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114편 「거짓말을 소원으로」
지룡의 울음 소리가 드높이 울려퍼진다, 『성역』의 하늘에 싸움의 결착이 메아리쳤다.
만신창이의 가필을 처 날려, 마지막 결정타를 준 칠흑의 지룡.
스바루가 파트라슈리고 부르는 그 지룡은 마치 스바루와 의사가 통하는 것처럼 이곳으로 달려와 마지막 장면에서 최고의 어시스트를 넣어 보였다.
「――――!」
가필과 파트라슈의 싸움은 사실 이 『성역』에 있어 두번째다.
『성역』을 방문한 첫날, 용차를 끌던 파트라슈는 『성역』으로의 침입자를 격퇴하러 나온 가필과 싸워 더 없을 정도의 패퇴를 당했다.
물론, 서로 전사와 비전투원이라고 하는 경계가 있기에 아무것도 모샇고 땅에 구른 경험을 한 파트라슈를 탓할 이유는 없다.
스바루도 당연히 그런 일로 애룡을 꾸짖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본인--아니, 당사자인 파트라슈가 어떻게 생각할지의 이야기는 별도다.
주인을 지키는 것조차 하지 못하고 굴욕 투성이가 된 그 날의 사건.
자랑스러운 조룡의 혈통을 잇는 다이아나 종에게 있어, 무엇이 어떻게 되던 반납하지 않으면 안되는 오명이다.
일찌감치 이 기회가 주어졌던 것에 대해, 말이 통하지 않는 파트라슈와 스바루의 사이에 뚜렷히 한 의사소통이 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파토 러쉬는 전해지지 않은 부분도을 포함해 행동으로 증명했다.
지룡의 울음은 주인과 조룡에게 바쳐진다.
거기에 달성감과 만족감과 같은 것이 섞여 있는 것은, 기절한 스바루에게 콧등을 대고 있는 암컷 지룡의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 ※ ※ ※ ※ ※ ※ ※ ※ ※ ※ ※
명예회복한 파트라슈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에밀리아는 깊은 숨을 토했다.
호흡조차 금지된 듯한 착각. 아니, 호흡을 잊는 듯한 싸움이었다.
결착을 지켜봐달라고 스바루에게 들은 에밀리아는 자신의 무력함을 통감하며, 두 남자의 장렬한 모습을 끝까지 바라보았다.
스바루가 피를 토하고, 아픔에 신음하며, 쓰러진다.
그때마다 몇번이나 에밀리아는 소리를 높여 달려갈 뻔했을까.
하지만, 에밀리아의 약한 마음이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려 할 때마다, 『보고 있어』라고 말한 스바루의 말과 평가하듯 이쪽을 보는 그의 시선에 제지되었다.
손을 대는 것도, 참견하는 것도 결코 용서되지 않는 장면.
안타깝고, 참기 어려운, 그런데도 눈을 떼는 것만은 해서는 안되는 장면.
지적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결코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에밀리아의 마음은 조용하게 깨달았다.
가슴에 오고가는 감정이, 자신의 다리를 붙잡는 감정이 무엇인지는 모른다.
스바루가 저렇게나 고집을 부리고, 가필이 저렇게나 울부짖는, 남자끼리의 촌스러운 난투의 끝에 있는 결착--그 근본을 떠받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 것인지, 당사자로서는 싸움의 밖에서, 남자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여자로서 에밀리아는 단편적으로 밖에 모른다.
다만, 스바루는 지금의 싸움으로 고집과 신념을 보이며, 많은 힘을 빌려 가필를 쓰러뜨렸다.
그것은 분명했으며, 에밀리아의 가슴 속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부풀어 오르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감정이 다그치는 대로, 에밀리아는 두 남자의 싸움을 칭찬해야할 것으로 인정한다.
그렇기에, 그들의 싸움의 의미가 더럽혀지는 일 같은 것이 있어서는 안된다.
고로--,
「……로즈월」
한 번만 눈을 감고, 그 뒤로 망설임을 버린 에밀리아는 앞을 바라본다.
정면, 시선은 눈 위에 쓰러진 스바루와 가필 너머, 그 앞에 있는 나무들의 틈새로.
――거기에, 조용히 한 마인이 서 있다.
「그런 식으로, 입을 다물고 있으면 불안해지는 걸. 무언가를 하려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하고 싶어져버려」
「이-거 이거, 예상 밖의 말씀이시네요. 중상의 몸을 붙잡고 에밀리아님과 스바루 군을 위해 달려온 것을」
「그게 당신의 본심이라면, 나도 안심하고 싶지만……」
우물거리는 에밀리아의 앞으로 수풀로부터 걸어들어오는 장신 ―― 로즈월이다.
『성역』에 도착한지 며칠, 침대 위에서 밖에 보지 못했던 그가 나와 이곳에서 이렇게 만난 것에 에밀리아는 희미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다.
본래라면, 로즈월은 에밀리아에게 있어 왕선의 후원자이자 권력적으로 보면 유일한 아군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재다.
에밀리아를 숲으로부터 데리고 나가 왕좌로의 길을 제시해, 얼음 속에 잠든 마을 사람들을 구조해 낼 가능성을 제시했던 것도 그다.
그러니까 에밀리아는 지금까지 로즈월의 그 이상한 인품은 별개로, 그를 진정한 의미로 적대하거나 꺼림칙하다고 생각하거나 위험시했던 적은 없었다.
