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한 1-2분이 지났나?
주변에 더운 바람이 길게 한번 불자
솔 내음과 화약 냄새가 뒤섞여 난다.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최초 사격 때에 적 공작원을 쓰러뜨리지 못했더라도
그가 제대로 사격 방향만 잡았다면
우리 네 명의 즉각 조치 사격은
어떤 사건의 결과를 저쪽에 만들어 놨을 것이다.
사격 중에는
거의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느라
뭘 보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지만
사카모토가 총탄을 날렸던 지점에서
역시 총구 섬광으로 보이는 것이 분명 번쩍번쩍했었다.
그렇다면
오오하라나 사카모토가 못 잡았더라도
사격 실력이 좋은 키쿠오카 일등육좌나
텐쿠치 일등육조
이 두 사람 중 한 명은
반드시 적을 잡았을 것이다.
물론 오오하라가 쓰러뜨렸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 중대에서 가장 사격을 못하는
-그렇지만 일반 부대의 사격 평점에는 상회하는-
저 인간 총에는 아닐 것이다.
게을러서
지 거시기는 물론,
총도 잘 안 닦는 놈인데.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고개를 뒤로 살짝 돌려
키쿠오카 일등육좌와 텐쿠치 일등육위의 눈치를 본다.
수신호를 섞어서
텐쿠치 일등육조와 뭐라 속삭이던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오오하라 일등육조에게 전방 진행 신호를 보인다.
그 신호는
2차로 사카모토 삼등육조에게도 하달된다.
자기들이 엄호할 테니
사카모토 삼등육조와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적이 출현했던 지점을 확인하라는 것이다.
에이,
제기,
정말 아까 키쿠오카 일등육좌하고 눈이 마주쳤을 때
실실 웃으면서
카토 삼등육조를 보살피겠다는 텔레파시를 보냈어야 했는데…
우라질,
개똥에 쌈 싸 먹을.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앞서 가겠으니
거리를 두고 따라오라는 수신호를
나에게 급히 보이자
검지와 엄지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어 보여줬다.
그리고
허리를 바짝 숙인 채,
전방에 총구를 고정하고 이동하는 그의 뒤를 따랐다.
사카모토는
한 발 한 발 내딛을 적마다
여차하면 수풀 바닥에 몸을 날릴 준비를 했으며
오오하라 삼등육조 역시,
전방으로 이동하되
반드시 엄폐할 수 있는 나무나 바위가 있는 쪽으로 진행해 나갔다.
숨쉬는 것도 잊은 채
이제,
최초 우리의 사격을 받은 나무 덤불이 있는 곳에 가까워진다.
우리 사격에
나무 덤불 옆의 굵은 수목줄기가 작살이 나서
하얀 속을 드러내고 있었고
바닥에는 그 총탄에 찢겨 날린 나무 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이름 모를 잡목의 잔가지들이 뒤섞인
적 출현 지점을 3미터 정도 앞두고
오오하라 삼등육조가
완수 신호 없이 무릎 쏴 자세를 취하 길래 사카모토도 사격 준비를 했다.
그렇지만
그들이 경계하는 지점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오오하라 삼등육조는
사카모토가 좌측에서
자신은 우측에서 함께 적 출현 지점을 덮치려는지
왼손으로 그러한 대강의 내용을 신호해 보였다.
사카모토는 발걸음 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
재빨리 왼쪽으로 이동하여
오오하라 삼등육조의 신호에 맞춰 신속히 약진했다.
그의 전방에
잎을 잔뜩 품고 있는 길고 가는 가지들을 뚫고
그 뒤로 몸을 날렸다.
동시에
오오하라 삼등육조도
사카모토와 5미터 떨어진 곳에서
적 출현 지점을 그의 왼쪽에 두고 달려들었다.
사카모토가
온 몸으로 잔가지들을 뚫고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총구와 시선을 돌릴 때,
그때까지도
아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곧 아무런 일이 없었던 이유를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플라스틱 총열 덮개가 박살이 나 버린
89형 소총을 안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
수풀 바닥에 쓰러져 있는 그의 모습은
정말 기괴하게 보였다.
등산복 차림에
등산화까지 신고 있었는데
원래 초록색이었을 상의는 피에 젖어서 무슨 갈색처럼 보였다.
그들이 날린 총탄에 피탄 당한 흔적에도 불구하고
쓰러져 있는 북한 공작원의 모습은
비교적 멀쩡하게도 보였는데
그가 휴대했던 89형 소총은
총열 덮개가 박살나
총열이 훤히 들여다보이고
플라스틱 재질인 개머리판 역시 박살이 나서
그 형체가 반만 남아 있었다.
이상하게도
벌집이 되어 쓰러진 사람보다도
망가진 그의 소총을 보니
더욱 참혹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오하라 삼등육조의 엄호 하에
사카모토 삼등육조가 북한 공작원에게 다가가서
그의 무기를 뒤쪽으로 집어던지고
북한 공작원의 감겨 있는 두 눈을
두 손가락으로 꾹 찔러 봤다.
살아 있다면
눈이라도 찔끔 할텐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말......
사람 죽고 사는 건 한순간이었다.
잠깐 눈이 마주친
오오하라 삼등육조에게
고개를 내저어 보이며
북한 공작원의 생사를 보고할 때쯤에는
나머지 팀원들이 모두 몰려와
그들 주변을 에워싸고 사주경계를 하고 있었다.
키쿠오카 일등육좌는
반대편 쪽에 투입된
다케다 이등육위와
임시합동사령부 쪽에 가 있는 키리토와 같이 있을
아키 삼등육위에게 교신을 하고 있었고
텐쿠치 일등육조는
조금 더 동쪽,
즉
우리가 처음 이동하는 방향으로 달려가서
저격용 스코프로 먼 곳을 살피고 있었다.
그의 8배율 시야가 향하는 곳은
위로 향하는 급경사의 산 사면이 있는 곳으로
사카모토가 제대로 알고 있다면
저 산사면 너머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경찰 기동대 수색부대에게 사격을 가하던 곳이었다.
즉
우리가 조우해서 쓰러뜨린 이 공작원은
그 곳에서 이동해 온 것 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별로 안 떨어진 우측 산 능선 일대에
몇 대의 UH-1H헬기들이 선회하고 있었다.
다른 조가 이동하고 있는 능선 근처였는데
몇 대의 헬리콥터들이 제자리 비행을 하고 있는 걸 보아
아군들을 투입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다시 한번
그들을 긴장시킬 상황이 이어진다.
육조라..한국군은 어디죠. 육사인가요? 잘 보고 갑니다.
한동안 바빠서 못 들어온 사이에 연재를 많이 하셨네요. 건필하세요
일본 군 계급은 처음 봐서 말입니다. 아! 자위대라고 하는 것이 뉴스에서 더 익숙해서 말입니다.
참 아이러니한 역사의 그림자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로나 조심하세요.
육조라..한국군은 어디죠. 육사인가요? 잘 보고 갑니다.
육조계급은 우리나라에서는 하사, 중사, 상사 계급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삼등육조면 우라나라의 하사 라고 보면 됩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에단 헌트
일본 군 계급은 처음 봐서 말입니다. 아! 자위대라고 하는 것이 뉴스에서 더 익숙해서 말입니다.
사실 자위대 계급은 구 일본 육군 계급을 계승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좀 복잡하지요.
에단 헌트
참 아이러니한 역사의 그림자 같습니다.
한동안 바빠서 못 들어온 사이에 연재를 많이 하셨네요. 건필하세요
감사합니다. 코로나 조심하세요.