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미래의 미라이 더빙판 시사회에 당첨되어서 미래의 미라이를 더빙판으로 이렇게 일찍 보고 왔습니다.
일단 이 리뷰를 시작하기 앞서 아셔야 할 것이 이 영화의 이야기 전개는 하나의 이야기로 진행하는 일반적인 전개 방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는 단편 영화 몇 개를 이어붙인 듯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 속 그 단편영화를 약간 챕터로 표현하면 이런 느낌입니다.
프롤로그-챕터1-챕터2-챕터3-챕터4
마음에 들었던 점
1. 애니메이션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의 애니메이션에서도 디테일에 신경 쓰셨다는 것이 눈에 보입니다. 특히나, 이 영화에 자주 나오는 인공위성 뷰로 찍은 것처럼 연출한 장면에서 집 하나하나를 다 그린 것부터, 쿤이 눈 내리는 것을 볼 때 쿤의 눈에 눈이 비치는 것, 그리고 아이패드 영상 찍는 장면에서 아이패드로 찍은 것처럼 연출하는 장면까지 디테일한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영화에서 판타지 세계가 그러한 판타지 세계를 동화 같은 색감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있는 가하면, (특히나 챕터 4에서) cg를 사용해서 독특한 느낌의 애니메이션을 주는 부분까지 볼거리가 풍부한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기차를 약간 cg로 처리한 것이 눈에 띈 부분이 조금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애니메이션은 정말로 볼거리가 풍부했습니다.
2. 가족들이 공감할 만한 대사와 내용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인 늑대아이와 괴물의 아이에서도 모성애와 부성애와 같은 주제가 들어갔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영화의 경우 거의 대놓고 주제가 가족이라는 것이 많이 드러납니다. 동생이 태어나서 부모님이 신경 안 써주는 것에 화내는 쿤과 그러한 쿤을 돌보느라 고생하는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이 자신의 과거 회상하는 부분 등 가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과 대사들이 무척이나 많이 있습니다. 이 영화를 같이 보러 간 친구도 이 영화 보면서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을 저렇게 속 썩였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그러니, 이 영화는 어찌 보면 가족들과 같이 보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3. 잘 된 더빙
이 영화 더빙 연출을 심정희 pd 님께서 하셨습니다.
미래의 미라이 성우진
사실 위의 문장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하지만 그래도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이 영화의 더빙은 정말로 역시나 잘 됐습니다. 김율 성우님의 쿤 연기는 좋았습니다. 쿤이 우는 장면이 정말 많은 데 그것을 잘 소화해주셔서 오히려 제가 '김율 성우님 목 괜찮을까?' 이 생각이 들더군요. 김하루 성우님의 경우, 보통 태시아와 같은 마스코트 캐릭터? 연기만 들어봤던 지라 인간 캐릭터 연기는 거의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지만 괜찮게 잘 연기해주셨습니다. 신용우 성우님의 아빠 연기도 자연스럽고 좋았습니다. 나머지 성우님들의 연기도 좋았고요.
다만, 이번 작품은 대사가 몇 개 없는 단역들이 많다 보니 조금 성우 중복이 있었는데 몇몇 경우에는 중복이 조금 들린 것이 아쉬웠습니다.(제 친구도 홍범기 성우님 중복을 눈치채더군요) 그래도 더빙 자체는 잘 되었기에, 더빙판도 보는 것도 추천 드리는 편입니다.
참고로 이번 더빙판의 번역으로 참여하신 분이 '윤강비'라는 변역가분으로 은혼 더빙판의 번역으로 유명하신 분입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점
1. 챕터와 챕터 사이의 부자연스러운 연결
위에서도 말했듯이 이 영화는 단편 영화 몇 개를 이어붙인 것 같다고 이야기했었습니다. 근데, 이 단편 영화 하나의 내용이
'쿤이 가족과 어떠한 일로 기분 안 좋아짐'→'쿤이 판타지 세계로 들어감'→'판타지 세계에서 쿤이 경험한 일과 관련된 특별한 경험을 함'→'그 경험을 계기로 쿤이 어느 정도 성장함'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반복되는 구성입니다. 다만, 하나의 챕터에서 다른 챕터로 이동하는 것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제가 '챕터'라고 표현한 것이고, 몇 개의 단편 영화를 이어 붙인 것 같다고 한 것입니다. 이러한 면이 어찌보면 앨범북을 열고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이라서 제목에도 '앨범과도 같은 영화' 라고 쓴 것이고요. 이 부분이 가장 크게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 평이 안 좋았다고 들었었는 데 이게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네요. 일반적인 영화와 같은 하나의 이야기로 진행하는 게 아닌 단편 영화를 이어 붙인 듯한 구성이 말이죠.
2. 판타지 세계에 대한 설명의 부족
이걸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한 이유는 제가 이 영화를 친구와 같이 보러 갔는 데 친구가 이 부분을 좀 불만으로 삼았었거든요. 이 영화에서 쿤이 어떻게 그 판타지 세계로 갈 수 있게 된 건지 설명을 안 합니다. 그냥 쿤이 집의 정원과 같은 곳을 들어가니 아무런 설명없이 쿤에게 판타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영화가 쿤의 성장이라는 주제를 설명하기 위한 재료로 '판타지 세계'를 이용했다고 생각했기에 굳이 설명이 필요했다고는 보지 않아서 그렇게 큰 문제점이라 보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외에도 뭔가 설명하지 않은 부분들이 조금 있기는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에게는 이게 설명이 없었어도 딱히 영화 감상에 지장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3.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자기 복제?
만약 호소다 마모루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을 다 보셨다면, 이번 영화에서 그 전 작품들에 썼던 연출들을 썼다는 것이 꽤 눈에 보이실 겁니다. 늑대의 아이에서 사용한 카메라 이동을 통한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는 연출이나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자주 쓰는 얼굴 개그적 요소가 보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건 이 영화 결말부 연출이 썸머워즈와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서 썼던 연출을 섞어서 사용한 것입니다.
사실 위의 이러한 것들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특징이다'라고 넘어 가실 수 도 있지만 어떤 분에게는 '전에 썼던 연출을 또 쓰니까 좀 질린다' 이런 반응도 어느 정도 나올 것이라 예상 되네요.
아쉬웠던 점
1. 후반부(특히, 챕터 4)에서의 갑작스러운 전개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후반부, 즉 제가 위에서 이야기한 부분에서 챕터 4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본래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작품이 전반부와 후반부 분의기가 좀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래의 미라이'가 전반부와 후반부 분위기가 가장 다른 작품이지 않을까 싶네요.
챕터 4, 그러니까 쿤이 마지막으로 판타지 세계로 들어갈 때의 상황 자체의 의도는 이해가 갔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분위기가 다소 공포물스러웠달까요? 실제로 챕터 4 부분이 진행되는 도중에 관객석 중에서 한 아이가 우는 것이 들렸습니다.
더불어, 이 장면에서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진지해지면서 갑작스럽게 클라이막스가 일어났다는 느낌도 꽤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이어지는 장면을 어찌보면 지금까지 영화가 이야기했던 것과는 다소 생뚱맞은?(제 친구가 그렇게 느꼈더군요)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감독님이 이 장면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해는 갔습니다만 다소 기존의 분위기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았나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