다만 그것도, 정말로 바로 방금전까지다.
「미정령들이, 아까부터 계속 초조하게 떠들고 있어」
「……호-오」
「무언가, 굉장히 불길한 것을 느낀다고 모두 말하고 있어. ……그리고, 그건 지금 나에게도 분명히 보여」
긴장감에 목소리를 낮추며 에밀리아는 천천히 묘소의 입구에서 광장으로 물러난다.
만족스러운 얼굴로 쓰러진 스바루와 억울한 듯한 얼굴의 가필. 둘 사이에 있던 파트라슈의 옆에서 에밀리아는 여차할 때 셋을 지킬 수 있는 위치로 섰다.
셋을 지킨다--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지금의 로즈월이 발하는 기색은 이질적이다.
농밀한, 너무나 이상한 농도의 마나에 의해 로즈월의 주변의 대기가 왜곡되고 있다.
그 몸 속에서 다듬어진 마나의 밀도는 얼마나 될 것인가. 여섯 종류의 속성을 완벽하게 다루어, 왕국 제일의 마법사로서 알려진 로즈월·L·메이더스.
그 남자가 최대한으로 자신의 마법을 폭발시켰을 때, 얼마나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
진한 마나에 취할듯한 착각을 맛보며 에밀리아는 숨을 삼킨다.
옆에 선 파트라슈 또한 스바루를 로즈월의 시선으로부터 숨기는 드산 위치에 서, 그 긴 목을 세워 마인을 위협하는 울음 소리를 질렀다.
파트라슈 역시 로즈월의 심상치 않은 기색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 두 명의 경계를 보고 로즈월은 언제나 같은 태도로 어깨를 움츠린다.
「무서워라 무서워라.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셨으면 하네-요. 아-무래도, 지룡도 그렇습니다만 동물에 도무지 사랑받지 않는 성질이라서. 정령에게도 그렇다고 한다면, 베아트리스와 친해질 수 없는 것도 납득합니다-만」
「얼버무리지 마. 거기에, 이 아이가 기분이 안 좋은 건 분명 다른 이유야. ……옛닐부터, 그랬다면 모르겠지만」
「아-뇨. 옛날……정말로 옛날은 그런 것도 아니었지만 말이-죠. 지룡이 없었던 무렵은 검은 소--패로우를 타고 이곳까지 왔답니다」
「지룡이, 없었던 무렵……?」
로즈월이 한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에밀리아는 눈썹을 찡그린다.
에밀리아도 자세한 것은 아니지만 지룡은 이미 완전히 생활과 밀착한 생물이며, 그 문화와 역사--인류와의 연결도 길게 이어져 왔을 터다.
로즈월이 말한 것은 『루그니카에는』이라는 의미일까.
언제부터 지룡이 루그니카에 들어왔는지는 공부 부족으로 모르는 부분이지만.
그런 의문을 띄우는 에밀리아에게 로즈월는 작게 한숨을 흘린다.
그것은 어딘가, 뻔한 실망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에밀리아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뭐-어, 그렇네요. 에밀리아님은 장수하는 엘프의 피를 잇는다고 해도, 연세가 아직 100년 가량……그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셨으니, 당시의 세계 같은 건 기억나지도 않으시겠지-요」
「……이상한 걸 말하네, 로즈월.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로즈월도 나보다 훨씬 어리잖아. 그, 일어나고 있었던 시간의 길이에서는 지겠지만」
100년정도의 시간을 얼음 속에서 보내, 세계의 시간에 방치되었던 것은 에밀리아에게 부끄러운 과거다.
전 세계 중에서도 분명하게 연장자에게 들어갈 자신이, 그 나이에 알맞은 경험이나 지식을 아무것도 쌓지 않은 것이니까.
『시련』을 돌파할 수 없는 것도 포함해, 이 『성역』의 날들로 재차 자각하게 된 자신의 수많은 『부족함』--그 중 하나다.
하지만, 로즈월은 그런 에밀리아의 자그마한 고민을 코로 웃어 버린다.
역시 그 반응은 예상 외였으며, 놀란 에밀리아는 곧바로 눈썹을 찡그렸다.
「잠깐, 로즈월. 그런 식으로 웃어서, 어쩌려는 거야?」
「――. 죄송합니다. 별 건 아-닙니다만. ……무지는 때로, 슬플 정도로 우스운 상황을 낳는군요」
「……그거, 바보 취급하고 있는거네.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어딘가 불손한 로즈월의 말에 에밀리아는 눈썹을 찡그리며 더욱 더 경계한다.
로즈월을 둘러싼 이상한 마나.
자신이 경계하는 것처럼, 로즈월이 이쪽을 향하는 태도에도 지금까지 없는 변화가 있다.
지금까지 에밀리아는 이토록 분명한 로즈월의 악의를 받은 경험은 없다.
에밀리아가 아는 로즈월은 평소부터 장난을 치고, 남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많으며, 스바루나 팩 같은 시시한 농담을 치기는 하지만, 그들과 마찬가지로 결코 에밀리아를 폄하하는 식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그것은 로즈월의 목적에 있어 에밀리아라는 존재가 협력자로서 필요하며, 『왕』으로서 위에 올려두지 않으면 안되는 상대로 접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역설적으로 말하면, 지금의 로즈월은 그 가치를 에밀리아에게서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고 『시련』을 돌파할 수 없는 에밀리아에게 화가 치밀어, 단념해진 것일까.
