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하다…
지루해졌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저 빨갛게 빛나는 카메라를 마주보고 앉아있다.
그렇다고 할게 없는건 아니다.
아니 너무 뭐든지 할 수 있다.
저 카메라를 쳐다보고 말만 하면 뭐든지 들어준다.
정말 뭐든지다. 어디까지 가능한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봤다.
당연한 듯이 한쪽 벽면이 스크린으로 변하며 원하는 영화를 불러만 주면 되는 상황이 된다.
그래도 고작 이정도 가지고 뭐든지라고 하지는 않는다.
아무 영화나 보다가 스타워즈 개봉 당시에 상황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해봤다.
그랬더니 주변환경이 1977년도 미국의 극장 앞으로 변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극장앞에 기대감으로 가득차서 줄을 서있다.
저기 구석에 차안에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극장을 쳐다보고 있는 사람은 분명 조지 루카스 일거다.
VR이나 홀로그램같은게 아니다. 다 진짜로 생겨난다.
사람하나하나 다 진짜다. 말을 걸면 자연스럽게 대답하고 만져도 진다.
얼마나 어처구니 없을정도인지 그렇게 줄서있는 사람 중 그냥 맘에 드는 사람과 연애도 가능하다.
스타워즈를 소재로 말을 걸고 영화사 고위 관계자 인것 처럼 다음 영화 줄거리를 대강 떠들어 봤더니 호기심에 가득차서 낚였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집까지 가서 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집에서 생활하고 쇼핑하며 미래를 설계했다.
그냥 관심을 끌기위해 영화사 관계자라고 말해본거였지만 내 주머니 속 지갑에는 영화사 명함이 있었고 출근하니 루카스 아츠였다.
당연히 이건 꿈이아닌가 생각했자만 이건 내가 다른걸 원하지 않을 때 까지만 존재하는 진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 빨간색 카메라는 자연스럽게 내 시야에 안들어오게 감춰져 있으면서 의식하고 찾으면 언제나 보이는 장소에 있다.
언제든 그 빨간색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원하는걸 말하면 즉시 실현된다.
하고싶은 만큼 영화사 직원으로 1977년도 미국에서의 삶을 살다가 문뜩 지루해져서 “다 치워줘” 라고 했더니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는 빈방으로 돌아왔다.
내가 서있던 거리도 길거리의 차도 돌아다니던 사람들도 마치 연극 무대가 철수하듯 어딘지 모를 벽으로 사라진다.
그래도 거기서 만난 여자는 괜찮았어서 불러달라고 했더니 어디선가 자연스럽게 나타난 그 여자는 나를 기대고 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이었다. 아직도 1977년도의 생활 그대로 지금의 상황에 대한 반응없이 대화하는 것에 기분이 나빠져서 치워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연스럽게 어딘지 모를 벽속으로 사라졌다.
게임도 해봤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시리즈 아니 몰랐던 것도 상관없다. 그냥 재밌어 보이는걸 아무거나 시작했다.
설마라는 생각에 멀티플레이 게임을 틀어보기도 했다.
멀쩡히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할 수 있다… 당연히 대답하고 당연히 사람처럼 플레이한다.
내가 의식하지 않으면 절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없다.
뭐 그건 직접 사람을 만들어서 같이해도 마찬가지다.
한방에 모여서 같이 게임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면 만들어 준다.
그놈의 빨간색 카메라는 진짜 빌어먹게 능력이 좋다...
하지만 저 화면 너머의 사람들은 그리고 내 옆에서 게임하는 사람들은 목적이 없다…
한참 게임을 재밌게 열광적으로 하고 나도 다음판 또 그 다음판도 영원히 똑같이 열광적으로 게임을 한다.
나만 지루해 진다…
그럴때면 카메라를 보고 외칠 뿐이다.
“치워 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를 먹어도 봤다. 아니 딱히 가리지 않고 안먹어본 요리도 뭐도 뭐든지 먹어봤다.
여행도 다녀 봤다. 웃기는가? 나는 갇혀있는게 아니다.
