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다.
폐가 녹을 듯이 뜨겁다. 숨을 한껏 몰아쉬고 싶어도, 산더미같이 쌓인 시체와 이름 모를 풀들이 타들어가며 내뿜은 연기는 마왕의 정예 군단조차 막지 못했던 내 호흡을 막는다. 장한 녀석들이다. 마왕군 입장에서는 말이지.
털썩.
머리가 띵하고 숨쉬기가 어렵다. 사방에 깔려있는 풀들이 타들어가며 남긴 마지막 흔적들이 목구멍을 턱턱 막는다. 매캐하면서 씁쓸한 연기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아득해진다…….
“우와아.”
주인님의 이야기가 절정에 달하자, 어린 엘프들이 일제히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드래곤이자, 나의 주인이신 고룡(古龍: Ancient Dragon) 스티그마께서는 이렇듯 레어에 놀러온 꼬마 엘프들에게 자신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는 것을 낙으로 삼고 계신다. 이야기를 조르는 어린 엘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주인님은 손에 들고 있던 곰방대에 담뱃잎이 다 떨어지자, 뒤에 서있던 내게 그것을 내밀었다.
“발터. 콜록, 이거 좀 채워와.”
주인님의 주신 곰방대를 받아든 나는 창고로 향했다. 도중에 주인마님께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하며,
“발터 도령. 어디 가는 거야?”
죄송합니다, 주인님. 제가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주인마님의 방이 창고 바로 옆인 것을 어찌할 방도가 없었습니다. 단번에 마음속으로 고해성사한 나는, 주인마님께 두 손으로 공손히 곰방대를 바쳐 올렸다.
“주인 어르신께서…….”
뚱한 표정으로 곰방대를 집어든 주인마님은 검지와 중지 사이, 중지와 약지 사이에 곰방대를 끼운 다음 살짝 힘을 가했다.
툭.
아아, 저거 꽤 비싼 건데. 이번 달 곰방대 구입비용이 벌써 200골드가 넘어가는구나. 내가 머릿속으로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을 때, 주인마님은 조용히 창고로 들어갔다. 손에 횃불을 들고 계셨기에, 집사 된 도리로 주인마님을 막아섰다.
“고정하세요, 마님. 여기를 태우면 레어가 통째로 불탈 수도 있어요!”
내 두 팔에 매달려 한동안 바동거리던 주인마님이 잠잠해지자, 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내려놓았다. 내 어깨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그마한 키에, 밤하늘 같이 푸르스름한 흑발이 인상적인 주인마님은, 아직 드래곤은 아니다. 누가 뭐래도, 이 세상에 드래곤은 주인님뿐이니.
“발터 도령…….”
주인마님은 두 눈에 물기를 머금고 나를 올려다봤다. 남자는 미인의 눈물에 약한 법이지만, 손에 횃불을 들고 담뱃잎 창고에 서있는 미인은 못이긴 척 눈감아 줄 수가 없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대신 제가 주인어른께 말씀드려서 담배 좀 끊으시라고 할게요.”
“그치만, 발터 도령이 하는 말을 씨알도 안 먹히잖아.”
크윽. 주인님이 내 말을 들을 리가 없다는 것은, 물론 주인마님도 잘 아신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간신히 주인마님을 설득했다. 다음번에 주인님이 담배를 피우시면 바로 알려드리기로 하고, 주인마님과 함께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며 주인님께로 돌아갔다.
내가 빈손으로 방에 들섰을 때, 주인님께서는 주신(主神)께 찾아갔던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지만, 마침내 천상의 문턱에 닿았다. 아름다운 천사들이 나를 반겨 맞이하니, 그 중 한 명은 내게 화려한 우의(羽衣)를 주어 구름 위를 거닐 수 있게 해주는구나.
나는 주신께 인도되어 그분을 알현하니, 그분께서는 너털웃음을 지으시며 내게 물으셨다.