그것이라면 차라리 좋다.
그렇다면 아직 납득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에밀리아가 그보다 무서워하는 것은, 좀 더 다른 것이다.
「로즈월……언제부터, 스바루와 가필의 싸움을 보았어?」
「――언제부터, 라고 물으신다면?」
「내가, 로즈월를 알아차린 건……방금 전. 스바루와 가필이 서로 때리기 시작해서……스바루가, 샤마크를 사용한 직후 정도」
너덜너덜한 게이트를 혹사해 스바루는 몇번째가 될지 모르는 마법을 사용했다.
있을까 말까한 마나를 끌어와 마지막 힘을 쥐어짜듯 마법은 행사되어, 그 효력을 미숙하게 발휘하며 무산했다.
에밀리아가 진심으로 스바루에 달려갈 뻔했던 것은, 생각해보면 그 때일 것이다.
일찍이 에밀리아의 앞에서 스바루는 똑같이 사력을 다해 샤마크를 사용해, 그 끝에 더 이상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패배를 얻었다.
그 때의 모습과 이 때의 모습이 겹쳐져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누구도 탓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스바루가 비장의 수단으로서 결정석을 가필에게 박아, 형세가 반반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면서 에밀리아의 마음에도 초조감 이외의 감정이 생겨났다.
그렇게 해서 모종의 절박감이 사라지고 나서야 처음으로 에밀리아는 깨달았던 것이다.
자신처럼 두 사람의 싸움을 그림자로부터 보고 있는 존재의 이질적인 기색에.
「처음에는, 로즈월도 스바루가 한계가 되면 손을 빌려준다고 생각했어. 람이나 오토 군이 가필를 멈추기 위해 무언가 하고 있던 것 같으니까, 로즈월도 스바루에게 가세하러 와준게 아닐까 하고. 그렇지만……」
「말씀대-로, 저는 스바루 군에 가세하러 왔고 말고요, 라고 말해도 믿어주실 것 같지는 않네-요」
「팩이 없어도, 나도 마나의 흐름 정도는 알아. 로즈월이 언제라도 손을 쓸 수 있도록 싸움을 보면서……어느 쪽에, 조준을 하고 있었는지도」
「――――」
로즈월의 서로 다른 색깔의 눈동자가 에밀리아를 보며 가늘게 뜬다.
그 두 눈동자는 앞선 싸움을 바라볼 때도 그렇게 가늘게 뜨여져 있었다.
언제라도 높아진 마력을 쏟아낼 수 있도록, 분투하는 스바루를 겨냥하면서.
「대답해, 로즈월. ――스바루에게, 무슨 짓을 하려 했던 거야」
에밀리아는 들어올린 손바닥을 로즈월에게 향하며 물어 본다.
옆에 팩은 없다.
마나의 제어에, 불안이 있다.
미정령들은 불길한 마력을 휘감는 로즈월에게 공포심을 갖고 에밀리아에 호소하고 있다.
그들의 힘을 만전으로 빌릴 수 없다면, 자신이 할 수 밖에 없다.
「부탁해, 대답해 줘.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이 판국에, 아-직도 판단을 망설입니까. 어디까지 경박한 분인지. 이거 타인의 선의에 너무 기대시는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의 나날, 악의를 퍼부어진 나날들 뿐이었을텐데, 어째서 그렇게나 빈 틈 투성이인건지」
「――――읏」
간청하는 에밀리아의 말은 로즈월의 용서없는 악의에 덧쓰여진다.
우물거리는 에밀리아에, 색이 다른 눈동자에 같은 악감정을 담은 로즈월은 양보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 혼돈처럼 소용돌이치는 수많은 마나의 힘 또한 같다.
시시각각 수상해지는 흉흉한 기색.
에밀리아는 무심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뻗고, 거기에 익숙한 감촉이 없는 것을 생각하며 이를 악문다.
무의식적으로 불안을 팩에게 맡기고 끝내려는 자신의 약함이 분하다.
그 약함을 속일 수 있도록, 에밀리아는 로즈월를 노려보는 시선에 힘을 준다.
「당신이, 내 질문에 답할 관심이 없는 것은 알았어. 그렇다면, 이쪽도--꺄」
손대중 없이, 로즈월의 진심을 추궁하자.
그렇게 결의하고 마나를 집중시키려는 순간, 무언가에 의해 옆으로부터 머리가 찔러졌다.
은발을 흩트리는 감각에 놀라 에밀리아가 옆을 돌아보면 거기에 지룡의 콧등이 있었다.
파트라슈다.
누른다기 보다는 힘이 담긴 한 방에 에밀리아는 눈을 크게 뜬다.
그러면 칠흑의 지룡은 기품이 있는 얼굴로 한번 더, 그 코끝으로 이쪽의 이마를 찔렀다.
「너……」
말이 통하지 않는 관계지만, 에밀리아에게는 그것이 지룡으로부터의 성원처럼 느껴졌다.
――진정해. 그리고 냉정하게, 자신이 해야 할 하라고.
날카로운 시선이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어, 에밀리아는 자신이 뜨거워진 것을 깨닫는다.
