 130만5019명으로, 손익분기점 150만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낙관할 수만은 없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더욱 심각하다. 사태가 조금 가라앉길 바라면서 개봉일도 한 주 늦췄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는 바람에 그 효과도 제대로 보질 못하고 있다. 240만명이 들어야 제작비 회수에 성공하는데, 개봉 5일째 누적관객수가 고작 30만710명이다. 극장 상영 기간을 통상 한달로 봤을 때, 사태가 나아지리란 보장도 없다.
개봉을 앞둔 다음 타자들도 시름이 깊어졌다. ‘사냥의 시간’ ‘결백’의 제작사와 배급사는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 개봉일 연기는 물론이고 예정됐던 언론·배급 시사회부터 인터뷰 일정, 각종 홍보 행사 등을 일단 취소했다. 또한 26일 개봉 예정이던 애니메이션 ‘슈퍼스타 뚜루’도 개봉을 연기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고 관객들의 안전을 지키겠다는 이유지만, 오랜 시간 공들인 작품들이 평가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3월 개봉 예정작들도 이후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게 그 명예로운 죽음 같은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