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드노아 제로가 끝났습니다.
결말 부분에서 아세일럼 공주를 어장관리녀라고 욕하면서 자츠바움이나 라예가 진작에 죽였어야 했다는 글이 많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까는 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암살이 성공했어야 한다는 것은 더 말이 안 되고.
최대한 간략하게 변호하자면 솔직히 이나호, 슬레인, 아세일럼 모두 서로를 이용해서 자신과 상대방이 원하던 것 모두 구했으니 그 걸로 된거죠. 솔직히 후반 전개가 너무 정신 없이 함축되어 제대로 표현은 못 했지만, 평화 협정 자체는 지구와 화성 모두에게 현실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지구 연합 측은 이나호+듀칼리온 부대의 활약으로 연전연승하고 있지만, 그 건 '지구'라는 홈그라운드에서
싸울 때 이야기고, 화성까지 쳐들어가서 끝장내는 것은 무리입니다. 최종 결전에서 그 부대의 핵심인 이나호가 애널리티컬 엔진의 부작용 때문에 한 번 중태에 빠진 적도 있으니 버스 제국을 완전히 박살낼 희망으로
보거나, 장기적인 작전 수행에 쓰기엔 무리죠.
세틀라이트 벨트의 주 기지이자 우주로 나아가는 교두보인 '트라이던트 베이스'는 슬레인이 박살냈고, 우주 기술력에 있어서 지구와 화성의 수준적 차이는 다소 큰데다가 그 이전에 전쟁 초기부터 실질적인 중심
도시들, 교통과 통신 연결망들, 전쟁 초기까지 모아놓았던 전력들 모두 거의 다 박살나서 소년병까지 동원할 정도로 피해 입은 상황입니다. 그 것도 모든 전장이 지구인 이상, 전쟁 이후 입은 피해는 지구 쪽이 압도적.
거기다 전력 회복 말고도 전쟁 때문에 생겨난 난민들 역시 먹여살리는 것도 힘써야 하는데, 아무리 넓은 땅과 물, 그리고 공장 등이 있으면 뭐합니까? 이 걸 써먹을 시간과 상황이 되어야지.
휴전이나 종전 이후면 모를까. 전쟁하면서 화성까지 쳐들어갈 물자나 병력을 확보하는 건 무리입니다.
그 이전에 버스 제국이 수십년간 자급자족했던 것(물론 우리 같으면 줘도 안 먹을 클로렐라와 크릴 뿐이라
불만 터져서 치킨 먹자고 침략한 거지만)을 생각하면 피장파장이니 봉쇄전, 장기전으로 버스 제국이 아사할 때까지 지구가 버티리란 보장도 없습니다. 게다가 버스 제국이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4화에서 보여준
운석 폭격을 대대적으로 실시한다면 ㅎㄷㄷ.
버스 제국 역시 북한마냥 군사력에만 거의 올인해서 덤빈 주제에 시간이 지날수록 알드노아 드라이브는
지속적으로 공략이 이뤄지고 식량사정, 비이성적인 사고방식, 퇴보한 정치 체제 등 전 지구를 식민지화시킬 국력 따윈 없다는 건 명확합니다. 지구의 민주주의 체제에 비해 퇴보한 정치제도를 지닌 버스 제국을 중심으로 통합하는 것은 지구인이 화성인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소수이거나 그나마 수가 비슷한 정도가 아닌 이상 이루어질 수가 없는 정책이고. 게다가 슬레인을 중심으로 생겨난 공화주의자와 황제 중심의 봉건주의자란 양대 세력의 다툼 역시 있는 마당이니.
결국 마지막에 평화가 되돌아온 것은 지구와 화성 모두 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싸웠다간 둘 다 망할 상황에서 공주가 화평을 맺자고 한 것 때문입니다. 물론, 이 과정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지 못 한 것은 잘못되었습니다. 솔직히 슬레인도 이나호도 아닌 어디선가 갑자기 툭 튀어나온
황금 귀두컷이 아세일럼과 맺어진 엔딩 역시 어이가 없고요. 차라리 마주르카 백작이랑 맺어줄 것이지!!
하지만, 그렇다고 아세일럼 암살이 성공했다간 화성과 지구 둘 다 죽을 때까지 싸우는 미래 뿐이니,
아세일럼은 클란카인이랑 떡을 치든 밥을 짓든 마음대로 하라고 내비두고 아세일럼을 이용한 덕분에 누구도
죽지 않고, 살아남은 주인공 일행은 누구랑 누가 알콩달콩 커플링을 맺을 지 자유롭게 꿈꾸면 되는 겁니다.