한 번 눈을 감고, 다시 로즈월을 되돌아 보았을 때, 그 손은 가슴에 닿지 않았다.
「정말로……지룡에게는, 좋-은 추억이 없어」
표정이 바뀐 에밀리아를 보고, 로즈월은 파트라슈를 지긋지긋하다는 듯 평가한다.
파트라슈의 배려는 그만큼 효과적으로 로즈월의 의도를 깼다는 것이 된다.
그 말은 즉 로즈월은 지금 에밀리아에게 손을 대려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로즈월이 무슨 생각하고 있는 건지, 지금의 나에게는 전혀 모르겠어. 지금도, 이 아이가 멈추어주지 않았으면 분명 나는……. 그런데도, 마치 그걸 바라고 있었던 것 같아」
「만약을 위해 말해둡니다만, 아프게 되는 건 저도 싫으니까-요?」
「……? 그런 거, 누구라도 싫어해」
눈썹을 찡그린 에밀리아의 대답에, 로즈월가 얄궃게 입가를 올리는 것이 보였다.
어떤 의미의 웃음인가, 에밀리아에게는 전혀 모른다.
어쨌든, 에밀리아가 이 장소에서 선택해야 할 수단은 무력은 아니다.
「말해줘, 로즈월. 지금의 당신이, 평소의 당신이 아닌 건 보고 있으면 알아. 어째서 그런 식으로……자포자기처럼 되고 있는지, 그것을 가르쳐 줘」
「……자포자기, 입니까. 흠, 이거 이거 의외롭네요」
「무책임한 태도에, 마법을 부딫쳤을지도 모르는데도 이 태연함……이런데 자포자기가 아니라고 해도, 믿을 수 없어」
자신이 싫어져, 엉망진창으로 하고 싶다는 파괴 충동은 에밀리아로서도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을 자신의 안쪽으로 향하는지, 바깥으로 향하는지 차이가 있을 이다.
에밀리아는 그것을 안쪽으로 향하는 타입이다.
로즈월 또한 그런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야기해줘. 뭘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힘이 될 수 있으니까. 그야, 지금까지 나는 로즈월에게 많이 도움 받아서……」
「――아뇨. 이제 됐습니다, 에밀리아님」
하지만, 에밀리아가 뻗은 손은 로즈월의 쉰 목소리에 거절당했다.
지금까지 가장 평탄한 목소리로 올려다 보는 에밀리아를, 얼은 눈동자의 로즈월이 내려다 보고 있다.
광대의 화장--웃는 것처럼 보이는 보이는 그 화장 밑, 그의 본모습이 통절할 정도로 감정을 죽이고 있는 것이 알고, 에밀리아는 숨을 삼킨다.
로즈월의 표정이, 마치 모든 것을 내던져버린 듯한 얼굴이라고 생각되었기에.
「됐다는 건……무슨 말이야?」
「그대로의 의미예요. 제 기대를 당신에게 이해받을 생각은 없고, 이 두 사람의 부상이나 『시련』도……그 이전에, 왕선조차도 이미 아-무래도좋은 일이랍니다. ――이미, 끝난 세계이니까요」
「끝난 세계라니……거기에, 아무래도 좋다는 게 뭐야. 왕선도 『시련』도 아무래도 좋다니……로즈월,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폭언에 그 진심을 이해할 수 없는 에밀리아는 노성을 지른다.
불온한 기색을 풍기던 로즈월.
하지만, 지금 그 표정에서는 허무감이, 둘러싼 마나는 몸을 단단히 조일 정도의 공허로 채워지고 있다.
로즈월의 마음은 지금 불안정의 극한에 있다.
그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그의 주장은 에밀리아에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가 버리려 하고 있는 것은 에밀리아에게 있어 소중한 모두이자, 스바루가 필사적으로 증명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다.
스바루와 대립한 가필의 주장은, 그의 절규는 똑똑히 보였다.
가필는 묘소를 파괴해 『시련』의 속행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성역』을 결계로부터 해방시키지 않는 것으로 그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었는가.
변화가 없는 날들을 요구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어딘지 모르게 에밀리아는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가필의 그 주장을 에밀리아는 공감할 수 없는 것도 아니었다.
변함없이 있는 것, 있을 수 있는 것.
그것은 평온함이며, 편한 길이다.
그것이 평온한 장소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보낼 수 있는 일상이라면, 그 시간에 계속 잠기는 것을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스바루는 그것을 정면으로부터 부정하며, 고집을 담아 밀어부쳤다.
에밀리아도 입장적으로는 스바루처럼 『성역』에 변화를 재촉하는 측이다.
하지만, 그렇게 할 이유를 스바루만큼 확립한 것도, 『성역』 사람들의 마음을 짐작한 것도 아니다.
목적을 위해서 필요한 공정이니까 발을 디딘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이 가져올 변화를 주위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자신의 안쪽에만 관심을 가진 에밀리아는, 그런 당연한 것조차 묻지 오지 않았다.
그것을 대신 물으며 호소했던 것이 앞선 스바루가 아니었던 것일까.
자신은 또,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을 스바루에 짊어지게 해 모든 것을 간과해버렸다.
그것을 통감했기 때문인 지금이다.
그런데 로즈월은, 스바루가 결사적으로 열은 지금을 버리려 하고 있다.
