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
모호하기에 아름다운 청춘
*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청춘의 정답은 하나가 아니야”
-극장판 29기 캐치프라이즈-
떡잎마을 방범대, 엘리트 양성 사립 명문 학교에 가다?!
철수가 추첨에 걸리면서 다같이 입학 체험을 하게 된 떡잎마을 방범대. 인공지능 스마티와 학생회장 은질주의 도움으로 다사다난한 학교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철수가 물린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흡덩귀의 습격을 받게 되고 은질주와 떡잎마을 방범대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탐정동아리를 개설하여 본격적으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청춘.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청춘이라는 단어는 어디서나 흔히 쓰이는 단어이지만 그게 어떤 말인지는 언제나 모호합니다.
누군가는 학창시절을 청춘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열심히 하는 상황 자체를 청춘이라 부르죠.
은질주와 함께 탐정동아리를 개설한 떡잎마을 방범대는 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납니다.
학교 최고의 엘리트인 유일등, 여러 동물을 사육하며 홀로 사는 삼삼이, 전교 2등 갸루 호나비, 떨거지 반 넘버원 반항기 그리고 AI에게 자리를 뺏긴 선생 구석애
엘리트 교육을 가장 우선시 하며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교장 장딴지와 스파이로 넣어놨더니 떨거지 반 양키가 되어버린 훈이 까지 흡덩귀 사건의 용의자로 두고 미스터리를 풀어가죠.
이들은 엘리트 양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교육체제 아래에서 각자의 청춘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은질주는 트라우마로 달리기를 그만두면서 엘리트에서 떨거지 반으로 추락한 인물이고 유일등은 이 체제의 수혜자, 삼삼이는 동떨어진 외곽에 있는 개성적인 인물.
반항기는 아예 이 체제를 뒤집기 위해 노력하고 이런 체계에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고 있는 구석애도 있습니다.
스마티는 주인의 명령을 절대적으로 따르는 AI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인인 장딴지의 ‘엘리트 양성’만을 목표로 하죠.
그렇기에 교육을 벗어난 방법인 기계적인 양성 방법까지 생각이 닿게 되며 그 결과가 흡덩귀입니다.
흡덩귀의 뚫어뻥을 맞은 상대는 지식이 빨리면서 바보가 되고 그 지식을 반대로 주입하면 엘리트가 됩니다.
이는 단순한 개그처럼 보이지만 그걸 만든 것이 기계적인 명령을 받은 스마티라는 걸 생각하면 달리 보입니다.
보통 사회에서 바라는 것은 결과값입니다. 과정의 중요성도 논의되지만 결국 평가되는 것은 결과인 경우가 많죠.
교육의 현장이여야 할 학교에서 엘리트만을 강조하며 마땅히 평등해야 할 학생들의 급을 나누고 그 사상을 주입한 결과가 바로 학생들과 학원을 위협하는 칼날이 되어 돌아온 겁니다.
최후반부 흡덩귀 사건의 범인이 밝혀지고 사고로 철수가 ‘슈퍼 엘리트’가 된 후 떡잎마을 방범대는 스마티와 합체한 철수와 달리기 시합을 벌입니다.
철수가 전교생을 기계적인 방법으로 슈퍼 엘리트로 만들겠다는 선언을 하고 이를 막기 위해 시합을 하게 된 것이죠.
이전 작품들처럼 또 다시 짱구는 달립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 이죠.
처음에는 학생들 사이에서 여러 말이 나옵니다. ‘엘리트가 되면 좋은 거 아니야?’ ‘어차피 못 이길텐데..’
그럼에도 그들은 달립니다. 로봇을 타고 달려서 점점 거리가 벌어지고 기계들이 방해하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습니다. 떡잎마을 방범대는 철수를 구하고 싶으니까요.
각자의 방식으로 체제 아래에서 살아가던 인물들이 점점 순수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이들을 보고 감화되어 엘리트가 되는 쉬운 방법을 포기하고 직접 돕거나 응원하게 되는 것은 단순히 이들이 이길 것 같아서가 아닙니다.
엘리트 양성이라는 명목 하에 각자의 개성은 존중받지 못했고 성적이라는 지표 아래에 놓인 학생들은 억압되었습니다.
엘리트가 된다는 것은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가 되는 것 일 수 있습니다. 실제 사회에서도 학벌이나 자격증 같은 성적은 매우 중요한 요소죠.
하지만 그걸 ‘강요하고 기계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옳은 것 일까’는 더 생각해봐야할 문제입니다.
체계화된 라인에서 찍어져 나오는 것들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획일화된 모양을 가지게 될 뿐입니다.
그걸 거부하고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며 마음이 가는 것을 따르는 건 모난 돌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누군가에게 정답이며 그들만의 청춘인 것입니다.
청춘이란 단어는 모호합니다. 사용하는 사람마다 그 뜻이 다르고 하나로 정의하기엔 난해하죠.
하지만 그게 청춘이 다양한 상황에서 항상 떠오를 정도로 좋은 단어라는 뜻일 겁니다.
청춘은 사랑일 수도, 그저 반짝이는 순간일 수도, 콤플렉스이면서 후회되는 시간, 의리와 우정을 나누던 친구, 고독이자 지나가버린 추억 아니 바로 지금일지도 모릅니다.