‘나를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가, 나의 아들이여.’
신의 자식인 드래곤, 그 중에서도 마지막 남은 자식을 주신께서는 잊지 않고 계셨다. 내가 짝 없이 홀로 외로이 늙어가는 것은 그분께도 크나큰 고민이었기에, 이미 그분은 비책을 마련해두고 계셨다. 전쟁의 상처로 건강이 나빠진 내게 이 거처를 마련해주시고, 곧 꼬맹……크흠, 아리따운 배필을 점지해 주셨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랑 많이 달랐지만, 꼬마 엘프들은 뭐가 좋은지 킥킥대며 괜스레 친구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물론 주인님은 술에 잔뜩 취해서 4000살 노총각 드래곤 신세를 천상이 떠나가도록 큰 소리로 한탄했으며, 귀찮음으로 인해 드래곤 종족 보존을 뒤로 미룬 주신께 술김에 덤볐다가 죽기 직전까지 맞은 뒤, 의외로 죽이 잘 맞아서 술자리를 가졌고, 의기투합하여 이웃 세계에 있는 드래곤 친척인 용을 데려오기로 했다가, 주인님이 어린 여자가 좋다기에 용이 되지도 않은 300년 묵은 이무기인 주인마님을 납치해 왔다는 것은 말하지 않았다.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약인 경우도 있는 법이다.
인기척을 느낀 주인님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나는 빈 두 손을 내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주인님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가 나를 따라온 주인마님을 보고는 금방 안색이 창백해졌다. 등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벌한 오오라를 느끼며, 나는 꼬마 엘프들을 안아 올렸다.
“자, 이제 집에 갈 시간이에요. 나머지 이야기는 내일 들으러 오렴.”
한두 명 정도 투정 부릴 법도 하건만, 말 잘 듣는 엘프 어린이들은 귀엽게 ‘네에’하고 대답하며 내 어깨와 다리 등에 매달렸다. 5명의 꼬마 엘프들이 내게 대롱대롱 매달리자, 나는 다녀오겠노라고 말한 뒤 박쥐로 변신했다. 그리고 꼬마 엘프들의 즐거운 웃음소리를 동력삼아, 산 중턱의 엘프 마을로 날아갔다.
산 속의 밤은 빠르다. 방금까지 하얗게 빛나던 해는 저녁놀을 채 뿌리기도 전에 저물었고, 해 저문 마을 어귀에서는 어깨에 활을 멘 엘프들이 한두 명씩 나타나 보초를 서던 이들과 교대하기 시작했다. 산 쪽 방향의 보초를 서던 엘프는 어둠 속에서 튀어나온 밤의 귀족, 뱀파이어를 발견하자 재빨리 손을 등 뒤로 가져갔다.
“발터! 기다리고 있었네. 이거 받게.”
등 뒤에서 꺼낸 천 뭉치를 내게 던진 엘프 경비대원, 슈라므는 내가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대답했다.
“레이디 코이께서 부탁하신 물건이야. 거 왜, 그런 데 좋은 약재야.”
“그런 데라니?”
“그거 있잖나, 그거. 남자한테 참 좋은데, 남자한테 정말 좋은데,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거.”
“아아.”
주인마님께서 이런 물건을……. 크흠. 기회를 봐서 몇 개만 빼돌려야지.
슈라므와 헤어진 뒤, 레어로 돌아오면서 문득 처음 이곳에 왔을 무렵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당시의 주인님은,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주인님께서는 주신께 찾아간 뒤, 한동안 천상에서 머물다가 건강이 매우 좋지 않다는 판정을 받고, 200년간 살던 화산 중턱의 레어를 떠나 공기도 맑고 마나도 충만한 이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님의 건강은 별 차도가 없었는데, 주인님은 그 원인이 담배라는 내 말은 깔끔하게 무시하며 하루에 수백 kg의 담뱃잎을 불태우셨다.