「로즈월……뭘, 버리려 하고 있는 거야? 당신이……당신과 내가 시작한 것이잖아? 그것을 도중에……그런 짓, 용서되지 않아!」
추궁하는 에밀리아의 목소리에 로즈월의 눈썹이 반응한다.
그의 눈동자에 작게 힘이 되돌아오고, 한 손으로 푸른 눈동자를 막아, 황색 눈동자를 진동시켰다.
「나와 에밀리아 님이어 시작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뭐……?」
「시작한 건 나와 선생님이다. ――결코, 당신이 아냐. 그러니까, 끝내는 것도, 나와 선생님의 자유여야 해. 그렇게 정해져 있어」
「그런 억지, 통할 리가 없잖아!」
심상치 않은 기색에 기가 죽으면서도, 에밀리아는 목소리를 높인다.
감정을 잃어버린듯한 광대의 얼굴을 노려보며, 에밀리아는 팔을 치켜들었다.
「처음은 로즈월과 그 누군가가 시작했을지도 모르지만……이제, 당신들만의 문제가 아냐. 나만의 문제도 아냐. 많은 사람을 말려들게 해,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쳐, 그런데도 이렇게 계속하고 있어! 마음대로 끝낸다니, 될 리가 없어!」
「길은 이미 끝만을 향해가고 있어. 그-렇다면, 끝을 맞이하기 전에 이쪽에서 끝내서 무슨 불편이 있다는 걸-까요. 이번의 우리는, 역-시 안되었습니다……다음의 우리와 스바루 군에게 기대하도록 하죠」
「스바루에게……?」
스바루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쓰러져 있는 스바루와 가필을 보고, 에밀리아는 로즈월의 말을 실행시켜서는 안된다고 의식을 새로이 한다.
당연하다.
그야 스바루는 이미 충분히 해야할 일을 해냈다.
기대에라면, 충분히 그는 응했던 것이다.
더 이상, 아무 것도 요구해서는 안된다.
주어진 것에 대해, 보답받아야 할 당연한 것으로 응해야 한다.
「스바루가 열은 길이 끝으로 향하고 있다니, 어째서 당신이 말할 수 있는거야. 닫혔던 길을, 스바루와 모두가 힘을 합해 열었다. 지금의 싸움은 그런 게 아닌거야?」
「오른쪽으로 가던 왼쪽으로 가던 막다른 곳. 그런 분기의 앞에서, 필사적이 되-어봤자 무익한 행동이에요. 정말로 올바른 길의 방향은 모두 여기에 기록되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예식복 속에서 로즈월은 검은 장정의 책을 꺼낸다.
본 적이 없는 그것을 보고, 어째서인지 에밀리아는 자신의 속마음을 쥐어뜯는 듯한 충동이 솟구치는 것을 느껴 눈을 크게 떴다.
몹시, 싫은 기분이 되는 책이다.
제목도 표지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특색도 없는 책으로 보이지만 왠지 에밀리아 그 장정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정신이 불안정해지는 듯한 압박감을 느낀다.
「그 책은……」
「복제된 「예지의 서」. 혹은 훌륭한 복음서라고도 부를까요. 저 이외에는 읽을 수 없는 문자가 가득할 뿐인 낙서책이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다릅니다. 더듬어야 할, 올바른 역사를 적는 인도의 책이에요」
「더듬어야 할 역사……용력석 같은 것……?」
「근원을 더듬으면 같은 원리, 라고 선생님으로부터 듣고 있네요」
선생님, 이라고 방금 전부터 그 단어를 말할 때만 로즈월의 눈동자에 감정이 돌아온다.
사랑스러운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한, 그 단 세 글자의 소리에만은 죽일 수 없는 마음을 품고 있는 듯한, 그런 많은 것을 짐작시키는 음색이다.
그런 식으로, 로즈월에게도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듯이 할 수 있다.
할 수 있는데, 그는 눈앞의 모두를 무가치하다고 판단하려 하고 있다.
「그 책에 기록되고 있는 것과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엉망으로 한다, 그런거야? 그런 짓을 해서, 어떻게 하려는 거야. 책과는 다른, 막다른 곳이 아닌 길을 찾으면……」
「스바루 군과 같은 것을 말하네요. 그것도, 그의 도용입니까?」
「――읏!」
희미하게 웃는 로즈월에 에밀리아는 정곡을 찔린듯한 생각이 들어 목이 막힌다.
그런 에밀리아의 표정에 로즈월은 시시하다는 듯한 한숨을 흘렸다.
「빌려쓴 말, 준비된 입장. 『시련』에 도전하는 것조차, 그렇게 해야 한다고 뒷받침되었기 때문……예-에, 책임은 묻지 않고 말고요, 당신에게 말한 건 저이고, 주위이지, 당신은 아니니까요. 텅 비고 아무것도 없는 당신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것을 알고 있는 말……스바루 군도, 심한 짓을 강요했네요」
「심한 짓, 이라니……」
「그이니까, 어-차피 『시련』에 도전할 필요성의 운운은 당연히 말하지 않고, 단지 그저 에밀리아님을 격려해줬겟죠? 독선을 떠넘기고, 하면 된다고 근성론을 말해줄 뿐. 압니다. 알고 말고-요. 어-찌되었건, 그와 저는 동류이-니까요」
「스바루와 로즈월이 동류? 무슨 의미야?」
「사랑하는 여성에게, 이상을 강요한다는 것이에요」
단언.