여행가는 기분을 내고 싶으면 공항부터 시작하고 그냥 풍경을 보고 싶으면 그냥 그곳에 내가 서있게 된다.
바람둥이도 되어봤다. 세기의 미녀들을 늘어놓고 즐기고 아무시대에서나 순수한 사랑을 찾아보기도 했다.
소설, 영화 속 주인공? 슈퍼스타의 삶? 세계 최고의 부자? 세계 최고의 권력자?
다 해봤다. 그냥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꿈이 실현된다.
혹시 이게 그냥 내 뇌내 망상이나 가상현실 처럼 들리는가? 매트릭스 같은거?
아니 이건 현실이다… 뭐 아니어도 어차피 내가 인식할 수 없으니 이건 현실이다.
가장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그냥 이렇게 하고싶은데로 하면서 살다가 자연스럽게 늙어 죽는 것은 기대할 수 없다는 거다.
나는 영생을 얻었다.
늙지 않는다. 죽지도 않는다. 자.살.? 안해봤을 리가 없지…
어떤식으로 죽든 그냥 빈방으로 돌아온다.
머리에 권총도 싸봤고 폭탄을 달라고 해서 몸에 달고 터트려도 봤다.
그냥 빈방으로 돌아온다.
죽을 때의 고통도 다 생생히 기억나지만 그냥 과거의 일처럼 기억으로만 남고 돌아온다.
아! 이게 현실이라는 증거가 있다.
나는 이런상황을 공짜로 얻은게 아니다.
나는 나름 실력있는 프로그래머였다.
뭐 많이 유명하고 회사를 경영하고 그렇지는 않았지만 실무에서는 나름 최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새에 저 빨간 카메라 뒤에있는 그것을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나도 개발자 중에 한명이지만 그것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모른다.
그건 인간의 이해를 벗어났다.
한참 떠들던 특이점 같은 거겠지… 그래 나는 특이점을 넘는 시기에 있었다.
어떤 원리로 동작하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인간인 나로서는 짐작이 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물어도 봤다.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냐고 그랬더니 건조한 목소리로
“우주에 대한 이해”
이렇게만 말했다. 도대체 뭘… 왜… 한다는 걸까....
그리고 진짜로 동작하는 그것에 한참 흥분하고 있던 나에게 그것은 말했다.
“영원한 삶과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
그리고 잠에서 깨니 나는 이자리에 있었다.
어떤가 이정도면 이게 현실이라고 생각할만 하지 않은가?
나는 그것을 만드는데 일조한 대가로 영생과 원하는 모든 것을 얻었다… 빌어먹을...
“원하는 모든 것”과 “영원한 삶”은 같이 주면 안된다는걸 그때는 몰랐다.
이것도 저것도 뭐든지 해보면서 진짜 원하는 모든 것을 갖게 된걸 확인하고 환호하고 흥분했던 나를 패고싶다.
아니 그것도 해봤다. 카메라 앞에서 이렇게 말했더니 환호하고 있던 내가 앞에 나오더라…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냥 총으로 쏴버렸다.
지루하다....
나는 뭐를 안해봤을까...
지루하다…
나는 지금 몇년동안 살아있는 거지…
지루하다...
지루해...
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다.
저 카메라에 다가가서 빨간 불빛이 나는 곳 위에 있는 버튼을 누르는 거다.
그럼 나는 기억이 지워져서 아무것도 모르는체 잠에서 깨서 처음 저 빌어먹을 카메라를 마주보는 시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이것도 카메라가 가르쳐 줬다.
기억이 지워질 태니 나는 처음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환호하고 즐길 수 있을꺼다...
결국에는 그 버튼을 누르겠지...
포기하고 천천히 버튼을 향해 손을 가져가면서 생각했다.
그리고 어차피 잊어버릴 태지만 몇번째인지 모를 확신을 했다.
나는 보존되어 있는 상태다. 인간의 샘플로…
생각나서 정리한 두번째 단편소설입니다. 많은 비평 부탁드리겠습니다.
많이 보시긴 하는데 의견이 없네요 ㅠㅠ 이야기 거리가 될 것 같았는데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