당시 주인님의 흡연 방법을 설명하자면, 우선 드래곤 형태로―평소에는 인간 형태로 계신다― 변신한 다음, 잘 말린 담뱃잎 수십 kg을 입에 머금은 뒤, 드래곤 브레스를 입안에 맴돌게 하여 모두 불태워버린다. 그러면 주인님의 콧구멍과 입, 귓구멍에서까지 담배연기가 피어올라 레어 안에 연기가 가득해지는데, 보고 있노라면 참 신기하면서도 위험하다. 몇 번 구경하다가 숨 막혀서 죽을 뻔했다.
예전에 살던 화산은 평소에도 분화구에서 올라오는 연기가 많은 곳이라 주인님의 흡연 방법이 레어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현재 사는 곳에는 자연재해 수준의 영향을 끼쳤다. 주인님이 이곳에 정착한지 1년 만에 반경 50m 안쪽의 나무들은 시들어갈 정도였다.
한 번은 왜 그렇게 담배를 많이 피우시나 여쭈어봤는데, 뜬금없이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셨다. 어릴 때 가족들이 마족들에게 살해당했고, 비슷한 처지였던 친구들과 함께 신마 전쟁에 참전했는데, 다른 드래곤들은 모두 죽고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이야기. 물론 세뇌당할 정도로 들어왔던 이야기였기에, 나는 ‘그래서요?’라고 반문했고, 주인님은 한참을 담배만 태웠다. 대답을 기다리다 지친 내가 다른 업무를 보러 가려고 했을 때, 주인님은 입을 열었다.
‘마지막 전투가 끝나고 불타는 담배 군락지에 추락했거든. 매캐한 연기 때문에 죽을 것 같았지.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긴 했는데, 그때 그 연기가 잊히지 않았어. 그래서 그런가봐’
그때는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리고 7년 전, 주인마님이 이곳에 왔다.
마당을 쓸고 있던 나는, 하늘이 어두컴컴해지며 한줄기 빛이 마당으로 내리쬐기 시작하자 잽싸게 레어로 뛰어 들어갔다. 이미 대낮에도 돌아다닐 만큼 햇빛에 내성이 생긴 상태였지만, 내 본능이 그 빛은 평범한 빛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마 그 빛을 맞았으면 단번에 가루가 되었겠지. 무슨 일인가 싶어서, 낮잠을 자고 있던 주인님을 깨워 밖으로 내보냈다.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기다리던 나는, 10분 뒤 기절한 여자아이를 업고 들어온 주인님을 보고 경악했다. 외로움을 견디다 못한 주인이 드디어 일을 벌였구나 하고 판단해 뒤처리를 생각하고 있을 때, 주인님은 천상에 갔을 때에 벌어졌던 일을 말해주셨다.
‘도대체 얼마나 어린 짝을 바라신겁니까? 딱 봐도 해츨링 아닙니까. 전자발찌 차려고 그러십니까?’
‘아냐, 이 자식아. 이 아이는 드래곤이 아니야.’
‘네? 그러면 어떻게 주인님의 짝이 될 수 있답니까?’
그 후로 30분간 주인님의 설명을 들은 나는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른 세계에서는 드래곤과 사촌지간인 용이라는 생물이 사는데, 이무기라는 영물(靈物)이 500년간 탈 없이 지내면 여의주라는 신비한 구슬을 물고 승천하면서 용이 된다더라. 하지만 드래곤과 용이 아무리 사촌지간이라도 엄연한 차이는 존재하는 법. 말과 당나귀의 잡종인 노새처럼 후손의 생식 능력이 떨어져서야 드래곤 종족 보존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없다. 그래서 드래곤과 비슷한 용 말고, 그 전 단계인 이무기를 데려와 이 세계에 맞춰서 개량(?)한 후, 드래곤으로 진화시킨다는 것이 주신께서 세운 계획이라는 것이다.