한쪽 눈을 감고, 황색의 눈동자만으로 에밀리아를 응시하는 로즈월.
그는 힘없는 웃음을 머금고, 침묵을 지키는 에밀리아에게 말을 던진다.
「그런 말을 건네받으셨습니까? 듣기 좋은 말 뿐이었지요? 에밀리아님을 응석부리게 해, 이상을 강요해, 상냥하게, 망가지기 쉬운 것을 다루듯 정중하고 정중하게 다루어졌지 않습니까? 에밀리아님이 사실 약하고, 무르고, 무서워하거나 도망치고 싶어지기도 하는 당연한 마음의 소유자라는 걸 고려 해주지도 않았겠죠? 진정한 당신에게 그는 요만큼도 흥미가 없습니다. 그가 사랑하고 있는 건, 자신의 머릿속에서 빛나고 있는 당신 뿐. ――그-렇지 않습니까?」
「――――」
「저도, 같습니다. 그녀에게 있어 이상만을 보고 있었어요. 훌륭합니다, 역시 대단합니다, 당신 이상은 없습니다. 그렇게 격찬하며, 그것만을 말해, 유리 세공을 하듯 사랑을 주었죠……그런 것에,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
빠르게 말하며, 로즈월는 어딘가 초조한 듯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다.
스바루에 대해 말하고 있던 것인지, 자신에 대해 말하고 있던 것인지.
로즈월 자신조차 그 명확한 구분은 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기세에 압도되며 에밀리아는 작게 숨을 들이마신다.
지금의 로즈월의 태도에 압도되는 것을 느끼면서도,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것 뿐?」
「――――」
「스바루와 당신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하는 건, 그것 뿐이야?」
에밀리아의 질문에 로즈월이 애매하게 눈을 돌린다.
그의 안에 생긴 의문.
말을 잇지 않는 것이 에밀리아의 질문에 대한 명백한 대답이다.
그렇다면, 역시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생각을, 바로잡아 주지 않으면 안된다.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게 그것 뿐이라면……」
「――――」
「스바루와 로즈월은 전혀 같지 않아」
그야, 묘소 안까지 에밀리아를 뒤쫓던 스바루는 확실히 이상론을 늘어 놨었고, 『성역』을 해방하는 것의 의미를 에밀리아에게 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결코 에밀리아에 듣기 좋은 말이나 미사여구 같은 말만 해준 것이 아니었다.
「스바루는 말이야, 나에게 귀찮은 여자라고 말해주었는 걸」
「……뭐?」
「자기는 이것저것하고 있는데, 폐만 끼치기만 하고 뭐가 그렇게 잘났냐고. 지난 일을 언제까지고 신경써서, 기대만 갖게하지 말라고. 너는 말만 잘하고, 이것 저것 죄다 부족해서 봐줄 수가 없다고. ――스바루는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었어」
「――――」
「스바루는, 나를 분명하게 봐 주고 있어. 나도, 스바루에게 추한 모습만 보이고 있을 수 없다고, 지금은 생각해. 그러니까, 앞을 보고 있는 척하면서 지금의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은 로즈월과 스바루는 전혀 달라」
나츠키 스바루가 에밀리아를 통해 이상의 모습 밖에 마음에 그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분명 에밀리아는 지금도 묘소 속에서 무릎을 움켜 쥔 채 그대로다.
가필도 이상 밖의 것을 안 다음, 그런데도 이상론을 말하는 스바루를 상대하지 않았다면 귀를 기울이는 것조차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스바루는 에밀리아의 약함을 본 다음, 그런데도 에밀리아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스바루는 가필의 상냥함을 안 다음, 그런데도 바뀌라고 가필에게 말했다.
누구나, 그 자리에 계속 머물고 싶어하는 상대에게 스바루는 계속 질타한다.
여기에 있어선 안된다, 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거다, 얼굴을 올려라, 앞을 향해 주먹을 치켜들어라, 너에게는 멈추고 있을 틈은 없다.
――언제까지고, 멈춰 있을 수 없다면.
「나츠키 스바루가, 이 『성역』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 그렇게 바보 같은 일이……그렇다면, 이 예지의 서의 기술은……」
「기억이 되살아나서, 불안했어. 팩이 없어져서, 으스러질 것 같았어」
자신의 생각과 스바루가 가리킨 대답의 차이에 로즈월이 곤혹하고 있다.
에밀리아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어, 거기에 있던 감촉이 아닌 그 밑에 고동치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모두 떠올렸을 때, 분명 나는 다른 것이 되어버린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렇게 되었을 때, 여기까지 온 나는 잘못한 것이 된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지금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기억의 미아.
그것을 분명하게 맺었을 때,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된다.
그것을 얻으면 에밀리아의 세계는 일변한다.
그 변화를 에밀리아는 무서워하고, 거절하고 싶어했지만, 필요없다는 것을 알았다.
무언가 바뀐다 해도, 지금까지 걸어 온 도정이 사라져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에밀리아가 어떻게 바뀌던, 그것은 시작과 다른 형태의 자신으로 바뀌는 것이지 지금 이렇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잘못되는 것은 아니다.
제자리 걸음을 하더라도, 멈춰 서버린다 해도, 다시 걷기 시작하자.