다만, 이렇게 변호하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슬레인과 그를 따르던 세력들.그들도 아세일럼을 이용해서 이루고 싶은 걸 이루긴 이뤘지만, 너무 짧고 굵게 이뤘고, 그 뒤에 그들의 꿈이 누구에게 이어질 지 너무나
모호한 상태로 끝장나버렸습니다.
게다가 "그 트로이어드 박사의 아들 슬레인 트로이어드가 아세일럼 여황님의 암살을 꾸며
제2차 행성간 전쟁의 발단을 마련했단 건 참 아이러니하군요"라니!
거 참 말이란 게 어 다르고 아 다른 건데...
물론 그 것 말고도 아쉬운 것이 한둘이 아니니 최후반부를 이렇게 바꿔보았습니다.
일단, 갑툭튀해서 최종승자가 된 클란카인은 아예 등장도 언급도 없도록 클란카인과 슬레인의 대화 장면부터 삭제, 어새신 부대로부터 아세일럼을 구하는 것 역시 마주르카 백작으로 바꾸죠.
<지구연합군 사령부>
사령관:…평화 협정이라...
군인들:사령관님?
사령관: 전쟁 시작부터 지구 전체가 엉망진창이 된 상황에서 적 기술로 만들어진 듀칼리온 하나만 믿고
지구와 화성 둘 중 하나가 끝장날 때까지 싸울 것인가.
혹은 일단 전쟁을 멈추고 이 넓은 영토와 자원, 여태까지 얻은 적의 카타프락트와 알드노아 드라이브, 전술데이터를 가지고 지구를 더 막강하게 재건할 것인가.
군인들:…
사령관:일단 기만작전일수도 있으니 경계해라.
(최대한 짧지만 간단하게 평화협정의 당위성을 설명.)
<월면기지>
슬레인:모두에게 전할 말이 있다.
바르쿠르즈:전할 말?
슬레인:난 저 빛 속을 날면서 다양한 것을, 미래를 보았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전부
보이는 건 아주 살짝 미래의 일뿐
뭐든 다 안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일은 그리하였지
하지만…
정말 소중한 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렘리나:정말 소중한 것?
슬레인:난 지금까지...어세일럼 공주만을 바라보고, 그녀만을 위해 행동했다.
나에겐 그것밖에 없었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내 옆에 끝까지 남겠다고 말하는 렘리나 공주님이 있었습니다.
알드노아라는 거대한 힘을 독점한 자들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이 사회를 바꾼다는 꿈과 백작이란 지위를 제게 물려준 아버지 자츠바움 백작도 있었다.
닐 위해 끝까지 싸우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를 존경하고 따르는 여러분들이 남아있었다.
나를 믿고 지금껏 지탱해주었던 그들이야말로 정말로 중요한 것이었다.
그런 그대들을 위해 명하겠다.
전원 렘리나 공주님을 셔틀로 모시고 10분 이내에 월면 기지를 이탈!
더이상 무의미해진 싸움을, 월면 기지를 포기하고 살아남아라!
렘리나:안 돼요! 슬레인!
슬레인:렘리나 공주님
지금까지 범한 수많은 무례들…
참으로 실례가 많았사옵니다
그러니 미약하게나마 보답을 하겠습니다.
그 말 이후, 슬레인 스스로 렘리나에게 입을 맞춘다.
슬레인:부디 이들과 함께 저희 모두가 꿈꿔왔던 새로운 버스를...
그리고 그들이 이탈하는 것을 바라본 뒤, 기지를 자폭시키고 혼자 출격하여 지구군을 가로막는 슬레인.
타르시스의 예지능력을 활용하여 듀칼리온 부대를 제외한 지구군을 전투불능으로 만들거나 격추시키지만,
지구군의 화망 사이의 틈을 돌파해서 와이어를 일제사출한다는 예상 밖의 무모한 기습을 펼친 이나호에게
붙잡혀서 양자 안테나가 파괴당한다. 이나호 역시 애널리티컬 엔진이 과부하에 이른 탓에 쓸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 것을 보고 스티기스 부대에게 렘리나 공주의 호위를 맡긴 하크라이트와 바르쿠르즈가 이나호에게 합세하려는 듀칼리온 부대를 맡아 상대하여 슬레인은 이나호와 듀칼리온 부대 전체를 상대하는 상황까진
가지 않고, 이나호와 1:1 대결을 벌인다.
(아무래도 자츠바움과 평민들의 꿈을 상징하는 스티기스 부대가 완전박살나는 것은 허무하니까요.)