주인님의 설명이 끝나자, 주인마님이 깨어났다. 자신의 이름을 ‘코이’라고 밝힌 주인마님은, 다짜고짜 주인님을 납치범으로 몰아세우며 변태 취급했고, 한눈에 봐도 약해보이는 나는 그냥 몸종 취급했다. 기껏 데려온 짝이 자신을 거부하자 주인님의 흡연은 눈에 띄게 늘었고, 주인마님은 담배연기에 질색을 하며 가출을 감행했다. 1년 동안 수십 번은 가출하셨을 거다. 그리고 그걸 다 내가 잡아왔다.
1년이 지나자, 주인마님은 가출을 포기했고 주인님은 마님 앞에서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했다.
회상이 끝날 때 쯤, 나는 레어의 복도를 걷고 있었다. 도중에 거실 쪽에서 레어 전체를 울리는 폭음이 들려온 듯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쿨하게 넘어갔다. 뭔가 심하게 부서지지만 않았으면 된다. 자기들이 사는 집인데 설마…….
“끄아아아아악!”
스스로 이런 말 하는 것은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까지 내가 밤의 귀족으로서 어울리는 기품과 격식을 갖추었다고 생각해왔고, 항상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기품이나 격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조금 전의 그 비명은 의심할 바 없이 내 성대를 통해 주변 공기를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비명을 지르게 된 원인인 ‘황금 드래곤 상’의 머리가 또르르 굴러와 내 발치에 닿았다.
“어, 발터 왔냐? 빨리 꼬맹이 좀 말려봐!”
황금 드래곤 상. 주인님이 고룡이 되던 해, 주인님께 은혜를 입었던 드워프 왕국에서 진상한 1/50사이즈, 1m짜리 액션 피규어.
“발터 도령! 아저씨 붙잡아!”
황금 드래곤 상의 가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현재 세계 최고의 상단을 운영하고 있는 인간이 운영권의 절반을 줄 테니 자기한테 팔아달라고까지 했던 물건.
“으악! 죽을 뻔 했잖아! 얌마, 발터! 뭐하냐?!”
온갖 잡동사니들이 주변에 나뒹굴고 있었지만, 내 눈에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무릎을 꿇은 채, 발밑에 떨어진 황금 드래곤 상의 머리를 부여잡고 손을 부들부들 떨 수밖에 없었다. 아아. 이 아름다운 예술품이……. 내가 지난 40여 년 동안 매일매일 깨끗이 닦고, 광택제도 바르고, 내 몸보다 소중히 다뤄왔던 것이…….
퍼엉.
와장창 쿵쾅.
“꺄악!”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돌려 비명소리가 난 곳을 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책장이 넘어져있었고, 그 밑에 깔린 주인님과 주인마님의 다리가 볼썽사납게 밖으로 삐져나와 있었다. 두 분 다 굉장한 맷집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한참동안 싸운 뒤라 기운이 빠져서 그런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간신히 일어섰다.
저벅 저벅.
내가 선 곳은 머리가 떨어져나간 황금 드래곤 상 앞. 나는 떨리는 손으로 드래곤 상의 머리를 원래 위치에 맞춰보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얻어낸 한 가지 결론은……
“얌마, 빨리 안 꺼내고 뭐해!”
……계속 무시당한 주인님이 많이 화나셨다는 것이다.
어질러진 거실의 뒷수습을 하고, 드워프 왕국에 황금 드래곤 상의 수리를 요청한 뒤, 주인 내외를 모시고 응접실로 나왔다.
탁.
'이게 뭐냐'는 표정으로 탁자에 내려놓은 천 뭉치를 바라보던 네 개의 눈동자 중, 미려한 곡선을 그리며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두 개의 커다란 눈동자를 향해 나지막이 해준 말은
“엘프 마을에서 받은 겁니다. 주인마님께서 부탁하신…….”