앞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서, 앞을 향해.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그러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그런데도 괜찮다고, 손을 잡아 당겨주는 사람이 있다고, 가르쳐주었어」
「기만이다……!」
「거짓말 같은 게 아냐. 나는, 나를 믿어준다고 해 준 스바루를 믿고 싶어. 스바루가 말한 그건 근거 없는 엉터리라고 지금은 생각해버릴지 모르지만. 그걸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어질지도 모르지만……그걸 거짓말이 아니도록 하는 게, 나의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야」
그에게, 스바루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제불능의 에밀리아에게 있지도 않은 희망을 말한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절대로 붙이게 해서는 안된다.
나츠키 스바루가, 에밀리아에게 『반드시 할 수 있다』라고 단언했던 것이다.
지금의 에밀리아로는 그것을 거짓말로 해 버린다.
그렇지만, 에밀리아가 껍질을 찢고, 『반드시 할 수 있다』를 완수하면, 거짓말은 거짓말이 아니게 된다.
사람은 그것을『소원』이라고 부른다.
「거짓말을, 소원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의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자, 하고 싶은 일이야」
스바루가 필사적으로, 필사적이 되어 가르쳐 준 것.
그것이 에밀리아 속에서, 형태로 할 수 없었던 그것이 간신히 말로 결합된다.
이것이 진정한 정답인지는 모른다.
아직 형태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을, 올바른 것으로 해나가는 것은 에밀리아의 행동이다.
그것을, 이제 주저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고 가고 싶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 바보같은!」
그 에밀리아의 대답에 안색을 바꾸고 뒤로 물러나는 것은 로즈월이다.
그는 평상시의 여유도, 방금전까지의 허무감도 벗어던지고 아예 절망적인 표정으로 목소리를 짜내어 지금의 대답에 떨고 있다.
팔을 치켜들어, 에밀리아를 가리켜 쉰 목소리로 외친다.
「왜, 어째서! 지금, 여기서 그 대답에 도착한거지!? 내가 선생님에게 전할 수 없었던 것을, 어째서 먼저 나츠키 스바루가 당신에게 전해버렸나!? 그가 지금! 이 단계에서! 그 생각에 도달할 리가 없어!」
「나는, 내가 무엇을 무서워하고 있었는지 생각해냈어. 그것과 마주 볼 각오도, 지금은 굳히고 있는 한중간……당신은, 무엇을 무서워하고 있는 거야?」
「정해져 있지 않나! 기술과 빗나가는 것! 이 기록된 역사대로 진행되지 않고, 약속된 재회를 완수할 수 없게 되는 것! 그 이외의, 무엇을!」
「그렇지만, 지금의 로즈월가 문제삼고 있는 것은, 그것과는 다른 것에 생각되어요」
「――――!」
로즈월의 두 눈동자에 분노의 불이 켜진다.
그가 말하는 것은 스바루의 심경에 공감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분노다.
로즈월은 무언가 과거의 자신이 맛본 것과 같은 것을 스바루에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그가 말한 자신과 스바루가 동류라는 말은, 어쩌면 야유도 비유도 아닌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로즈월이 완고하게 믿고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스바루와 로즈월은 연인에 대하는 방식을 같은 방식으로 이어받아, 같은 상처를 입어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 근저가 흔들려, 자신이 무너질 것처럼 되어있다.
지금의 로즈월의 낭패가 에밀리아에게는 그러한 것처럼 생각되었다.
「아아, 이 무슨……! 나라는 자가,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로즈월는 입가에 손을 대어, 화장이 떨어지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뺨을 비튼다.
「내기의 시점부터 손바닥에서 놀아나고 있었다는 건가? 가필이 진 것도, 에밀리아이 회복해버리는 것조차, 모두 계산하고 있었다고? ……현인의 억제력에게 계략을 꾀하는 시점에서 잘못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건가……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로즈월?」
어지러운 사고안에 파묻혀 로즈월은 에밀리아의 존재를 의식의 밖으로 밀어내버린다.
필사적인 모습으로 그가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의도에서 빗나간 세계를 어떻게 궤도수정하느냐는 것.
하지만, 그런 방법은 이미 이 세계의 어디에도 없다.
그가 가진 예언서에 어떤 기술이 있는 것인지 에밀리아는 모른다.
로즈월이 이 정도로 몰린 것이다.
상당히 호쾌하게 어긋났을 것이다.
그야말로, 이제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할 정도로--.
「――아아, 그런가」
문득, 지금까지 혼미의 소용돌이 속에 있던 로즈월의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에는 이지적인 울림이 돌아오고 있어, 에밀리아는 그의 혼란이 일시적으로 들어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성적인 회화로, 타협점을 찾는 것이--.
「무-얼, 고민할 필요는 없어. 어쨌든, 『계약』이 있다. 그가 『진짜』에 도달할 수 있을지 어떨지 따위, 갈피를 못잡을 것도 아니었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로즈월, 이번은 무엇을……」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고 말고요, 에밀리아님. 걱정과 혼란을 시켜드려 죄송했습니다. 당신은 당신이 바라는 대로, 저의 기대대로 움직여주시면 됩니다」
허리를 굽혀 로즈월은 익살부린 태도로 미소를 보낸다.
물론, 에밀리아는 납득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방금 전까지의 흐뜨러진 태도에서 반전해 이 평상시와 변함없는 듯한 태도다.