청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각양각색의 답을 내놓는 등장인물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짱구는 못말려: 수수께끼! 꽃피는 천하떡잎학교가 말합니다.
“같이 이야기하던 친구들도 어른스러워진 어른들도
모르겠는 것들을 전부 “청춘”이라고 부르기로 했어”
-엔딩곡, 달리는 아이-
처음으로 극장 가서 본 짱구 극장판 이네요 좌석에 어린아이하고 같이 온 가족이 대부분이고 혼자서 영화보기 어색했는데 라스트 청춘에 대한 답변에서 정말 여러 감정이 올라오는 장면입니다 철가면 사랑 반짝반짝 후회 고독 웨이웨이 콤플렉스 자신있게 말하는 이들이 대단했고 9기 어른 제국이 일본 어른들이 눈물을 난다 평이 있다는데 이런 기분이구나 라고 드네요
처음으로 극장 가서 본 짱구 극장판 이네요 좌석에 어린아이하고 같이 온 가족이 대부분이고 혼자서 영화보기 어색했는데 라스트 청춘에 대한 답변에서 정말 여러 감정이 올라오는 장면입니다 철가면 사랑 반짝반짝 후회 고독 웨이웨이 콤플렉스 자신있게 말하는 이들이 대단했고 9기 어른 제국이 일본 어른들이 눈물을 난다 평이 있다는데 이런 기분이구나 라고 드네요
분명 앞에서 각자의 서사를 충분히 쌓지 못했으면 최후반부의 마라톤 씬이 낯 뜨겁게 느껴질 수도 있었는데 29기는 주요 등장인물 모두에게 적절한 분량을 배분해서 클라이막스를 '우리가 봤던 그들의 무대'로 만든 거 같아서 감명 깊었습니다.
꽤나 깊게 파고들면 의미가 많은 작품이더군요. 작품 내에서 내뱉는 메세지도 심오하고... 나중에 티빙에 풀린 뒤에 두번이나 봤습니다만, 정말 오랜만에 생각할 부분이 많은 극장판이었습니다. 이번 신 극장판도 꽤나 메세지가 많다고 해서 한번 보러 갈 생각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빠졌지만 철수의 동기였던 '원치 않아도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이별'에 대한 소재도 좋았습니다. 졸업으로 친구들과 뿔뿔히 흩어지는 경험은 다들 해봤던 경험이라 더욱 공감할 수 있던 것 같네요. 지금 상영하고 있는 31기 극장판도 정말 재미있습니다. 어느 때 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강한 작품이라 생각할 부분에 대한 니즈가 있으시면 재밌게 보실 겁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괜찮으시면 보고 온 뒤에 제가 애니갤러리에 이번 극장판에 대한 글을 써놓았으니 관람 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극장판 다음의 닌자와 짱구의 출생 소재로 한 30기 극장판은 전작(29기)와 일본에서는 31기로 취급하는 최초의 3d 그래픽을 선사한 후속 극장판 사이에 껴서 짱구 극장판 30주년에 해당 되는데도 크게 좋은평가를 듣지 못한게 아쉽네요. 차라리 29기 극장판을 30주년 기념 극장판으로 했다면 좋아지 않아나 싶은 아쉬움이 드네요 (내용은 그대로 하되 이스터 에그 처럼만 가볍게 사용하는 정도)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29기의 완성도나 31기의 상징성을 생각하면 30기랑 위치가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싶긴 한대 짱구 극장판 시리즈가 완성되고 다음 작품 만드는 게 아니라 순차적으로 제작되는 방식이라 순서를 뒤바꾸는 게 어렵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으로 3d 극장판이 30주년 기념작으로 나올 기획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봅니다. 제작 기간이 늘어나면서 1년 밀리고 30기가 중간에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결국 짱구는 영원히 5살이지만 이 극장판에서는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현실을 이야기하죠. 처음에는 짱구답게 우당탕탕 거리며 학교의 비밀을 찾아나기는 모험물이었지만 마지막 주제는 '진로' 혹은 '친구' 라고 할 수 있겠네요. 특히 마지막에 철수가 부각된 건 필연이죠. 수많은 짱구 미래 이야기에서 철수만 결국 다른 코스(사립학교)를 타게 되는 이야기가 나오기에 팬들도 알고 철수 본인도 이런 삶을 원하죠. 하지만 철수는 그러한 삶의 끝까지 친구들과 같이 하기를 원합니다. 초등학교부터는 친구들과 헤어지게 될 거란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어떻게든 저 학교에 모두 같이 진학해서 끝나지 않은 유치원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어하죠. 명문초-명문중-명문고 친구들과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지만 결국 각자에게는 각자의 길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대목이 마음에 와닿죠.
맞습니다. 현실에서도 진학에 따라 함께하던 친구들과 멀어지는 일이 많은지라 더 넓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 였던 거 같습니다. 마지막 코스를 돌 때 철수가 너희들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는 고백에 대한 짱구의 말이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친구들과의 이별에 대한 대답이라 생각합니다. "난 그런 생각은 안 해. 왜냐면 지금만 생각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