그 후, 바르쿠르스는 인코, 라예, 유키의 십자포화에 의해 양팔과 추진장치가 파괴된 채로 지구를 향해 추락. 하크라이트는 지구군의 물량 공세와 운석을 이용한 사각을 이용한 전술에 대부분의 배럿이 파괴 당한다. 그리고 타르시스가 지구로 추락하려는 걸 보고 달려가서 이나호와 함께 타르시스의 양팔을 붙잡고, 자신의 카타프락토스를 드래그 슈트 대용 삼아 기체를 안정시킨다.
슬레인:이 거 놔라! 하크라이트! 카이즈카 이나호! 같이 죽을 셈이냐? 불타버릴 거라고!
이나호:카타프락토스의 프레임은 밀도가 높아 충분히 융제재로 작용해줘
슬레인: 속이고, 빼앗고 죽이고 많은 동료를 희생시켰어! 그런 내게 살 자격 따위...
이나호:있어.넌 살아야 돼.
하크라이트:있습니다!
슬레인:왜…왜 날 살리려는 거냐!! 너흰 날 전혀 증오하지 않는 거냐!
이나호:전쟁이란 국가간의 교섭 수단에 지나지 않아, 분노도 증오도 전쟁의 수단일 뿐. 그러니 난 화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지는 않아...라는 내 생각도 있지만, 널 불행의 연쇄에서 구해달라고 내게 부탁한 셀럼 씨처럼 네가 살길 원하는 이들 역시 있으니까.
슬레인:하크라이트...렘리나 공주님...
하크라이트: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알드노아란 힘을 소수가 독점하고 지배하는 버스 제국을 개혁한다는 꿈, 그 꿈을 보여준 슬레인 님을 구하는 것이 저희들의 의지입니다. 그 꿈을 꺾으려하는 명령 따운 따를 수 없습니다.
그 순간, 하크라이트의 허셜이 붙잡은 타르시스의 팔이 부러져버린다.
슬레인:하크라이트!!
슬레인의 절규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장면이 전환되어 1쿨 1화의 남매와 함께 수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 세 별똥별을(이나호&슬레인,하크라이트, 바르쿠르즈) 보면서 평화를 기원한다.
<알드노아 리액터 1호 기동식 장면>
"그 트로이어드 박사의 아들 슬레인 트로이어드가 아세일럼 여황님의 암살을 꾸며
제2차 행성간 전쟁의 발단을 마련했단 건 참 아이러니하군요."란 대사를
"그 트로이어드 박사의 아들 슬레인 트로이어드가 아세일럼 여황님의 암살을 꾸며 제2차 행성간 전쟁의 발단을 마련한 자츠바움 백작에게 가담하고 후계자가 되어 그 의지를 이었던 것은 참 아이러니하군요."로
슬레인은 생사불명으로 수정.
<알드노아 리액터 1호 기동식 마지막 장면 다음에, 바르쿠르즈 백작이 병실에서 기동식을 tv로 지켜보는 장면이 나온다.>
바르쿠르즈:올림포스의 모래 폭풍을 거스르지 말지어다. 그리 충고한 게 엊그제 같은데, 바람을 잘 읽은 것은 오히려 저 쪽이었나...
하크라이트:(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며)그래서 후회하십니까?
바르쿠르즈:아니. 바람을 잘못 읽어 함꼐 한 자네들도,지구인들도...제법이더군.
하크라이트:전쟁은 끝났고, 알드노아의 독점은 풀려가며, 지구의 자원과 부 역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허나 이것만으로 만족했다간, 지구가 지원을 끊는 순간, 자멸할 터.
슬레인:그렇기에 렘리나 님과 우리들은 스스로 부를 쌓아 모든 국민이 점유할 수 있는 새로운 버스 공화국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바르쿠르즈:슬레인 트로이어드! 여긴 어떻게!
슬레인: 어세일럼 여황과 렘리나 님이 알드노아 기동권을 보편화시키기 위한 연구를 완성시키려면 내가 필요 하다고 지구와 교섭한 덕분이죠.
지구 연합이 카이즈카 이나호가 보고한 우리들이 추구하던 이상에 대해 흥미를 가지고 이용하려는 것도
있으니,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지만...
바르쿠르즈:우리가 바람을 읽고 이용하기 나름이란 건가?
슬레인:(가볍게 미소짓으며 손을 내민다)그 말대로..그래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바르쿠르즈:(씩 웃으며 그 손을 꽉 잡는다.)훗...한 번 더 해볼까!
물론 이미 망작 소리 듣고 있으니 부질 없겠지만.
그러고보니 어떤 게시글에서 대사랑 연출만 살짝 바꿨더니 꽤 볼만한 엔딩이 되더라고요.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드립은 정말...
예. 정말...휴...
거의 비스므리한 시기에 나온 새벽의 연화라는 작품을 보면서 제가 본 알드노아제로가 쓰레기라는 걸 확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