어지르고 있었을 때의 쪽이 훨씬 더 『제대로』 보인다든가 이상하게 되어 있다.
「……로즈월이 기대하는 움직임이라는 건, 나에게 뭘 기대하고 있는 거야?」
「물론. ――마음 그대로 『시련』에 도전해, 결과가 나오는 겁니다」
그것이 어느 쪽의 결과인지 로즈월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쪽을 원하고 있는지도, 에밀리아에게는 웬지 모르게 짐작이 갔다.
모르는 것은 로즈월이 그것을 바라는 이유.
그리고 무책임하게 되어 버린 것과 그것을 삼키고 거둔 이유.
모르는 것들 뿐이다.
그렇지만,
「그건, 지금은 분명……이야기해, 주지 않겠네」
「…………」
「좋아. 그것을 무리하게 들으려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 자격이 분명 지금의 나에게는 없을테니까.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숨긴채로 있
을 수 있다고, 그렇게는 생각하지 마」
「――바라고 말고요. 진실을 알고, 자신을 되찾고도 그 허세를 칠 수 있을지 어떨지」
마지막의 마지막으로 향해진 악의 같은 그것은, 어째서인지 간청 같다고 에밀리아에게는 생각되었다.
그 뒤로 로즈월은 등을 돌려 걷기 시작한다.
향하는 곳은 어쩌면 로즈월이 요양하고 있던 곳일까.
결국, 그가 여기까지 발길을 옮겨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이유는 모른다.
다만, 소용돌이치는 마나의 농도는 지금도 변함없이 로즈월의 체내에서 때를 고대하고 있다.
「그렇지. ――에밀리아님, 한가지 충고를」
「뭐야?」
멈춰 서 손가락을 세우는 로즈월에게 에밀리아는 눈썹을 올린다.
바로 조금 전, 적대나 다름없는 회화로 이별한 상대에게 무방비스럽기 짝이 없는 에밀리아에 로즈월은 쓴웃음을 지었다.
「가필 말입니다만……근성을 얕잡아 보지마시기를-. 그저, 때려 눕힌 정도로 생각이 바뀔 만큼 그의 집념은 얕지 않습니다」
「――알았어」
솔직하게 받는 에밀리아.
그녀를 남겨, 로즈월은 이번에야 말로 그 자리를 뒤로 한다.
그가 떠나고 광장에 남는 것은 에밀리아의 숨결과 멀어지는 등을 끝까지 노려보던 검은 지룡의 콧김 뿐이다.
그리고 쓰러져 의식이 없는 두 남자의 숨소리 같은 깊은 숨결만.
「――하아」
문득, 에밀리아는 어깨를 떨며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 반응에 옆에 있던 파트라슈가 몹시 놀라는것을 깨닫고 에밀리아는 쓴웃음을 지었다.
「으응, 괜찮아. 네 덕분에 나도 냉정하게 될 수 있었니까. ……그래도, 엄청 긴장했어. 로즈월과 싸워버릴지도 몰랐던 걸」
「――――」
「응. 어째서 싸우는지도 모르는데, 싸우는 건 싫지. 로즈월도, 어째서 그렇게 된 건지……스바루라면, 알고 있을까」
파트라슈의 궁금한 듯한 시선에 응하며, 에밀리아는 스바루의 근처에 무릎 꿇어 피투성이의 그를 살그머니 안아 일으킨다.
마르기 시작한 피를 손가락으로 떨어뜨리면서, 부어오른 얼굴을 살그머니 어루만졌다.
아픔이나 낯간지러움을 느낀 것처럼, 표정이 조금 경직한다.
「치료, 해주지 않으면. 스바루도 가필도, 아픈 건 싫은 걸」
「――――」
「아, 그렇게 걱정스러운 얼굴 하지 않아도 괜찮아. 팩이 없어서 조금 제어는 불안하지만, 간단한 치료 정도라면 미정령 아이들의 힘을 빌려 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에밀리아는 주위의 미정령에 말을 걸어, 희미한 빛남을 몸에 걸치고 힘을 빌린다.
부드러운 빛이 스바루와 가필을 휩싸 그들의 상처를 달래기 시작했다.
어딘가, 편안한 표정의 스바루.
그 모습에 에밀리아는 작게 미소지으며 그의 머리를 살그머니 자신의 무릎 위에 싣는다.
이렇게 해 스바루에 무릎을 빌려 주는 것은 도대체 몇번째일까.
그 이상으로 다양한 것을 너무 받아서, 무엇을 해야 돌려줄 수 있을지 모를 정도이지만.
「깨어나면, 굉장히 많이, 묻고 싶은 일이 있으니까」
작게 중얼리며 에밀리아는 스바루의 앞머리에 살그머니 손가락을 대었다.
얼굴을 찡그리는 스바루에 희미하게 뺨이 느슨해진다.
――숲에서 오토와 그가 짊어진 람이 합류하는 것은, 이후 10분 정도 후의 일이었다.
3장이 스바루에게 있어 제로부터의 시작이라면, 4장이 에밀리아에게 있어 제로부터의 시작이라는 느낌이죠
에밀리아 공기 소리가 너무나 많기에, EMT로서 빠르게 번역했습니다.
그 탓에 좀 오역이나 의역이 많은게 흠이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