까지였고, 그 다음은 기억이 잘 안 난다. 주인님의 증언에 의하면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인마님의 오른손이 번개같이 내 턱에 어퍼컷을 날려서 입을 막았고, 동시에 왼손이 천 뭉치를 채갔으며, 두 다리는 본체를 순식간에 자기 방까지 날려 보냈다고 한다. 주인마님이 사라지자 주인님은 두려움에 떨면서 쓰러진 나를 수습해 자신의 방으로 도망쳐 온 것이다.
“발터, 도대체 뭘 가져온 거야? 호, 혹시 날 죽이려고 코이가 독이라도 준비한 거야?”
주인님, 마지막 드래곤이 되더니 마음이 약해지셨다. 정신 차리세요! 웬만한 독은 짐마차 째 먹어도 멀쩡하시잖아요.
“독은 아니고, 그겁니다, 그거.”
“그거?”
“그, 남자한테 참 좋은 그거.”
“……아하.”
주인님은 안심했다는 듯 편안한 표정이 되었다. 주인님이 안정을 되찾자, 방금 벌어진 혈투에 대해 물어볼 여유가 생겼다.
“코이가 자꾸 담배 끊으라고 하잖아.”
“이제 좀 끊으세요. 주인마님도 드래곤이 되시면 2세를 위해서라도 끊으셔야죠.”
“꼬맹이 아직 324살이라 드래곤 되려면 아직 170년 넘게 남았거든. 그때까지는 괜찮아.”
그래도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은 알고 계시군.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내 제스처에 콧방귀를 뀐 주인님은 자겠다며 나를 방에서 내쫒았다.
하아. 요즘 들어 가장 피곤한 하루였다. 최초의 1년이 지나자 주인님은 나름 주인마님께 신경을 많이 써줬고, 서로 배려한 덕분에 큰 사건 없이 6년이 지나갔다. 하지만 최근 어디선가 담배가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을 들으셨는지, 주인마님이 요즘 부쩍 주인님께 금연을 강요하고 있었다. 주인님은 주인마님이 안 계실 때에는 마음껏 피우던 담배도 눈치 봐가면서 몰래 피우는 상태.
마지막으로 레어 점검이나 하고 관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방들을 돌아다니던 중, 담뱃잎 창고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창고로 들어간 나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무언가를 하는 주인마님을 목격했다. 자세히 관찰해보니, 몸에 해로운 담뱃잎을 남자에게 참 좋은 약재로 바꾸는 기적을 몸소 행하고 계셨다.
“주인마님?”
“앗. 발터 도령?”
열심히 담뱃잎과 약재를 바꿔치기 하던 주인마님은 나의 등장에 적잖이 놀란 모양인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굴을 붉혔다.
“아아, 아니, 이건, 그러니까, 그냥 몸에 좋은 약재라고 엘프 아줌마들이 추천해준 거니까…….”
그렇다면 당황할 필요가 없지 않습니까. 방금 그 행동이 그 약재의 효과를 낱낱이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버렸습니다만?
“아, 예. 그러시군요.”
나의 시큰둥한 대답에, 주인마님은 울상이 되었다. 나는 짧게 한숨을 쉬며,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주인마님 옆에 쭈그려 앉았다. 그리고 얼굴에 물음표를 띄운 주인마님께 손을 내밀어, 그녀의 손에 들려있던 약초의 절반을 덜어갔다.
“이 약재, 확실히 몸에 좋은 거죠? 주인님의 건강을 위해서 하시는 일이라면, 저도 도와드려야죠.”
주인마님은 밝아진 표정으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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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완성 했는데, 최대한 라이트 노벨 흉내 낸답시고 그림을 그린 게 실수였습니다...
게다가 다 쓰고나서 보니 점점 주제인 담배&금연과 멀어지고 있잖아? 나는 아마 안 될거야.
아무튼, 재미있게 봐주세요.
4천살 노총각 이면 전립선에 무슨 병 걸리지 않을까요??????
인간이 아니니까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